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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하여

정여울 | arte(아르테) | 2020년 07월 15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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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46g | 135*210*20mm
ISBN13 9788950988746
ISBN10 8950988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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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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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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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문학과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꾹꾹 눌러 쓴 글들로 50만 독자들의 애정과 찬사를 받아온 에세이스트.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제1라디오 〈강유정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살롱 드 뮤즈〉를 진행하고 있다. 미술관에 가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고, 낯선 도시를 찾아 헤매고, 마음을 어루만지... 문학과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꾹꾹 눌러 쓴 글들로 50만 독자들의 애정과 찬사를 받아온 에세이스트.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제1라디오 〈강유정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살롱 드 뮤즈〉를 진행하고 있다.
미술관에 가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고, 낯선 도시를 찾아 헤매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을 찾아 마침내 글을 쓴다. 예술 작품에 대한 감동에 해석을 더하여 글을 쓰는 일이 힘겨운 삶을 견디게 해준다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펴낸 책들은 저마다 작은 미술관들을 닮았다.
지은 책으로 『문학이 필요한 시간』, 『공부할 권리』,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 『월간 정여울』, 『끝까지 쓰는 용기』, 『마지막 왈츠』, 『블루밍』, 『내성적인 여행자』,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빈센트 나의 빈센트』, 『마흔에 관하여』,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등이 있으며,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는 중국과 베트남 등에 번역 출간되었다. 산문집 『마음의 서재』로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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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구도자: 마침내 깨달음을 향하여 한 걸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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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정여울과 함께, 헤세에게 오는 길.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s********e | 2020-08-12 | 신고

 

한 명의 예술가를 평생 좋아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첫 만남을 가지고 그 작품이 좋아 다른 작품들도 찾아 나서고 그러다가 그의 삶 전체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고는 그 예술가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세상 안으로 걸어들어간다. 삶과 작품을 통해 한 인격으로 마주한 그 예술가는 사유와 존재 방식에 있어서 직, 간접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어느덧 우리의 삶에 깊숙이 함께 자리하고야 만다.

 

 

 

" 마음의 진정제가 헤세였다.

 

 

나는 헤세로부터 흐르는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그 방법은 바로 문학과 예술과 자연을 항상 물처럼 공기처럼 내 곁에 두는 진지하고도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나는 헤세의 글과 삶과 작품 속의 주인공들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시간에는 결코 '늦음'이란 없음을 배운다. "

 

 

 

 

 

정여울을 좋아하는 사람, 그의 책을 한두 권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헤르만 헤세가 그의 '우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클래식 클라우드의 '헤세'를 정여울이 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무척 기대되는 일이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정여울의 헤세에 대한 깊은 애정이 절절히 드러난다. 내가 이해한 바로 정여울은 '나답게'를 중요시하고 '나다운' 글과 삶을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실천하는 작가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열망하고 진지하게 애쓰는 모습은 멋지다. 정여울의 열망과 노력은 '여행'을 통해 구체화된다. '나답게'를 중요시 여기고, 여행을 모든 앎과 노력의 결정판이라고 믿는 나에게 정여울의 모든 이야기는 강력하게 전염되어 온다.

 

 

정여울은 '나답게'와 '꿈'을 헤세로부터 고스란히 배웠다. '외로울 용기'와 '가난할 용기'를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필요한 마음 자세'라고 믿게 된 것도, 나이 들면서 꿈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낸 것도 헤세로부터 배웠다. '오히려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더욱 활활 타오르는 영감을 주체하지 못했고, 평생 아이디어가 떨어지지 않았으며, 마지막까지도 좋은 작품을 구상하고 출간했'다는 헤세는 정여울이 또는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노년의 모습일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고 가장 '나다운 나'를 지켜내는 방법, '나다움을 추구하는' 방법으로는 '일단 그 길을 가기로 정했다면, 과연 내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에 대해 지나치게 질문하지 말고, 우리의 영혼이 갈망하는 그 길을 거침없이 걸어가야 한다'라고 단언하게 된 것도 모두 헤세에게서 배웠다. 이런 '나답게' 살아가는 길에는 절망이 따르지 않을까? 정여울의 대답을 듣고 나니, 또 한 줌의 희망이 생긴다.

 

 

 

" '헤세는 때로는 절망조차 필요하다고, 절망하지 않는 자는 아무런 어려움도 영혼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

 

 

이 정도이면 헤세에 대하여 거의 문외한인 나는, 이 책에서 일곱 편으로 진행될 정여울의 헤세를 찾아가는 여행에 부푼 기대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평소 정여울의 글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그의 정신적 아이콘인 헤세를 모르고 있어 마음 한구석이 늘 불편하고 답답했으니, 이 책을 통해 헤세를 알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독일과 스위스에 깊이 숨어있는 헤세의 장소들을 다니며 나의 여행에 새로운 목적지를 하나둘 추가할 것이다. 헤세의 문학과 삶 그리고 미지의 땅으로의 발걸음, 이 모두가 행복하고 성공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정여울의 언어와 사유가 안내자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그의 오밀조밀하게 섬세하며 여린 듯 강한 듯 치밀하게 파고드는 언어는 얼마나 나를 뒤흔들어 놓을까?

 

 

 

제1장 <여행자 :헤세, 사랑의 길 위에 서다>에서는 우선 '도전'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마지만 맨 마지막 한 걸음은 자기 혼자서 걷지 않으면 안 된다.... 결정적인 한 걸음, 마지막 한 걸음은 반드시 자신이 마무리 지어야 한다.

 

 

온갖 불편과 험난한 과정을 견뎌내고 나면 '그것을 견뎌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눈부신 희열'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도전이 갖는 매력이다.(---) 도전하기 전과 끝낸 뒤의 내 모습이 다르다는 것이다. 나아가 좀 더 자신감 있는 나, 좀 더 나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나,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간직한 나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전의 여정에는 피로와 불편도 많이 있지만, 그보다 훨씬 커다란 기쁨과 희망이 넘실거린다.

도전은 또 다른 도전으로 우리를 이끈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우리는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우리 자신의 눈부신 잠재력과 만날 수 있다."

 

 

정여울은 헤세를 찾아가는 여행을 도전이라 말하고 있다. 헤세의 고향인 '칼프'와 헤세가 가족을 이룬 '가이엔호펠'을 찾아가는 여정은 매우 험난했고, 헤세의 제2의 고향인 '몬타뇰라'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지만 정여울은 이 모든 '도전'을 눈부신 경험으로 간직하고 있다. 나는 비교적 교통편이 잘 갖춰져있는 도시들을 찾아다니지만, 탈 곳과 내릴 곳, 바꿔타야 할 곳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까 봐 항상 긴장한다. 내 옆에 붙어있는 짐가방이 여정을 더욱 버겁게 만들기에 여행자로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래도 포기하지 못한다. 도전은 나를 신명하게 하고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환희에 날아오르게 한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전! 도전! 이렇게 목놓아 외치다 보면 어느 순간 겁이 덜컥 난다. 이러다가 간이 커져서 '달을 따겠다고' 덤비게 되면 어떡하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을 'I can do!'라며 밀어 부치려는 과대망상증에 빠져 있고, 도전이라는 이름하에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갑자기 합리적인 불안에 휩싸인다. 원대한 세상을 향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결국은 나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의 '감옥'에 갇혀 버린 건 아닐는지.

 

 

"무언가를 원하는 것은 마음속에 엄청난 갈증과 보이지 않는 감옥을 만든다.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질문에 공격당하고, 나 스스로 이겨낼 수 없는 나의 열망에 주눅 든다."

 

 

정여울도 도전의 부작용을 안다. 어김없이 헤세로부터 답을 얻어낸다. 『싯다르타』에서 건져낸, '마음속에 남모르게 감춰둔 문장'을 읊어준다. 열의를 다해 도전하고 있다면, 나도 '별을 닮은' 멋진 인간이라는 게다.

 

 

"그러나 별을 닮은 인간도 있다. 그들은 확고한 궤도를 걷고, 어떠한 강풍도 그들에게는 닿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내부에 자기의 법칙과 자기만의 궤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비단 여행뿐만 아니라, 인생에는 매일매일의 도전거리가 있다. 처음에는 좋아서 열중하게 되고 한동안 용기와 열의를 쏟다 보면 힘든지도 모른다. 바로 이것이다!라고. 그러나, '이것이 맞나?'라는 의문이 생기면서 내외적으로 장애물이 생겨난다. 곧 두려움과 자괴감에 빠지면서 도전은 힘을 잃는다. 그렇다고 도전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도전의 묘미를 한번 맛본 이상 빠져나올 수 없고 거역할 수 없다. 도전은 잘 진행될 때도 기운을 잃을 때도 삶의 한 강력한 방법이다. 도전으로 힘들어질 때, 헤세에게서 전해오는 정여울의 독려를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별을 닮았다, 별을!

 

 

 

 

 

 

제2장 <방랑자: 끝없이 떠날 수 있는 자유>에서는 '내면의 황금'을 생각해 보았다. 함께 있을 때 가슴이 따뜻해지고 내 안의 무언가가 힘차게 용솟음치는 느낌을 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나는 '내면의 황금'을 준 것이다?  왜 받은 것이 아니고 준 것이라고 할까? 내면의 황금이란 꿈이나 깊이 들어앉은 감정뿐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좌우하는 정신의 뇌관'인데, '혼자서 다루기에는 너무도 무겁고 힘든 대상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것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어야 한다'라는 문장에 다다르면 '내면의 황금을 준 것이다'라는 앞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 나의 영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내면의 황금을 받아줄 수 있고, 이런 영혼의 스승을 만나면 나의 내면의 황금의 무게가 가벼워져 살아갈 힘을 퍼올리게 된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가여운 천재 한스가 찾아 헤매었던 것은 바로 자신의 내면의 황금을 맡길 수 있는 존재였다. 문제아 하일너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존재라 믿고 그가 이끄는 대로 방탕한 길을 간다. 급기야 하일너가 퇴학을 당하지만 한스는 이 우정을 놓지 못하고 하일너를 기다린다. 그러나, 하일너는 한스를 찾아오지 않는다. 정여울도 '누군가에게 내면의 황금을 완전히 맡겨버린 후 다시는 찾지 못한 적이 있'다한다. 나는 내면의 황금을 모조리 맡겼는데 상대는 나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충격은 상당히 크다. 나도 분명 마음과 생각이 통하는 친구 같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를 이용하는 것 같은 불쾌한 감정을 갖게 된 사람이 있었다. 이제 와서 무슨 우정을 운운하냐며 나 자신을 나무라지만, 배신당한 것 같은 억울한 생각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함께 보낸 시간이 아깝고 무엇보다도 내가 상대에게 털어놓았을 나의 이야기를 되찾고 싶다. 나의 속마음을 훤히 보여 주었으니 나의 황금 열쇠를 쥔 상대방은 나를 마음대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 아니냐고 억울해한다. 나보다 더 혹독한 경험을 한 정여울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내 마음 깊은 곳의 무의식은 '이제 너는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숙했다'라고 조언한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만큼 그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식의 유아적인 감상은 때려치우라고 말한다. 친구에게 내면의 황금을 맡긴다고 해서, 그것이 사라져버리거나 망가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타이른다. "

 

 

이 일을 계기로 누군가와 케미가 통하는 것 같을 때 얼른 적정한 거리를 두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이는 나의 내면의 황금을 일회적, 소모적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게다. 내가 맡긴 황금을 상대방이 점차 소홀히 여기고 아예 갖다 버린다 한들 내게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진리를 몰랐던 게다. 그렇다면, 반대로 나는 누군가의 내면의 황금을 소중하게 맡아줄 수 있는가?

 

 

" 이미 나에게 내면의 황금을 맡긴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들의 꿈을 들었고, 그들의 아픔을 들었고, 그들의 깊은 한숨 소리와 흐느낌을 들었다. 나는 이제 누군가가 내게 맡긴 내면의 황금을 잘 보살피는 '황금의 메신저'가 되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 타인의 고민을 완전히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그의 곁에서 온 힘을 집중하여 그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우리는 황금의 메신저가 될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아니다. 황금의 메신저가 될 자신이 없다. 나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도 녹록지 않고 나 자신의 한숨과 흐느낌을 보담는 데에도 서툴고, 나 자신의 꿈을 주체하기도 버겁다. 내 주위에는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아픔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상, 적절한 위로와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인간으로서의 도리 또는 의무감을 발휘하려 하겠지만, 상대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숱한 상처와 희망을 바라보는 것은 여전히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누군가의 황금을 떠맡을 정도의 용기와 힘이 생길 때, 우리는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라는 정여울의 목소리를 떨쳐 버리기가 쉽지 않다.

 

 

 

 

 

제3장 <안내자: 문득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간절해지는 것들>에서는 '개성화'를 고민해 보았다. 『데미안』의 싱클레어는 '참나'를 찾기 위해 영혼을 산산조각 내어 다시 처음부터 창조하는 인물로서,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한 끝없는 탐구, 세상이 요구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직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한 새로운 싸움' 즉'개성화'의 표본이다. 구스타프 융의 언어로 개성화를 표현하면 더욱 투철한 그 무엇이다. '진정한 개성화란 자기 안의 신화를 살아내는 과정'이다. 사회화 및 조직화에 철저히 선을 그어 놓고 자기 안의 꿈을 좇아 진정한 자신이 되어가는 것, 평범한 일은 못된다. 신화에 가까운 미션이다. 그래서, 원대하지만 어렵기에 늘 타협하고 싶은 유혹이 넘치는 이 여정을 걸어가기 위해서 '안내자'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 삶의 고통으로 위기를 맞은 헤세는 심리학자 융을 안내자로 만나 치유와 성장에 성공했다. 정여울에게는 헤세와 융이 친절하고도 염격한 안내자가 되어 주었다. 안내자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개성화'의 무기는 '용기'이다. '집단화의 위험성'에 빠지지 않고 우리 자신의 자유를 지킬 수 있는 용기, '혼자서도 광야의 벌판에서 견딜 수 있'는 용기 말이다. '그 모든 타인의 요구나 집단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나에게 더 어울리는 나만의 길을 가는 데에는 '개성화'즉 '나다움'의 가치를 믿을 수 있는 용기가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남들이 하는 대로 크고 작은 조직이 바라는 대로 맞춰가는 편이 오히려 더 마음 편하고 가시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모른다. 나 혼자만의 길을 가기에는 외롭고 고통이 따른다. 헤세의 『페터 카멘친트』는 '사회화를 배격하고 내면화, 개성화의 길을 옹호한 진정한 개인주인자' 카멘친트가 겪는 고통의 여정을 보여준다. 농부가 되어 고향에 정착하여 안온한 삶을 살 수 있지만, 문학, 역사, 철학의 신비에 눈을 뜨고선 글쓰기를 자신의 길이라고 믿는다. 열정과 영감이 타오르는 환희의 시간을 경험하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글이 부끄러워져 몽땅 불에 태워버리는 환멸의 시간으로 접어들게 된다. ' 개성화는 나를 만들어가는 작업이자 잃어버린 나를 발굴하는 작업이고, '사회화'를 통해 마모되고 억압되어버린 진정한 나 자신을 되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될리 만무하다. 카멘친트는 자신의 글쓰기에 절망하면서 한편으로는 고독과 독립의 훈련도 견뎌내야 했다. '고독할 수 있는 자유, 혼자 놀 줄 아는 것은 개성화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나도 평소 '나다움'을 추구해서인지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상황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다. 대화는 칭찬을 필요로 하고 칭찬은 자랑을 유발한다. 자랑은 비교를 촉발하고 너와 나를 비교하다 보니 우위라는 것도 생기고 내 편, 네 편이 형성되며 미움이라는 독소가 파급된다. 잃어버린 나를 찾기에도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한데 집단에 소속되고자 그들 틈에 끼어들고자 이렇게 비행을 일삼다 보면 나는 결코 나일 수가 없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떠들어댔고, 그것이 페터 카멘친트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도 예의상 대거리를 해주었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느낌이 들어 더욱 괴로워진다. (---) 그는 그 쓸모없는 수다가 너무도 권태롭게 느껴지고 그런 군중과의 잡담 속에서 점점 자신이 품격을 잃어간다고 생각했다. "

 

 

개성화의 뼈아픈 통과의례에 내몰린 카멘친트는 고통을 안고 방랑의 길에 오른다. 만남이 있고 상실이 있고 또 고통이 있다. 그러나, 이 방랑의 길에서 겪는 고통은 그 '무게가 더해질 때마다 그의 영혼을 한 뼘씩 자라'나게 한다. 특히, 아시시에서 알게 된 성자 프란체스코의 삶은 '타인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 인생을 바친 한 아름다운 영혼의 깊이를 이해'하게 해주어 카멘친트의 개성화 과정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이제 그의 방랑은 '순례'가 되고 지금부터의 순례길에서 진정한 우정과 진실된 타인에의 이해를 배운다. 순례의 여정은 그에게 '자신의 작품을 창조할 수 있는 길을 찾'게 해주었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자신에게 주어진 길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아무리 편하게 보여도 많은 사람이 걸어가는 길을 거부하고,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나만의 고유한 길을 포기하지 않는 것, '유일무이한 인격체로서'의 나에게 내가 가져할 예의이자 의무이다. 헤세처럼, 카멘친트처럼 '스스로 창조한 꿈의 왕국에 사는 고독한 왕'이 될 의지를 얼마나 강하게 가졌는지 자신에게 되물어본다.

 

 

 

제4장 <탐구자: 『데미안』의 탄생>에서는 '개성화'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에고를 꺾고 셀프를 찾아가며 우리 안의 데미안을 발견해야 한다. 화려한 가면을 쓰고 있는 에고에 끌려다니다 보면 '결코 인간이 되지 못하고 개구리나 도마뱀이나 개미로 남아 있'거나 '상체는 인간인데 하체는 물고기'인 채 '완전한 자기 자신'이 되지 않은 상태로 끝나버린다.

 

 

"에고가 팽창하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만 신경 쓰다가 결국 셀프의 간절한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개성화의 투쟁을 멈춰버리고, 안락한 사회화의 길에 만족해버린다."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려는 마음으로 셀프를 따르는 데에는 고통이 뒤따른다. 자신의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꺼내야 하고 콤플렉스와 트라우마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 고통을 감수한다면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그전에는 꿈꾸지도 않았던 성장을 한다'. 악당 크로머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며 에고에 집착하던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녀석을 때려죽여버려'라며 두려움과 마주하라고 촉구한다. 자신의 비겁함과 두려움을 들추어내기로 결심하자, 싱클레어에게 '진정한 내면의 셀프를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과 싸울 용기'가 생기면서 드디어 회복탄력성이 작동한다.

 

 

그러나, 마지막 구원은 오직 싱클레어 또는 나 자신만이 해낼 수 있다. 셀프를 통해 진정한 개성화에 도달하는 과정에는 끊임없이 내면의 '크고 작은 용'과 싸워야 한다. 진정한 자기인식을 회피하려는 '저항'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 세계를 깨뜨리'려는 '투쟁'을 하며 '가장 어두운 악의 세계와 가장 아름다운 신의 세계를 모두 합일시킨 전체성의 신, 아프락사스'에게 날아가야 한다.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가지고 드높은 이상을 꿈꾸면서도 안정된 삶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피스토리우스가 되는 데에 그칠 가능성을 넘어서야 한다. 아프락사스처럼 비상하기 위해 싱클레어는 혼자 가야 한다. 개성화의 길을 가도록 이끌어준 영혼의 스승을 이제 자신의 내면에 새겨두었기에 앞으로 계속될 내면의 투쟁은 싱클레어 혼자서 해낼 수 있다. 연약한 가짜의 내 모습인 에고를 벗어던지고 내 안의 진정한 나인 셀프를 이끌어내어 '나다운 나'로 살아가기 위해, 데미안 같은 스승과 멘토가 반드시 있어야 할까? 없으면 개성화를 이루지 못하는 걸까? 물론 아니다. 나의 고통을 치유하고 더 강하고 지혜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데에 '내 안의 누군가'를 찾으면 된다. 나약한 안락함에 안주하려는 나를 벼랑으로 몰아붙이며 '거기 안주하면 안 된다'라고 신호를 보내는 누군가가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다. 심리학자 융이 '무의식'이라 표현한 이 '누군가'는 '모든 것을 다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내적 자원이다. 무의식의 능력을 온전히 발동시키기 위해 정여울은 '읽고 쓰기를 매일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면 매일 개성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라 말한다. 나 스스로 회복시키는 힘은 내 안의 크고 작은 고통을 이겨내고 내가 진정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내 개성화의 비결은 끊임없는 읽고 쓰기였다. 읽음으로써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작품 속 주인공을 만나고, 글을 씀으로써 내가 결코 고통에 지지 않을 용기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았기에 나는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히는 그 모든 문제를 껴안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 가까이에 데미안은 없다. 그러나, '읽기'라는 스승을 안다. 아직도 사회화와 개성화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진정한 나의 삶을 세우려는 험난한 일보다 여러 사람과 잘 어울려 대체적으로 만족할만한 삶을 살고 싶은 유혹에 휘달릴 때는 읽기에 더욱 힘써라는 사인을 나의 셀프 또는 무의식의 요청을 듣게 된다. 특히, 소설을 허구의 세계에서 끄집어내어 나의 세계로 환원시키며 나의 세계를 더 또렷이 보라고 한다. 문학, 철학, 예술이 일렬로 전열에 들어서자 쓰는 것에도 의미가 생겼다. 헤세처럼 정여울처럼 쓰지 못한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 진중하게 읽고 마음대로 써 보는 것, 이것으로 나도 '내면 깊숙한 곳의 장소를 찾'아 개성화에 이르는 헤세의 길에 동행할 수 있다.

 

 

 

제5장 <예술가: 그 끝이 비극인 줄 알면서도 달려가다>에서는 헤세의 두 작품 『게르트루트』와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을 이야기한다. 예술가라고 하면 쾌활함과 기쁨보다는 고통과 고뇌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다. 정여울 자신도 몸이 아픈 '하강'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나'를 주어로 하는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픔의 터널을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면서 '전에는 밟아본 적 없는 마음 깊은 곳의 후미진 그림자까지 다다르고'나서야 '그저 나 자신만으로도 충분한 글쓰기'가 가능해졌다. '깊이 하강하는 것은 항상 상승에 선행한다' 즉, '더 밝은 세상을 비상하기 위해, 더 어둡고 깊은 내면의 심연으로 침잠해야 했던 것'을 말해준다. 헤세도 『게르트루트』에서 진정한 창조를 위해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고, 예술을 창조하기 위해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인물 '쿤'을 이야기한다.

 

 

"그는 더 깊은 자신과의 만남을 위해 그 누구도 자신의 행동반경 안에 들이지 않으려 한다. 자기 내면의 가능성과 만나기 위해 자신의 세계를 '봉인'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점차적으로 사람들과 유리되고 나 홀로 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외로움과 소외감이 두려워 때로는 일상 속 그들을 놓지 못한다. 그들과 함께 하는 단조롭고 공허한 일상적인 삶을 택하려는 유혹은 너무 강하다. 그러면서도 한 번씩 결연한 의지가 발동할 때는 속세로부터 벗어나 나 혼자만의 깊은 심연에 파고들기를 선택하곤 한다. 비단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삶의 '상승'을 위해, 나다운 삶을 위해, 삶의 진정성과 희열을 회복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혼자됨의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헤세의 인물들처럼. 불의의 사고로 왼쪽 다리를 쓰기 못하게 된 젊은 음악도인 쿤도 처음으로 떠난 혼자서만의 여행을 통해 '한 번도 꺼내 보지 않았던 내면의 깊숙한 진심을 읽는다'. 고마움과 질투, 분노와 연민이 교차하는 우정도, 도달하지 못하는 행복을 기대하게 하는 이룰 수 없는 사랑도 쿤에게 절망을 가져다주지만 그의 음악은 점점 아름다워지고 음악가로서 커다란 명성을 얻게 된다. 자신의 고통과 우정과 사랑 속에서 경험한 또 다른 차원의 고통은 인생에 대한 성찰을 갖다주었고 이는 고스란히 자신의 음악에 우러나기 때문이다.

 

 

"쿤은 사랑을 잃었지만, 예술과 우정, 그리고 인생에 대한 비극적인 성찰을 얻었다. 그 끝이 비극인 줄 알면서도, 인간은 달려간다. (---) 가장 눈부신 것이 결국 가장 큰 아픔을 예비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비극의 향기에 도취한 사람들은 끝까지 달려간다. 비극인 줄 알면서도, 그 뼈아픈 운명을 우리는 기꺼이 사랑한다. "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은 불타오르는 창작의 열정과 창작의 우울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요소에 대해 느껴보게 한다. 헤세는 우울증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그림을 시작하며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한 열정'을 선택했다. 정여울도 책을 만드는 동안에는 설렘과 떨림이 뒤섞인 열정에 불타다가도 책이 막상 나오면 '어떤 격렬한 반감'이 솟구치는가 하면 우울한 감정에 휩싸인다 한다. 클링조어 역시 창조의 기쁨과 예술가의 열정으로 가득 차지만 항상 '공허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다. 절망이 깊어가는 가운데 끝까지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은 '행복해지는 데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며, '단 하나의 희열을 향한 순수한 집중'을 통해 영혼의 자유를 쟁취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헤세가 화가로서 삶을 시작한 이래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고흐를 만나게 된다. 고흐가 화가로서 자신감을 잃고 절망에 빠져들면서도 계속 열정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클링조어처럼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가 없고,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필요 없이, 그저 내가 내 영혼을 그리기만 하면 된다는 깨달음'도 가졌기 때문 아닐까? 다만 고흐는 창작의 희열보다 지긋지긋한 창작의 고통이 더 강력하게 움직이는 순간에 생이 끝나버렸고, 클링조어는 '진정한 자기'의 씨앗을 키워내는 기쁨을 맛보면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낸다. 반전의 묘미를 드러낸 이 책의 결말은 인생에서 고통을 맛본 우리 모두의 결말이 되면 좋겠다. 비록 예술가는 아니더라도 나름의 창조적 열정을 품고 무시로 우리를 위협해오는 크고 작은 우울을 무사히 통과하면 좋겠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에 집중하고, 타인과 싸우는 인생이 아니라 자신을 진정 사랑하려는 노력으로 완전한 충족감을 누리면 좋겠다.

 

 

 

 

제6장 <아웃사이더 :소시민적 삶을 향한 저항>에서는 헤세가 한때 히피들의 숭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70년 미국에서 일어났던 '헤세 르네상스'에 관한 이야기인데 '소시민적 삶을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지지했던 히피 세대는 헤세에 열광했다'라고 한다. 이들은 헤세의 『황야의 이리』를 경전으로 삼았다. 이 책은 '국가'나 '대중문화'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 '개인'이나 '나다움' 또는 '자연스러움' 같은 소박한 가치를 잃어버린 사회 현실을 풍자한다. 주인공 할리는 한때 천재 작가로 최고의 지식인으로 인정받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미국의 대중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류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한 은둔자'의 처지가 되어 버린다. 시대를 탓하지만 개선할 방안이 없고 이 삶이 싫어도 다른 삶의 가능성 또한 생각해내지 못하는 무력감 속에서 할리는 인생의 내리막길을 걷는다. '인간임과 동시에 이리이며, 정상인임과 동시에 비정상인이며, 지킬이자 동시에 하이드'인듯한 자기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그러나, '미친 사람만 입장 가능'한 마술극장에서 '자기 자신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처음으로 느껴'보면서 전환점을 찾는다. 자신의 이중성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한계와 자신에 대한 규정에서 벗어남으로써 '나'라는 울타리로부터 해방되는 황홀경을 경험한다. 그러나, 나를 벗어던지고 어떻게 할 것인가? 할리가 마술극장에서 깨달은 바는 '당신이 심각하게 고민하는 바로 그 문제가 당신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시대와 불화하는 나를 벗어던지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 인생을 좀 더 사랑하고 다가올 나날에 대해 불안해하지 말아야 한다. '그토록 비난하던 야만적인 본성이' 할리 자신에게도 숨어 있는 이상, 이 세상을 선과 악으로 구별짓고 자신을 타자와 구별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다. 삶의 모든 비극적 면모에 대해 모차르트 같은 경쾌한 유머와 일탈의 몸짓으로 맞서며 긴장의 밧줄을 놓아주는 것, ' 인생의 희극성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 보는 것으로 할리의 방황에 희망의 빛이 깃든다.

 

 

"한평생 '인간성'과 '야수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했던 지식인 하리 할리는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이는 것만 같다. 당신이 아직 웃을 수 있다면, 아직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고. 삶의 모든 어처구니없는 불행들을 때로는 유머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거라고."

 

 

 

제7장은 앞서 여섯 장에 걸친 헤세를 찾아가는 여정의 마무리 단계이다. 방황과 고통을 겪고 시대와 불화하기도 했던 헤세의 주인공들은 여러 갈림길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회복한다. 주인공의 죽음마저도 전에 알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깨달음과 함께 하는 선택이다. 헤세를 읽어나가는 독자의 여정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각 작품마다 깨달음을 얻어 가며 결국은 '해탈'의 경지에 서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마지막 장의 제목은 <구도자:마침내 깨달음을 향하여 한 걸음>이며 구도자의 대명사인 '싯다르타'가 등장한다. 헤세의 작품 중 가장 색다른 것이라면 『싯다르타』를 꼽겠다는 정여울의 첫 멘트에 귀가 솔깃해진다. 헤세 자신의 인도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실제 부처인 싯다르타와 (이와는 상당히 다른) 헤세의 주인공 싯다르타, 이렇게 두 명의 싯다르타가 등장한다. 헤세의 싯다르타는 '욕망의 극한까지 걸어가 봄으로써 욕망을 이해하려' 했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인간을 이해'하려 했다. 그러나, 헤세의 싯다르타는 절망, 패배, 실수를 알지 못하고 '이 세상 사람들을 모두 자신의 눈 아래에' 둬버리는 오만함에 갇혀있다. 더군다나, '늙음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권태와 절망에 물들어버린 채로 인생을 마감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져' 괴로워하며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권태와 굴복을 견디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겸허함이 결여된 헤세의 싯다르타, 그의 인생의 반환점은 바로 죽으려 했던 순간이다. 숨어 사는 현자로서 뱃사공으로 위장한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지리멸렬한 삶을 견디는 기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기술'을 터득하면서 비로소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소소한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임을 깨우친다. 더 나아가, 결정적인 깨달음은 '사랑'이다.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면서 깨달음에 도달한다.

 

 

"인간에 대한 사랑, 인간의 부족하고 창피하고 덜떨어진 부분에 대한 사랑, 그리고 형편없이 망가져 보일지라도 여전히 모든 사람과 함께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 대한 사랑, 그는 이 세상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이 부족했다. 그런 사랑이 없다면, 그는 결코 깨달음의 길을 완성할 수 없었다."

 

 

 

 

 

이렇게 정여울의 걸음을 따라 헤세의 삶과 작품들을 여행해 보았다. 여기에는 헤세의 삶의 흔적이 베여있는 장소들의 동화 같은 정경이 무대가 되어주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던 헤세가 인간적으로 다가온 기분이다. 헤세는 뛰어난 통찰력과 실행력으로 나는 감히 넘보지 못할 완벽한 인생을 살았을 거라는 '편견'에서 벗어난다. 나는 감히 상상하지 못할 절망, 방황, 위기를 겪으면서도 좌절하기를 거부하고 삶의 회복을 추구하며 부지런히 옮겨 다녔던 헤세를 알게 되었다. 안일한 삶의 손길 가운데 넉넉하게 멈추어있지 않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따라 앎과 전진을 향해 거침없이 움직이었던 헤세를 만나게 되었다. 모든 것에 만족하게 하고 편안히 내려앉게 할 것 같은 목가적인 자연 풍광을 무대로 여러 번 옮겨 다녔지만, 그의 마음에는 항상 열정이 불타올랐고 자신과 세상을 향한 용기 서린 사랑이 넘치고 있었다. 이렇게 '시민적인 세계의 고요함을 피해 변화무쌍함 속으로 걸어들어갔던 헤세이기에 역동적인 작품들을 낳을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몇몇 인물이나 몇몇 유명 문장들은 헤세의 작품이 이루는 방대한 스펙트럼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헤세의 다양한 인물들이 그려내는 수갈래의 삶을 보면서 나의 삶에 가라앉아 있는 기이한 갈등과 바람들을 들추어 낼 수 있었다. 결국은, 문학을 통해 나를 바라보게 되고 문학 속 세계에서 내가 살아가는 세계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가장 큰 결단은, '나다움'에 집중하며 나를 사랑하고 타인과 세상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것이다. 헤세처럼, 헤세의 인물들처럼, 정여울처럼 낯선 곳에서의 여행을 통해 또는 일상에서의 조그마한 방황을 통해 나에 대한, 세상에 대한, 인생에 대한 편협함을 벗어버려야 한다는 간절함을 느낀다. '반드시' '꼭' '절대로' 등등 정해진 것을 고수하려는 내재화된 룰을 깨뜨리고, 나의 '그림자'안에 숨지 말고, 빨리-열심히 하려고 해도 안되는 일에 있어서 나 자신을 소모시키지 말며, 주위를 둘러보며 '나만 이상한가?'라는 의구심에 몰려 내 걸음을 떼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결국, 이 책을 통해 나에게도 각성과 성찰, 그리고 성장이 주어졌다. 이 모든 배움과 깨달음을 <에필로그: 부디 내게도 그런 순간이 오기를>에서 한 번 더 정점에 이르는 정여울의 섬세하고 치밀한 언어로 한 번 더 새겨두고 싶다.

 

 

 

"나는 소시민적인 삶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정착민으로 살아가지만, 페터 카멘친트, 크눌프, 골드문트 등 헤세의 주인공들을 통해 유랑의 기쁨, 노마드의 행복을 배웠다. 내가 온전히 느낄 수 없는 기쁨일지라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끔씩 어설프게 모방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은 조금 더 말랑말랑하게 바뀔 수 있었다.

 

 

이제 나는 희대의 독학자 헤세를 통해 '혼자 걸어가도 괜찮아'라는 마음, '혼자 배우고, 혼자 느끼고, 혼자 나아가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혼자 가는 길이 결코 잘못되거나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 아님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 어떤 정파나 학파에도 속하지 않고, 어떤 정당이나 조직에 들어가지 않아도, 당당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 헤세를 예전보다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

 

 

 그리고, 또 하나의 울림과 깨달음이 있다. '우울'과 '절망'에 관해 더욱 난관적이고 여유를 갖게 되었다. 어차피 인생에는 무채색과 유채색이 공존하며 밝음과 어두움이 혼재한다는 것을 '머리'로 알고 실제로 경험도 해 본 바이지만, 좋지 못한 일, 재수 없는 일, 내 뜻과 정반대로 돌아가는 일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절망'하며' 허무'해한다. 사실 내가 정여울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러 글에서 문득문득 도드라져 나오는 그의 우울 때문이다. 정여울은 무턱대고 소탈하고 쾌활하거나 비합리적으로 긍정하며 부유하지 않는다. 힘들어하고, 견디어내고, 벗어나고자 한다. 이런 상황들에 겹겹 스며있는 우울을 가감 없이 꺼내 보인다. 정여울의 글이 전해오는 우울해할 줄 아는 힘, 우울을 견디어내는 어려움을 말할 줄 아는 힘, 우울을 문학으로 다스려가는 힘은 부지불식간에 나의 삶에 파장을 일으킨다. 어려움 앞에서 부드럽게 풀어지며 '뭐, 어때. 괜찮아'라며 맞닥뜨려볼 힘이 생겨난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에 또 하나의 보석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기다리고 있다. 절망은 새로운 생명을 각성시키는 신의 도구라니, 절망이 안도로 변환된다. 정여울의 절망과 우울이 어둡지 않은 이유는 헤세에게서 이런 '절망의 기술'을 배웠기 때문이다. 정여울이 사랑하는 헤세의 길을 걷다가 마지막에 도달해보니 나에게도 어떤 에너지가 그득히 충전되었음을 발견한다. 이러니 어찌 정여울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러니 어찌 헤세를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도 헤세는 내가 절망한 것은 결코 허무 때문이 아님을 일깨워주었다. 헤세는 『유리알 유희』에서 이렇게 말한다.

 

신은 우리를 죽이기 위해 절망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내부에 새로운 생명을 각성시키기 위해 신은 우리에게 절망을 보내는 것이다. - 『유리알 유희』 (저자 번역)

 

이런 헤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헤세를 통해 절망조차도 '새로운 생명'으로 바꾸는 힘, 절망의 그림자를 속속들이 받아들여 언젠가 내가 지닌 가장 뜨거운 희망의 에너지로 바꾸는 사랑의 힘을 발견하고 있다."

 

 

 

 

 

이 글은 예스 24 리뷰어 클럽의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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