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카프카’ 다와다 요코의 새로운 대표작
환상과 실제의 경계를 유랑하는 북극곰 삼대의 연대기
2011년 제64회 노마문예상 수상작
2016년 클라이스트상 수상작
2017년 여성을 위한 워릭상 번역부문 수상작
인간 사회에 동화되어 살았고 인간들 사이에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스타 북극곰 삼대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동물적 정체성을 찾고자 하며 삶을 향한 굳은 의지, 사랑과 예술에 대한 강한 욕망을 드러낸다.
언어와 언어 사이를 줄타기하며 인식의 세계를 항상 낯설게 하는 작가 다와다 요코의 『눈 속의 에튀드Etuden im Schnee』(2014)가 현대문학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독일로 이주한 다와다는 일본어와 독일어 2개 언어를 사용하여 일본 문학과 독일 문학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혹은 어디에든 속하는 초국적이고 혼종적인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 소설은 일본어로 쓰였다가(2012년 『눈의 연습생』) 독일어로 쓰였는데(2014년 『눈 속의 에튀드』), 다와다 요코를 한국에 최초로 소개했던 독문학자 최윤영 교수가 독일어 판본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누이트의 전통과 그리스 신화의 ‘칼리스토’, 단군신화의 ‘웅녀’에서 『아타 트롤』, 「곰 세 마리」, 『곰돌이 푸』, 『내 이름은 패딩턴』, 테디 베어에 이르기까지 곰은 수천 년 동안 인류 문화 속에서 다양하게 변주되어 왔다. 다와다는 이 새로운 소설 『눈 속의 에튀드』에서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인 곰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전 세계적으로 ‘크누트 마니아 현상’을 일으켰던 독일 베를린 동물원의 유명한 아기 북극곰 크누트(2006~2011)로부터 실마리를 얻어, 여기에 그녀 특유의 상상력을 더하여 북극곰 삼대의 연대기를 탄생시켰다.
각각 익명의 북극곰-딸 곰 토스카-손자 곰 크누트의 이야기 세 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장마다 화자가 교체되고 그에 따라 어조가 바뀌는 다양한 서술 층위를 가지고 있다. 제1장의 북극곰은 냉전 시대 소련에서 서커스단의 곡예사로 일하다가 자서전을 쓰게 되는 인물(동물)이다. 당시 소련의 많은 작가들이 그러했듯 이 북극곰 또한 망명의 길을 걷는다. 제2장에 등장하는 곰 토스카는 앞 장의 북극곰의 딸로, 발레리나의 꿈이 좌절되어 서커스단으로 옮겼다가 세계 순회공연까지 하게 된다. 독일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서커스의 흥망성쇠를 함께하는 인물(동물)이다. 제3장의 곰 크누트는 토스카의 아들로, 인간들로부터 모성애를 강요받던 토스카에게 버림받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인간들 사이에서 스타덤에 오르는 인물(동물)이다. 인간 사회 안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 곰은 동물원으로 내몰리고, 시대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라는 새로운 역할을 곰에게 떠맡긴다.
『눈 속의 에튀드』에서 특기할 만한 부분은 동물 이야기라고 하면 으레 우화와 같이 인간 사회의 은유로 여기게 마련인데, 다와다는 이 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의 시선이 아닌 동물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는 것이다. 즉 동물의 내면 깊숙이 파고들어, 인간의 입장에서 동물이 응당 그러하리라 짐작했던 바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에서 직접 항변하고 있다. 그렇기에 삶을 자술하는 동물의 기록은 독특한 문학적 장치로서 기능하게 된다.
[…] 작가의 진정 새로운 착상은 곰에게 자서전을 쓰도록 하는 데 있으며 이로써 ‘곰 이야기를 쓴다’는 작업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차원을 보여 준다. 자서전自敍傳의 정의가 필리프 르죈이 주장하듯 자기가 자기 삶에 대해 쓴 글이라는 점, 또한 거기에 자서전의 진실과 약속이 담겨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작가는 자서전이라는 정의까지도 동물을 등장시켜 허구임을 드러내고 유희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의 곰은 이제까지 자기가 살아온 삶이 아니라 살아갈 미래를 글로 쓴다고 하지 않는가. 삶과 글의 관계는 이렇게 전도된다. […]
_ 428~429쪽, 「작품 해설」에서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어느 한 방향에서 부감하거나 고착화된 관점에 매몰되는 것을 거부해 왔던 다와다는 이번에도 능수능란하게 월경越境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경계 혹은 한 인물과 다른 인물이 겪는 이야기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곰의 언어로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삶을 그림으로써, 낯익은 것을 낯설게 만들어 진면목을 마주하게 할 뿐만 아니라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이면까지 새롭게 들여다보게 한다.
창의적인 곡예와 철학적인 깊이가 담긴 『눈 속의 에튀드』는 다와다의 독보적인 상상의 세계를 보여 주는 동시에 이민자, 사회화, 동물 보호, 환경문제, 계급 등 우리 시대의 사회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아울러 그녀 스스로가 이미 경험한 바 있는 정체성의 혼란과 예술을 향한 욕망, 사랑을 매우 섬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로 그려 낸다.
[서울신문] 2015년 6월 24일 자 「크누트를 아시나요?…북극곰 母子의 비극」
KBS Joy [차트를 달리는 남자] 167회(2020년 1월 18일 방영) 「동물들의 미스터리한 의문사」
『눈 속의 에튀드』는 음악에서의 ‘에튀드(연습곡)’처럼 전조轉調되는 소설, ‘에튀드(연구)’란 단어의 본래 의미처럼 세 북극곰의 시각에서 문화사와 시대사를 연구하는―E. T. A. 호프만의 ‘수고양이 무어’나 카프카의 ‘빨간 페터’가 자신들의 전기傳記를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소설이다. 기독교 신화에서 곰은 가장假裝 예술가이자 변장한 악마이며 그런 점에서 곰의 언어는 거짓의 언어이다. 그러나 다와다가 우리 앞에 풀어놓는 곰들은 친근한 동물이고, 변신 후에도 인간을 잡아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고 애쓴다. 한편 다와다는 실제 사실에 기반하여 크누트의 혈통에 대해 들려주는데, 세대 소설, 이민자 소설, 시대소설, 동물 소설이라는 만화경에 반사된 나머지 부분은 그녀의 어마어마한 상상력에 힘입은 것이며, 이는 때때로 초현실주의와 마술적 사실주의를 연상시키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상상력이다.
- 귄터 블람베르거, 2016년 11월 20일 다와다 요코 클라이스트상 시상 연설에서
다와다 요코는 불안정한 우주를 써 내려간다. 윙윙대는 파리는 이마에 부딪치는 문장이 되고, 귀앓이는 임신이 된다. 그것은 외국어로 의미를 더듬거나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는 것 같은 해리解離를 초래한다. - [애심토트 저널]
다와다 요코의 텍스트에서는 꿈의 영역과 현실이 유쾌하게 겹쳐진다. 세부 요소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자명해 보였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해 준다. 『눈 속의 에튀드』는 시대사로도,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프리즘으로도 읽을 수 있다. 아니면 단순히 흥미로운 동물 이야기로, 혹은 이민 문학에 대한 패스티시로도 읽을 수 있다.
-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줄거리와 구성의 경이로운 하모니에도 불구하고 『눈 속의 에튀드』에서 진정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책장에서 뛰쳐나와 실제로 노래하는 다와다의 글 자체다.
- [NPR(미국공영라디오방송)]
이 소설은 다와다 요코가 처음에는 일본어로 썼고, 그다음에 그것을 독일어로 직접 번역했다는 의미에서 ‘이중으로 번역’되었다. 심지어 번역의 추가 층도 가지고 있는데, 이를테면 책의 제1장은 러시아어 화자인 곰에 의해 서술되기 때문이다. 가족과 고립에 대한 힘 있는 이야기 속에서 줄거리 자체는 세계를 누비는 북극곰 삼대를 따라간다.
- [페이스트 매거진]
『눈 속의 에튀드』는 몽환적인 환상과 실제에 근거한 현실의 몹시도 생경한 혼합물이다. 인간과 비인간, 자아와 타자 사이의 투과성에 대한 카프카적인 탐구인 다와다 요코의 황홀한 소설은 또한 이주, 시민권, 기후변화와 같은 시의적절한 문제를 다룬다.
- [내셔널(스코틀랜드 일간지)]
다와다는 카프카의 위대한 제자다.
- [뉴욕 타임스]
다와다의 통찰력 있는 아이러니와 덤덤한 초현실주의는 집(가정-고향-고국)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마모시키고, 틀로부터 자유로운 또 다른 이야기를 탄생시키기 위해 결합한다. 매혹적인 정신에서 나온 흡인력 있는 작품.
- [커커스 리뷰]
소설의 첫 번째 곰은 글쓰기를 ‘위험한 곡예’로 묘사한다. 『눈 속의 에튀드』에서 다와다는 노련한 서커스 출연자의 힘들이지 않은 우아함으로 이 곡예를 성공시켜 보인다.
- [WWB(국경 없는 말들)]
『눈 속의 에튀드』 속 동물 캐릭터들은 자연상태를 미화하기 거부하면서 혼성적 존재를 추구한다.
- [하퍼스 매거진]
『눈 속의 에튀드』는 압도적으로 인간만을 위한 세계에서 지각知覺 있는 곰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익살스러우면서도 심도 깊은 관점을 선사한다.
- [뉴리버플릭]
다와다의 작품은 브루노 슐츠, 실비나 오캄포, 프란츠 카프카에 비견할 만하다. 웅장한 낯설게하기.
- [뉴요커]
다와다 요코는 언어 장인匠人이다. 그녀는 노련하게 단어들을 분절해 택하거나, 다다이즘과 비슷한 종잡을 수 없는 방식으로 이 새로운 소리들을 의미로 채워 새로운 단어를 발명한다. 그녀의 시와 구어 퍼포먼스는 작가로서의 진귀한 재능에 대한 증거다. 산문일뿐더러 실제 사건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 속의 에튀드』는 바로 그 동일한 유형의 시적 어조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독자들이 초반부터 안락함을 느끼는 이 소설에서 홀로 자신만의 몽환적인 세계를 창조해 냈다.
- [도이체벨레 아카데미]
다와다는 공 위에서 균형을 잡거나 사냥하는 것같이 색다른 관점에서 글쓰기를 바라보라고 요구한다. 우리는 이처럼 글쓰기를 지적 예술만이 아니라 신체적 예술로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 [3퍼센트,(로체스터 대학교 번역 프로그램)]
언어유희와 내러티브가 터뜨리는 폭죽. _「나이트 아웃@베를린」(독일 미디어·문화 블로그)
다와다는 이 초월의 공간―생각건대 너무도 명백하게 인간의 것인 언어가, 인간이 아닌 다른 종과의 상상의 친밀감을 가지도록 만드는 공간으로 독자를 완벽하게 데려간다.
- [풀 스톱,(서평·인터뷰 사이트)]
다와다는 언어가 창의적 사고를 맥동하는 삶으로 이끌 수 있다는 진리를 입증한다.
- [보스턴 글로브]
북극곰을 주제로 한 곡예 같은 글쓰기로 다와다 요코는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거닌다.
- [WLT(오늘의 세계문학)]
『눈 속의 에튀드』는 망명, 이주, 사랑에 관한 담론들로 넘쳐흐르고 인간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등 여러 층위에서 작동한다.
- [스펙테이터]
다와다에게 있어 글을 쓴다는 것은 위안이다―곰들이 작중에서 자연스럽게 쓰듯이 우리가 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부분들을 그러모아 우리 내부에 언어로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던 본질적인 무언가를 표출하는 것이다. 『눈 속의 에튀드』의 위대한 승리는 이 과정을 문자화하고, 표현의 형이상학적 문제를 구체화된 서술로 치환하는 데 있다.
- [봄BOMB 매거진]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다와다의 이야기는 유동적인 세계 속 개인의 운명을 극적으로 보여 준다.
- [뉴욕 선]
새로운 유럽 소설의 독특한 편집증적 문체에 대한 두드러진 공헌.
- [브루클린 레일]
대담하고 위대한 줄타기 곡예.
- [WDR(서부독일방송)]
『눈 속의 에튀드』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서정성과 아름다운 필치는 그 언어를 전혀 곰다운 것이 아니게 한다. 이 기묘한 전제를 지나치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단 그렇게만 된다면 명성, 이민, 기후변화, 인권, 전쟁, 그 밖의 수많은 토픽을 다루는 복합적인 이야기가 열린다. 다와다는 동물에 관한 책이 인간을 꿰뚫는 훌륭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작가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 [바벨 매거진,(번역 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