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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나비 철수

윤유나 | 아침달 | 2020년 06월 29일 리뷰 총점8.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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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6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08쪽 | 156g | 125*190*8mm
ISBN13 9791189467180
ISBN10 1189467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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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86년 문경에서 태어났다. 낮과 밤이 자주 바뀐다.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를 엮었다. 1986년 문경에서 태어났다. 낮과 밤이 자주 바뀐다.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를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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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나의 친구 예진이」 중에서

출판사 리뷰

씩씩하고 자유로운 시적 투쟁의 기록

윤유나의 첫 시집 『하얀 나비 철수』가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윤유나는 등단이라는 관례를 거치지 않고 한 권의 시집을 통해 처음 독자 앞에 선다. 그는 첫 시집에 약 41편의 시와 산문을 통해 씩씩하게 전진하는 언어의 힘을 담았다. 사회와 여성과 예술에 관한 사유들은 때로는 직진으로 솔직하게, 때로는 앞 문장이 뒤 문장을 배반하는 둔갑의 형식을 선보이며 자유롭게 도약한다. 이원 시인은 이러한 윤유나의 시를 두고 “여성으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나 데리고 나오기’”라고 평하며, “그 투쟁의 기록”이라고 덧붙인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
인간을 지켜주고 싶다는 것


“씩씩해, 씩씩해 미치게 하소서”
―「더 좋은 날」 부분

윤유나의 시는 당돌하다. 그의 시는 직진하는 언어로 가득하다. 이는 윤유나 자신이 산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시는 언어로 쓰는 것”이라는 진실을 깨달은 데서 오는 목소리인 듯하다. 시는 당연히 언어로 쓰는 것이지만, 이 말의 속뜻을 정말로 이해하는 시인은 그리 많지 않다. 일례로 어떠한 시를 보면 마치 시로 그림을 그리려 했거나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유나가 전술한 깨달음에 앞서 “나는 시가 소리로 그리는 그림인 줄 알았”다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생각에 관한 표현과 다르지 않다.

“세상을 다 알 것 같”은 깨달음은 다른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쓰레기」라는 시에서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나’(라는 주어)는 느티나무 밑에서 발견된다. 지쳐 숨을 내쉬는 거리, 지나치게 따뜻한 거리. “눈알 굴러다니는 공중전화 박스”가 있는 거리. “달아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는 것. 어쩌면 세상은 쓰레기라는 것. 그런 세상에서 “달아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느티나무 밑에서 발견된” 나 또한 길 고양이들조차 눈길을 주지 않는 ‘쓰레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속된 부정의 인식 속에서 반대로 세상은 살아보고 투쟁해볼 만한 장소가 된다.

당신들은 쓰고 싶고, 당신은 말하고 싶다 / 권위 있는 지면 위에서 자폭하고 싶다
―「종이 해변」 부분

잘 들어두세요 사회에서 만난 여인이 내게서 나가는데 기억이 / 세상을 내버려둬요 우리를 // 이제야 평등을 생각해요 두서없이 말하지만 나한테서 나갈 거예요 나는
―「더 좋은 날」 부분

다리를 조금 벌리고 쉽게 죽은 여자의 몸을 파고드는 그 / 수뇌부가 타고 있군 / 창자까지 / 불 없이 / 색 없이
―「마음 그 후」 부분

시와 사회, 몸과 죽음, 그리고 인간과 여성성에 관한 화두가 깨달음 속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행과 행이 서로 배반하는 동시에 아주 익숙한 속어들로 구성되는 것은 윤유나 시의 특징이다. 김정은 문학연구자는 이에 관해 “윤유나의 시는 평범한 사람들이 내는 평범한 목소리에 대해서 우리의 언어가 충분히 형용하지 못한다는 점 역시 예민하게 가리키고 있”다, 라고 지적한다.

더불어 행간의 배반과 속어의 전개는 독자가 너무 깊이 시에 침윤되는 것을 막아내려는 시인의 의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쁜 새끼 / 적어도 네가 아픈지는 알아야지 (…) 시만 사랑하라는 법 있어”(「혁명의 거짓말」)라고 시인은 직설한다. “시로부터 인간을 지켜주고 싶었다. 시를 둘러싼 욕망이 인간을 망가뜨리는 모습을 보면서. 시는 언어로 만드는 물질에 불과하다. 인간을 망가뜨릴 수는 없다.”라고, 무력함을 느끼면서도 용기 내어 말하는 윤유나에게서 시와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고, 시로부터 인간들을, 누구보다 시인들을 보호해내고자 하는 의지를 엿보게 된다. 그것은 또한 윤유나가 꾸준히 시에서 말하고 있는 사랑의 한 얼굴일지도 모른다. “‘사랑’에서 ‘사람을 사랑하는 것’으로 확장된 질문 위로” 날아가는 헬리콥터 같은 모습 말이다.

추천평

윤유나는 오래 시를 써왔어요. 그러니 그 시간에 ‘울고불고’가 있었겠지요. 그러나 멈춤은 없었지요. 윤유나의 시집을 읽다 보면 탐정의 조끼를 입게 돼요. ‘주술적’과 ‘감각적’이 만나면 어떤 시가 탄생하는가, 그런 독특함이죠. 그런 마력이죠.

여성으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나 데리고 나오기’. 이 과정은 생생하고 직진이고 솔직해요. 그 투쟁의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아는 방식으로는 안 써요. “먼저 사라지는 쪽을 살아”가는, 뒤 문장은 앞 문장을 배반하는 “둔갑의 즐거움”을 선택해요. “나한테서 나갈 거예요 나는”, “평등”에 이를 때까지 이 행위를 거듭하겠다는 다짐은 “모두가 사랑하나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바다”가 존재하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 “그런데 다 같이 노래하는 지옥은 왜 필요한가”, 질문이 계속되기 때문. “시가 잠을 자고 있다 완성되는 과정의 당연한 노동이며 여자의 일이다”, 이 수행을 의무가 아니라 권리로 선택했기 때문이죠.

이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윤유나만이 가진 힘이죠. “아름다운 건 비겁한 게 아니니까”, 눈물 솟게 하다가도 반드시 웃게 만드는 지점에 다다르죠. “사랑했지만 잘 안 됐”는데, “왜 인간을 뜨겁게 사랑하면 안 되는데”, 그러잖아요. (그러니까요!) “씩씩해, 씩씩해 미치게 하소서”, 그러네요. (그러니까요!) “어머,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잖아요. 방점은 “어머,”에 있죠. 넘어진 바로 그 자리를 가뿐하게 들어 올리는, 짐짓 모르는 척하는 유머. 이러니 “이발소 차녀의 기도”가 당당하게 깃드는 이곳에, “하얀 나비 철수”가 날아드는 새로운 이곳에 어찌 멈추지 않을 수 있겠어요.
- 이원(시인)

아침달이 오래 고민하며 선택한 새로운 시인을 선보입니다. “다같이 노래하는 지옥”에서 “정말로 인간을 보호해주고 싶었다”라고 선언하고 있는 윤유나의 첫 시집 『하얀 나비 철수』를 만나고서 당신이 부디 괴롭다가 즐거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경험이 윤유나의 경험들과 겹쳐질 때마다 당신이 더없이 무서워지고 동시에 더없이 건강해지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자유로웠던 시도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걸 윤유나 시인을 통과하며 저처럼 당신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온갖 미사여구를 바쳐야 끝나는 생의 모든 걸 건 아첨” 따위는 하지 않을 때에, 오히려 시인의 언어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부디 실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언가가 집약될 법한 지점에서 돌연 도약을 감행하는 시인의 용감한 걸음을 기꺼이 따라가 주세요. 매번 끝에서 멈추지만, 그 끝은 끝 너머의 끝이며 우리가 살아온 이곳의 한가운데라는 것이 놀랍고도 반가울 겁니다. 이렇게 해서 인간의 언어가 인간을 보호해줄 수도 있다는 믿음이 우리에게 다시 한번 도착할 것입니다.
- 김소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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