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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6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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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80쪽 | 688g | 152*215*24mm |
ISBN13 | 9791157844265 |
ISBN10 | 115784426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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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문학에 대한 많은 관심은 인문학의 지형도마저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동서양의 철학과 역사, 문학과 관련된 고전들을 인문학의 영역으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과학, IT, 생물학과 같은 분야 역시 인문학의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 영역이 '컨버젼스'라는 명목으로 각 영역의 보완을 통한 새로운 인문학의 형태로도 등장하고 있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는 현대인들이 보다 손쉽게 인문학에 접근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다루면서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방대한 고전을 곁에 두고 읽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기에 이 책은 날마다 꾸준히 인문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의 출간은 항상 반가울 수밖에 없다.
여섯 번째 『퇴근길 인문학 수업』의 키워드는 '뉴노멀'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나가기 위해 갖춰야 할 주제들로 선정된 내용은 불안이 엄습하고 있는 우리 삶에 인문학이 어떤 위로가 될 수 있는지, 이 시대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데 필요한 교양은 무엇인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와 지구, 디지털과 아날로그, 일과 인권, 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전반에 스며든 이러한 사상들이 인문학적인 사고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인문학이 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고전적인 질문과 함께 인문학이 그저 과거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변화와 축적을 거듭하면서 그 영역이 계속 확장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하여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인생 최대의 목표가 장수이던 시대도 있었다. 요즘은 다들 삶의 목표가 행복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모두 '행복 앞으로'를 외치는 요즈음, 정말 행복한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 p. 293 中에서 -
인생의 목표와 삶의 가치에 대한 생각은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어 왔다. 이는 철학의 주요 주제이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궁금해하면서 스스로의 상황에서 자문하게 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사회적 환경은 계속 발전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대답은 없다. 그저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거기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과거에는 그저 30 ~ 40대를 넘어서서 오래 사는 것이 목표이지만, 현재 우리는 오래 사는 것은 이미 기정 사실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고민은 가족에 대한 태도,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 성숙한 어른에 대한 생각으로 확장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미처 인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다양한 인문학적인 사고가 개입되기 마련이다.
불치병으로 시달리는 사람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생전에 연명치료에 대한 포기를 밝히거나 안락사의 도입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효(孝)'의 관점에서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의학의 발달은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동시에 죽는 것조차 쉽지 않게 바꿔 놓았다. 즉, 치료될 가능성은 없지만, 온 몸에 튜브와 관을 각종 의료장비에 연결하여 연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중받아야 마땅한 것이기에 과거에는 이러한 연명을 위한 치료에 대한 논의는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연명 치료기간이 장기화됨에 따라 남은 가족들이 받는 경제적, 정신적 고통은 물론이고 의식없이 그저 생물학적으로만 살아있다는 것이 인정되는 그 삶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이제 공론화되고 또 바뀌고 있다. 여기에서는 어떤 것이 올바른 선택인 것인지에 대한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러한 과정 자체가 인문학이 시대에 맞게 바뀌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른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역시 그러한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어른이라 하면 인생의 선배로서 공경의 대상이 되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어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바로 '어른다운' 어른의 부재에 대한 생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학생일 때만 하더라도 어른에 대한 공경은 귀에 따갑게 들었고, 실제 대중교통에서 어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고,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거리감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중년이 된 입장에서 요즈음 어른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라보면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딱히 대중교통에서 과거와 같이 어른들에 대한 자리 양보는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각박한 삶 속에서 어른에 대한 공경이 사라진 것일까? 하지만 요즈음 어른의 존재가 과거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과 경험 때문인지 모르지만, 요즈음 어른들은 자신들이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양보와 배려는 의무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의 어른에 대한 시선은 자업자득의 측면이 크기 때문에 그저 어른의 입장에서 서운해하기 이전에 성숙한 어른으로서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동양의 '장유유서'의 논리는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공유경제, 구독경제, 중고시장 등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생산과 소비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사유재산을 기본으로 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재화를 소유하고 소비하는 '협력적 공유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 p. 66 中에서 -
인터넷의 등장과 그에 따른 급속한 발젼과 변화는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에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현재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IT 기술의 발달을 필수적으로 인용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발달에만 할애하지 않는다. 바로 '소유에서 접속으로'라는 타이틀로 인간의 의식 변화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마르크스가 부르주아를 생산수단을 장악한 주체로 파악했던 것처럼 인류는 오랜 시간 '소유'를 '부(富)'로 인식했다. 경제적인 시스템과 지표는 모두 '소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심지어 인간의 가치관과 삶 역시 '소유'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그렇지만, IT 기술의 발달과 함께 최근 숙소는 물론 차량, 도구, SW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이 '공유'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는 과거 생산수단이 특정 계층이 소유하던 것에서 누구라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래서, '부(富)'에 대한 기준은 물론 삶의 스타일 역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최근 등장한 '미니멀리즘' 역시 접속을 통한 '공유'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접속'은 단순히 생산수단에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다. 만약 이러한 활발한 접속이 없었다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 사태에 대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접속을 통하여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정보는 물론 다양한 생활 지침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코로나 사태가 이정도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 유럽에서 흑사병이 유행했을 때, 소유하던 것을 챙겨서 시골이나 한적한 곳으로 피난을 하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약간의 제약은 있지만, 여전히 일상의 삶을 누릴 수 있었던 것 역시 바로 '접속'의 힘이기에 사회의 변화를 다루는 인문학의 영역에 이제는 '접속'이 추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 장면 1
시민이 주도권을 쥐고 민중이 지원하는 형태의 혁명이 터지고 왕을 반역죄로 처형한 프랑스의 존재는 주변 국가의 여러 왕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 p. 336 中에서 -
◆ 장면 2
절대권력을 휘두르려는 왕의 압제를 끝내는 데 한목소리를 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수준의 자유가 부여된 것은 아니었다.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은 너무 적었고, 이른바 능력을 갖춘 그들은 자신들의 자유를 최대한도로 행사하기 위해 나머지 사람들의 자유를 질식시키고 있었다.
- p. 343 中에서 -
이 책에서 프랑스의 '대혁명'으로부터 촉발된 변화를 꽤 상세히 다룬다. 인문학에 대한 책이니 역사를 다루는 것이 새삼 색다르게 느껴질 이유는 없었지만, 두 장면을 잠시 머릿속에서 떠올리다보니 수백년이 지난 전혀 다른 공간인 한국의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사실 이 장면은 그저 역사로만 알고 있었는데, 면밀히 살펴보면 이 장면들은 현재 우리의 사회 곳곳에 적용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프랑스 대혁명'의 파급 효과를 차단하기 위하여 유럽의 왕국은 '대프랑스 동맹'을 맺으면서 여러차례 전쟁을 치루게 된다. 이 상황에서 나폴레옹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등장하여 '대프랑스 동맹'을 여러차례 격파하면서 그들이 우려했던 혁명의 기운은 유럽의 곳곳에 스며들게 된다. 사실 나폴레옹의 군사적 성공은 이런 측면에서 더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혁명'이라는 급격한 변화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과거 민주화 운동은 물론 노동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1980년대에 노동 투쟁이 격화되었을 때, 그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기업은 그것을 억누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의 경제 발전이 근로자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이뤄진 측면을 놓고 보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와 그것을 억누르려는 경영주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후 노동자의 권익 보호는 확산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노동시장은 모두 적절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일까? 자동차를 조립하는 데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왼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조립한다는 표현처럼 노동계는 양극화되어 있다. 분명 정부 또는 기업인들에 맞서서 그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에는 노동자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참여를 하였지만, 그로 인하여 얻게 된 파이의 크기는 제각각이다. 심지어 노동권 내부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같은 노동자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프랑스 대혁명'이 자유와 평등, 박애라는 측면에서 큰 의의를 갖지만, 실상 신흥 부르주아에게 자유가 더 집중되었다는 평가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비단 이것은 노동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과거 대학생들을 비롯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서로 입장을 달리하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활동하는 것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역사는 무수히 반복되면서 거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여 교훈은 얻지 못하고 그저 역사의 반복만을 경험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생각들을 이 책과 함께 '퇴근길'로 상징하되는 짧은 시간에 해볼 수 있다는 점은 바로 『퇴근길 인문학 수업 : 뉴노멀』을 읽는 진정한 이유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시리즈의 키워드 '뉴노멀'은 단순히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로 인한 변화를 다루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인문학과 연계하여 어떻게 바라보고 또 인문학이 과거의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외에도 리뷰에서 다루지 못한 이 책들의 내용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혜와 교훈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과거의 것들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 이 시리즈는 그러한 생각에 변화를 줄 수 있기에 추천해본다. 무엇보다 지친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을 인문학적인 사고로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니 이 책을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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