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싫어하던 아이들이 독서에 푹 빠진 이유는?
엉뚱해도 괜찮고, 공평해서 즐거운 이야기식 독서토론!
“책놀이를 곁들인 이야기식 독서토론을 아주 재미있고 행복하게 설명하는 책입니다. 현장 독서토론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을 통해 학교 독서토론 교육이 새 힘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임영규,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회장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조언을 하는 분은 많지만 ‘어떤 책을 누구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말해 주는 분은 귀합니다. 이 책과 더불어 마음을 치유하고 스스로의 삶을 가꾸는 힘을 키워 가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김영우, 인제대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우리 아이, 도대체 책은 언제 읽으려고 저러는지 너무나도 걱정이다. 억지로 책을 들려줘도 1분도 안 되어 던져버리고, 학교에서 내준 글쓰기 과제에는 ‘ㅋㅋㅋ’와 비속어만 잔뜩. 왜 책이 싫은지 물어봐도 “몰라요”, “글쎄요”, “그냥 싫어요”라며 대답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독해 능력과 작문 실력이 아이의 인생을 좌우할 거라는데, 이렇게 책을 안 읽어도 되는 것일까?
『나를 통째로 바꾸는 독서토론: 3단계 질문과 토론으로 ‘읽기’가 달라진다!』의 저자 정지숙은 28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커뮤니케이션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실감했다. 아이들이 책을 싫어하는 이유와 토론에 참여하길 두려워하는 이유, 그것은 모두 아이들의 자발성이 빠진 일방적 소통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억지로 독서를 강요해봤자 책에 대한 흥미만을 떨어뜨릴 뿐이다. 독서토론도 마찬가지, 사회자가 중심이 된 토론에서는 마음껏 질문하기도 힘들고 원래 말을 잘하는 아이들만 주목을 받는다.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이야기식 독서토론’에 주목한다.
경쟁? 승패?
경청과 이해야말로 토론의 핵심!
“토론이 왜 싫어요?”라고 물어보자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토론하면 싸워야 돼서 싫어요.” 아이들은 왜 토론을 싸우는 것이라 생각할까?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토론이어야 할 텐데… 저자는 토론이라는 단어에서 싸움을 떠올리는 아이들의 인식이 안타까웠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이야기식 토론을 교육현장에 도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이야기식 독서토론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친구와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이, 서로 질문하고 대화하면서 생각이나 느낌, 의견을 나누는 토론을 말한다. 경쟁식 토론 과정이 경쟁과 승패를 중요시한다면, 이야기식 독서토론은 자발성과 경청을 중요시한다.
이야기식 독서토론은 상대방의 의견이나 생각을 경청하고 수용하여, 자신의 삶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고 성찰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토론 방식은 아이들이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갖도록 도와주는데,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고 깊이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말이든 자유롭게 허용되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야기식 독서토론은 기존의 경직된 분위기의 토론과 달리 편안한 분위기에서 발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의적인 사고를 촉진한다. 내면의 소리를 자연스럽게 발산하도록 도와주어 참여도를 끌어올릴 때, 아이들은 비로소 자신의 주장을 정교하게 만드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사회자나 토론 리더가 이끌어가는 독서토론이 아닌, 모두가 토론 리더가 되는 이야기식 독서토론은 아이들이 당당한 사회적 주체로 살아가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교육방식이라 할 수 있다.
3단계 질문과 토론으로,
우리 아이의 ‘읽기’가 달라졌어요
이야기식 독서토론은 총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에서는 책을 읽기 전에 표지와 제목을 보고 자유롭게 책의 내용을 상상해본다. 2단계에서는 책을 읽은 후에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만들어본다. 가장 중요한 3단계에서는 책의 내용과 나의 삶, 우리 사회의 문제를 연결하여 보다 깊이 있는 독서토론을 해본다.
“왜 여우는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을까?”, “여우의 입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어린이도서연구회 마크는 왜 고양이 얼굴일까?”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책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의 표지를 보고 만든 엉뚱하고 귀여운 질문들이다. 1단계에서는 책의 표지와 제목만 보고 질문을 만들어보는 활동을 해본다. 이 단계에서는 근거나 이유를 말해야 하는 질문보다 자신의 경험, 생각, 느낌, 상상을 쏟아낼 수 있는 질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상상력의 날개를 단 질문들을 통해 책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2단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에 대한 질문을 만들어본다. “만약 나라면 사라처럼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항상 뒷좌석에만 앉아야 했던 사람들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내가 백인이었다면 사라와 같은 흑인의 인권 회복을 위해 앞장설 수 있었을까?” 흑인 인권운동가 로사 파크스의 이야기를 어린이책으로 각색한 『사라, 버스를 타다』를 읽고서는 등장인물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생각하면서 타인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키워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정답이 있는 질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주인공이 버스를 타고 가려 했던 곳은?”과 같은 질문을 만들면, 주인공의 목적지를 말한 다음 더 이상의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질문을 만들어 토론을 활발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단계는 우리의 삶과 사회문제를 책의 내용과 연결 짓는 보다 고차원적인 사고가 필요해진다. “기후 난민을 도와줄 책임이 있는가?”, “만약 갑자기 집과 고향을 버리고 어쩔 수 없이 이민을 가야만 한다면?”,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단계는 평소에 우리 삶을 돌아보고,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지 않다 보니 많은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단계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단계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문제와 연결한 질문들을 통해 그림책 속 내용들은 종이를 벗어나 나의 삶, 친구의 고민, 우리 이웃의 슬픔이 되어 아이들을 성장으로 이끈다.
당신과 나의 삶을 바꾸는 독서를 위하여
질문은 힘이 세다. 질문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질문은 우리를 생각하게 만들고, 나아가 행동하게 만든다. 저자 정지숙은 질문이 세상과 나를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제부터 질문하는 삶을 살자!’고 다짐한다고 머릿속에서 질문이 샘솟진 않는다. 우리는 무엇보다 책을 읽을 때 가장 많은 질문을 떠올릴 수 있다. 텍스트는 우리의 머리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우리의 삶에서 새로운 장면들을 발견하게 만든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독서토론이 중요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놀라운 발견이 가득한 삶을 사는 것, 우리 아이들이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나를 통째로 바꾸는 독서토론』과 함께 일방적 소통이나 강요, 귀찮은 과제가 아닌 엉뚱해도 괜찮고, 공평해서 즐거운 독서토론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