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원리로 그림 읽기

김지훈

영진닷컴/2019.11.29.

sanbaram

요즘 각종 전시회가 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동서양의 그림이나 조각 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전시회에 갔을 때 처음 보는 그림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고 느껴야 하는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그림을 보는 기준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원리로 그림 읽기>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국민대학교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하여 10년 동안 광고, 인터넷 분야에 몸담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애니메이션 및 시각효과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미국 Microsoft 본사에서 컴퓨터 그래픽 아티스트로 재직 중이며, 디자인 실무자를 상대로 다양한 디자인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디자인 원리로 그림 읽기>는 저자가 서문에서 “우리에게 내제된 그림(디자인)을 판단하는 능력이 어떠한 디자인 원리에 기반하는지 알아보아 조금 더 명확한 방식으로 그림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p.4)”라고 밝혔듯이 디자인 원리를 그림이나 조각 등 미술품 감상에 적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시각의 균형과 단순한 아름다움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Part 1에서는 ‘시각의 균형에서는 미술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 시선의 흐름’ 이라고 정의하고 설명을 시작 한다. 시선의 흐름에는 ‘흐름’과 ‘정지’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특성은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생명잉태의 정자와 난자, 음악의 리듬과 멜로디, 나아가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에서 사용되는 흐름과 정지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Part 2에서는 ‘그림에도 가독성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라는 전제하에 설명한다. 얼마나 쉽게 물체나 공간의 의미를 관객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지, 인물의 행동이 어떠한 영향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전체적인 배경은 인물을 어떻게 초점화하고 있는 지를 통해서 주제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가독성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단순함’인데, 이는 ‘아무것도 없음’이나 ‘결핍’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함은 주제 주변에 배치되어 주제를 돋보이게 만드는 최고의 서포트로서 아름다움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부드럽고 반복적인 전개 부분과 감각을 사로잡는 절정 부분은 그림이나 이야기, 음악 등 장르에 제한되지 않고 공통되게 나타나는 예술의 근본 구조입니다.(p.14)” 흐름은 그림에서 시선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같은 것을 반복적으로 사용해서 마치 선같이 보이게 되면, 눈은 그 선을 타고 움직인다. 그런 흐름을 크기를 달리해서 배치하면 큰 곳에서 작은 곳으로 시선을 이동시키는 효과가 생겨 더 깊은 관찰을 하게 만든다. 시선의 흐름을 고려해서 해를 약간 오른 쪽에 놓는 것이 왼쪽부터 오는 해의 움직임을 전체적으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이다. 가장 효과적인 배경은 왼쪽에 단순하고 느슨한 각도 변화를 가진 언덕이나 구름이 배치되어 있을 때다. 반면에 오른 쪽은 조금 더 작고 디테일한 언덕이나 구름이 있을 때, 왼쪽이나 오른쪽에 치우치지 않은 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대낮에 풍경을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것처럼 큰 공간에는 밝음을, 작은 공간에는 어두움을 배치하는 그림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밤에는 대부분이 어두운 가운데 약간의 부분만이 밝다. 낮의 상황을 정비례로 본다면 밤의 상황을 역비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면적 대비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균등면적 대비 : 특히나 작은 동물을 볼 때, 왜 귀엽다는 생각이 들까요? 큰 눈과 작은 손 때문이라고 절대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머리와 몸의 비례가 균등한 유아기의 인간과 비슷한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동물이든 자동차든 적용되는 원리다.

*고면적 대비 : 머리와 몸의 비례가 균등면적 대비보다는 크고 극면적 대비보다는 작을 때, 인간의 관점에서는 성인기와 같이 가장 성숙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동물들이 해당한다.

*극면적 대비 : 머리가 작은 동물은 다른 신체가 길쭉하곤 합니다. 이런 극면적 대비 동물들의 시각적 특징은 둔하다는 것이다. 사례인 홍학은 육상 동물보다는 빠르지만 새 중에서는 매우 느린 편이다.(p.82)

“흔히 어린이용 장난감 자동차라면 큰 헤드라이트나, 커다란 바퀴를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바퀴가 절대적으로 크다고 말하기보다는 바퀴와 차체와의 크기 비례가 비슷하다고 말하면 더욱 정확할 것입니다.(p.85)”

“단순한 공간이 크고, 작은 공간에 집중된 핵심 요소가 배치될 때 가장 효과적인 예술적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p.86)” 가장 효과적인 공간 대비인 70 : 30이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위에서 아래로 내려 보는 구도는 수평선이 캔버스의 중간에 위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수평선이 중간에 오면 벽과 바닥의 관계는 50 : 50 정도의 비례가 되어, 벽과 바닥이 지분 경쟁을 하게 된다. 이 구도는 바닥이 시야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멀리 볼 수 있는 공간감을 잃는다고 한다.

“그림은 밝음과 어두움이라는 명암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p.142)” 레이어는 오버랩이랑 유사한 개념이다. 조금 더 스케일이 큰 배경화에서 거리감을 나타낼 때 쓰는 오버랩의 확장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편리하다. 배경 그림을 하나의 이미지로 생각하지 않고, 여러 개의 층이 겹친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한다. ‘레이어’라는 개념은 순수 회화나 사진, 영화, 게임 연출 등 다양한 곳에 쓰이는 기술이다. 레이어별로 밝기를 조절하면 분리감이 탁월해진다. 근경은 어둡고, 중경은 중간, 원경은 가장 밝게 하면 시선이 근거리에서 원경으로 이동해 나아가는 효과를 얻는 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어떠한 디자인 고정관념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어떠한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을까를 스스로 생각하며 읽어낼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만들 때의 고려사항도 다루어 관객 입장에서 작품의 수정 방안까지도 생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p.206)” 이와 같이 말하며 ‘그림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장 적은 공통점으로도 일관성 있는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모든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디자인 원리를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따라서 그림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기준을 갖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