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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이라는 것을 해 본 적 있었나? 어린이집 졸업할 때 동생들이 불러줬던 노래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내가 했던 작별은 그리 슬픈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작별인사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작을 위한 책이 아닐까. 하는 설레임으로 책을 만났다. 그러나 무척 슬픈 작별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엄청 눈물이 났다. 설레임으로 시작했던 마음은 금세 슬픔으로 가득했다. 그렇지만 따뜻함이 느껴졌다. 왜 그럴까... 아마 가족이 서로 위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슬픔 속에 따뜻함이 무엇일지 고민해 보았는데 ‘사랑’이 떠올랐다. 서로 아껴 주고 위하는 마음, 아플 때 함께 해서 고통을 이길 수 있는 힘은 바로 ‘사랑’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때론 다투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이제는 ‘우리 집에 없다’라는 소식은 굉장히 슬프고 무섭기도 하며, 앞으로 일어날 미래가 걱정이 될 것이다.
그래서 언니를 잃은 슬픔을 온 가족이 함께 느끼고 서로 위로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의 슬픔과 엄마의 슬픔, 아빠의 슬픔이 모두 다르게 보이지만, 그 안에서 서로를 위해 위로하고 아픔 속에서 세상을 떠난 언니를 모두 잊지 않고자 약속하는 그 모습은 비슷했다.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가족의 마음이었다.
비록 언니는 세상에 없지만 내 마음속에 언니는 영원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주인공은 언니가 살아있을 때부터 만들었던 모자를 완성한다. 그 모습에서도 슬픔을 잘 이기고 언니를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비르기트 언니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내가 대신해서 언니에게 편지를 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비르기트 언니에게
언니, 안녕?
지금 언니와 함께 놀 수는 없지만 언니와 함께 했던 그 동안은 무척 재밌고 행복했었어.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내 마음속에는 언니가 있으니까, 지금 우리 모두 언니를 그리워하고 있어.
특히 아빠가 무척 슬퍼하셔.
언니, 언니를 위해 만든 모자를 거의 다 완성했어. 언니에게 꼭 선물하고 싶어.
언니, 지금은 얼굴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언니를 생각하고 추억하는 마음만 있다면 언니와 함께 있는 것이랑 다름 없다고 생각해.
우리 모두 언니를 영원히 기억할 거야.
언니, 비르기트 언니, 사랑해.
끝까지 언니를 잊지 않을게.
- 비르기트를 사랑하는 동생이 -
작별인사라는 말이 이렇게 슬픈 뜻인지 생각해 보지 못했다. 내게도 작별인사를 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마음을 잘 다스리고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을 잘 돌볼 수 있기를 내 자신에게 바라고 싶다. 그런 일이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무엇보다도 지금 이 순간에 나와 함께 하는 가족, 가끔은 밉지만 그래도 귀여운 내 동생,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소중하게 대하는 마음을 간직해야겠다.
들으면 참 불길한 생각이 드는 단어가 있다. 그 단어는 '죽음'이다. 우리는 생명체로서, 언젠가는 죽음을 겪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평화로웠던 섬 마을에 해일이 밀려오듯, 모든 것이 쓸려나가 없어져 버린 듯, 아파하고 슬퍼한다. 과연, 이 죽음이 뭐 길래, 우리에게 이러한 고통을 주는 것일까? 라고 생각하며 이 책의 첫 장을 넘겼다. '작별인사', 이 책은 '나'의 언니 비르기트가 사팔눈이 된 날부터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 언니를 본 나는 언니가 사팔눈이 된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며 언니와 장난을 친다. 하지만 이 두 자매의 엄마는 언니의 눈을 보자마자 의사와 출근한 아빠에게 전화를 하더니 오늘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나는 언니가 사팔눈이 된 것 뿐인데, 왜 병원에 갈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얼마 후, 아빠가 돌아왔고 언니는 뇌종양에 걸렸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뇌종양이 언니를 죽게 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나는 숙제를 엉망으로 해 가도 선생님께 혼나지 않았고, 아이들이 자신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 주었다. 나는 이 모든 혜택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마냥 좋아했다. 그러다 나는 언니가 꼭 필요한 양 인형을 가져다주러 언니가 있는 병원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언니는 머리카락이 모두 없었고, 표정은 밝았지만 안색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곳에서 언니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대화가 이 두 자매의 마지막 작별인사가 될 것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언니는 큰 수술을 하게 된다. 그 수술은 잘 되었지만,언니는 암이 온몸에 전이되어 죽게 된다. 나는 언니와의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슬퍼한다. 모든 가족과 이웃이 그랬다. 가족들에게 언니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하지만 언니를 위해서 파란색 털모자를 짜고 있던 나는 언니가 죽었음에도 모자를 짜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 어쩌면 언니가 기뻐하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올지도 모르니까." 라고 말하며 말이다. 그렇게 가족은 힘들지만 미소 지으려 노력하며 살아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얼마 전 방영한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마지막 장면에서 '구찬성'이 사랑하던 '장만월'을 떠나보내고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세상에 대한 기억, 그곳에 당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과의 약속을 기억합니다. 언젠가, 시간을 건너 건너 어느 생에 우리가 같이 한다면 그 생에서는 당신 곁에 함께 있기를 바래봅니다." 라고 말하며 죽음으로 힘들게 누군가를 떠나보내기는 했지만, 그 죽음이 다시 새로운 만남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계속해서 불행을 주는 존재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어 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이미 수많은 사람을 나의 한 부분으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것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고,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그저 한 사람이 아닌, 내 마음의 일부를 떠나보내게 되면서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것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 나는, 사랑하는 식구, 이웃을 잃게 되면서 남은 식구들이 격어야 하는 고통이 얼마나 힘들고 아플지 상상할 수는 없겠지만, 고통스럽기에 서로를 더욱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슬프고, 두려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꼭 꺼려하고, 피해야 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죽음, 이라는 아픈 상처 뒤에 가려진 행복한 인연들이 떠난 이를 작별인사 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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