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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19년 03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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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640쪽 | 841g | 148*210*31mm |
ISBN13 | 9791189333157 |
ISBN10 | 1189333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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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지루한 사람과 지루한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는 믿는다. 누군가 건물을 기어오르거나 17명에게 총을 쏠 때면, 이웃들은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그는 정말 조용한 사람이었어요. 거의 지루할 정도였어요." 그는 지루한 사람이 아니라, 발견되지 않은 사람이다. 세상에 지루한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시한 이야깃거리도 없다....모든 것은 의미를 갖고 있다. p.203
수단과 에티오피아가 맞닿은 국경 지대의 난민 캠프, 아이들의 배가 굶주림으로 부풀어 있는 끔찍한 모습을 누구나 티비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자선단체에 후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러한 상황이 자신과는 무관한 다른 세상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마저 지키기 쉽지 않은 그곳에 당신은 신문사의 기자로서 그들 사이에 던져졌다. 이제 이전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장소와 결코 이해되지 않는 일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 매일 75명이 넘는 사람이 죽어가는 그곳에서 밤이 되어야 비로소 잠시 비극에서 물러나 작은 오두막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느끼는 배고픔이 부끄럽고, 두려움은 이기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몇 시간 동안은 이런 세상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데 감사하며 한숨 돌리는데, 귀마저 닫을 수는 없다. 기침하고, 구토하고, 흐느끼고, 곡을 하는 소리가 이어졌고, 그 속에서 나직한 리듬과 반복되는 선율의 노랫소리가 함께 들려온다. 저들은 어떻게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 노래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왜?
에티오피아 기아에 대한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갔던 재키 바나신스키는 그 노랫소리가 에티오피아 난민들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노래로 전하는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다. 그것이 그들에게 학교였던 것이다.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 법률을 전달하는 통로였던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야기와 함께 성장했다. 사건은 지나가고, 사람은 살다 죽고, 삶은 바뀌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는 그대로다. 재키는 그 자리에서 이야기하기의 힘과 역사 그리고 보편성을 처음 깨달았다고 한다. 죽음 앞에서도 되살아나는 것이 바로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재키의 일화를 시작으로 이야기의 중요성을 시사하며, 독자들을 내러티브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내러티브 저널리즘인데, 단순히 정보의 전달말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를 드러내어 소통과 공감을 추구하는 기사와 보도를 말한다. 평생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최고 수준의 글쟁이들이 들려주는 '진짜 이야기'를 쓰는 과정은 놀라웠다.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엔진을 갖고 있다. 이는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으로, 독자들은 이 때문에 계속 읽게 된다. 엔진이 되는 의문은 항상 단순하다. 몇 가지 변형이 있지만, 결국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것이다. 주변의 여러 이야기를 주의 깊게 생각해 보고, 스스로 물어보라. 저 이야기의 엔진은 뭘까? 그건 이야기의 소재나 주제가 아니다. 그것은 이야기가 계속 나아가게 하는 날것의 힘이다. p.477
매년 가을, 하버드 대학교의 니먼재단은 1,000명 안팎의 중견 기자와 편집자 들을 초청해 콘퍼런스를 열고 있다. 사흘 동안 내러티브 논픽션의 기예와 기법에 대한 강의와 워크숍, 토론회가 진행된다. 이 책은 콘퍼런스 발표자들의 최근 경험과 조언의 정수를 담고 있다. 현장에서 내러티브 논픽션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학생과 교사 등 광범위한 이야기꾼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취재와 조사), 유사 장르(회고록, 여행 글쓰기, 에세이, 논평)와 서사 구조, 문학적인 인용, 윤리, 편집 과정, 편집국 스토리텔링, 경력 쌓기 등 그야말로 글쓰기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글쓰기, 창작, 작법에 관한 책은 거의 출간된 모든 작품들을 다 읽어봤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코 이 책이 압도적이다. 논픽션 글쓰기라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다른 장르의 글쓰기들을 모두 포괄하고 있기에 작법 책에 관심이 많다면, 무조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좋은 이야깃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취재, 인터뷰, 현장 기록을 거쳐 전체 초고를 잡고, 사건과 생각, 등장인물들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배열하며 이야기의 구조를 세우고, 장면과 장면 사이를 오가며 효과적인 전달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진실과 공정이라는 윤리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데, 이 주제는 글쓰기 관련 책에서 종종 빠져 있다. 내러티브 글쓰기는 작가가 윤리적 책임을 받아들일 때에만 위대한 보답을 받을 수 있기에, 명확한 윤리적 감수성은 매우 중요하다. 자, 이렇게 초고가 완성이 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다시 읽고 수정하고, 편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야기를 앞으로 나가게 하는 데 필요한 것과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면, 마침내 마지막 다듬기를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과정들은 '진짜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서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51명의 작가와 저널리스트들은 대부분이 유수의 저작상과 베스트셀러의 저자들이다. 그리고 이들 중 30명이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기도 하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내가 그 동안 읽어 왔던 글쓰기, 창작, 작법에 관한 모든 책들 중에서 이 책에 최고이다. 왜냐하면 머리로 쓴 글이 아니라 피와 땀으로 쓴 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10년 동안' '원고지 1만매를 갈아엎고' '600시간분의 녹취록'과 씨름했으며, '100권의 수첩을 3만 5000단어로' 정리해냈다. 이런 게 바로 살아있는, 진짜 이야기이다. 당신이 언젠가 글을 쓰고 싶든, 혹은 계속 독자로 글을 읽고 싶든 간에, '진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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