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퍼센트 완벽한 사진 vs. 2퍼센트 덜어낸 사진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도와 빛을 잘 잡은 100퍼센트 완벽한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사진들이 넘쳐난다. 지금까지 통용되어왔던 사진 룰을 깨부수는 못된 사진, 차별화된 단 한 장의 사진 잘 찍는 법을 담은 69번의 수업 『사진 잘 찍는 법』이 출간되었다. 앉으면 쓰고 서면 찍는 ‘글 쓰는 사진가’ 김홍희의 사진론을 한 권에 담았다.
저자에 따르면 좋은 사진은 100퍼센트 완벽한 착한 사진이 아니다. 오히려 어딘가 비틀어지고 낯설어 보이는 2퍼센트 덜어낸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퍼센트 덜어낸 사진은 2퍼센트 부족한 사진과는 달리 뭔가 부족해 보여도 막상 보완할 점을 지적하려고 하면 말문을 막히게 한다. 촬영자의 개성이 담겨 있는 못된 사진은 착한 사진과 달리 익숙하지 않기에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좋은 작품이 된다. 저자는 제목 다는 일, 움직이는 피사체 찍는 법, 저작권과 초상권에 대한 설명처럼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전 노하우부터 사진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좋은 작가란 무엇인지에 대한 사진 철학까지 69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SNS로 이미지가 범람하고 모두가 사진가가 될 수 있는 오늘날, 자신만의 사진 세계를 구축한 좋은 작가의 철학과 경험이 담긴 사진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작가가 쿠바에서 찍은 흑백사진 40여 점을 수록하여 사진집으로서의 소장 가치 역시 더했다.
한 장의 사진이 예술이 되기까지
사진가 김홍희가 들려주는 사진과 사진 행위에 대한 모든 것
1985년 시작한 일본 유학 생활을 통해 뼛속까지 전업 작가로 살아남는 법을 익혔다는 저자는 40년 동안 셔터를 누르며 사진과 예술, 인생에 대해 치열하게 질문해왔다. 새로운 화각으로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사진을 발표하는 예술가로서의 면모가 짙은 동시에 신문 칼럼과 책의 저자로 대중에게 친숙한 작가이기도 하다.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하여 전국에서 사진 찍는 ‘사진집단 일우’를 가르치는 스승이자 사진 동료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세계 구석구석을 유랑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진가지만 무엇보다 찍는 이의 내면세계를 중요시한다. 사진을 시작한 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사진이 무엇인지 질문하며 찍는다는 그는 지금까지의 익숙한 구도를 뒤엎고 시간과 공간을 독특하게 형상화한다. 늘 보던 피사체도 그가 찍으면 전혀 다른 느낌의 낯선 사진이 탄생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존재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사진 공부를 사진기 공부로 여기고 카메라 기능 배우기에 급급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찍는 이의 고민이 담긴 사진, 찍는 이를 성숙하게 하는 사진을 추구하라고 조언한다.
“사진이 가야 할 길과 작가가 가야 할 길은 광의로는 같지만 협의로는 전혀 다른 목표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이 둘은 시작부터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돕기도 하고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서로가 일치되어가는 과정을 거칩니다. 부조화에서 조화로 가는 것이 삶과 닮았습니다. 사진의 길과 작가의 길이 조화롭게 일치되어가는 과정을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레 몸에 배도록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작가와 작품이 조화롭게 완성을 이루어 한 사람의 작가로 생을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방랑』 『나는 사진이다』 『세기말 초상』 『결혼시말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몽골 방랑』 『상무주 가는 길』 등 수많은 저서를 쓰고 여러 책에 사진을 실었지만 이번에 출간된 『사진 잘 찍는 법』은 아마추어부터 프로, 작가에 이르기까지 사진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 썼다. 사진가, 작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김홍희의 내공이 돋보이는, 사진과 사진 행위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착한 사진은 버려라
다른 사진과 구별되는 단 한 장의 사진 찍는 법
사진기 공부와 사진 공부는 다르다
사진 찍는 도구인 카메라 기능을 익히는 일은 사진의 기본이지만 카메라를 잘 다룬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기 공부’를 ‘사진 공부’의 전부로 알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사진기 공부에서 멈춰 있다면 좋은 사진을 찍는 길은 요원한 일이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철학, 예술학, 문화사와 같은 인문학적 지식을 쌓는 일은 필수다.
빛과 그림자는 한 뿌리다
통상 사진을 ‘빛의 예술’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진을 ‘빛의 예술’이라고 부르는 순간 사진이 ‘그림자의 예술’이기도 하다는 점을 간과하게 된다. 사진을 찍을 때 빛에만 집중하게 된다. 말의 감옥에 갇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사진을 ‘빛과 그림자의 예술’이라고 인식했다면 좀 더 풍요로운 사진 행위가 가능할 것이다. 사진을 찍을 때 의식적으로 빛이 아닌 그림자에 집중해보자. 빛과 그림자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뷰 파인더 너머로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이다.
사진은 한 장의 시와 같다.
한 장의 사진은 구도라고 하는 시각적 운율과 크고 작은 덩어리로 피사체를 배치하는 시각적 리듬에 사물의 진수를 담아 형상화하는 영상시다. 사진은 대상을 다 보여주는 것 같지만 함축과 절제를 통해 곧바로 피사체의 정수를 보여준다. 프레임에 무엇을 담고 무엇을 뺄지 선택하여 찍는 이의 사유와 정서를 표현하는 작업이 사진 행위다. 카메라를 들고 내면을 고요히 들여다본 뒤 자신의 사유와 정서를 가장 극대화하여 표현할 수 있는 배치와 리듬을 찾아보자.
양극단 사이의 모든 세상을 수렴하기
흑과 백 사이에 수많은 계조가 있듯 삶에도 천국과 지옥 사이 각양각색의 모습이 있다. 좋은 사진은 양극단 사이의 다양한 삶을 구현한다. 이 책에 실린 40여 점의 쿠바 사진은 쿠바 하면 떠올리는 현란하고 황홀한 색채, 찬란한 태양빛을 과감히 지운 흑백이다. 원래의 색은 사라지고 상상의 색만 남아 보는 이는 한 장의 사진에서 수많은 색을 스스로 구현하게 된다. 복잡다단한 세상을 수렴하는 미묘한 차이를 구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찍는 행위는 삶 그 자체다
사진 한 장에는 사상과 철학, 교양과 상식, 취향과 습관, 촬영 버릇을 포함한 찍는 사람의 모든 것이 담긴다. 사진이 사진가 자신이라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건드리게 된다. 영적 풍요를 누리는 사람들은 인생을 즐기고 자기 자신과 놀 줄 아는 여유가 있다. 이처럼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찍는 이 자신이 풍요로워야 한다. 사진 찍는 행위를 통해 성숙을 꿈꾼다면 한 장의 사진은 예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