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맨은 나의 영웅이다. 거미줄을 이용해서 이리 저리 이동하며 악당들을 물리치고 사람들을 구해주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 특히 나처럼 평소 조용하고 겁이 많던 사람이 스파이더 맨 옷만 입으면, 내가 바라는 용감하고 멋진 모습의 영웅이 된다는 점이 제일 좋다. 그러던 중 학교 도서관에 ‘스파이더 맨 지퍼’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고 내가 좋아하는 영웅의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는 기대에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의 주인공 무정이는 항상 스파이더 맨 후드 티를 입고 다니는 남학생이다. 숙제도 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맨날 졸고 있어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곤 했다. 그러면서 힘든 일이 있으면 후드 티의 지퍼를 머리 끝까지 올려 얼굴을 가려버렸다. 이런 무정이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진 것은 씨름이지만 엄마는 무정이의 관심을 무시해 버리고 시키는 대로만 하라며 윽박지르곤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무정이는 꿈속에서 과거 무자년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덕령이라는 아이를 만나 힘과 지혜를 합쳐 도깨비와의 씨름 대결을 하고 이겨서 훈장님을 무사히 구출하게 된다. 이 모든 게 비록 꿈이었지만 무정이는 이 일을 계기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용기 있게 말하고 자신감을 지닌 채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무정이의 스파이더 맨 후드 티는 내가 아는 영웅 스파이더 맨의 옷과는 정반대였다. 힘과 용기를 주는 마법의 옷이 아니라 무정이가 힘들고 난처할 때 숨겨주는 옷이었다. 이런 무정이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안타까웠다. 힘들면 말을 하지 왜 자꾸 피하고 숨어버리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무정이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져 그랬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엄마는 항상 ‘네가 최고야~ 넌 무엇이든 할 수 있어!’ 하시며 용기를 주시고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주시는데 무정이 엄마는 ‘네가 뭘 할 수 있겠니, 씨름은 아무나 하는 줄 알아?’ 하시며 무정이의 자신감을 깎아내리는 말들로 상처를 주곤 하였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다 우리 엄마 같진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무정이가 너무 가엾게 느껴졌다.

    하지만 무정이가 꿈속에서 덕령이라는 아이와 서당 친구들을 만나고 씨름 기술을 알려주며 차츰 자신감을 찾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자신감이 없던 무정이가 유일하게 자신 있어 하던 씨름 대결에서 도깨비를 이기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덕령이의 힘, 무정이의 기술 그리고 대소의 작전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 불가능할 것 같았던 도깨비와의 씨름에서 이기는 것을 보면서 서로의 장점과 개성은 다르지만 협력하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세상에는 쓸모없는 재능이란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나와 다른 친구들의 다른 점들을 더욱 이해하고 인정해주려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내용보다도 주인공 무정이가 도깨비와의 씨름을 한 꿈을 꾸고 난 후 자신감 있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화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무정이가 마지막에 스파이더맨 후드 티의 지퍼를 내리고 옷을 벗는 장면에서는 감동스러워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제 더 이상 무정이는 후드 티 안으로 숨거나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무정이에게 용기와 힘을 주었던 영웅의 스파이더 맨 옷은 바로 자신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감이 얼마나 사람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애벌레는 번데기 안에 있을 때는 보잘 것 없고, 허약한 존재이다. 하지만 힘들게 번데기를 벗어던지고 날개를 활짝 편 나비의 모습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난 무정이의 스파이더 맨 후드 티가 애벌레의 번데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정이가 되찾은 자신감이 나비의 날개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소극적이고 조용한 애벌레의 모습이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며, 친구들의 장점과 재능을 인정해주고 서로 협력해나갈 것이다. 그러면 나도 언젠가는 번데기를 벗어던지고 날개를 멋지게 펼친 나비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평소 학교에서 친구들과 얘기도 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도 선생님 말씀을 들으려 하지 않고 쉬는 시간만 되면 스파이더맨 후드티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무정이는' 매일매일 선생님은 물론 엄마에게까지 혼이 난다.

 그러던 어느 날, 반장이 무정이 옆자리에 앉게 된다. 무정이는 반장이 너무 싫어서 스파이더맨 후드티 지퍼를 끝까지 올렸더니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때 엄마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네가 이렇게 반에서 뒤처지면 안 돼! 여기 있는 씨름 책 다 갖다 버려." 무정이는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반장이 호랑이가 있으니까 빨리 도망치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무정이는 호랑이를 보고 너무 놀라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반장이 호랑이를 쓰러뜨리고 무정이 손을 꽉 잡더니 도망치기 시작했다. 무정이는 너무 힘들어서 헥헥거리더니 또다시 엄마의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봐. 운동도 못하는 녀석이 무슨 씨름이야? 운동이 그렇게 쉬운 줄 알아?" 무정이는 그 말을 듣고 반장이 사는 마을까지 달려갔다.

 그런데 사람들이 무정이를 보고 낮도깨비인지 알고 사람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무정이는 반장이 사는 집에 가서 이름을 물어봤다. 반장의 이름은 '덕령이'라고 한다. 그런데 덕령이가 갑자기 다짜고짜 무정이가 도깨비냐고 물어봤다. 무정이는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정이는 스파이더맨이라고 했더니 덕령이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 것 같았다.

 그때 무정이는 자신이 과거로 온 것을 눈치챘다. 일단 덕령이가 공부하는 서당으로 갔다. 무정이는 거미 도령이라는 멋진 이름도 만들어졌다. 그래서 서당으로 갔는데 서당에 있는 훈장님은 없고 훈장님으로 분장한 도깨비가 있었다. 도깨비는 마을 대표 3명과 씨름 대결을 하자고 하고 바로 사라졌다. 씨름 대표는 힘이 아주 센 덕령이, 평소에 씨름에 관심 있는 무정이, 그리고 덕령이의 친구'대소'까지 3명이 대표로 나가게 된다.

 그들은 한 달 동안 열심히 연습하고 승리했다! 도깨비들은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고, 소원으로 무정이는 학교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정이처럼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정이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열정에 감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