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주제를 철학적으로 풀어보는 교양서 누구나 읽는 철학
자식 키우기 참 힘든 세상이다. 뉴스를 보거나 주변에서 들리는 학교 폭력이나 자살, 왕따 관련 소식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양육비와 사교육비까지 감안하면 자식을 키우는 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다. 과연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옛말이 맞는 말일까? 아직 자식이 없는 사람이나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런 문제들만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한 명의 자녀만 낳거나 아이 낳는 것을 아예 피하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고, 정부가 다양한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과연 보육수당, 양육비 지원 같은 경제적인 지원이 늘어난다고 자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까지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생각은 하지 못한 채 그저 아이를 낳고, 먹이고, 가르치는 등등 피상적인 고민만 해온 건 아닐까? 부모로서 자기만의 철학 없이 그저 주변의 시선, 사회의 고정관념에 맞춰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으며, 매순간 갈등에 휩싸인다. 다른 아이와 비교, 사회적인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철학은 부모에게 훌륭한 지침을 제공해준다.
철학은 ‘생각의 방식’을 일러주는 안내자 같은 역할을 한다. 사실 ‘철학’이라고 하면 무조건 딱딱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인간의 존재 이유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은 물론 작고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철학의 힘이다. ‘누구나 읽는 철학’의 책들은 크든 작든, 진지한 것이든 흥미로운 것이든, 평소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고 해석해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에 철학의 세계로 떠나는 재미있는 가이드북이 되기 충분하다.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예비 부모들, 자식을 키우며 지쳐버린 부모들에게 추천한다.
좋은 아빠란 어떤 아빠일까?
“좋은 아버지가 없다면 만들어 내야만 한다.” -니체
“모든 사람이 겨우 몇 시간에 불과한 출산의 순간에만 집중하고, 아이가 태어난 후 어떻게 부모가 되는가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고 있습니다. 아기를 낳으면 필요한 것들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런 준비는 사실 가장 중요합니다. 앞으로 아이가 생기면 상황이 달라지다 못해 완전히 변해버릴 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건 참 좋습니다. 정말 좋은 일입니다.”
자녀, 아빠가 된다는 것의 모든 것
임신과 출산을 직접 몸으로 겪는 엄마에 비해 아빠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지금까지 없다시피 했다. 따라서 ‘좋은 엄마’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된 반면, 좋은 아빠에 대한 논의는 최근에야 시작했다. 물론 ‘전형적인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흔하다. 대개 가족을 보호하고 돈을 벌고 자녀가 잘못을 했을 때 꾸중하는 사람 정도다. 하지만, 이는 피상적일 뿐이며 반드시 이러 해야만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는 급격하게 변했다. 이와 함께 아빠 역할에 대한 개념도 새로워졌고, 심지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져 가고 있다. 가족의 규모는 줄어들었고 이주가 늘었으며 자녀 양육을 전담하던 여성의 사회적 활동도 늘어났다. 한마디로 지금 아빠의 역할은 과도기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도 계속해서 변화하는 사회, 정치, 경제 등의 영향을 받으며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자녀의 요구’다. 아버지 역할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 근거는 ‘무엇이 우리 자녀에게 최선인가 하는 문제’다. ‘자녀’야 말로 ‘아버지가 된다는 것’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아빠,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서 좋은 아빠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최근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로는 자녀가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씁쓸한 이야기만 들어도, 우리 사회에 자녀 양육에 있어서 아빠의 영향력에 대해 우리 사회가 여전히 공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 자기계발서 같은 자녀 양육서들은 아버지 역할은 반드시 어떠해야 한다고 단정 짓거나 자녀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양한 것들을 제시한다. 이 와중에 어떤 것이 아버지로서 바른길을 가는 데 도움이 될지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한걸음 뒤로 물러설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만 삶과 자녀 그리고 부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가치관, 윤리, 지혜 그리고 철학이 탐구를 위한 필수적인 자원이 된다. 소크라테스부터 데카르트를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철학은 풍부한 통찰력과 깊은 성찰 그리고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하며 자녀에게 필요한 아버지가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정보’가 아니라 ‘지혜’를 찾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고, 각 부는 4~5개의 글이 실려 있다. 각각 아버지 역할의 여러 가지 측면을 다루는 주제에 대해 논하고 있다. 각각의 주제를 연결해서 큰 주제(각 부별로 모아)로 엮어 더 깊게 생각하며 읽어도 좋고, 여기저기를 들추어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 읽어도 좋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책을 봐도, 신문을 봐도, 인터넷에 접속해도 수많은 정보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런 사실 관계가 과연 맞는 건지 깊이 살펴보고 그 의미를 따져볼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즉 ‘정보’가 아니라 ‘지혜’가 부족한 것이다. 특히 아버지 역할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넘쳐나는 육아 팁만으로 아빠 노릇을 잘 해낼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자녀는 물론 아버지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놀라운 지혜를 발견하길 바란다.
아빠로서의 ‘확신’과 ‘자신감’을 갖기 위하여
이 책은 오늘날 아버지들이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 논쟁, 경험을 더 깊이 살펴보면서 아버지 역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자 기획되었다. 이 책을 통해 초보 아빠뿐 아니라 많은 아버지들이 유용한 조언은 물론 깊은 통찰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물론 이 책을 다 읽을 즈음에도 여전히 이 물음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각자 나름대로 확신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런 확신과 자신감은 아버지로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훌륭한 지침이자 근거가 되면서 모든 과정마다 도움을 줄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아버지 역할은 무엇일까?
“아버지로서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가를 깨닫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배움이 시작될 것이다.”
-소크라테스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배우고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그리고 어떤 경험이든 주저하지 마십시오. 마음의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험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사전에 미리 준비하고 어떤 경험이든 다 겪을 자세가 되어 있다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닥쳐도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강력접착제를 하나 갖고 있다면, 이것으로 어떻게든 일을 해나가면 됩니다. 더욱 튼튼한 도구가 있다면 그걸로 일을 해내면 됩니다. 어찌 되었거나 그 모든 일이 끝나면 우리에게는 멋지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생기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는 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것이 무척 좋습니다.”
아버지로서의 배움을 시작하며
어떤 사람들은 자식을 낳고 키우며 아빠가 되어야만 진짜 어른이 된다고 말한다. 한 남자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가 부여되는 것은 ‘아빠가 된 그 이후’부터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개 자녀 교육에서 아빠의 역할은 엄마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며, 모성애에 비해 부성애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아버지의 역할은 복잡하기 그지없고 좋은 아빠에 대한 자녀나 배우자의 기대치는 높기만 하다. 또한 아빠는 깨달아야 할 것도 많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던 것처럼, 아버지로서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가를 깨닫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배움이 시작될 수 있다. 이 책은 진정한 아버지로의 배움을 시작하기 위한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철학적인 지혜와 실용적 조언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주제들 혹은 아빠들이 갖는 흔한 고민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아빠가 되면, 도대체 내 삶은 얼마나 많이 변하는 걸까?
- 자녀가 자신만의 가치관을 선택하도록 자유를 주면서도 동시에 아버지의 가치관을 가르치는 방법은 무엇일까?
- 아이를 좋은 사람으로 키우는 기술은 무엇일까?
- 자녀에게 사회정의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가르치는 방법은 무엇일까?
- 과연, 철학은 아버지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 아버지는 대중문화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이 책은 이러한 고민을 통해, 자녀를 키우며 필요한 실용적인 지혜를 깨닫는 것은 물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나아가 아빠라는 중요한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시작점과 결론을 제시한다. 아빠가 된다는 것과 철학의 만남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각 장의 저자들은 자신의 경험은 물론 다양한 일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아빠가 된다는 것의 철학을 풀어낸다. 철학적 사료에서 찾아낸 실질적 조언과 지혜를 함께 들려준다.
좋은 아빠가 되는 그 길에서
대부분의 아빠들은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이 어느 한 목표점에 다다른 상태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처럼 우리가 아빠가 된다는 ‘과정’이 아닌 아빠로서의 ‘결과’에 집중하게 된 데에는 미디어를 통해 받은 영향이나 교육 경험들이 한몫했다. 우리는 성공적인 부모 역할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걸 강조하는 메시지에 익숙해졌다. 텔레비전을 보면 집 안을 어지럽히는 아이가 나오고 엄마들은 최신 청소용품을 집어 든다. 그러면 곧 집 안이 확 달라지는 마법 같은 장면이 등장한다. 이런 영향 때문에 우리는 결과 중심주의에 젖어들게 되었고, 완벽한 부모가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빨리 그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며 조바심을 낸다. 하지만, 좋은 부모라는 결승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그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인 것이다. 아이의 성장이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완벽함이란 항상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아빠로서의 ‘지금 이 순간’
플라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불멸’이라고 답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중요한 사람들과 사물들을 잃게 된다. 몇몇 사람들은 유명해지는 걸로 죽음을 피하려 한다. 또는 보존할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그림이나 음악, 건축물을 만들어 불멸을 이루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성공률이 높은 불멸의 방법은 바로 ‘자녀를 갖는 것’이다. 플라톤은 사람들이 자녀를 낳는 이유는, 자녀를 통해 우리 일부가 계속 살아 있게 하려는 욕망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플라톤은 이 방법이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일단 자녀는 나와 같지 않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불멸을 이룰 수 없다. 자녀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 있지만, 세대가 지날수록 나와 같은 특징은 희미해질 것이다. 또한 자녀 역시 언젠가는 죽는다.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은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내게 주어진 지금 이 시간, 아빠가 지금 된 지금, 자녀와 함께 있는 지금은 지금 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사실 부모에게 가장 크게 요구되는 일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것들을 신경 쓸 수 있는 유연한 사고다. 이런 유연한 사고가 가능한 것은 아버지가 되면 아이 이외의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인 것 같지만 사실 부모의 소유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라는, 이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이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하지만 결국 부모에게 중요한 것이 아이에게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부모는 그 무엇보다 그러니까 자신의 불멸보다 아이들이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