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무슨 일을 하든 싸운다. 엄마가 심부름시키면 서로 하기 싫어서 싸우고, 가위바위보 하다가도 싸우고, 리모컨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고, 닌텐도 게임 서로 많이 하려고 싸운다.

나는 동생인 연두의 심정이 아주 많이 이해된다. 분명히 형인 초록이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데 둘 다 혼난다. 달래를 먼저 세게 끌어당긴 것도 초록이 형이다. 항상 형이 먼저 사고를 치지만 둘 다 혼난다.

나는 우리 형이 자거나 집을 나갈 때가 제일 좋다. 자면 나를 때리지 않고, 가만히 있다. 형이 집을 나가면 집이 조용해서 내 마음이 편안하다. 형이 가장 싫을 때는 나를 괴롭힐 때다. 주먹으로 나를 때리거나 발차기로 나를 날리다. 초록이도 연두를 먼저 때린다. 형들은 모두 똑같다.

하지만 내가 엄마의 잔소리를 들을 때 형이 엄마 옆에서 방귀를 뀌거나 웃기는 말을 해서 엄마를 웃기면 나는 그 순간을 피할 수 있다. 그때 우리 형은 굉장히 멋있다. 무엇보다 우리 형은 나를 잘 이해해준다. 내가 뽑기를 할 때는 좋은 것 나오길 빌어주고, 우슈 대회 나갈 때도 엄마에게 “우현이 잘한다”라고 칭찬도 한다. 형이 알려주는 수학이 세상에서 제일 쉽다. 가끔 형이 학교에서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로 상을 받아 올 때는 많이 부럽기도 하다.

초록이 형도 자신의 발 냄새로 달래를 즐겁게 하는 유머도 있고, 오토바이 사고가 난 할머니를 걱정할 만큼 가족을 사랑한다. 할머니와 달래가 바뀐 것을 연두보다 먼저 알 정도로 똑똑하다. 연두가 나처럼 초록이 형의 좋은 점을 보면 좋겠다. 그러면 싸움이 많이 일어나지 않을 거다.

우리 형은 나보다 뚱뚱하고, 잘 씻지 않아 더럽다. 내가 이런 형 모습으로 살면 수학 문제도 어렵고, 특히 형은 우리 엄마 잔소리 3배나 많이 해서 그것도 싫다. 우리 형제가 아무리 싸워도 나는 절대로 우리 형의 모습으로 바뀌지 않겠다.

초록과 연두는 형제다. 많이 싸운다. 서로에게 관심도 없다. 서로의 스케줄, 친구, 학원 등에 대해 전혀 모른다. 어느 날 부적 때문에 서로 몸이 바뀐다. 그래도 싸운다.

나도 동생과 싸운다. 우리 부모님은 자식이 둘인데 어묵이나 장난감을 사주실 때 꼭 하나만 사주신다. 우리는 서로 더 먹겠다고, 더 가지겠다고 싸운다. 그러면 형인 내가 동생에게 양보하지 않아 더 많이 혼난다. 초록이도 나와 같이 형이라는 이유로 더 혼난다. 혼낼 거면 더 잘못한 동생을 혼내야 한다. 내 마음은 초록이도 공감할 거다.

동생들은 얄미운 짓을 많이 한다. 연두도 초록이에게 달래가 자신을 더 좋아한다고 약 올리고, 초록이를 시금치죽으로 만들어버린다고 약 올린다. 내 동생도 똑같다. 동생이 길바닥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서 쓰레기통에 넣으라고 하면 귀에 철 덩어리를 넣었는지 들은 척을 안 한다. 아주 얄밉다. 동생이 나에게 시비를 걸어 하지 말라고 하면 기분 나쁘게 혓바닥을 360도 돌려서 복사기처럼 나를 따라 한다. 그렇게 말싸움이 시작되어 몸싸움까지 하면 동생은 엄마에게 자기 잘못 다 빼고 이른다. 우리끼리 해결해도 될 일을 왜 굳이 엄마에게 이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얄미운 내 동생이 대견스러울 때도 있다. 주말에 엄마와 함께 토요 장터에서 장을 보다가 사람이 점점 많은 곳으로 가다가 엄마를 잃어버린 일이 있다. 길이 좁아서 사람들이 우리를 막고 있어 엄마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나는 당황해서 동생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동생은 나와 다르게 떨지 않고 시장 입구에 서서 엄마를 기다리자고 했다. 얼마 후 우리는 엄마를 다시 만났다. 그때 동생의 당황하지 않는 모습이 나보다 더 의젓해 보였다. 작고 빼빼 마른 동생이지만 함께 있어 든든했다.

초록이도 연두가 있어서 든든하다. 연두는 할머니와 달래가 바뀌었을 때 개 사료를 사가지고 와서 둘이 바뀐 것을 확신할 만큼 똑똑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성격이어서 연두가 초록이 옆에 있어서 든든하다. 형제는 힘을 합치면 서로가 든든하다. 초록이와 연두는 간판이 떨어지는 순간 놀라서 자동으로 서로 끌어안았다. 그 순간 믿을 사람은 초록이와 연두뿐이다. 서로의 믿음이 너무 커서 영혼이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초록이와 연두는 같은 집에 살기 때문에 원래대로 돌아와도 다시 싸운다. 이야기하다가 이해가 안 되면 싸우고, 밥 먹다가 맛있는 반찬 나오면 서로 먹겠다고 싸울 거다. 형제가 싸우지 않는다는 것은 만나지 않는다는 거다. 서로 안 만나면 감옥에 있는 것처럼 외롭고 우울해서 불행하다. 토닥토닥 싸우더라도 계속 만나서 정을 쌓으면 나중에 든든한 형제가 된다.

초록이와 연두의 엄마는 자식이 바뀌어도 모를 만큼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다. 그래서 초록이와 연두도 서로에게 관심이 없어서 눈만 마주치면 싸우는 형제가 되었다. 만약 나와 동생이 바뀐다면 우리 엄마는 바로 아신다. 동생이 잘하는 코코밍집 꾸미는 놀이를 나는 전혀 하지 않는다. 동생은 인형 집을 꾸미고 정리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책 읽고, 편지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 둘이 바뀌면 우리 엄마는 금방 아신다. 그래서 빨간 부적이 나에게는 소용없다.

빨간 부적을 사용해서 내가 동생으로 살면 행복할거다. 유치원에서 놀고, 친구들하고 재미있는 숲 체험 가서 놀고, 엄마 참여 수업할 때 또 놀고, 놀이터에서 놀고, 나는 놀기 만 하면 된다. 하지만 내 동생은 학생이 되어 학교에 가서 받아쓰기 시험, 수학 시험을 보고, 공부도 하고, 5교시까지 앉아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나의 힘든 마음을 조금 알게 된다.

나도 동생과 자주 싸운다. 동생이 뭐든지 같이하자고 했으면서 자기 마음대로 하고, 고자질하고, 문제집 풀 때 시끄럽게 소리 지르고, 내가 비밀 펜으로 엄마에게 편지를 쓰려고 할 때 동생이 빼앗아 가면 우리는 싸운다.

엄마는 동생과 나의 싸움을 말리고 나와 동생에게 잘못을 고치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우리에게 사랑한다고 안아주신다. 하지만 내 마음은 억울하다. 잘못은 동생이 했는데 억지로 화해했기 때문이다. 초록이와 연두가 엄마에게 대나무 효자손으로 맞아도 계속 싸우는 이유는 나처럼 많이 억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생 서영이가 아파서 누워있으면 나도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동생이 불쌍해서 미워할 수 없다. 내 동생이 소중해서 그때는 밉지 않다. 그리고 부모님이 다 일을 하실 때 동생이랑 힌트를 주면서 보물찾기 할 때 아주 재미있다. 또 내가 엄마한테 혼났을 때 동생이 ‘언니 괜찮아?’라고 위로해주고, 나도 서영이가 햄스터 인형을 잃어버렸을 때, ‘찾을 수 있을 거야.’라고 위로해 주면 우리는 서로 아끼는 마음이 생긴다.

초록이와 연두도 서로 아끼는 마음을 가지라고 빨간 부적이 날아왔다. 간판이 떨어질 때 초록이와 연두는 서로 아끼는 마음이 생겨서 안아준다. 서로 아끼는 사람이 다치면 안 된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슬프다.

서로 몸이 바뀌어서 초록이는 연두가 덩치 큰 아이에게 맞아서 억울한 마음도 알게 되고, 연두는 초록이가 여자 친구 보미를 좋아하는 마음과 수학 시험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초록이와 연두는 몸이 바뀌고 나서 서로의 마음을 조금 이해한다.

할머니는 개한테 발뒤꿈치 물린 기억 때문에 달래를 싫어한다. 달래는 할머니가 자꾸 자기를 보고 눈살을 찌푸려서 싫어한다. 하지만 몸이 바뀌면서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해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무리 사이가 나쁜 사람들이라도 서로 몸이 바뀌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서 소중한 마음이 생긴다. 초록이와 연두, 할머니와 달래처럼 사이가 좋아진다. 나도 동생 서영이가 나를 괴롭히면 마음속으로 동생과 몸이 바뀌었다고 상상하고 동생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겠다.

초록이에게

안녕! 나는 송연이야. 동생이 귀찮게 해서 힘들지? 나도 동생이 있는데 친구랑 놀거나 혼자 놀고 싶을 때 동생이 같이 놀고 싶다고 해서 조금 힘들더라. 하지만 동생과 함께 한 시간 중에서는 행복한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 너도 동생이 얄밉겠지만 한 번 동생의 좋은 점을 생각해 보면 어때? 더 친해질 수 있을 거야. 예를 들어 내 동생의 좋은 점은 내가 슬플 때 잘 웃겨 줘. 오늘 너도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동생도 기분 좋고 너도 기분 좋아질 거야. 우리 다음에 동생들과 같이 만나자. 동생들은 서로 친구가 되고 나와 초록이도 친구가 되어서 놀고 싶어. 초록아 안녕.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아마도 내가 부적을 좋아하거나, 아니면 내가 요술을 좋아해서 일지도 모른다. 이 ‘마법의 빨간 부적’은 몸을 바꾸는 아주 특별한 황금 무늬의 부적이다. 

 하지만 이 부적에 안 좋은 점도 몇 가지 있다. 몸을 바꿀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자기 마음대로 자기 몸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몸에 돌아가는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형 초록이 와 동생 연두처럼 자기 몸으로 못 돌아갈 수도 있어서 아주 당황할 것이다. 더욱더 안 좋은 점은 보통 사람 들은 복수를 하기 위해 몸을 바꾸지만, 복수는커녕 다른 사람의 몸에 영영 갇힐 수 있다. 

 만약 이 부적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나라 전체가 발칵 뒤집힐 것이다. 그리고 날마다 몸이 바뀌었는지 검사를 받아야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걸까? 이 책에서는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초록이 와 연두는 자기 몸으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만약 나의 몸이 바뀐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