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성 선생님을 처음 본 건 TV에서였다.

'역사저널 그날'에서였다. 너무 재미있게 말씀하셔서 주목했는데,

현직 고등학교 국사 선생님이라고 해서 놀랐다.

또, 언젠가 모 박물관에 딸래미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갔을 때 그 분의 이름을 접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하는 시간에

기다리는 학부모를 위한 프로그램이 따로 만들어져 있어서 학예사를 따라 박물관 투어를 했다.

학부모들답게 투어 중에 아이 역사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할까에 대한 많은 질문이 있었고

당시 주목 받던 역사 대중 강사의 두 스타 설** 선생님과 최태성 선생님에 대한 비교 질문이 있었던 것 같다.

학예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비교하는 건 할 수 없고요, 다만 최태성 선생님은 역사를 이야기하실 때도 굉장히 인간미 넘치는 분이시죠. 주위에 같이 대학 다닌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미담이 그렇게 많아요. 원래 인간미 넘치시는 분이래요."

시간이 꽤 지나 워딩이 정확한 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인간미'라는 단어를 쓰신 건 기억이 난다.

인간미....

나는 워낙 역알못이어서 역사책을 '읽어야되는데하는 강박에 시달리면서도 읽기시작한 역사책을 끝까지 읽는 경우는 드물었다. 재미있다! 하다가도 넘 긴 분량에 중간 쯤 재미있는 다른 책 읽기에 정신이 팔려 중단하거나, 만화로 나와서 쉽다! 했는데 읽어보니 그것 역시 분량이 너무 많아 읽고 난 후에도 가닥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고....조선왕조실톡처럼 한편한편은 재미있게 보았는데 지나고 보니 세종대왕이 고기 없이는 밥을 먹지 않았다는 것만 기억나는 경우도...쿨럭!!!

최태성 선생님의 이번 책은 '역알못'인 내가 읽기에도 술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술술 읽힌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1. 문장과 용어가 쉽다.

짧고 쉬운 문장으로 서술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어려운 말은 '쉬운 말로 간단하게' 설명해주셨다. 하지만 각주는 최소화한 것 같다.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만 있다. 합쇼체로 친절하게 조근조근 설명해주신다.

2. 이야기 중심이다.

역사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유기적으로, 이야기처럼 서술되어 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이야기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배운 역사책은 '사실 나열' 중심이었다. 그야말로 뼈만 깨끗하게 발라 주르륵 나열해 놓았달까? 자습서를 봐도 더 자세한 '사실'이 나열되어 있을 뿐, 거기에 살을 붙이고 피를 돌게 하여 하나의 생명체로 바라보는 것은 공부하는 사람의 능력에 딸려 있었다.

선생님은 역사책에 나온 사실에 조심조심 살을 붙이고 피를 돌게 하고 숨결을 불어넣어 숨쉬게 한다. 그로부터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다. 그 생명체는 무척 날씬하다. 군살이 없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정확히 한다. 알아야 할 사실만 간략히, 정확히 이야기하고 화자의 화려한 수사나 울분 넘치는 의견이나 하는 것이 없다. 하지만 역사의 줄거리가 흐르는 강물처럼, 커다란 한편의 동화처럼 술술 들리고 이해가 된다.

3. '왜'가 있다.

이건 사실 2번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이 책이 이야기책처럼 술술 읽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때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말해주는 '이유'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시선에 빈정거림이나 경멸의 시선은 없다. 잘못한 이들에게 향한 시선에도 '안타까움'이 들어 있다. 잘못은 잘못이라고 말하되, 우리 역사이니 '그러지 말았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묻어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시선이 좋았다. 화자의 감정이 격렬히 표출되지 않으면서도 상황 설명과 뒷사정을 풀어놓으며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시선. 참 좋다.

4. 군더더기가 없다.

이것또한 이미 2번에서 말한 대로, 역사의 큰 줄기를 이해하는 데 딱 필요한 사항만 말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화자의 의견이나 감정은 과하지 않게 나타난다. 이런 점이 읽으면서 '어? 이건 고등학교 국사책 같은데?'하는 느낌도 받게 한다. 그렇다. 왜 아니겠는가. 고등학교 국사책이 우리 역사의 가장 고갱이만 훑어 담았을 테니까. 이건 약간 약점이 되기도 한다. 지루했던 국사 시간을 떠올리게 하면서 이미 배워서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착각을 하게 하니까. 그러나 정말 나는 알고 있었을까? 외우긴 했었지만 '알고' 있었을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이 책은 머리 속에 우르르우르르 굴러다니기만 했던 구슬들을 꿰어!!! 준다.

한마디로 중학생인 딸이 언젠가

'엄마 국사가 너무 어려워'라고 말하며 절망하면

딱 내어주고 쉬엄쉬엄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 책.

그 때가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

그럼에도 삐딱한 시선으로 아쉬움을 말하자면....

적당한 분량에 꼭 필요한 사진만 중간중간 스프레드 처리...

무척 시원하고 아름답고 보기 편한 편집이긴 한데,

가끔 내용을 읽다가 관련 유적/유물의 사진이나 지도(옛날 지명이나 북한 쪽 지명 같은 경우는 팍 감이 안 왔다. 특히 고대 같은 경우)가 궁금해질 때가 있었는데, 없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책 읽다가 가끔 번거롭게 인터넷 검색창을 열어야 했다.

마치막으로 기억에 남는 페이지들....

역사 공부를 할 때 놓쳐서는 안될 화두. 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백성들은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요? "

최쌤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눈물 날 뻔....ㅠ,ㅠ

 

최쌤은 '만적의 난'을 높이 평가하시네요. 역시 민중 편이시라... 

여기서도 '민중은 얼마나 고단했을까요?'   

 한국사 책에서 수저 계급론을 만나다. 앞에서 역사 공부의 화두에서 언급하셨듯, 우리는 역사를 보고 현재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헉! 우리가 맨날 독도 이야기할 때 영웅처럼 언급하는 안용복이 곤장 100대를 맞았대요!

곤장 100대. ㅠ,ㅠ 살아서 또 같은 일을 했다니....대단해요. 

 

일본 식민지 근대화론의 반론. 앞에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지배 논리로 주장했던 '당파적인 민족성'의 근거인 붕당정치가 실은 매우 민주적인 배경으로 만들어진 정치 형태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나중에 변질되고 악용되어 큰 혼란이 왔을 뿐....ㅠ,ㅠ

 

우리나라에 자본주의가 형성된 과정과 영국의 산업혁명을 연결해서 쉽게 설명해주셨어요.

 

 네~ 근현대 이야기도 기다려집니다~

곧 돌아오세요~^^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