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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 19년

서승 | 진실의힘 | 2018년 04월 03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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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8년 04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522g | 153*225*30mm
ISBN13 9791195716029
ISBN10 1195716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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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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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서승 (ソ.スン,徐 勝)
1945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도쿄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유학하던 중 1971년 4월 보안사에 끌려가서, ‘재일교포학생 학원침투간첩단사건’으로 동생 준식과 함께 기소되었다.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0년 2월 28일 가석방될 때까지 19년간 옥살이를 했다. 출소 후 넓은 세상을 만나려고 미국, 유럽, 남미 등을 돌아다니고, 1994년에 교토... 1945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도쿄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유학하던 중 1971년 4월 보안사에 끌려가서, ‘재일교포학생 학원침투간첩단사건’으로 동생 준식과 함께 기소되었다.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0년 2월 28일 가석방될 때까지 19년간 옥살이를 했다.

출소 후 넓은 세상을 만나려고 미국, 유럽, 남미 등을 돌아다니고, 1994년에 교토로 돌아와서 대학 강사를 하면서, 동아시아의 분단, 냉전과 국가폭력의 진상규명과 피해의 회복, 역사청산, 평화를 지향하고, 한국, 타이완, 오키나와, 일본의 동지들과 함께 ‘동아시아의 냉전과 국가 테러리즘’ 국제심포지엄운동을 설립하여 1992년까지 각 지역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리츠메이칸 대학 법학부 교수로 일했으며 2018년부터는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동아시아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1994년, 한국정치범감옥의 실태와 독재정권의 사상전향제도에 맞선 정치범들의 투쟁을 기록한 『옥중 19년』(일본어판, 이와나미 서점)을 펴냈으며 1999년에는 한국어판, 2002년에는 영어판, 2017년에 중국어판을 출간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활동하면서 『서승의 동아시아 평화기행-한국, 타이완, 오키나와를 가다』(창비, 2011), 『동아시아의 우흐가지 1,2-서승의 역사인문기행, 2016』 (진인진)등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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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옥중 19년』은 어떤 책인가?

1) 한국 인권사에 남을 기록

‘감옥 속의 감옥’인 정치범 특별사동의 냉혹한 어둠 속에서 비전향 장기수로 수십 년을 갇혀 살았던 사람들, 혹은 사망자로, 혹은 생존자로, 그리고 혹은 여전히 비전향수로 남아 있는 그들, 일평생 온몸으로 분단의 고통을 겪어 왔음에도 남과 북에서 존재조차 잊히고 지워진 사람들, 그러나 결코 잊어선 안 될 사람들…. 이 책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에서 되살려내 호명한다.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길을 찾다가 독재정권에 의해 기약 없이 갇혔던 사람들이 야만적인 폭력 아래서 어떻게 인간답게 살고자 했는지,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분투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잔인한 국가 폭력이 횡행했던 시대의 기억들이 저자 특유의 담담하고 절제된 어조로 전개되는, 한국 인권사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기록이다.

1979년에 만기를 맞은 선생에게 공작반은 전향하면 남은 형을 면제해주겠다고 했다. 선생에겐 나이든 부인과 아직 어린 아이들이 있었다. 선생이 투옥되면서 부인이 행상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나갔고 생활은 궁핍했다. 그러나 선생은 고민 끝에 전향을 거부했다. 나는 박선생을 ‘학다리 선생’이라고 불렀다. 몸이 학처럼 말라서 다리가 젓가락같이 가늘었기 때문이다. 아주 허약한 체격이었기에 당국도 선생이 단식하면 죽는 게 아닐까 경계했다. 그러나 선생은 의기양양하고 패기만만했다. 선생은 화가 나면 벽력같이 큰 소리를 질렀다. 징벌방에 갇혀 깡패에게 못으로 찔리는 고문을 당할 때도 굴복하지 않았다. - 「2장 죄수의 나날」 중에서, 126쪽

2) 70년대 정치범 감옥의 세부를 그리다

1971년 4월, 대통령 선거를 불과 열흘 앞두고 서울대 유학생 서승은 서빙고 대공분실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한다. 박정희의 3선 대통령 야망을 위해 당시 유력했던 야당 후보 김대중에게 용공의 혐의를 들씌우고자 기획ㆍ조작된 간첩단 사건의 올가미였고, 청년 서승의 19년 감옥살이의 고난의 시작이었다. 서승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분신을 시도하여 돌이킬 수 없는 전신 화상을 입는다.

팔을 감싼 얇은 스웨터가 타면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들었다. 경비병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비명을 참았지만, 불꽃이 점점 거세지며 어깨와 얼굴로 퍼지자 더는 견디지 못해 “어, 어! 어억!” 목구멍 사이로 비명이 터지면서 시멘트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 비명을 듣고 감시병이 달려왔다. 갈팡질팡 허둥대던 그가 난로 곁에 있던 방화수 양동이를 들어 물을 끼얹었다. 그 순간 “퍼엉!” 소리를 내며 불길이 확 치솟았다. (…) 4월 아침의 태양은 찬란하게 빛나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푸르고 높았다. 어떤 고통도 없고, “이것으로 다 끝났다” 하는 고요한 안도와 평안만이 있었다. 들판에 홀로 남겨진 아이처럼 서글픈 고요 속에서, 빨려 들어갈 듯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물이 눈자위를 따라 흘렀다. 입속에서는 되풀이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머니, 죄송해요. 어머니, 용서해주세요.” - 「1장 보안사」 중에서, 38~39쪽

사형수에서 무기수로, 그리고 비전향 장기수로 19년간 갇혀 있었던 저자. 그는 이 책에서 70~80년대 정치범 특별사동의 세부와 비전향 장기수들의 옥중 삶을 세세하게 그려낸다. 고통의 중심에 있었던 당사자의 시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절제된 감정에 군더더기 없는 문장은, 냉정한 관찰자의 기록에 가깝다. 영상물로 치자면 드라마보다 다큐멘터리라 할 만하다.

하루살이는 초여름부터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 때까지 우리를 괴롭혔다. 변소 소독은 한 달에 한 번도 해주지 않는다. 수백 수천 마리의 날파리가 변소에서 솟아올라와 천장과 벽을 빈틈없이 뒤덮는다. 버터 종이곽을 펴서 이어 붙여 변기 덮개를 만들어봐도 별 쓸모가 없다. 잡지나 부채로 때려잡을 수밖에 없다. 날파리가 죽은 자국으로 흰 벽이 금세 시커멓게 된다. 가장 곤란한 것은 벌레가 어디든 가리지 않고 날아든다는 것이다. 밥에도, 콧구멍과 귓구멍에도, 하품을 하는 목구멍에도 날아 들어온다. 잠을 잘 때 귓속으로 날아들면 귓구멍을 전등불 방향으로 향한 채 벌레가 나오길 가만히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장호 선생은 눈에 벌레가 들어가 결막염이 되고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어 오랫동안 앓았다. - 「2장 죄수의 나날」 중에서, 132쪽

겨울에는 방에 있던 양동이 물이 두껍게 얼고, 숨을 쉬면 천장과 벽에 닿자마자 서리가 되어 얼어붙으니 방 전체가 냉동실이나 다름없다. 빗자루로 천장을 쓸면 서리가 눈처럼 내린다. 간수의 눈치를 보면서 방에서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잠자기 전에 얼음을 깨 냉수마찰로 혈액순환을 시켜 몸을 따뜻하게 한 다음에 이불에 들어간다. 징역 보따리에 든 내의와 양말까지 몽땅 꺼내 이불 위에 올려놓고, 이불 가장자리를 단추로 끼워 침낭을 만든다. 솜바지 가랑이를 목에 감고, 바지의 양 다리 부분을 머리 아래로 접어 넣는다. 바지 앞의 터진 부분이 코끝에 닿아 오줌 냄새가 난다. 머리에는 나이트 캡 대신 팬티를 거꾸로 뒤집어쓴다. 그러면 준비 완료다. 마룻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가마니 한 장과 얇은 요를 뚫고 오싹오싹 등골을 찌른다. 회전구이처럼 뱅글뱅글 몸을 돌려 한기를 피하면서 아침이 오기를 기다린다. 기상나팔이 울리면 얼었던 몸을 일으켜 세우고 손발을 펴본다. 관절에서 우두둑 소리가 난다. - 「2장 죄수의 나날」 중에서, 136~137쪽

0.75평 독방에서 맨몸으로 견디는 폭염과 혹한의 날들, 사상전향 공작에 저항하다 죽어간 사람들, 엄혹한 감시와 폭행이 상존하는 폐쇄 공간에서 싹튼 옥중 동지들 사이의 우정, 일반 재소자들과의 따뜻한 연민과 연대, 병든 동지를 간호하는 늙은 수인들의 이야기 등등…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와 배려, 그리고 온기와 미소를 잃지 않았던 사람들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그들은 가족도 없고 면회 올 이도 없이, 그 존재조차 아무도 모르는 채로 빈털터리로 감옥에서 살아왔다. 70명가량의 비전향수 중에 면회가 있는 사람은 열 손가락도 되지 않았다. (…) 석방 만기가 없는 무기수였던 나는, 한평생 감옥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사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지 막연했다. 그러나 특별사동의 실정을 알게 되면서,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는 이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일에 옥중 생활을 바치자고 마음먹었다. 그로부터 수년간, 엄혹한 특별사동에서 그들에게 내의 한 벌, 빵 한 개, 책 한 권, 소식 한 토막 등 작은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모든 힘과 신경을 집중시켰다. 그것은 내가 사는 보람이었다. - 「2장 죄수의 나날」 중에서, 130~131쪽

그는 내 방에서 멀리 떨어진 사동 입구 쪽 끝에 있어서 말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새까만 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침착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재판이 끝나 사형 집행만 기다리고 있던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는 언제나 수갑을 제대로 차고 있었다. 남한에는 면회 올 친척도 없어서, 얼마 남지 않은 감옥 안의 여생조차 팍팍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영하 17, 18도까지 내려가는 서울의 엄동설한에도 겨울 내복 없이 파란색 무명천의 죄수복 하나로 견디고 있었다. 세면하고 돌아올 때 “춥지 않습니까?” 말 건네니, “일없습니다.” 하고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에 돌아와 징역 보따리에서 스웨터와 내의 등 월동복을 꺼내 그에게 보냈다. 다음날 운동 시간에 그는 그 스웨터를 입고서 수갑을 찬 손을 조금 들어올려 작게 흔들며 방긋 웃고는 내 방 앞을 지나갔다. 1974년에 사형이 집행되었다고 한다. - 「1장 보안사」 중에서, 85~86쪽

선생은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혼자 서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후들후들 떨면서 안간힘을 썼지만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져 갔다. 한 발 두 발 걷기 시작해 드디어 발을 끌면서 몸을 크게 흔들며 지팡이에 의지해 운동장을 몇 바퀴 돌 수 있게 되었다. (…) 1.06평은 세 사람이 생활하기에 너무나 비좁았다. 사람들은 매일 선생을 냉수마찰을 시키고 대소변을 받아주었으며, 마사지를 해주고 세탁도 도왔다. 발병 이후 선생은 1991년 1월 대전에서 옥사할 때까지 30여 년간 동지의 따뜻한 간호를 받으며 살았다. - 「4장 어머니」 중에서, 236~237쪽

특히 두 아들을 한국의 차가운 감옥에 빼앗긴 후 현해탄을 오가며 노심초사했던 저자의 어머니가 보여준 따뜻함과 올곧음, 자식에 대한 신뢰는 참으로 감동적이다. 저자가 어머니의 부고를 옥중에서 접하는 장면은 이 책에서 눈물을 참을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실이 교무과장실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모든 일을 알아차렸다. 영실은 소파에 앉자마자 내 손을 잡고 흐느껴 울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어.” 온몸을 적시는 듯이 눈물이 솟아 나와 그칠 수가 없었다. (…) 어머니는 특사의 희망이었고, 모두의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차입해주신 빵이며 사과, 스웨터, 내의, 양말, 담요까지 어머니의 손이 닿은 것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서운 고문과 테러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고립무원의 비전향수의 고통을 바깥 세상에 전하신 분도 어머니였다. 침울한 감옥 안에서 가끔 밝은 화제를 가져다주신 분도 어머니였다. 공작반의 협박이나 괴롭힘에도 꿋꿋하게 굴하지 않았던 어머니였다. - 「4장 어머니」 중에서, 213~214쪽

3)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운 사람들

1974년부터 사상전향 공작반이 설치되어 비전향수에 대한 폭력적인 전향공작이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비전향수들이 잔혹한 고문 끝에 살해되거나 자살로써 항거했다. 식민지 민중을 탄압하는 데 쓰였던 일제의 치안유지법, 조선사상범 관찰령, 조선사상범 예방 구속령이 독재정권에 의해 각각 국가보안법, 반공법, 보안관찰법, 사회안전법으로 이어졌다. 일본이 오래전 폐기했던 사상전향제도는 오히려 한국에서 독재정권이 정치적 반대자를 억압하는 데 사용되었다. “마치 강도의 칼을 빼앗아 자기 가슴을 찌르는 것 같은 자학적 도착(倒錯)”이라 할 만하다.

저자의 동생 서준식은 서울대 법대 4학년 때 투옥되어 17년간의 청춘을 감옥에 묻었다. 7년 형기를 다 마쳤음에도, 사회안전법 감호처분으로 기약 없이 갇힌 세월이 다시 10년이었다. 사상전향서를 쓰면 출소할 수 있었으나 쓰지 않고 버텼다. 그리고 1987년, 그는 사회안전법과 사상전향제도에 항의하여 옥중에서 51일 동안 목숨을 건 단식을 했다.

이 책은 개인이 국가의 폭력에 맞서 자신의 내면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싸워온 과정을 보여준다. 전향이냐 비전향이냐를 논할 때는 특정 사상에 대한 가치 평가가 아닌, 고유한 인간 내면의 영역을 국가 권력이 침범하고 강제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개인의 마음, 양심, 신념과 같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가장 본질적인 것들을 국가 권력 앞에 꺼내놓고 심사 받으라는 것이 사상전향제도이다. 그러나 개인의 정신은 국가 권력이 함부로 통제할 수 없고 통제해서도 안 되는 고유의 영역이다. 비전향수들은 이러한 정신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목숨을 걸었다.

손선생은 만성위장병으로 몸이 약하고 머리만 커서 골격 표본보다 말라 있었다. 매사에 처세도 서투르고 재주도 없지만 성격이 침착했다. 선생의 즐거움은 혼자서 수학이나 물리학 문제를 푸는 일이었다. (…) 선생은 단식 6일째에 의무직원에게 들쳐 업혀 방을 나갔고, 저녁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점검 때 부장이 보조담당에게 “목찰은 이제 필요 없지? 빼!” 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 목찰이 필요 없어졌다는 말은 사망을 의미한다. 부장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최하종 선생이 도화선을 끊었다. 사동에서는 “죽였다!”, “선생을 죽였다!”며 절규가 터졌고, 모두가 “손선생을 살려내라!”, “살인자를 처벌하라!”고 외치며 철문을 걷어차고 두드리며 난리를 쳤다. - 「3장 사상전향제도와의 투쟁」 중에서, 194~195쪽

정선생은 ‘붉은 별’ 사건으로 구속되어 첫 재판 중인 1977년 6월 25일 12시, 점심식사가 끝난 직후 변소의 철창에 목을 매어 자살했다. 약 30분 후, 이것을 발견한 김용태 간수가 허둥대며 시체를 복도로 끌어내어 줄을 풀려고 했지만, 푸른 무명 관복을 찢어 꼰 끈이 목에 단단히 파고 들어가서 풀 수 없었다. 간수는 2사 맞은편에 있는 이발소까지 달려가서 면도를 가지고 와 줄을 끊었지만 이미 때늦었다. 사체는 눈을 부릅뜬 채 악다문 이빨이 드러나 있었다. 목을 맬 때 발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가부좌한 다리를 끈으로 묶어 펴지지 않게 해놓았다. 사체는 마치 부서진 불상처럼 복도에 옆으로 뒹굴고 있었다. 정선생의 자살 이전에도, 내가 1973년에 대구로 이송된 직후 목을 맸던 윤종하 선생을 시작으로 4명의 자살자가 있었고, 정선생 이후에 다시 4명, 합쳐서 70년대 특사에서만 9명의 자살자가 나왔다. - 「3장 사상전향제도와의 투쟁」 중에서, 199~200쪽

저자는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사상전향 공작에 맞서며 19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고, 출소 후에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장기수들의 삶과 죽음을 증언했다. 김용옥 교수는 『신동아』(1990년 5월호)에 한국 인권운동의 상징이 된 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서승(徐勝)은 이름 그대로 승자(勝者)다. 그는 ‘이긴 자’이다. 기나긴 자기와의 투쟁을 통하여 서서히[徐] 이긴[勝] 자다. (…) 간첩을 간첩이 아닌 ‘사람’으로서 바라볼 수 있게 우리를 만들어줌으로써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온 위대한 고난의 역정을 실현한 승자인 것이다.”
- 「5장 재회」 중에서, 278쪽


야만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

무고한 이들에게 죄를 들씌워 형장의 이슬로 보내버리고, 전향하지 않는다고 1평도 되지 않는 비좁은 독방에 수십 년간 사람을 가두던 야만의 시대는 이제 끝난 것일까? 한시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이 실질적 의미의 헌법이 되어 이 사회를 지배한 지 올해로 70년째다. 그 법에 기생해서 조직을 불려온 정보기관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의 음지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했다. 그뿐인가. 사상전향제도는 결국 폐지되었지만 ‘보안관찰’의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는 감시는 여전하다. 과연 우리는 『옥중 19년』이 증언하는 폭력의 시대로부터 얼마나 더 나아간 것일까.

이 책에는 1970~80년대 감옥에 갇혀 있던 정치범?사상범의 생생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중에는 한국전쟁 이래 40년간이나 옥중 생활을 강요당한 노인도 있다. (…) 그들은 조선반도 분단의 ‘희생자’들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몇십 배 몇백 배에 이르는 ‘희생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까지 헤아리면 수천 배 수만 배에 이를 것이다. (…) 이 책은 서승 씨 자신의 옥중 기록임과 동시에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움직임을 감옥 속에서 희망을 가지고 주시해온, 그리고 지금도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 「일본어판 해설(미즈노 나오키)」 중에서, 309~310쪽
미즈노 전 도쿄대 교수가 ‘일본어판 해설’에서 썼듯,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옥중기이자,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움직임을 감옥 속에서 희망을 가지고 주시해온, 그리고 지금도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기나긴 분단의 세월을 뛰어넘어 평화와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려는 사람들의 땀과 노고를 기억하며, 어둠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꺼뜨리지 않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의 기록으로 읽어야 마땅할 것이다.

2000년 김대중 정부의 6.15 남북정상회담 결과, 고령의 비전향 장기수들은 꿈에 그리던 고향 땅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낼 수 있었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전쟁의 위협 속에서 꺼질 듯이 위태롭던 평화의 불씨를 아슬아슬하게 살려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폭력의 시대를 기억함으로써 다시는 그런 야만을 되풀이해 겪어선 안 된다는 각오가 절실한 시기이다. 우리 사회는 참혹한 전쟁과 폐허, 국가 폭력과 인권 유린의 시대에 으깨지고 사라져간 개인들의 고통과 저항의 발판 위에 서 있다. 이 책 『옥중 19년』은 폭력과 야만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상생의 시대로 나아가는 길에 한 몫을 감당할 것이다.

지난 1970년대 끔찍한 인권탄압이 이 땅을 휩쓸고 있던 그 당시,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았는가. 죽음에 직면한 채 한 시간 한 시간, 하루하루를 19년 동안 감옥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우리는 침묵하고 방관하고 외면해오지는 않았는가. (…) 그 고난의 행군을 통하여 희생된 그들의 몸값, 그들의 빼앗긴 자유의 대가를 우리는 치렀는가. 한 세기가 끝나기 전에 우리의 역사와 미래는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 「초판 추천사(박원순)」 중에서, 329쪽


신역 개정판 『옥중 19년』

이 책은 1994년 일본의 이와나미 서점에서 일본어판으로 맨 처음 발행되었고, 1999년 역사비평사에서 김경자 씨의 번역으로 한국어판이 출간되었으나 지금은 절판되었다. 한국어판이 나온 지 근 20여 년 만에 재단법인 ‘진실의 힘’에서 발간하게 된 이번 개정판은, 저자가 직접 번역하고 고쳐 썼으며 초판에 빠졌던 표와 지도, 자료 등을 보강하고 오류와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원출판권자인 이와나미 서점은, 고문 및 국가 폭력의 역사를 기억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활동하는 ‘진실의 힘’에서 이 책을 출판하게 된 취지를 깊이 이해하여, 한국어판 출간에 따르는 로열티를 받지 않기로 함으로써 이번 개정판 발간에 의미를 더해주었다.


이 책을 펴낸 ‘진실의 힘’은…

재단법인 '진실의 힘'은, 1970~80년대에 고문으로 간첩 조작된 피해자들과 진실 규명에 함께해온 인권활동가ㆍ변호사ㆍ의사들이 힘을 모아 만든 재단이다. ‘진실의 힘 인권상’ 시상, 고문피해자 집단상담, 고문조작 사건 재심 지원,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활동, 국가폭력 생존자와 시민들이 함께 찾아가는 '기억의 루트', 한국과 아시아의 국가폭력 피해자 지원사업 등을 해오고 있으며, 관련 출판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펴낸 책으로는 『세월호, 그날의 기록』, 『안데스를 걷다』가 있다. “인간의 삶은 폭력보다 강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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