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하는 젊은이에게’에서 ‘해외 청년사업가에게’로
― 30년 가까이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은, 기업 경영인의 인생의 가르침과 지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처음 출판될 당시 기업가다운 명료하고 힘 있는 문체로 젊은이를 향해 단도직입적인 조언을 쏟아내 독자들의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아무도 가르치지 않으므로 내가 말한다’, ‘실패 두려워말고 일 벌여라’라는 식의 직설적이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담았던 이 책은 1989년 8월 출간된 후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100만 부 판매를 돌파하며 기네스 최단기 밀리언셀러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지금까지 150만 부 이상이 판매된 이 책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꾸준한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에 개정판이 나오게 된 것도 이런 독자들의 사랑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 사랑하는 젊은이에게’라는 부제를 달았던 원전과 달리 이번 개정판은 별도의 부제를 달지 않았다. 당시 이 책을 주로 읽었던 젊은 독자들이 어느덧 40대, 50대가 된 사정을 감안한 점도 있고 추가된 원고에서 ‘해외 청년사업가’를 향해 도전해주기를 바라는, 더욱 구체적인 기대를 담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개정판 서문을 보면 저자 김우중 회장의 젊은이에 대한 여전한 사랑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는 젊은이를 보는 시각을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은 젊은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이에게 가장 소중한 재산은 자신감이다. 젊은이들은 자신감으로 경험을 대신해야 한다. 충만한 자신감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게 한다. 반면에 자신감을 잃으면 쉽고 빠른 길을 옳은 길이라 착각하게 된다. 지난 8년 동안 해외 청년사업가를 양성하면서 많은 젊은이들을 만났다. 그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꿈이나 비전이 확실하지 않았다. 우리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지 못하고 압박만 해댄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젊은이들의 저력을 믿는다. 내 경험에 의하면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머리가 매우 좋다. 부지런하고 승부욕도 강하다. 세상 어디에 가더라도 절대로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얼마든지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대처하면 반드시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경영자로서의 혜안이 담긴 조언도 잊지 않아 “비즈니스란 과거에서 지금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아니라,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그러니 잘 되는 것에 연연하기보다는 잘 될 것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을 굳이 국내에서만 찾으려 할 필요가 있을까?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얼마든지 많다.”고 강조한다. 결국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저자의 조언과 소신은 지금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세계경영의 꿈’
― 미완으로 끝난 세계경영에 대한 구상과 비전 처음으로 상세히 밝혀
개정판에서는 새로 추가된 4부에 실린 두 개의 글이 주목을 끈다. 그 중 ‘세계경영의 꿈’은 비록 미완으로 끝났지만 저자 김 회장이 어떤 의도로 어떤 목표를 그리며 세계경영을 추진했던가를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김우중 회장이 세계경영에 대한 구상을 상세하게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경영을 선포한 1993년부터 계산하면 25년만의 일이다. 저자는 “책의 성격상 세계경영의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 젊은이들이 나의 꿈을 이어받아 세계적인 사업가로 커 나가기를 바라며 내 구상의 근원만이라도 전하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 글에서 저자는 세계경영 추진 당시 급변하는 세계질서에 대응해 선진국과 대등하게 경쟁하며 신흥시장에서 기회를 찾고자 했던 점과 이에 대한 접근방식으로써 ‘무국적 기업’을 지향하며 윈-윈이 되는 현지화에 노력했던 점(저자는 이를 진출국가에도 좋고 우리나라에도 좋으며, 현지의 대우에도 좋고 한국의 대우에도 좋은 방법을 찾아 세계경영을 추진하려 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의 단기 고도성장 모델을 토대로 전문가와 성공경험을 포함하여 제조업 자체를 수출하려 했던 구상(저자는 이에 대해 선진국과 달리 성장을 주도한 전문가가 아직 현장을 지키고 있는 한국의 비교우위를 활용해야 신흥시장에서 선진국을 이기는 경쟁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대우의 시니어들과 함께 현지 지역본사로 나갈 준비를 실제로 했다고 말한다), 진출국가에서의 성공 후에는 과실송금이 아닌 기업공개 후 일부 주식을 매각해 진출국가에 전혀 불이익이 없는 방법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려 했던 구상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런 구상에 확신을 갖기 시작한 때가 1996년부터였다고 밝히면서 이때부터 대우는 해외 지역본사 제도를 본격 시행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책에 의하면 1999년 당시 대우의 전화번호부에는 22개 국가의 지역본사 연락처가 빼곡히 담겨 있었다. 저자는 세계경영을 추진하면서 왜 대우가 당시 생소한 개념인 ‘무국적기업’을 선언했는지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밝히고 있다. 당시 대우는 진출한 현지국가 정부를 파트너로 삼는 협력사업을 다각적으로 시행했기 때문에 한국의 이익만을 위한 경영활동이 아니라 그 나라를 위한 경영활동을 동시에 펼쳐야 했다. 결국 최선의 방책으로 김 회장이 선택한 것은 한국의 대우와 별개로 진출국가에 또 다른 대우를 만들어 그 나라 경제의 주역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전 세계 다양한 나라에 본사를 두고 각각 활동하는 대우는 특정의 국적을 따지기 어렵다는 발상을 무국적기업이라는 말로 표현하려 했던 것이다.
세계경영에 담긴 이런 호혜적 경영구상은 외환위기 이후부터 최근까지 신문을 통해 심심찮게 뉴스에 오르내리는 외국 투자 주체들의 ‘먹튀’ 혹은 과도한 ‘과실송금’ 사례들에 견주어 볼 때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이에 대해 본문에서는 “옛날 선진국 기업들이 후진국에 투자한 후에 자기 나라로 이익을 반출시키니까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다. 정상적으로 배당을 받아서 이익을 가져간다 해도, 현지에서는 그것을 좋아할 리가 없다. 무작정 투자비를 회수만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우리도 좋고 그 나라도 좋고 한국의 대우도 좋고 그 나라의 대우에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방법이 필요하다.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린 후 주식을 상장해 그 일부를 매각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 최선이다. 이런 전략적 지향점을 가지고 공존공영의 그림을 그려야 세계화의 취지가 살고 성공할 수 있다.”라고 쓰고 있다.
‘해외 사업가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 김우중 회장, 최근 특강에서 젊은이들에게 실제적 조언 전달
4부에 실린 두 번째 글은 ‘해외사업가를 꿈꾸는 젊은이에게’이다. 이 글은 지난 2016년 10월 열린 글로벌청년사업가 양성과정 교육 당시 김 회장이 연수생들에게 들려준 특강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글에서 저자는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준비를 잘해야 하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해야 하느냐에 대해 다섯 가지를 얘기한다. 첫째, 세계를 보되 현지의 눈으로 봐라. 둘째, 꿈을 가져야 한다. 셋째, 자신감을 가져라. 넷째, 절실해야 끝까지 갈 수 있다. 다섯째, 노력은 창의의 원천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칭찬을 받으려 노력하라’는 당부를 덧붙이고 있다. 김 회장은 본인이 젊은 시절 성공신화를 쓸 수 있었던 가장 큰 동기부여를 칭찬에서 찾는다. 결국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실천사항에 외부의 인정이 더해져야 지속적인 성과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에 담긴 최신의 조언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비즈니스에서의 성공비결과 필요한 안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해외사업가를 꿈꾸는 젊은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정하고 보다 자세하게 들려주는 조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생생하게 와닿는 부분이다.
이 글에서 저자는 비즈니스에 필요한 글로벌 마인드라는 애매한 표현 대신 실질적인 예를 통해 ‘그 나라의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라’고 설명하고 있다. “거점은 인도네시아라고 하면서 마음은 서울에 두고, 한국의 눈으로 세계를 보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한국을 기준으로 하면 사업 가능성이 없지만 인도네시아를 기준으로 하면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 있다. 반면에 인도네시아만 염두에 두면 안 되는 것인데 세계를 무대로 생각하면 되는 사업이 얼마든지 있다. 이런 가능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세계적 안목이고 글로벌 마인드이다.” 그러면서 저자 본인의 실제 경험담을 다음과 같이 더한다. “우즈벡은 경제발전을 갈망하고 있는데 돈이 없었다. 내가 그 나라의 가치 있는 것을 찾아보니 면화 생산이 많았다. 그래서 면방 산업을 해서 수출을 도와주고 자동차 산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나라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보이는 것이고 그것을 세계 시장과 연결하니까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부모님은 인생의 출발점’
― 김우중 회장의 어린 시절 회고와 가족에 대한 진솔한 마음 엿보여
1부에 추가된 ‘부모님은 인생의 출발점’이라는 원고에서는 저자의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절절한 사랑이 진하게 느껴진다. 어릴 적 얘기만 나오면 저자의 말이 많아진다는 주변 사람들의 평을 소개하며 시작되는 글에서 저자는 6.25전쟁 때 납북당한 아버지에 대한 어린 시절의 추억과 영향을 처음으로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거기에 소년가장 노릇을 하던 십대 때 어머니에게 받은 강직한 품성을 더하여 “돌이켜보면 나의 삶에서 두 기둥과도 같았던 것이 부지런함과 진취적 기상이라 할 것인데 그 중 부지런함은 아버님으로부터, 진취적 기상은 어머님으로부터 물려받지 않았나 생각된다. 두 분이 주신 어린 시절의 마음 속 안정감이 있었기에 나는 훗날 조금 일찍 사회를 접하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회고한다.
‘마지막 책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인지 가족들에게 들려주는 저자의 진솔한 마음도 밝히고 있다. “습관처럼 일만 보이고 가족에게는 배려할 시간이 많지가 않다. 함께 한 시간이 너무나 적었다. 늘 마음속엔 미안함이 가득한데 표현이 잘 되지 않는다. 그동안 나의 부족함을 아내가 대신했을 것이다. 그래서 항상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해 왔다. 훗날 우리 아이들도 나처럼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강렬한 추억을 가지게 될지 궁금하다. 부족함이 많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나, 그리고 어머니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개정판의 저작권료 수입은 모두 글로벌청년사업가 양성에 기탁
김우중 회장의 유일한 저서(2017년 출간된 『김우중어록』이 있지만 이 책은 저서라기보다는 그의 어록을 엮은 책)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저자만이 아니라 모든 대우가족들에게도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책 제목 자체가 대우 임직원 모두의 지향점이었고 또한 실제 삶이었다.(대우그룹 사가인 ‘대우가족의 노래’에서도 “육대주 오대양은 우리들의 일터다. 우리는 대우가족. 온 누리 내 집 삼아 세계로 뻗자”라고 다짐하고 있다.) 책에 담긴 저자의 조언들이 대우의 실제 사례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이 책이 100만 부 이상 판매된 사실을 대우가 지향하는 비즈니스에 대한 전 국민의 공감이라 여긴 때문이다. 현재 대우 출신들이 모여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지향점도 이 책의 정신과 다르지 않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해외 사업가를 꿈꾸는 젊은이’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청년사업가 양성과정을 8년째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오는 3월 22일 대우 창업 51주년 기념행사 때 개정판 출간을 축하하는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저자는 과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출간할 때 예상 외로 많은 인세 수입이 생기자 이를 젊은이를 위해 쓰겠다고 밝히고 청주에 ‘대우꿈동산’이라는 시설을 지어 소년소녀가정 돕기 사업을 펼친 바 있었다. 이번에도 저자는 개정판의 수입이 생길 경우 이를 글로벌청년사업가 양성사업에 쓰도록 출간 전 책의 저작권을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 양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