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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1년 0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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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344g | 135*195*20mm |
ISBN13 | 9788954613729 |
ISBN10 | 8954613721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황석영 『철도원 삼대』 최종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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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의 날/예스24 X 난다] 가장 오래된 고백의 이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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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 타계 5주년 - 소설 『미국을 노린 음모』, 에세이 『왜 쓰는가』 출간 기념 올어바웃북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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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소설의 손꼽히는 거장으로 알려진 소설가 필립로스의 작품중 [울분]을 읽게 되었다. 작가들의 작가라고도 칭해지는 그의 작품들중 잘 알려져있는 [에브리맨]과 [울분]에 대해 제목만 들어보았는데 이번에야 제대로 읽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울분]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중편소설인데 두께는 얇아도 담고 있는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20대 청년 마커스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소설은 그 청년이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를 가만두지 않는 안밖의 상황들 속에서 솟구치는 울분을 차곡차곡 내면에 쌓으며 삶의 소멸을 향해 가는지, 그리고 우연을 가장한 인생의 경로들을 거치면서 궁극적으로 한 젊은이의 인생이 어떻게 파멸로 이르는지를 굉장히 담담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유대인 부모 아래서 성장한 청년 마커스는 유대인들이 먹는 정결한 고기를 다루는 코셔 정육점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며 정육점의 다양한 일들을 배우고 보며 성장했다. 하나뿐인 아들을 향한 사랑을 넘어선 집착에 가까운 아버지의 불안과 집념은 아들을 점점 더 인생의 코너로 몰아넣었다. 아버지를 피해 집에서 가장 먼 대학으로 편입을 하고 그 학교에서 만나는 룸메이트들의 행동에 견딜수 없어서 방을 옮기고 옮기는 행동을 하다 결국 학생과장과 마찰을 일으킨다.
이 소설은 흥미롭게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 1950년대의 미국의 시대 분위기 속에서 청년들의 생각이나 모습들도 보여지면서 본국에서 수만키로 떨어진 이름도 생소할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전쟁이 당시 청년들에게 어떤 불안을 일으키고 그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소설속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 삐긋거릴때 징집의 대상이 될수도 있음을, 전쟁에 나가서 허무한 죽음을 맞을수도 있다는 불안이 수시로 암시처럼 곳곳에 등장하며 이 소설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관통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아니 세계에서 일어난 다양한 전쟁에 징집되고 참전했던 많은 군인들이 대부분 젊디 젊은 청년들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아직 청춘이라 불릴 젋은 청년들이 1차대전, 2차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등을 거치며 타국의 전쟁터에서 그렇게 이름없이 희생되는 일들이 드물지 않았던 것이다.
청년 마커스는 처음부터 꼬인 인생은 아니었다. 성실했고 책임감있고 우등생이었으며 부모를 공경했고 부모가 가르치는 모든것들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 불평없이 받아들이고 배웠다. 그러나 삐긋대기 시작한 계기는 아버지였다. 아들이 자칫 잘못하면 전쟁에 끌려가 죽음을 당할수도 있다는 불안이 아버지를 지배하면서 아들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고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 하려고 애를 썼다. 아버지의 그런 행동들이 강화될수록 아들 마커스의 울분은 조금씩 조금씩 내면에 두텁게 쌓여갔다.
친척의 아들들이 1차대전 2차대전에서 각각 사망하는 일을 보고 겪으며 언제든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그런 개죽음을 당할수도 있다는 불안으로 과도한 집착과 망상을 보이는 아버지의 행동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했다.
어찌되었건 그런 아버지의 행동이 마커스의 울분에 불을 붙였고 대학을 옮기고서도 그곳에서 겪는 많은 일들이 그의 울분을 조금씩 짙어지게 했다.
비록 미국이지만 1950년대의 미국의 캠퍽스 그것도 중부지방의 보수적인 학교의 분위기는 그의 숨을 막히게 했고 부모가 유대인임에도 종교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마커스는 채플을 의무로 진행하는 미션스쿨의 여러가지 분위기에 적응하질 못했다.
하나의 단순한 사건이라고 여겨진 채플을 돈주고 대리출석시키는 일을 벌이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예기치 않게 흘러가고 결국 그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토록 두려워하던 한국전쟁에 징집되어 가장 치열하고도 잔혹했던 전투에서 그는 결국 사망한다.
작가는 왜 하필 한국전쟁이라는 소재를 택했을까. 어쩌면 그에게는 구원일수도 있었던 올리비아와의 만남이 결국 그에게는 어떤 돌이킬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냈음을 보면서 둘 사이에 진정으로 좋아했던 지점이 분명히 존재했음에도 안타까운 상황들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 모습속에서 우리의 운명이라는것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그가 채플을 대리출석시킨 댓가에 대한 벌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그가 채플을 그냥 체념하고 참석을 했다면, 그가 룸메이트와 트러블을 감수하고 방을 옮기지 않았다면, 그의 아버지가 아들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면 그래서 그가 집으로부터 몇백킬로미터 떨어진 대학으로 편입을 하지 않았다면 그의 죽음을 막을수 있었을까. 우리 인생속에서 만약...그랬다면 이라는 질문을 떠올릴때가 있다. 만약 그걸 하지 않았다면, 만약 그 상황속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우리 운명은 달라졌을까. 부질없는 질문임을 알면서도 그런 질문을 아주 가끔은 던져보게 된다.
그가 보인 격정과 분노의 모습속에서, 종교에 대한 강요에 반발하여 버트런트 러셀의 글들을 인용하며 울분을 터트리는 모습속에서 시대적인 상황에 맞서 발버둥치는 청춘들을 상징처럼 마커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인생이란 그런거야. 발을 아주 조금만 잘못 디뎌도 영원한 비극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거!"
필립로스는 마커스를 통해, 그의 운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당혹스럽게도 짙은 우울감이 찾아왔다. 세상에 맞서 자신의 생각을, 신념을 소리쳤던 마커스는 결국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였다. 그를 사랑했던 올리비아 외에는
종교적 신념이 없는 유대인이었던 그는 오히려 더욱 고립된 느낌을 받았던것 같다. 율법과 자신들의 세계속에 단단한 결속력을 다지며 살아가는 유대인 집단속에서 종교에 대한 거부감은 그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을 것이다.
유대인이었던 필립로스가 이 작품을 마커스와 비슷한 나이인 20대에 집필했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이해하고 주인공 마커스를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세상으로부터 운명으로부터 외면당한것 같은 그의 인생을 보면서 젊었던 필립로스는 그의 청춘에 느꼈을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을 이책과 마커스에 녹여 담아내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필립로스라는 작가를 이해하고픈 마음에 멀지 않은 시간에 에브리맨을 읽게 될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와 닿은 옮긴이의 글을 적으며 이 책의 마무리를 한다.
완전하지 않은 인간들이 각자 그 나름으로 최선을 다해 선택한 결과들이 합쳐져 최악의 결과를 빚어내는 일이 어디 1950년대에만 있었겠는가. [에브리맨]에서도 그랬지만, 이렇게 인간의 선악을 넘어서버리는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인간이 감당할 수 없어 갖다 붙인 모든 인공물을 벗겨낸 자연의 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다.
옮긴이의 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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