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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이란 - 걸어본다 13 테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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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 난다 | 2017년 08월 07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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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7년 08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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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페이지 수 약 6.9만자, 약 2.2만 단어, A4 약 44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9119615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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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MD 한마디
[테헤란, 꼭 직접 걸어보고 싶습니다] 낯선 곳에서 느긋하게 걸으며 저마다의 '나'를 찾아본다는 의도로 시작된 걸어본다 시리즈 열세번째. 한국인에겐 다소 생소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지낸 몇 달 간의 기록이다. 이란의 다양한 얼굴과 함께 시인의 삶을 마주하며, 어느덧 보폭을 맞추며 함께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 문학MD 김도훈

목차

저자 소개

저자 : 정영효
페르시아어 이름은 석류를 뜻하는 아너르. 이란의 석류를 좋아해서 스스로 붙인 이름이다. 이란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해에 경남 남해에서 태어났다. 영화 [천국의 아이들]이 만들어졌을 때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대학 시절 테헤란로 인근에 잠시 살기도 했으나 비싼 월세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했다. 서른 살까지 이란에 대해 아는 건 축구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2년 이란 화가를 우연히 사귀게 되면서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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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모금함-도움이 필요한 순간」중에서

출판사 리뷰

난다의 [걸어본다]13 테헤란
정영효 에세이 『때가 되면 이란』


난다의 걸어본다 열세번째 이야기 『때가 되면 이란』을 펴냅니다. '테헤란'을 주 무대로 한 이번 책의 주인공은 문학동네시인선을 통해 지난 2015년 첫 시집 『계속 열리는 믿음』을 출간한 바 있는 정영효 시인입니다.

하고 많은 곳 가운데 이란, 그것도 테헤란이라. 2012년 이란인 화가 친구를 우연히 사귀게 되면서 '이란'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된 정영효 시인은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해외 레지던스 프로그램' 참여 작가로 선정되어 석 달 동안 테헤란에 머물게 됩니다.

시인이 테헤란에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계약서를 들고 그를 찾아갔습니다.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를 시작할 때 가졌던 기획의 방침과 가장 잘 들어맞는 글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확신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이 아닌, 관광이 아닌 바야흐로 산책! 산책은 필시 느림을 전제로 한 자기 복기의 일환으로 제 안의 사유와 자유와 여유가 담보될 때 가장 아름다운 보폭을 자랑하게 되지 않던가요. 쉽게는 일상이 여행이 되고, 여행이 일상이 되는 삶. 제 예상이 비껴나가지 않았음을 시인의 서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속 없이, 강요 없이,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테헤란에서의 ‘생활’을 ‘여행’으로 만들어”주었다고 덤덤히 고백하고 있는 시인의 소회를 보며 말입니다.

2016년 8월부터 11월까지 테헤란에서 머물게 된 정영효 시인에게 이런 기획은 어떨까 하고 이렇게 제안을 했습니다. 어차피 여행자로 여행지인 이란을 들를 기회가 쉽지 않다면 이란이라는 나라, 그 나라의 문화를 대신 엿보게 해주면 어떻겠냐고, 시인의 눈으로 본 테헤란은 뭔가 특별할 것 같다고, 일상 속 작은 사물 하나에 한 나라가 깃들어 있음이 분명할 거라고, 그 사물들에 빗댄 테헤란은 틀리지 않을 거라고.
그랬는데, 일단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을 잔뜩 섞은 말이었는데 가난한 시인은 성능 좋은 값비싼 카메라부터 덜컥 사들였던 겁니다. 그리고 정말이지 이란이라는 나라로 떠났던 겁니다. 3개월 동안 그곳에서 매일같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던 시인.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그곳 3개월을 다시금 이곳 3개월로 살아내며 매일같이 글을 다듬고 사진을 정리했던 시인.

이란 사람들의 삶 속에서 건져낸 사물은 총 서른두 개였습니다. 비데 호스, 외제 차, 표지판, 택시, 스프링쿨러, 모스크의 문, 모금함, 석류, 페르시안 카펫, 공원 벤치, 홍차와 각설탕, 초대장, 신문, 벽화, 우산, 물담배, 과자 상자, 게양대, 바람탑, 피스타치오, 비자, 케밥과 맥주 등 우리가 바로 들어 아는 사물들이 있는가 하면 페르시아어로 쓰인 게블레, 바르바리, 리얄, 루싸리, 타진, 아락, 세타르, 시슬릭 등의 사물들은 이름만으로도 그것이 무얼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앞으로 나는 게블레가 있는 방에서 지내야 한다. 잠을 자려고 누울 때나 물을 마시기 위해 고개를 들 때면 천장에 붙은 이 화살표가 보일 것이다. 가끔은 호스텔 한쪽에 있는 기도실에서 누군가의 고백과 기원이 들려올 것이다. 그러다 알아듣지 못할 말과 읽을 수 없는 표정에 섞여 혼자 거리를 떠돌기도 할 것이다.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들이 나를 누르기도 할 것이며, 때로는 그것들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흩어져버릴 것이다. 모든 고민을 몰아놓은 채 잠을 청하고 테헤란의 일상에 조금씩 적응해갈 것이다. 첫번째 밤이 지나가는 동안 나는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었다.
_p.15 「게블레-‘메카’로 향하는 도시」 중에서

엄격한 선과 벽이 있지만 테헤란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정답게 대화한다. 어떤 연인은 서로 손을 잡은 채 걷고, 어떤 연인은 지하철이나 버스가 답답해 택시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눈을 맞춘다. 지하철 남성 칸에 함께 타는 연인도 보인다. 그러지 못할 경우엔 따로 승차한 뒤 벽을 사이에 두고 가까이서 상대를 바라본다. 그들 사이엔 이미 선과 벽이 없다. 경직된 말투와 행동의 다른 편에서, 환하게 빛나는 번화가에서, 어둑하게 숨쉬는 골목에서, 모두 함께 걷고 모두 함께 생활한다. 선과 벽이 언제나 그들을 가두는 건 아니다.
_p.22 「선과 벽-둘로 나눠진 세계」 중에서

모스크 안에선 내 말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기둥과 벽면에 새겨진 섬세한 무늬, 경건한 사람들과 차분한 내부가 머릿속 소음을 눌러주었다. 신자들의 기도를 방해할까봐 더 신중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양보해야 그들의 기도가 깊어질 것 같았다. 말하는 시간보다 말없이 지켜보는 시간이 서서히 던져주는 단단함. 모스크의 문이 말을 다스리는 경계처럼 느껴졌다. 문밖에서 가져온 고민이 문 안에서 정리되고 있었다. 바깥에서 나는 왜 그렇게 흔들렸을까? 참견 없는 광경에 내 모습을 맡기자 고요를 더 자세하게 경험하는 듯했다. 그 이후부터 모스크를 지날 때면 눈이 갔다. 문밖에서 문 안을 오래 들여다봤다.
_p.59 「모스크의 문-말의 입구, 말의 출구」 중에서

테헤란에 온 뒤 나는 뭔가를 씹다가 후드득 뱉는 사람들과 마주쳤었다. 그들이 씹는 건 해바라기 씨였다. 해바라기 씨 말고도 이곳 사람들은 호두, 아몬드 같은 견과류를 간식으로 자주 먹는다. 딱딱한 열매를 씹는 일에 익숙한 것이다. 덩어리를 부수고 알갱이를 느끼는 일. 혼자 무언가 씹는 시간은 호흡을 가다듬는 과정과 비슷하다. 한꺼번에 넘기거나 한꺼번에 맛을 알 수 없는 것들을 천천히 씹고 있으면 느림 속에서 생각이 밀려오고, 느림 쪽으로 걱정은 흩어지며, 느림과 함께 긴장은 가라앉는다. 빠르게 맛이 지나가지 않는다. 빠르게 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자신이 했던 말을 멈춘 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시 새긴다. 잘게 잘게 목으로 넘어가는 물질이 조금씩 조금씩 호흡이 된다. 그래서 피스타치오를 씹는 모습은 내게 호흡을 챙기는 일처럼 다가온다. 테헤란은 다른 곳보다 더 바쁘고 혼잡한 곳이니 자신을 정리할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_p.179 「피스타치오-알고 보면‘ 페스테’」 중에서

총 200페이지밖에 안 되는 얇다면 얇은 이 책이 감히 자부하건대 이란을 소개하는 국내용 도서 가운데 왜 가장 넓고 깊은 유연성을 자랑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답은 극진하고 곡진한 '애정'에 있었습니다. 시인은 이란을 살아내고 있는 동안 시인은 이란을 짝사랑하고 있었던 겁니다. 아무 바라는 것이 없는 가운데 그저 좋음으로 좇고 있는 시선 속, 이란이 제 맨몸과 맨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내줬던 겁니다. 테헤란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람들의 생활에 끼어드는 일임을 알아버린 시인. 그래 끼어듦. 그 사이의 벌어짐. 틈. 잇기. 진심과 진심의 다리. 『때가 되면 이란』이라는 책의 다리. 읽음으로 진짜배기 이란을 알게 하는 다리.

이 책은 빠르게 읽히지 않습니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상황을 머릿속에 재현해가며 글줄을 따라가야 하는 탓입니다. 다행히 시인은 친절합니다. 느리게 말하고 그 말을 혹시나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까 자주 뒤를 돌아봅니다. 언제든 업고 가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덩치 큰 오빠처럼 꼭 그렇습니다. 더불어 아꼈다가 한 챕터씩 한 챕터씩 쪼개 읽으면 좋겠다 싶은 것도 곱씹을 때마다 뭔가 다른 맛이 쪼개져나오는 듯도 해서입니다. 물론 재미의 속도가 붙어 여러 챕터를 단숨에 섭렵하는 것도 좋겠지만 어느새 전, 그 전 페이지를 넘겨보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드문드문 페르시아어가 지뢰처럼 깔려 있는데다 시인이 사물을 통해 뻗쳐나가는 생각의 진폭이 이란을 넘어서서 우리나라를 거쳐 온 지구상을 덮을 때가 잦기도 한 까닭일 겁니다. 그러니 묵직해지지요. 어쩌면 시인은 책장 곳곳에 저만 보게끔 이런 문장을 숨겨놨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왜 이러고 사는 걸까. 이 한 권의 책이 테헤란에 대한 한 편의 장시처럼 읽히는 이유가 예 있지 않을까…… 물론 테헤란이 참으로 시적인 도시라는 데는 이참에 잘 알았고 말입니다.

추천사

테헤란에 닿기 전에도 거기 있었고, 90일을 머물고 떠난 뒤에도 테헤란을 지킬 것들. 다녀가는 쪽은 언제나 사람이고 변함없는 쪽은 사람을 제외한 전부다. 그래서 인간이여, 너 하나만 잘하면 된다! 당신이 테헤란의 온갖 것들에 주저하면 그것들도 당신을 위해 넉넉해지지 않는다. 가르는 선, 막는 벽, 닥치는 맛, 스미는 빛, 찌르는 음에서, 열쇠어를 고를 자유는 테헤란을 처음 걷는 당신에게만 고스란하다. 이 도시의 시민이라면 무조건 아는 것들을 나만 몰라요, 정직한 고백에 값하는 때가 순간순간이다. 무딘 여행자의 혀도 시인의 날렵한 눈을 닮아간다. 발견 아닌 걸음이 없다. 나만 모르는 것들을 골라 사전을 만들면, 놀라워라, 그 사전엔 나만 아는 것들로 한가득이다. 때가 되면, 물은 포도주가 되고 책은 초대장이 된다. 이란에서는 흔한 일이다. - 김탁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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