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괴짜 사회학자가 필요하다.
가난은 하늘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근면, 성실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며 자본주의 체제는 구조화된 빈곤층을 양산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부자가 존재하기 위해선 가난한 자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빈곤의 악순환, 이는 개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간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FTA, 신자유주의체제..

77일간의 파업농성을 끝낸 쌍용자동차,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는 것처럼 세계 초강대국이자 선진국중의 선진국이란 미국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이 의아스러울 정도의 사회상을 담은 괴짜 사회학, 미국의 이야기로만 그쳤으면 좋겠지만 이는 모습이나 상황의 정도만 다를 뿐이지만 우리 대한민국에도, 선진국의 후미진 슬럼가는 물론이고 후진국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문제란 생각이 든다.

빈곤층에 기생하는 수정수익자, 부패한 공무원, 악질경찰, 조직폭력배, 이권을 챙기는 사람들, 그들은 미국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습으로 투영된다.

최근 검찰총장 인선에서 도덕성 시비로 1차 지명자가 사퇴하고 2차 지명자마저 부정 전입, 탈세가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장면이 바로 괴짜 사회학의 한장면과도 겹친다고 하면 논리의 비약일까?

우리에게도 괴짜 사회학자 수디르 벤카테시와 같이 쌍용자동차 파업현장에, 용산 철거현장에 몇년간 그들과 함께 하며 연구하는 학자가 있을까?

설문조사, 통계자료를 근거로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와 연구의 대상이 대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연구하는 민족지학적인 학자들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통계자료에 의거하여 연구하는 학자들이 대부분이라 사교육비문제나 주택문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한 대책이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고 통계조사 결과 역시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가 함께 쓴 괴짜경제학이란 책에서 마약판매상이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가란 대목에서 수디르 벤타테시란 기이한 사회학자를 처음 알았다. 어떻게 마약판매조직인 갱단의 두목과 10년을 함께 생활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의 대담함, 참학자의 길을 걷는 대학원생의 열정이 놀라울 따름이다.

빈곤의 섬에서 보낸 10년의 기록

괴짜 경제학에 소개된 내용도 충격적이었지만 괴짜 사회학에 담긴 내용은 논문이 아니라 그가 빈곤의 섬이라 불리는 시카고의 고층 공영주택단지인 로버트 테일러 홈스에 설문조사를 나갔다가 우연한 기회로 그들과 10년간 생활하면서 기록한 르포형식의 글이라 더더욱 놀라운 사연들이 줄을 잇는다.

사회학자가 갱조직의 보스와 친구가 되다.
지도교수의 프로젝트를 위한 설문조사를 위해 방문한 공영주택단지에서 싸구려 농축 코카인을 판매하는 블랙 킹스의 지역 보스이자 로버트 테일러 홈스의 실질적 지배자인 제스티와 만나 친구처럼 동지처럼 10년의 세월을 함께 한다. 제스티는 수디르가 자신의 전기를 쓰는 것으로 알고 음양의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 제스티는 대학졸업자로 직장생활중 인종차별에 실망을 느껴 갱단원이 된 인물이며 조직을 경영하는 CEO 마인들을 지닌 특이한 인물로 총격전보다는 타협을 중요시한다.

악어와 악어새와도 같은 부정수익자들
물고 뜯기는 관계로 강자는 약자로부터 온갖 가지 이유로 보호세를 받는 악어와 악어새와 같이 부정수익자들이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시카고시의 주택공사나 경찰이나 병원이 주민들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 것에 익숙해진 그들은 구급차나 경찰을 부르는 것보다 제스티를 부르는 것을 더 당연하게 여긴다.
마약판매, 뇌물, 폭력, 강간, 상납, 아이들의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섹스를 화폐로 활용하는 생활형 매춘, 전업 매춘부 등은 인간 막장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환경에서 그들은 운명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 위한 물물 교환, 낡은 아파트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특정기능이 유지된 집을 활용하여 냉방하는 집, 요리하는 집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도 한다.
제스티의 협조로 저자가 1일 갱단의 보스가 되어 활동하는 장면은 이색적이다.

주민대표인 베일리의 정의로운 활동의 이면에 가려진 성상납, 중간대리인으로 주민들에게 받는 돈이 비일비재함에도 그의 존재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이는 것과 제스티의 갱조직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유흥가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돈이 떨어지면 이유도 없이 특정인을 구타하고 돈을 앗아가는 악질 경찰 제리경관의 모습이나 주민들간의 폭력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곳이 바로 공영주택단지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10년이란 기간을 그들과 같이 생활했지만 여전히 그는 1% 부족한 이방인이다. 주민들 대부분의 빈곤이 대물림되고 있음을 볼 수 있으며 갱조직원들 역시 한몫 챙겨서 현 생활을 청산하는 것이 꿈이다.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설마 그 정도일까. 고등학생들이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마약판매원으로 나서야 하는 그들의 현실은 그들만의 문제로 보기엔 미국 사회의 병폐가 너무 크게 다가온다.

빈곤의 섬인 로버트 테일러 홈스가 헐리고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을 위한 주거단지로 변모하는 와중에도 부정수익자의 면모는 여실하게 드러나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 수디르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빈곤의 섬을 벗어날 수 있지만 그곳이 헐려도 다른 지역의 더 열악한 집에서 살 수 밖에 없는 그들은 자의론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10년 동안을 빈곤의 섬에서 생활하면서 지역민들의 삶의 모든 단면을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젊은 학자의 집념에 놀랐지만..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하는 꿈의 나라의 그늘진 곳에서 인간 이하의 생존환경하에서 힘센 부정수익자들에게 띁기고 자기도 부정수익으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충격이다.

흑인 경제활동인구중 2~30%가 감옥에 있다는 말이 식언으로 들리지 않다는 것을 괴짜 사회학이 또렷하게 보여준다. 세계의 초강대국, 경찰노릇을 하는 미국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빈곤의 섬과 같은 지역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구제하지 못하는 한 미국은 절대로 아메리칸 드림으로 미화할 수 없는 나라라는 것을 괴짜 사회학은 보여준다.
 

수디르 벤카데시 같은 학자들이 사회의 그늘진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연구를 많이 한다면 그들의 문제가 그들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의 문제로 다가오게 만드는 힘이 괴짜 사회학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