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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야 | 창비 | 2016년 12월 16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12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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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6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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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9.90MB 파일/용량 안내
글자 수/페이지 수 약 2.7만자, 약 0.9만 단어, A4 약 18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88936405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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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저자 : 이설야
李雪夜 1968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2011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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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마침내 눈은 쌓여 어둠을 덮을 것이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이설야의 첫 시집


2011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설야 시인의 첫 시집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등단 이후 줄곧 고통받는 민중의 자리에 시선을 고정한 채 처절한 삶의 경험을 한땀 한땀 엮고 꿰매는 듯한 시적 진성성으로 민중시에 바탕을 둔 새로운 리얼리즘의 시세계를 개척해왔다. 등단 5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에서 시인은 냉철한 관찰력과 가슴 밑바닥에서 솟구쳐오르는 뜨거운 언어로 소외된 자들의 궁핍한 삶의 모습과 헛것과 거죽뿐인 음지의 세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여전히 죽음과 폭력이 도사린 억압과 소외의 시대에 맞서 “내면의 어둠을 삶의 온기와 미래의 동력으로 갱신하겠다는”(최현식, 해설) 결연한 의지가 가슴을 울리는 시편들이 “고통을 뚫고 나오는 진실과 희망에 귀 기울이는 태도와 방법을 넌지시 보여”주는 “참혹하게 아름다운”(김해자, 추천사) 시집이다.

나는 집 나간 고양이/문 닫은 상점의 우울을 즐기는/나는 뚱뚱한 개 새끼/아무거나 처먹고 검게 탄 인형을 토하는//내가 낳은 그림자를 뭉개며 막차를 쫓는/나는 깜깜한 아버지의 온도/가질 수 없는 사랑만 골라 하지//나는 네 발로 뒤로 걷는 수수께끼/두 발로 거짓말을 즐기는/맑은 날은 깨금발로 금을 밟아/두꺼운 질서를 비웃곤 하지//나는 아무것도 포개고 싶지 않은 낮달/오래된 시계가 버린 그늘/잠자리 눈으로 뒤통수만 바라보는/새끼 고양이들을 자꾸만 죽이는(「문 닫은 상점의 우울」 전문)

이설야의 시는 “발바닥이 흥건하게 젖었던 날들”(시인의 말)의 기록이다. 시인은 기억의 저지대로 내려가 “못 자국 같은 생(生)의 숨구멍들”(「못, 자국」)로 겨우 버티며 “죽고 싶다/는 말을 이름표처럼 달고 다”(「등화관제」)니던 지난날의 삶의 풍경을 재현한다. “불량 심장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심장공장」)는 공포 속에서 “그림자를 껴입”(「그림자극」)거나 “햇빛 가면을 쓰고”(「막간극」) “흐느낄 수 없는 심장”을 간직한 채 “눈알 하나가 빠진 인형”(「자동인형놀이」)의 형상으로 “새로 태어나는 시간을 죽이”는 것이 유일한 존재증명의 방식이었던 시인에게 “기억의 서랍마다 알이 슬어 있”(「장롱 속에는 별을 놓친 골목길이」)는 그 시절은 “잘못 꾼 꿈”(「어제 자르다 만 귀가 있다」)이었을 따름이다.

눈은 내려 쌓여, 집을 지우고/영하(零下)로 내려간 아버지/김장 김치를 얻으러 양키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애들 먹을 것도 없다고 소리소리 질렀다/항아리 바닥에서 묵은 김치 몇포기가 간신히 올라왔다/곰팡이가 버짐처럼 피어 있었다/아버진 비좁은 골목의 가로등, 희미하게 꺼져가고/곰팡이꽃 같은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그 겨울, 김치 몇조각으로 살았다//죽은 엄마가 가끔 항아리 속에서 울었다//미제 초콜릿, 콜드크림, 통조림이 즐비하던 양키시장/내 몸 어딘가 곰팡이꽃이 계속 자라고 있었다//더이상 키가 자라지 않았다(「눈 내리는, 양키시장」 전문)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세계. 시인은 환등기를 비추듯 “내일의 희망이 오늘의 절망으로 돌변된 비애와 설움”(최현식, 해설)의 시간과 장소를 고스란히 되살려낸다. “버리고 간 집들이 도시를 이룬”(「공가(空家)」) 그곳, “지옥이 천국을 수선하다가 바늘을 놓친” “위험한 낙원”(「위험한 천국」)에는 “모가지가 잘린 종이 인형처럼/한가지 마른 얼굴로/일곱가지의 젖은 밤을 자”(「일번지다방」)는 이모들과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면도날을 나눠 씹”(「수문통 언니들」)던 수문통 언니들과 “까마귀처럼 까맣게 모여 울”(「해성보육원」)던 아이들이 있었다. 시인은 “물풀처럼 개천으로 흘러가 마냥 더러워지기로 했”던 이들 “올 풀린 영혼들”(「동일방직에 다니던 그애는」)과 “더럽게 긴긴 날들이 늘어지”(「점집 아이」)던 고통스러웠던 삶의 자리를 되돌아보며 아득한 그리움에 젖어든다.

수문통시장 언니들/단발머리 쥐가 파먹은 듯/잘리고 뒷골목에 모여/도루코 면도날을 씹다가 뱉었다/학교 가는 아이들 돈 빼앗다가/창고에 갇혀 울었다//입속에서 부서진 집들//언니들 머리채 잡고/시궁창 속으로 미끄러지던 /찢어진 치마 속으로 들어가던 두꺼운 손//(…)//언니들 조금 더 자라자/볼록한 배를 광목천으로 꽁꽁 감고/해바라기 검은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던/톱밥 가루 날리던 목공소를 지나/굴다리 밑을 또각또각 지나/동인천 일번지다방에 나갔다/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수문통 언니들」 부분)

이토록 처절했던 지난날의 아픔과 슬픔을 되새기면서 시인은 한걸음 나아가 사회문제에 접근해간다. 시인은 “어제 꾼 꿈을 팔아먹”고 “희망을 구걸하러 다니는”(「어떤 대화 2」) 현실을 직시하며 “망루에 얼어붙은 다섯 그림자가 상여를 밀어올리”(「성냥팔이 소녀가 마지막 성냥을 그었을 때」)던 용산참사와 세월호 참살 등 “나라에 슬픔이 클 때/대통령은 언제나 해외 순방 중”(「삼백다섯개의 그림자를 밟고 지나가는」)인 부조리한 현실을 폭로하고 고발한다. 그런가 하면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들”이 “수십년 동안 밀리고 밀려 떠다니는” “쓰레기 섬”(「플라스틱 아일랜드」)을 이루고, “새들을 내쫓고/지붕을 부수고/오는 봄을 다 내다 버리는 포클레인”과 “묵납자루, 말조개들의 비명이 얼어붙은 강”(「물의 마을들」)을 바라보며 환경?생태 문제에도 시야를 넓힌다.

거대한 관이 인양되는 먼 시간에도/수선공장 재봉틀은 계속 돌아가고/그림자들이 폐수처럼 흘러간다/한집 건너 한집,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덜거덕거리는 찬장 위 그릇들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봉인된 탈출구/서류를 감춘 바람/절대시계의 시간 속으로 사라진 아이들/수십억 눈 속으로 배는 아직도 침몰 중이다//죽음을 담지 못하는 관은 가장 멀리 있는 진실/아이들의 아직 태어나지 않은 먼 아이들과 함께 실종 중이다//우산을 거꾸로 쓴 박쥐들이 빨간 구름을 모으는 저녁/별들도 두려워 눈을 질끈 감는다/아이들의 젖은 그림자를 훔쳐간 사월이 가지 않는다(「사월(死月),」 부분)

이설야의 시는 고통의 세월을 건너온 비루한 존재들에게 바치는 ‘수난곡’과 같다. 그의 시에는 “꽃들이 피다가 멈추고 새들이 날다가 멈추”(「성냥팔이 소녀가 마지막 성냥을 그었을 때」)는 어둠속의 세계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로 빼곡하다. 어둠속에서 흰 빛을 찾아 더듬거리는 것이 시인의 운명임을 아는 시인은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겠지만, 흰 빛들을 끌어 모을 것”(시인의 말)이라고 다짐한다. 그리하여 “혁명을 말하던 책상들”이 “금세 더러워”지고 “햇빛 속으로 망명한 자들”은 “축축한 그림자들을 결국 버”(「레드 멜랑콜리아」)리고 만 이 야만의 시대에 시인은 “모든 경계선을 지워가며” 가슴속에 “새로운 정부”(「날짜변경선」)를 수립하고자 한다. 이제 시인에게 “생의 골목골목은 광장이 되고 광장은 시가 될 것이다”(시인의 말).

내가 머뭇거리는 동안/꽃은 시들고/나비는 죽었다//내가 인생의 꽃등 하나 달려고/바삐 길을 가는 동안/사람들은 떠났고/돌아오지 않았다//먼저 사랑한 순서대로/지는 꽃잎/나는 조등을 달까부다(「조등(弔燈)」 전문)

[추천사]

이 시집은 눈알 빠진 인형들과 젖은 나비와 종이꽃들이 부르는 기원과 해원의 노래이자, 얼굴과 심장을 갈아입고 “거머리처럼 우글거리는 가계”(「신흥여인숙」)를 때우는 어린 노동과, 유리상자 안에 갇혀 “저울 위에서/녹고 있는” 얼음꽃(「식물들의 사생활」)이 얼비치는 그림자극이다. 이 모든 이모들과 언니들과 동생들이 “못 자국 같은 생(生)의 숨구멍”(「못, 자국」)을 열고 “면도날을 나눠 씹”으면서도 “아직 뱉지 못하는 말들”(「수문통 언니들」)을 한다. 절규도 신음조차 없이! 시간을 염하듯 다락방에 봉해놓고 빨간 대야로 덮어버린 실제가 물고기와 벌레들과 꽃으로 부활하면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세계를 재현한다. “뱀의 아가리 같은”(「신흥여인숙」) 검은 양복들의 식탁에 “핏기 가시지 않은/고통 몇십근”(「식물들의 사생활」)을 들이미는 잠들지 않는 물고기의 눈으로. 자의식으로 포장하지 않은 원체험과 과장하지 않는 슬픔은 동화적 리얼리즘을 완성시키면서 헛것과 거죽뿐인 이 세계에 구멍을 낸다. 반평생 걸려 완성한 이설야의 첫 시집은 참혹하게 아름답다. 마태수난곡처럼 울리는 빼어난 시편들은 우리가 통과해온 시대가 어떠했고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숙고하게 하며, 동정하거나 심판하는 대신 고통을 뚫고 나오는 진실과 희망에 귀 기울이는 태도와 방법을 넌지시 보여준다. 김해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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