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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옷 한 벌 살수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은 상상일 뿐이야. 절대 현실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게 당연해진 세상이 올수도 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아무도 노동자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세상. 노동자가 없는 세상.
요즘 마음의 고문을 받는 슬픈 노동자들이 많다. 예를 들면 고객들의 갑질 사건과 블랙 컨슈머로 인해 힘든 감정노동자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지금도 많은 노동자들이 울고 있을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하여 심각하지 않게 생각한다. 심지어 노동자들이 없으면 집이 없어지거나 쓰레기가 넘쳐나는 날이 올 거라는 말에도 아무렇지 않게 ‘그럼 뭐 어때’라고 대답한다. 물론 처음에는 나도 노동자들이 없어도 살수 있다고 자신 있게 생각했었는데 노동자는 우리 모두였다. 전태일을 만나고 나는 많은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이 책의 한 할머니는 전태일 동상 앞에서 손녀에게 우리를 위해 열심히 싸운 전태일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전태일은 어렸을 때 전쟁을 겪어 생계를 위해 평화시장에 미싱가로 간다. 그 당시 평화시장의 미싱가, 시다 등 모든 소녀, 소년들은 빨간 꽃과 하얀 꽃 대신에 빨갛고 하얀 색의 실밥을 보고 땀 냄새와 기름 냄새에 고통 받으며 일했다. 그래서 눈은 빨갛게 충혈 되고 코를 풀면 시커먼 콧물이 나왔다. 전태일은 건강이 안 좋은 시다를 보고 있으며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었다. 전태일은 시다를 잘 챙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미싱가에서 재단사가 된다. 하지만 전태일이 시다를 감싸줄 때마다 사장님은 전태일을 호되게 혼냈다.
전태일이 우연히 알게 된 근로기준법은 사장이 노동자에게 일을 시킬 때 지켜야 할 규칙들이 담긴 법이었다. 근로기준법은 하루에 8시간 근무, 일주일에 한 번은 쉬게 할 것, 모든 근로자들에게 건강 진단을 받게 할 것 등의 근로자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평화시장의 가게에서는 지켜지고 있는 게 단 한 개도 없었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전태일은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서 ‘바보회’라는 단체를 만들었지만 얼마안가 해고를 당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근로기준법을 들먹이면서 작업장의 분위기를 흐린다는 말이 되지 않는 이유였다. 한시도 평화시장의 노동자들을 잊을 수 없었던 전태일은 다시 ‘삼동회’라는 단체를 만들고 평화시장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도록 애썼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는 현실을 보면서 화가 난 전태일과 ‘삼동회’ 회원들은 근로기준법 책을 태우려다 경찰들에게 잡히고 만다. 그래서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태우기로 한 불에 뛰어 든 후 희망의 불씨가 되어 근로기준법을 외친다. 전태일은 죽었지만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놀랍게도 그제야 근로기준법이 지켜지게 된다.
‘그게 뭐? 우리는 상관없잖아?’ 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의 전태일이 될 것이다. 심지어 우리의 엄마, 아빠, 많은 사람들이 모두 노동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들도 인권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들에게 윽박지르고 화를 낸 일들을 반성해야한다고 느꼈다. 우리가 하는 행동은 모두 노동자들의 인권이 무시되는 행동이다. 노동자들은 기계나 로봇이 아니다. 억지로 웃게 하고, 허리를 90도로 꺾어서 인사하게 하고, 무리한 요구를 마구 한다.
한 번 쯤은 계산원들에게 짜증을 내는 블랙 컨슈머를 보았을 거다.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것만 생각한다거나 계산원 표정을 보며 남 일 보듯 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소리를 지른 적이 있다는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그때 안절부절 못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던 계산원의 표정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 계산원의 슬픈 표정을……
나는 노동자들의 인권이 존중되고 평등해져서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길 기다린다.
노동. 나는 노동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괜히 힘든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노동은 모든 일을 뜻하는 것이었다. 또 노동자는 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노동자들은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핸드폰, TV, 컴퓨터도 노동자들이 만든 것이고, 빵, 옷, 집처럼 우리가 사용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들은 다 노동자들이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다니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고 이해가 안됐다.
내가 노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태일을 만나고 나서였다.
이 책의 한 할머니는 손녀에게 어떤 동상 앞에서 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그 이야기는 1960년대 즈음의 일이었다. 동상의 주인공 전태일은 어렸을 때 전쟁을 겪어 생계를 위해 평화시장에 시다로 간다. 시다란 일하는 사람 옆에서 일을 거들어주는 사람을 말한다. 많은 시다들은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해야 했고, 그로 인해 전태일에게 찾아오는 시다들도 많았다. 전태일은 시다들을 감싸주기 위해서 재단사가 되었다. 전태일은 시다들을 챙겨주기 위해 애를 썼지만 사장님은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고 네 일이나 하라면서 쌀쌀맞게 대했다.
어느 날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근로기준법은 사장이나 회사가 노동자에게 일을 시킬 때 지켜야 할 규칙들이 담긴 법이었다. 전태일은 그것을 알리기 위해 '삼동회'라는 이름의 모임도 만들고 시청, 노동청, 방송국의 문을 두드렸다. 노동자들의 바람은 모두 이루어질 것만 같았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노동자들은 다시 사장의 말을 들으며 기계처럼 일해야 했고 오히려 원망만 늘어버렸다. 전태일은 있어봤자 쓸모없는 근로기준법을 불태우려다 잡혔지만 그 대신 자신의 몸을 불살라 하나의 불꽃이 되어 외쳤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다른 노동자들도 모두 전태일이 되어 다시 한 번 외쳤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전태일은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근로감독관에게 "내가 죽어서도 근로기준법이 지켜지는지 볼 것이오."라고 다짐을 두었다.
전태일의 희생에 나는 굉장히 놀라고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근로기준법을 불태우려다 자신의 몸을 불살라 하나의 불꽃이 되어 외쳤던 그 일 말이다. 나는 전태일을 이렇게 생각한다. '근로기준법을 모르는 바보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살랐던 영웅‘이라고.
전태일의 희생으로 현재는 많은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많은 빌딩과 공장의 불은 밤늦게까지 켜져 있고,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온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노동자들의 불평등은 남아 있나 보다.
우리는 전태일을 기억하고 모든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우리 모두는 노동자가 될 것이기에 그들과 그것에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빨간 꽃 노란 꽃 꽃밭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나비 담장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노동자들의 마음에 진짜로 빨간 꽃 노란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1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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