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기술은 육종보다 안전하다
1996년, GMO가 상업화된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GMO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위험 사례가 없음에도 그렇다. 해충저항성 Bt 단백질의 안전성 논란, 영국에서 발생한 GM 감자의 면역성 논란, GM 옥수수의 독성 논란, 러시아에서 나온 GM 콩의 발육저해 논란, 인도에서 GM 면화의 독성 논란 등이 있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후로도 콩, 옥수수, 면화, 캐놀라 등이 각 국가에서 재승인되어 계속 재배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과 옥수수는 90%가 GM 품종으로, 미국은 GMO를 재래종과 동등하다고 인정해 아무 표시 없이 계속 먹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이상 반응을 보인 사람이 전무하다.
그리고 GMO 기술(유전자의 수평적 이동 기술)은 인간 고유의 발명품도 아니다. 원래는 수십억 년 전부터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해 자연 상태에서 흔하게 이루어지던 기술이다. 인간의 GMO 기술은 그저 이러한 자연의 기술을 차용한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마구잡이로 이루어지던 자연 상태에 비해 매우 안전하고 간단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GM 기술이 인간이 최근에 창조한 신기술인 양 너무나 불안해한다. 수십억 년 된 아주 진부한 기술이며, 인간이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고작 몇십 년이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지금 세계적으로는 ‘GMO 2.0’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재배가 허용된 것은 농산물 중 극히 일부 품종에 불과했는데, 동물로는 처음으로 연어 사육이 승인되었고, 중국이 세계 3위 종자기업인 신젠타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시작했으며, ‘유전자 가위’라는 신기술이 개발되어 차원이 다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단순히 새로운 작물의 개발을 넘어 질병의 치료뿐 아니라 동식물, 바이오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의 기술 개발과 특허 경쟁이 치열하다.
이처럼 GM 기술은 갈수록 첨단화되고 발전의 기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에 대한 진지한 이해보다는 시대에 뒤떨어진 쇄국정책처럼 그저 억누르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세계적으로 GM 기술의 개발이 활발해지는 이유는 다른 기술적 돌파구가 없으며,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졌다는 판단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데도 말이다.
세계적인 학자들과 보건당국은 GMO가 안전하다고 말한다
현재 전 세계의 신뢰할 만한 과학단체나 보건 당국은 모두 GMO가 기존의 작물과 동등한 안전성을 가졌다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의학협회,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 영국왕립학회와 같은 기관들이 내린 결론이다.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NAS)는 2016년 50여 명의 과학기술자, 농업인, 기업인 등이 참여하여 옥수수, 대두 등 GM 작물을 대상으로 20여 년간 발표된 900여 건의 연구 자료와 데이터를 분석하여 338쪽 분량의 종합 분석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GMO가 출현한 이후 20여 년간 농산물을 섭취한 사람과 동물을 대상으로 질병 발생 여부를 추적 조사했고, 그 결과 암·비만·위장병·신장질환·자폐증 등 다양한 질병군에서 GMO가 병을 유발했다는 뚜렷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10년 12월, 유럽위원회는 동물, 사람, 환경에 대한 GMO의 안전성을 평가한 50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요약한 보고서를 발행했는데, 이 보고서는 “GMO가 관행종보다 더 위험하다는 어떠한 과학적 증거도 없다”라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 107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환경단체 그린피스를 상대로 GMO 반대 운동을 멈춰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물리학, 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 석학들은 이 성명에서 “현재까지 GMO가 인간이나 동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는 한 번도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권위 있는 과학기관의 연구 결과를 인정해 GMO 반대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참여한 노벨상 수상자 수가 전 세계에 생존해 있는 수상자(296명)의 3분의 1이 넘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른 사건이다. 이 서한을 주도한 사람은 1993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리차드 로버츠이고, 서명에 참여한 2013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랜디 셰크먼은 “기후 변화나 질병 예방 등에는 과학을 지지해왔던 이들이 세계 농업의 미래와 같은 중요한 일에는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를 무시한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다”고 말한다.
극렬한 GMO 반대 운동가였다가 지지자로 입장을 완전히 바꾼 영국의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도 “예전에는 GM을 위험한 것이라고 여겼으나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전통 육종보다 더 안전하고 정밀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GM은 단지 일부 유전자만을 움직이지만, 전통 육종은 전체 유전자를 조작한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또 “우리는 이제 GM이 안전한지 아닌지를 논의할 필요조차 없다. 지난 20년 동안 GMO 식품을 섭취함으로써 피해를 본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이 기간에 사람들은 GMO 성분이 함유된 식사를 2조(兆) 번 혹은 3조 번이나 했지만 피해 사례는 전무하다. 하지만 유기농 식품을 먹고 피해를 입은 경우는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2011년 독일에서 발생한 ‘유기농 콩나물 식중독 사고’가 그것이다. 이 사고로 50명이 사망하고, 3,000명 이상이 심각한 증상을 겪었다. 얼마 전 러시아에서 소행성 충돌 사건이 발생해 많은 사람이 다쳤는데, GMO 식품을 먹고 해를 입을 확률은 소행성에 의해 다칠 확률보다 훨씬 적다”라고 말한다.
조금만 더 큰 틀에서 GMO 문제를 바라보자
우리는 과연 GMO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일까? GMO는 갈수록 우리의 생활 속에 들어오는데 무작정 외면하는 것이 앞으로도 과연 가능할까? 이 책의 저자는 전작부터 식품 문제에 대한 위험이 과장되고 효능도 과장되었으니 이제는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계속 말해왔다. 하지만 GMO에 대한 과장된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면 무작정 ‘GMO 찬성론자’, ‘몬산토 장학생’이라고 매도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특히 건강전도사들은 과학보다는 신념으로 무장하고 ‘세라리니(Seralini) 실험처럼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하고 일관성도 없어서 과학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예시를 들어 GMO에 대한 반대론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GMO에 대한 불안감이 합리적인 수준인지일 뿐 GMO의 필요성이 아니다. 그리고 개별적 이슈에 대한 공방도 전혀 아니다. 단지 GMO 현상의 전체적인 본질을 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GMO를 혐오하는 이 순간에도 유전자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GM 작물이 전혀 필요 없다고 해도, 유전자 기술은 앞으로 증가할 유전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 필요하고,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필연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오해와 두려움만 많을 뿐이다.
하루라도 빨리 GMO의 안전성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내려지면 소비자도 좋고 식품회사도 좋을 텐데, 세상에는 안전성을 명확히 입증하는 방법이 없으니 앞으로도 논란과 불안감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과연 GMO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할까? 그 판단은 개별 이슈나 실험 결과보다는 GMO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