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창조성이 통합된 세상은 한 명의 천재보다 똑똑하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만나는 아이디어 공간, 스마트 월드!
이제 스마트 월드가 우리를 대신해 사고해줄 것이다”
창조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창조성은 천재 개인의 산물인가, 사회적 네트워크의 소산인가
입체파의 효시로 손꼽히는 피카소의 그림을 창조시킨 도화선은 무엇인가? 프랭크 게리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건축 세계에 어떤 파장을 가져왔는가? 루스 핸들러의 바비 인형이 탄생된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가? ‘슈퍼사이징’은 왜 나타나게 됐으며, 패스트푸드 산업을 어떻게 바꿔놓았는가? 학계의 아웃사이더였던 크릭과 웟슨은 무슨 수로 라이너스 폴링도 풀지 못한 DNA의 비밀을 밝혔는가? 애플의 아이포드가 이룬 독창적 성취의 토대는 무엇인가? 리처드 오글은 이 모든 의문에 대한 해답을 복잡계 이론의 한 갈래인 네트워크 과학에서 찾고 있다.
우리는 지난 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제품, 창의적인 아이디어, 변화를 주도한 혁신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패러다임을 한 단계 뛰어넘는 ‘혁신적 창조성’에 대한 수수께끼를 명확하게 풀지 못한 채, 그저 ‘천재’라 불리는 몇몇 뛰어난 개인들의 성취 정도로만 막연히 인식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창조적 사고를 일으키는 지능이 오로지 뇌 속에만 존재한다는 기존의 가정에 직접적으로 도전하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이 세상을 발전시켜온 모든 창조성이 그저 천재적인 한 개인의 자질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에는 “현대 경제에서는 자본이나 노동 못지않게 아이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는 주장이 실렸다. 그만큼 혁신적 아이디어, 무한한 상상력이 그 어떤 물적 자원보다 가치있는 자원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기에 무한한 창조성을 발휘하는 인간의 사고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혀내고자 한 리처드 오글의 시도는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리처드 오글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등 시공간의 구분 없이 비즈니스, 과학, 기술,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창조적 도약이 어떻게 일어났으며, 이를 가능케 한 인간의 상상력, 직관, 통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세밀하게 탐험한다.
인간의 사고에 대해 그리고 세상을 지적으로 만드는 사고의 역할에 대해 폭넓은 시각을 갖자는 데 목표를 둔 《스마트 월드》는 미국 출간 당시 주요 언론과 학자들로부터 “창조성에 대한 통념을 깨고 그 미스터리를 파헤쳤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을 통해 미지의 영역과도 같았던 창조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네트워크 과학으로 풀어낸 창조성의 미스터리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들이 링크되면서 창조적 도약의 토대가 마련된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이 ‘창조성’을 다룬 기존의 책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네트워크 과학’으로 창조성의 미스터리를 풀어냈다는 데 있다. 네트워크 과학은 뇌세포 사이의 연결에서부터 인터넷 구조까지 네트워크의 보편적인 법칙과 원칙을 연구하는 복잡계 이론의 한 갈래다. 스티븐 스트로가츠,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등의 선구적 연구 작업에서 유래한 네트워크 과학은 흥미로운 학문 영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리처드 오글은 이러한 네트워크 과학을 빌려, 확장된 사고의 아이디어 공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설명하려 한다. 그리고 패러다임을 바꾸며 혁신을 일으켜온 모든 창조성과 창조물은 아이디어의 네트워크 역학 속에서 이해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창조적 도약을 이룬 천재나 거장들은 공통적으로 다양한 지식으로 구성된 아이디어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아비뇽의 아가씨들’은 어느 날 갑자기 피카소의 머릿속에서 완성된 후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트로카데로 박물관에서 접한 아프리카 미술의 깊은 영향 때문에 창조될 수 있었다. 바비인형은 종이인형을 통해 성인 여성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려던 아이들의 은밀한 욕구를 이해함으로써 탄생했다. 프랭크 게리의 획기적인 창조물 구겐하임 미술관은 건축에 미술과 과학을 접목시킴으로써 건축계 자체를 변화시켰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미 수많은 곳에 잔존해 있는 아이디어들이 하나의 노드가 되어 서로 링크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이것이 창조적 도약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를 통해 살펴볼 때, 창조적 도약을 이룬 거장들은 아이디어 네트워크를 자유롭게 탐험하고, 상상하고, 통합하는 역량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창조적 도약은 천재나 거장 혼자만의 사유물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분야, 지식, 기술, 패러다임, 사유방식 등으로 구성된 사고의 공간에서 유추와 통합이 이뤄진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유추와 통합은 그들의 아이디어 네트워크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서로 연결 관계가 존재했을 때 가능하다. 그리고 서로 연결된 아이디어 공간에서 유추와 통합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상상력, 직관, 통찰력이다. 이와 같은 리처드 오글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도약을 가능하게 만든 데에는 보편적인 패턴과 원칙이 있으며, 네트워크 이론을 통해 인간 사고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함으로써 창조적 도약의 비밀이 비로소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유기체적 아이디어 공간, 스마트 월드
이제 아이디어 공간이 우리를 대신해 사고한다
그렇다면 ‘스마트 월드’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리처드 오글의 의미심장한 주장을 조금 단순화해서 설명하자면 스마트 월드는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들이 네트워크화되면서 생성된 유기체적 아이디어 공간을 말한다. 상상력을 갖춘 사고가 직관과 통찰, 외부에 배태된 지능과 결합해 창조적 도약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공간인 것이다. 그리고 이 유기체적 ‘아이디어 공간’은 역동적이고 자기조직적이며, 자기변형적인 광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래서 네트워크 법칙에 지배를 받는 아이디어 공간을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극적인 도약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저명한 철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앤디 클라크는 “우리는 지능을 보다 덜 사용하고도 성공할 수 있도록 우리의 환경을 구축하는 데 우리의 지능을 활용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우리가 도구, 문화적 산물, 지식이 배태된 사용하기 쉬운 대상 등 온갖 것을 이용해 우리 사고가 수행하는 연산활동의 짐을 덜어주려고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주장은 그간의 학문적, 상식적 견해와는 정반대로 사고가 세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제시하는 것으로서, 왜 우리가 역동적인 아이디어 공간인 스마트 월드를 이해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리처드 오글은 제12장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로 아이디어 공간의 의미를 정의한다. “무엇보다 가깝거나 먼 배태 지능의 그물망을 서핑하는 우리의 상상력을 믿어라. 일단 올라탈 준비만 되면 네트워크 역학의 법칙이 형성한 아이디어 공간이 우리를 대신해 어려운 사고를 다 떠맡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라.” 그의 분석과 통찰로 혁신적인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창조성이 어떻게 발현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게 됐다. 창조성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경쟁우위를 갖게 되는 오늘날, 확장된 사고의 아이디어 공간인 스마트 월드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곧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패권을 갖는다는 것과도 같다. 우리가 유기체적 아이디어 공간인 스마트 월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창조적 도약을 지배하는 9가지 법칙
아이디어 공간과 창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이해한다
리처드 오글은 네트워크 과학의 원칙들에 뿌리를 두고, 창조적인 도약을 이끄는 9가지 법칙을 제시한다. 그 법칙은 티핑 포인트의 법칙, 적익부의 법칙, 적익적의 법칙, 자연발생의 법칙, 길찾기의 법칙, 핫스팟의 법칙, 좁은 세상 네트워크 법칙, 통합의 법칙, 최소 노력의 법칙이다. 그리고 그는 이 9가지 법칙을 통해 아이디어 공간이 어떻게 생성되고 링크되고 합쳐지고 통합되고 팽창하고 다른 공간들을 지배하고 붕괴하고 단순화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또한 우리의 상상 지능이 이 같은 다이내믹스와 어떻게 상호작용해 창조적 도약이 일어나는지도 다양한 예들을 통해 실증하고 있다.
《스마트 월드》의 마지막 장에서는 그간 탐구해온 법칙과 원리에 근거를 두고 기업인, 과학자, 기술자, 기타 전문가들이 따라할 만한 권고사항이나 실천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실질적 목표가 있다. 첫째, 독자들이 급진적인 새 아이디어, 트렌드, 제품 등을 바로바로 알아보도록 하는 것이다. 즉 미래가 다가오기 전에 그 흐름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둘째, 창조적 도약을 이뤄낼 수 있는 역량을 향상시키고, 이를 위해 타인들을 관리하고 그들과 협업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의 상상력이 스마트 월드의 아이디어 공간과 창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법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이해를 획득해야 하는 것이며, 이 책이 그 이해를 돕는 하나의 도구가 될 것이다.
리처드 오글이 제시하는 창조성에 대한 이 같은 접근법은 아직 태동단계에 불과하다. 또 이 책에 제시된 ‘창조적 도약을 지배하는 9가지 법칙들’ 역시 과학적 핵심 법칙으로서의 확고한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더욱 심도 깊은 연구와 분석, 통찰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과학을 이용해 스마트 월드의 역학과 이에 개입하는 인간 사고의 상상적 작동방식을 통찰하는 것은 창조성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의미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