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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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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이토 아사 저 / 박상곤 | 에쎄 | 2016년 05월 26일 | 원제 : 目の見えない人は世界をどう見ているのか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144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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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6년 05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62g | 120*186*20mm
ISBN13 9788967353292
ISBN10 8967353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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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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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저자 : 이토 아사
1979년 도쿄에서 태어나, 원래는 생물학자를 꿈꾸었으나 대학 3학년 때 문과로 전과하여 미학과 현대미술을 전공했다. 도쿄대학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미학예술학을 전공하고 2010년 박사학위(문학)를 받았다. 일본 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을 거쳐 2013년부터 도쿄공업대 리버럴아트센터 부교수로 재직하며 예술작품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발레리의 예술철학과 신체의 해부』 등이 있고, 제작에 참여한 작품으로는 고...
역자 : 박상곤
서울대 국문과와 일본 와세다대 사회과학과를 졸업했다. 도쿄대 외국어대학원에서 지역 문화 연구와 국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영어와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나』 『리어왕』 『맥베스』 『햄릿』 『오셀로』 『1984』 『과민성 장증후군의 예방과 치료법』 『듣지 않는 의사, 믿지 않는 환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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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개별성과 보편성을 함께 담지한 몸 이야기

저자는 미학이란 ‘몸을 이해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나 아닌 다른 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늘 당연했던 것’을 버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저자의 표현대로 다른 신체로 ‘변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서장에는 눈이 보이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변신’하기 위한 준비가 그려진다. 요컨대 눈을 감거나 안대를 써서 시각을 차단하는 것은 시각장애를 체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예로 들고 있는 것이 다리가 3개 있는 의자다. 다리가 4개 있는 의자에서 다리 1개를 빼버린다면 기울어 쓰러지겠지만, 배치를 배꾼다면 다리가 3개로도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청각이나 촉각을 써서 시각 없이도 제대로 세상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는 “다리가 1개 없는 ‘결핍’이 아니라 3개의 다리가 만드는 ‘전체’를 느끼는” 상태가 된다. 저자는 책 전체에 걸쳐, 신체를 다르게 사용하여 세상을 새롭게 보는 ‘의미’에 관해 상세히 기술한다.

물론 장애에 관해 일반론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각장애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전혀 볼 수 없는지 아니면 조금은 볼 수 있는지, 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는지 중도 실명했는지에 따라 ‘보는’ 방법이 다르다. 또 시각장애인 가운데서도 청각을 수단으로 보는 사람이 있고, 촉각으로써 보는 사람이 있으며, 전혀 다른 방법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인 신체론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개인에 치중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일반화한다면 중요한 논점을 잃을 수 있다. 저자 이토 아사는 ‘개별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시각장애인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최대한 그대로 인용하며 그것을 토대로 일반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정보를 의미로 만드는 힘은 점자 촉각이 아니라 바로 시각


이 책은 다섯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공간’에서는 눈이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2차원적으로 대상을 인식하는 감각을 돌아본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의미도 있다. 현대사회에는 정보가 넘쳐난다. 늘어선 간판과 팻말이 있고,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 수도 있다. 지나는 길의 전체적인 모습 따위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 반면 시각장애인은 더 넓은 감각으로 공간을 인식하기에 자유로운 3차원의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책에서 특정적인 예로 들고 있는 것이 후지 산의 이미지다. 눈이 보이는 사람은 한자 ‘八’자 형태의 후지 산을 떠올리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입체적인 이미지를 인지하게 된다. 달도 마찬가지인데, 눈이 보이는 사람에게 달은 본래의 구球가 아닌 영휴盈虧(차고 이지러짐)하는 원圓으로 그려지기 쉽다. 이는 사진이나 그림을 통해 데포르메deformer된 이미지가 점점 강화되어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눈이 보이기 때문에 도리어 보이는 대로가 아닌, 아는 대로 사물을 바라보게 되는 셈이다.

2장 ‘감각’에서는 비장애인이 갖기 쉬운 ‘시각장애인들은 특별한 촉각을 갖고 있다’는 오해를 깨뜨린다. 어쩌면 우리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점자=촉각’이라는 등식을 생각하며 시각장애인을 대해왔는지 모른다. ‘시각장애인에게는 만질 수 있는 것으로 정보를 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도 여기서 나온다. 마치 수건의 질감을 읽을 수 없듯, 점자는 만지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점자=촉각’이라고 오해하면 점자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미지의 영역이 돼버린다. 점자는 촉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규칙을 찾아 ‘읽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고정되었다고 생각했던 감각기관의 역할에 관해 다시 고민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눈으로 보지 않더라도 운전하면서 길의 울퉁불퉁함을 엉덩이로 느낄 수 있고, 담장 너머 꽃나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재활은 진화와 비슷한 신체적 변화를 일으킨다. 조류는 디디는 데 사용했던 앞다리를 날기 위한 목적으로 변형시켜왔다. 사고나 병으로 어떤 기관의 능력을 잃었을 때 다른 기관을 활용해 새로운 능력을 발견해내는 것이다. 우리의 신체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다양한 기능성을 숨겨놓은 가능성의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정적일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 시각장애인의 신체 사용법에 관해서는 3장 ‘운동’에 잘 나와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오히려 잘 넘어지지 않는다. 눈이 보이는 사람은 망설임 없이 무게중심을 옮기며 걷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은 살짝 디뎌보고서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비로소 체중을 싣는다. 그렇기 때문에 균형 감각에 예민해진 시각장애인들이 볼더링, 블라인드 서핑, 태덤 자전거(2인승 자전거) 타기와 합기도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4장 ‘언어’에서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는 언어의 힘을 다룬다. 놀랍게도 시각장애인들은 함께 모여 회화를 감상한다. ‘소셜 뷰잉Social Viewing’이라 불리는 이 감상법은, 눈이 보이는 사람 몇몇이 자신이 본 작품을 언어로 옮기고 이를 들으며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미술관에서는 개인적이고 내향적으로 작품을 감상하기 쉬운데, 그와는 반대로 대화를 통해 함께 작품을 감상한다.

하나 유념해야 할 것은 소셜 뷰잉이 ‘눈이 보이는 사람에 의한 해설’이 아니라 모두의 ‘사회적 경험’이라는 점이다. 작품에 관한 ‘시각적 정보’라면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인상이나 생각 등 ‘자기만의 주관적 의미’이고, 이를 언어로써 공유하여 타인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소셜 뷰잉은 독특하고 재미난 감상이 된다. 자신만의 의미를 모아 여럿이 함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은 느릴지 모른다. 하지만 감상은 도착이 목표가 아니라 과정을 즐기는 것이고, 그렇기에 함께하는 감상에는 현장감이 살아 있다. 이는 마치 부분적인 단서를 모아 사건의 전모를 추리하는 탐정이 하는 일과 비슷하다.

사실 세상은 눈이 보이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다. 5장 ‘유머’에서는 해학이 넘치는 시각장애인의 대화 수단인 유머를 살펴본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유머는 사회적으로 지탄받기 쉽고, 그렇기에 금기시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많은 시각장애인은 스스로 기꺼이 유머의 대상이 된다. 재미난 일화 가운데 하나로 스파게티 소스를 고르는 것이 있다. 소스의 포장 형태가 동일하기 때문에 눈으로 보지 않고는 원하는 맛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원하는 맛이 아닐 때 화가 날 법도 한데, 이 상황을 ‘제비뽑기’로 받아들이는 시각장애인도 있다. 회전 초밥을 먹을 때에도 자신이 원하는 초밥을 부탁하지 않고 우선 접시를 집어 먹어봄으로써 무슨 초밥인지 맞히는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시스템에서 배제된 이들이 체념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길을 택하는 생각에는,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새로이 도전하는 통쾌함이 배어 있다. 나아가 이들은 자학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거침없는 유머를 즐기는데, 이를 통해 ‘보임’을 기준으로 막혀 있던 ‘벽’을 허물어뜨린다.

눈이 보이지 않음으로써 뇌의 새로운 문이 열린다


물론 시각장애인이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을 독특하게 사용한다는 점에 놀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특별하게 바라보는 것은 전혀 다름을 알아야 한다. 지나친 존중은 도리어 관계를 망치기 마련이다. ‘대단하다’는 말 속에는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기 때문이고, 이는 서로의 차이를 대등하지 않게 만든다. 또한 이러한 태도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의 이미지를 하나로 고정시켜버린다. 거기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시각장애인의 다양성이 삭제돼 있다.

프랑스의 미술가 소피 칼은 「최후에 본 것」이라는 작품을 전시했다. 이 전시는 중도 실명한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본 것이 무엇인지 인터뷰를 하고 이를 글이나 사진 등으로 작품화한 것이다. 눈이 보이는 사람이 생각하기에 이러한 시도는 끔찍하고 마음 아픈 기획일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시각장애인은 감정적 동요 없이 도리어 객관적으로 작품을 감상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생각해보자. 도대체 장애란 무엇일까? 눈이 보이지 않거나 다리를 쓰지 못하는 것처럼, 흔히 우리는 그 사람의 신체적 지적 정신적 능력 부족을 가리켜 ‘장애’라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발달하면서 장애는 대량 생산-대량 소비 체제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상태로 인식돼왔다. 또한 지금까지 장애는 개인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에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커지고, ‘장애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생겨나면서 새로운 인식이 피어났다. 말하자면 시각장애란 눈이 보이지 않는 것 자체가 아니라, 눈이 보이지 않아서 할 수 없게 된 것을 일컬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애에 관한 담론이 개별적 모델에서 사회적 모델로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이가 스스로 장애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사회는 고령화돼가고, 나이를 먹으면서 누구나 시력이 떨어지고 귀가 어두워지는 등 ‘장애’를 갖게 된다.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이 다양한 신체를 활용하며 하나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시대, 곧 고령화 사회가 된다는 것은 신체 다양화의 시대를 맞이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심화될수록,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상대의 신체를 알아야 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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