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교육대기획
시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다!
대한민국은 시험 공화국이다. 학생들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공부하고, 성인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시험을 준비한다. 시험 성적에 열 올리는 사람들을 위해 학원들은 우후죽순 생겨나 더 높은 점수를 얻는 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시험의 성적이 우리의 실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긴 한 걸까? 이 시험을 통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측정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교육을 진단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공교육의 목표가 좋은 성적표를 받아오는 것에만 집중된 현실 속에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지 고민해본다.
1. 시험은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가
학교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시험해야 하는가?
인도는 고등학교 졸업시험 때마다 친구, 부모, 친척들이 벽을 타고 올라가 커닝페이퍼를 전달하여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지만, 사실 이곳의 시험은 3,000년간 이어져 오는 카스트 제도마저 뛰어넘을 정도로 절대 권력이다. 중국의 가오카오는 매년 6월 1,000만 명이 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학 입학시험으로, 인생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이 시험은 이들에게 서열과도 같다. 프랑스는 200여 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논술형 대입 자격시험 바칼로레아의 철학 주제에 온 국민이 관심을 두고 있는데,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등 자신을 들여다보고 기회를 얻도록 하는 이 시험의 핵심은 성장이다. 독일의 대입 자격시험은 논술과 구술로 이루어진 아비투어, 그러나 놀랍게도 불과 수십 년 전 이곳의 시험은 나치정권의 이념을 주입했다. 인도, 중국, 프랑스, 독일의 시험을 통해 국가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는 시험의 의미를 알아보고, 그 시험이 어떻게 우리의 생각과 태도를 지배하는지 살펴본다.
2. 시험은 기술이다
왜 누구는 시험을 잘 보고 누구는 못 볼까?
우리는 시험 점수가 대체로 각자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반영한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토익과 수능의 명강사들, 수능 만점자, 행시 최연소 합격자 등 우리 시대 시험의 고수로 손꼽히는 이들은 실력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시험 성적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시험에 대해 40여 년간 연구한 로버트 스턴버그 교수와 수학능력시험 창시자 또한 시험을 치는 기술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창춘옌 석좌교수는 시험 잘 보는 유전자 연구를 통해 시험이 학생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는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시험에 기술이 통용될 여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점수는 아이들의 실제 실력과 차이가 벌려지는데 이렇게까지 성적에 시험의 기술이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대체 우리는 왜 이런 시험을 치는 것일까? 특히 우리 사회는 그 어느 곳보다 시험 점수에 대한 맹신이 존재하고 있다. 과연 지금의 시험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시험의 기술에 대해 살펴본다.
3. 나는 대한민국 고3입니다
고3 수험생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수많은 시험의 문을 넘어 10대의 끝자락에 서 있는 아이들 모두 꿈은 달랐지만, 지향점은 하나였다.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 것, 그 목표를 향한 270일의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고3 들어 처음 맞이하는 모의평가, 성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점수로 확인되는 순간 교실 곳곳 한숨이 터져 나온다. 고3에게도 여름방학이 찾아오지만 내신 성적표가 이들을 더욱 압박하고, 서울 학원가는 지방의 고3들까지 몰려 만원을 이뤘다. 수시에 지원한 결과가 하나둘 발표되는 10월은 아이들이 극도로 예민해지는 시기이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큰 고통이지만 그 누구와도 상의할 수 없는 것이 불합격의 아픔이다. 수학을 좋아하지만 수학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 한 문제에 울고 웃는 아이,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공부하는 아이, 공부할 시간을 쪼개 봉사 활동하는 아이 등 실제 고등학교 3학년 일 년의 기록으로 만들어낸 긴장감 넘치는 대한민국 고3 보고서를 살펴본다.
4. 서울대 A+의 조건
우리가 치르는 시험은 대체 무엇인가?
서울대학교 우등생 46명을 대상으로 수업태도, 공부방법, 생활습관, 가정환경 등 광범위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 데이터를 항목별로 나눈 후 문항으로 만들어 서울대생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던 Best Learner 프로젝트는 우등생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찾아 그들의 공부비법을 밝히는 연구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기대와 달랐던 연구 결과를 차마 배포하지 못했다. 똑같은 연구를 미국 미시간 주립 대학교에서 시행했지만, 그 결과는 상이했다. 두 학교 학생들 모두 열심히 공부했는데 어떠한 요인이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한 것일까? 한편,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정답을 찾는 교육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하나의 답을 정해놓으면 더는 생각을 확장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갖는 실험은 정답의 역설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다양한 연구 결과와 실험을 통해 그동안 우리의 교육이 어떤 사람을 기르고 있었는지 살펴본다.
5. 누가 1등인가
우리는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
제주도의 한적한 시골 마을 폐교에 외모도 성격도 제각각인 9명의 아이가 모였다. 수능 만점자, 수능 꼴찌, 그리고 공부는 아니지만 자기 분야에서 1등이라고 자부하는 아이들은 이 모든 사실을 감춘 채 똑같은 교복을 입고 주어진 과제를 풀어나갔으며, 모든 행동은 모니터를 통해 3명의 평가자에게 중계되었다. 그리고 평가자들은 OECD에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으로 정의한 데세코(DeSeCo) 프로젝트에 의거해서 도구 활용능력, 이질적인 집단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능력, 자율적 행동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미션을 통해 아이들을 평가했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실생활에서도 과연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날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된 이 실험에서 승자는 누가 될까? 믿을 수 없는 반전 드라마를 통해 평가자들은 출신 대학이나 성적이 없을 때 어떻게 아이들을 평가할지, 평가과정에서 각각 스스로 매력과 재능을 발산한 아이들의 모습과 실제 모습은 얼마나 다를지 살펴본다.
6. 공무원의 탄생: 300일의 기록
국가가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음식물 쓰레기, 종이 한 장도 나갈 수 없는 공무원시험 출제센터는 출제위원들이 모든 것을 반납하고 입소하면 문을 밖에서 잠가 그 누구든 시험 당일까지 감금생활을 해야만 한다. 시험에 합격하기까지 모든 계절이 겨울인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길은 공부밖에 없다. 끝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고통스러운 수행을 하듯 이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공부에 매달리고, 그 공부를 위해 모든 관계를 단절했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에 학원가를 찾는다. 수백 개의 공무원시험 학원이 밀집한 노량진은 국내 최대규모의 공시 시장으로 하루에도 수천 명의 공시생이 몰려든다. 심지어 면접 학원마저 등장해 기출문제와 모범답안을 분석하고 예상되는 질문의 유형에 따른 대응방법도 가르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세상에 공개된 적이 없는 비밀스러운 공간인 공무원시험 출제센터와 초조하고 위태로운 수험생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학원가의 떠들썩한 풍경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