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의 사고방식은 그렇게 빨리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사고패턴은 늘 과거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에 큰 자극을 주는 책이 바로 [볼드]이다. 이 책은 미래학자이자 혁신가인 피터 디아만디스와 스티븐 코틀러가 쓴 이 책은, ‘우리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담대한 생각과 이를 실행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남다른 생각’이 세상을 바꾸고, ‘남다른 사람’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놓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주기적으로 능력이 두 배가 되는 이른바 [기하급수적 기술 발전] 때문이다. 처음엔 기술의 잠재력을 알아채지 못하고 중요성이 무시되었다가 나중에 엄청난 파괴력을 보게 된다. 디지털 카메라를 가장 먼저 개발했으나 중요성을 간과해 뒤쳐진 코닥, 반면 세계적 기업이 된 [에어비앤비], [우버], 이들의 차이를 가른 건 바로 기술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활용하는 대담한 생각이었다.

그게 어려운 이유는 기술개발의 속성 때문인데, 저자는 기하급수적 [6D], 즉 디지털화, 잠복기, 파괴적 혁신, 무료화, 소멸화, 대중화를 거친다고 설명한다. 먼저 디지털화가 진행되는데 변화가 눈에 띄지 않는 잠복기를 거치고 나서야 기존 시장을 일거에 파괴하는 혁신이 일어나고, 많은 제품 서비스가 무료 혹은 염가로 제공되며, 결국 누구나 활용 가능한 대중화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위기임과 동시에 ‘거대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3D프린팅 기술이 보여주는 디지털 제조기술은 3차 산업혁명이라고 할만큼 혁신적이다. 이에 저자는 앞으로 성장할 5대 유망기술로 1)세상을 점점 더 스마트하게 만들어줄 [네트워크와 센서], 2)더 싸고 빨라지고 능력이 확장되는 [무한 컴퓨팅], 3)인공지능, 4)로봇공학, 5)유전체학과 합성생물학을 꼽았다.

이런 기하급수적인 세상에선 과거처럼 자원부족이 더 이상의 결정적인 장애가 아니다. 오히려 ‘이 길을 갈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대담한 믿음, 볼드(bold)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볼드는 '누구도 하지 못한 도전적인 생각, 혹은 그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이나 무인자동차, 드론은 SF영화에나 등장하는 소재였다. 하지만 이제 무인자동차는 구글의 주력 사업이며 드론은 아마존이 상용화의 기회만을 엿보고 있는 사업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볼드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대담한 발상을 두려움 없이 하기 위해선 먼저 열정이 있어야 한다. 맹목적인 열정이 아니라, 탐구적인 열정을 말한다.

억만장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억만 명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일례로 [테슬라]와 [스페이스 엑스]의 회장인 일론 머스크는 넷스케이프에 취업이 안되자 창업을 한 청년이었다. 몇 가지 사업으로 돈을 벌자 인류의 미래와 관련된 일, 지속가능 에너지, 우주 등에 관심을 갖게 된다. 화성에 온실 보내기라는 대담한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다가 로켓 기술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우주는 정부의 몫이라는 생각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스페이스엑스를 설립하게 된다. 이후 십년이상 노력해서 민간회사로는 처음으로 마침내 드래건호가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스페이스 엑스라는 회사는 미항공우주국[NASA]도 성공하지 못한 로켓 추진체의 회수까지도 성공해 화제가 되었다. 또 전기자동차와 태양열에너지회사를 설립했다. 바로 테슬라와 솔라시티이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과 목적성이었다. “로켓사업도, 자동차나 태양열 사업도, 대단한 기회라 생각해서 뛰어든 게 아니라, 세상을 바꾸려면 뭐든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뿐입니다. 과거보다 확실히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말이다. 또한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구글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는 구글이 매진해야 할 정말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땐 ‘사람들이 칫솔만큼 자주 사용하는 것인가?’라는 기준을 세웠다고 말한다.

다들 미친 짓이라고 했던 Gmail을 만든 것도, 유튜브를 비싸게 인수한 것도, ‘자주 사용하는 것이 사람들에게도 정말 중요한 것이다’라는 사고의 결과라고 한다. 저자는 이 두 사람 외에도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등 혁신가가 가졌던 공통점을 통해 볼드한 발상의 전략을 8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조직 차원에서는 대담한 일에는 [스컹크웍스]같은 별동부대가 적합하다고 말한다. 스컹크웍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국방부가 록히드마틴에 요청한 전투기를 초단기에 제작/납품했던 프로젝트팀에서 나온 말인데,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대담하고 어려운 목표가 주어져야 한다. 관료적 조직을 차단하여 프로젝트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타성에서 벗어나 위험을 감수하고 창의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물론 대담한 시도에는 리스크가 따르게 마련이다. 통념과 달리,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훌륭한 기업가는 리스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리스크를 줄일 방법을 찾습니다.”라고 했는데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저자는 최선의 예로, ‘신속한 새 버전 전략’을 들고 있다. 구글의 ‘에자일 디자인’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새 제품 출시에 정교하게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최소기능제품 MVP를 먼저 내놓아 고객들로부터 즉각적 피드백을 받는다. 그 다음 이를 반영해 업그레이드 제품을 내놓고 다시 피드백을 받는 식인데, 결과적으로 ‘일찍 실패하고 더 자주 실패하라!’는 정신으로 임하라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외에도 대담한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도 소개하고 있다. 자금을 모으는 방법,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방법, 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 등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5년후, 좀 더 멀리보더라도 10년후면 지금과는 엄청나게 다른 비약적인 기술 진보를 목격하게 되고, 지금의 직업중 상당수가 없어지고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수많은 미래 직업이 탄생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전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계 최강 바둑기사인 이세돌의 [세기의 바둑 대결]이 한국에서 개최되었다. 결과는 알파고의 4대1 완승이었다. 오래전에 IBM의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인류최강의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두 번째 대결에서 이겼던 것 이상의 충격을 인류에게 안겨주게 되었다. 체스와 바둑의 경우의 수는 비교자체가 불가능하다. 바둑은 19X19, 즉 361개의 반상위의 점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이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10의 80-120제곱인 우주의 원자수보다도 크다고 말한다. 이런 무한대에 가까운 바둑에서 인공지능인 알파고는 [딥러닝]과 [머신러닝]이라는 새로운 알고리즘에 의한 학습에 의해 인류최강 바둑기사를 완벽하게 제압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온라인 바둑 사이트에서 [마스터]라는 아이디로 세계 정상급 바둑기사 등과의 수십번의 대국을 패배없이 전승을 기록하여 훨씬 막강해진 인공지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세돌 기사가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마지막으로 승리한 사람이 될 거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이러한 막강한 인공지능은 조만간 펼쳐질 미래의 한 부분일 뿐이고, 이밖에도 로봇, 드론, 3D프린팅, 자율주행차,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우주항공 등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우는 미래 첨단 기술이 현재 진행되고 있고, 조만간 상용화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혁명에는 성공했지만, 미래의 먹거리 사업에는 출발부터 뒤쳐지고 있어 걱정이 되는 형국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유럽과 미국, 중국 등 세계의 주도권을 다투는 강국들은 과학기술 발전에 모든 국가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포스텍, 카이스트를 졸업한 학생들이 의학전문대학원에 상당수 진학하여 안정적인 직업만을 추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공계가 살아야하고,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이 발전되어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공계를 전공하고도 의전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판단이 아쉽지만, 그들이 왜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는가를 국가와 지도자들이 먼저 자각하고,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알파고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딥마인드의 CEO, [허사비스]는 케임브리지 대학출신의 영국이 배출한 천재로, 세계 두뇌올림픽 5연패를 달성한 사람으로서, 인공지능 회사인 [딥마인드]를 창업하였고, 결국 이 딥마인드를 구글이 수천억을 주고 인수하게 된다. 영국의 인재는 기술에 집중하여 수천억 가치의 회사를 일구어내는데, 우리의 포스텍, 카이스트, 서울공대 등에 재학하는 학생들도 이러한 원대한 꿈을 꾸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안정적인 직업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일론 머스크처럼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그 반대급부로 막대한 부를 쌓게 되는 혁신적인 사업가가 우리나라에서도 시급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연했던 미래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었고, 급속히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협소함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의미있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