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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5년 12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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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
| 파일/용량 | EPUB(DRM) | 88.23MB 파일/용량 안내 |
| ISBN13 | 9788936428655 |
98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생명에 관하여 생각할 때 우리는 주로 인간을 거론한다. 그것도 아니면 동물 정도다. 하지만 자연 속의, 인간과 동물이 죽고 새로 태어나도록 그 자리에서 지키고 있는 게 있다면 그건 나무일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 자라서 죽을 때까지 나무는 한자리에서 지켜본다. 어디 인간뿐일까. 새들이며 동물들이 나무에서 쉬었다 가고 또 나무의 열매를 먹고 나무와 함께 살아간다. 어쩌면 인간은 한낱 미물일 뿐이다. 그저 잠시 자연을 누리다가 사라질 뿐인데,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굴지 않은가.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개똥지빠귀라는 새였다. 추운 나라에서 남쪽 나라로 날아온 개똥지빠귀의 뱃속에는 팽나무의 열매가 있었다. 폭설이 내리던 날,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빈터에 떨어져 죽었다. 이른 봄 개똥지빠귀의 분해된 몸에서 싹이 트고 실 같은 뿌리가 생겼다. 여름이 되자 줄기가 나고 잎사귀가 자라 점차 나무의 모습이 되어갔다. 큰 나무 들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산다. 개똥지빠귀의 무리가 오고 가며 팽나무 가지에서 쉬고 배가 고프면 열매를 먹는 동안 팽나무의 나이테는 겹겹으로 쌓인다. 팽나무가 육백 년을 살아오는 동안 조선은 천주교 박해와 동학 운동을 겪고 새만금 개발까지 지나온다. 팽나무는 할매 나무가 되어 그늘이 되어주고, 안식처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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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라는 제목 때문에 어렸을 적 할머니를 떠올리지 않았나. 작품 속 할매는 사람이 아니다. 바로 육백 년을 같은 자리에서 지켜온 팽나무를 가리킨다. 자연의 순환과 격동의 한국사를 망라한 작품이다. 인간이 아닌, 자연의 한 부분으로써 팽나무는 모든 걸 지켜본 존재다. 정지아 소설가는, 이 소설은 ‘생명’ 그 자체가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군산의 팽나무는 고유한 생명을 이어오고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을 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서낭당이라고 하여 나무를 향하여 제사를 지내고 소원을 말하는 팽나무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적산가옥과 근대건축물을 보기 위해 군산을 방문하였으나, 일제가 호남평야의 쌀을 수탈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설계한 장소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소설 속 팽나무는 천연기념물 및 문화재로 지정되어 지금도 제사를 지낸다. 제사를 지내며 우리의 염원을 말하고 그것을 들어주는 팽나무의 존재는 어쩌면 ‘아서왕의 전설’에서의 멀린과 비슷하다. 즉 오랜 시간 같은 장소에서 격동의 시기를 바라본 팽나무는 우리들의 할매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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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신부는 혼자서 폐허의 길 흔적을 따라 걸어 들어갔다. 동이 훤하게 터서 낮게 깔린 구름 틈새로 주황빛 아침놀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마침내 마을 터의 가장 안쪽 철망과 대숲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가자, 검은 몸을 뒤틀고 서 있는 고목이 보였다. 방지거 신부는 아! 하며 잠깐 그 자리에 섰다. 그는 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팽나무에 안기듯이 두 팔을 벌리고 뺨을 대보았다. 그때 그는 분명히 나지막한 쉰 목소리를 들었다.
이놈아, 어디 갔다 인제 오냐. (216~217페이지)
이 책을 읽고 하제 당산마을의 할매 나무인 팽나무 사진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다. 600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버텨온 할매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당골네 뿐 아니라 하제 마을 모든 사람의 염원인, 뿌리 깊은 인연의 고리를 보게 되었다.
생명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또 스러진다. 스스로 갯벌에 들어가 칠게의 먹이가 된 인간, 그것을 먹은 칠게를 새가 잡아먹고, 새는 나무 아래서 생명을 다한다. 새의 주검은 나무의 자양분이 되어 나무의 뿌리를 굳건하게 한다. 생명의 순환 과정을 엿보는 듯하다. 마치 불교의 윤회를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이 작품으로 인해 새만금에 새로운 활기가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작품 하나가 주는 반향을 기대해 봐도 될까. 사라지는 갯벌, 자연의 위기에서도 버티고 선 할매 나무의 저력을 믿어보고 싶다.
#할매 #황석영 #창비 #책추천 #소설추천 #한국문학 #한국소설 #서낭당 #팽나무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작가의 이름만 보고 선택했던 책.... 소설 "할매"는 감동을 넘는 충격을 주는 소설이다. 아무나 쓸 수 없는 글이며, 50년이 넘는 글내공을 집대성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어설프게나마 글이라는 것을 쓰기 시작하는 입장에서 글쓰는 일에 대한 지향점을 말해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감히 도달할 수 없는, 그래서 목표로써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그러한 지향점이다.
작가 황석영은 내 선친과 비슷한 연배의 인물이다. 만주에서 태어나 서울 영등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하며 자신의 고향을 영등포라고 하니 반갑다. 나 역시 영등포가 고향인 입장에서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장면으로 승화되어 묘한 동질감도 느낀다.
50년 글쓰기의 정점에서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소설의 마지막에 표현된다. 자신의 글을 통해 작지 않은 영향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보였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에 이른다.
군산...
내게도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90년대 군산을 처음 경험한 곳이 미군부대였고, 30대를 거치며 아내와 데이트 추억도 만들었으며, 지금은 한 제자의 고향으로 인식되며 또 다른 추억이 만들어진 곳이다. 소설을 읽으며 군산을 의식하지 못했다가 소설의 중반 이후에 서서히 주인공에 해당하는 팽나무의 구체적인 위치를 알게 된다.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도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고, 역사적 사실에 기반했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더이상 소설이 아닌 기록으로 인식하기 시작된다.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나무와 새, 자연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팽나무 한그루와 그 주변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표현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수준이 전문서적의 내용을 넘나든다. 나무에 관심이 많아 전문적인 서적도 읽고 있었는데,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한 지식들이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며 작가의 자료조사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명불허전이다~!
나무만이 아니라 새, 곤충, 무기, 전쟁, 뱃길, 항공기, 천주교, 동학... 이 하나의 작품을 위해 작가는 실로 상상하기 어려운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했다는 것이 소설을 읽는 내내 느껴진다. 거기에 더해 옛사람들의 말투와 당시 용어들까지 상세하게 묘사하고 섬세하게 표현되는 부분에서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어지는 감동과 감탄의 흐름은 190쪽의 "대합창"에서 폭발을 하고야 만다. 갯벌을 채운 대합들의 합창이라... 상상만으로도 감동을 넘어서는 무서움이다.
소설의 대부분이 역사적 사실이었고, 일부 인물들의 이야기를 넘어 한 인간의 삶과 우리 나라의 역사 600년의 시간을 표현한 작가의 시야는 식물과 동물, 인간이라는 모든 생물의 삶이 이어지는 시간을 표현한다. 어느 하나의 삶이 아닌 모든 삶은 이어지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면, 어느 하나의 생명이라도 허투루 대할 수 없게 된다. 소설을 읽으며 느껴지는 그 커다란 시간의 흐름에서 순간에 해당하는 나의 삶과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하는 시간도 갖게 된다.
나의 삶은 이전의 누구, 혹은 어떤 생명의 일부이고 그 연장선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그렇다면 나는 또 누군가에게 생명을 나누고 그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에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그렇게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는 한 시간도 허투루 사용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주인공에 해당하는 "할매"를 찾아보니 실제 존재하는 나무였다. 소설에 등장하는 지명이나 지역의 역사도 사실이고, 실제 할매나무는 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보존이 되고 있었다.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이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했을 때는, 작가의 영향력이 또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도 가지게 된다.
오늘,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소수의 제자들에게 언급했더니 호기심을 갖는다. 바로 책을 구매하더니 읽어보겠다고 다짐하는 녀석들이 기특하다. 언젠가... 할매나무를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본 서평은 창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할매』라는 제목만 보았을 때는 정겨운 할머니의 삶을 그린 소설일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서야 알게 된다.
이 소설의 ‘할매’는 사람이 아니라,
육백 년 동안 갯벌 곁을 지켜온 팽나무 한 그루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나무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아, 인간의 역사와 욕망, 신념과 폭력을 말없이 지켜본 존재였다.
소설은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시작된다.
갯벌의 생명들, 새와 게와 물의 흐름, 나무의 성장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곧 역사로 확장된다.
천주교 박해, 동학농민운동, 관군과 일본군의 연합 토벌, 그리고 수많은 백성의 죽음.
믿음을 가졌다는 이유로, 혹은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희생된 사람들의 삶이 차곡차곡 쌓인다.
인간의 역사는 늘 ‘대의’와 ‘발전’을 말해왔지만,
그 이면에는 이름 없이 사라진 존재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집요하게 드러낸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몽각이 갯벌로 나아가 스스로 생명이 되는 순간이다.
그의 죽음은 비극이라기보다 환원에 가깝다.
인간이 자연을 소비하다가 마침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장면은,
우리가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다시 묻게 만든다.
인간이 중심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취약한 믿음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다루어지는 새만금 간척사업은 『할매』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 작품임을 분명히 한다.
갯벌을 막고 메우는 과정에서 사라진 생명들,
삶의 터전을 잃은 어민들,
그리고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 폭력.
한때는 희망처럼 포장되었던 개발이 시간이 지나며 얼마나 많은 것을 앗아갔는지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비슷한 선택이 반복되는 현실 앞에서 이 소설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발전해왔는가?"
『할매』가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인간의 역사를 비판하면서도 끝내 생명의 가능성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개똥지빠귀의 뱃속을 거쳐 땅에 묻힌 팽나무 씨앗처럼,
생명은 사라지는 듯 보이는 순간에도 다음을 준비한다.
다만 그 씨앗이 자랄 수 있을지는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환경 문제’나 ‘역사 교육’이라는 주제 이전에 존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오래 머물게 되었다.
『할매』는 자연을 보호하자는 교훈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잊고,
얼마나 자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를 보여준다.
그 침묵의 증인으로 서 있는 팽나무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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