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조지 손더스의 이야기들은 예술적인 동시에 심오하다. ‘어둡게 재미있는’ 그 이야기들은 독자를 우리 시대의 가장 어려운 질문들의 가장자리까지 이끌고 가 그 이면과 그 너머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유쾌하고 모험적이며 연민을 느끼게 하는 그 이야기들은 앞으로도 절대적 가치를 잃지 않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_2014년 제1회 폴리오문학상 선정 심사위원평
* * * * *
“영미문학계 천재”, “지난 20년간 미국 문단을 빛낸 작가”, “현존하는 영어권 단편 작가들 중 최고”, “작가 그 이상의 존재” 등 특히 작가들의 각별한 인정을 받아 ‘작가들의 작가(writer's writer)’로 자리매김한 조지 손더스는 1996년,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첫 단편집 『CivilWarLand in Bad Decline(악화일로를 걷는 내전의 땅)』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당시 “참신하고 대담하며(야성적이며) 풍자적인 목소리”가 등장했다는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조지 손더스의 독보적 문학성을 세상에 알린 이 데뷔작은 2006년에 펜/헤밍웨이상 최종후보에까지 올랐다.
발표작들 가운데 가장 냉철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불편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소설 열 편을 엮은 네 번째 단편집 『12월 10일』은 각박한 자본주의 때문에 여러 가지가 조금 뒤틀려버린, 약간은 미래주의적인 미국 또는 오늘날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말씨가 이상하여 낯설지만, 스토리 자체는 활력이 넘치고 특유의 묘미와 위로를 선사한다. 간혹 아주 어두운 작품도 있는데 그마저도 유머러스한 요소를 가득 담고 있다. 이 작품집을 통해 조지 손더스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삶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고유의 경험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심오한 사실’이다.
* * * * *
현재 우리의 자본 중심 문화가 지닌 부조리하고 비인간적인 요소들을 조지 손더스보다 더 예리하게 집어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중요한 점은, 손더스의 소설에서 냉혹한 엄격함이 크나큰 연민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그가 폭넓은 도덕적 통찰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가끔 간과하는데, 이는 손더스만큼 가혹하게 혹은 깊숙이 핵심을 찌르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_주노 디아스(소설가,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작가)
* * * * *
미국문학을 면밀히 주시하는 사람들에게
슈퍼히어로 같은 존재로 부상한 손더스의 단편 미학
데뷔 초부터 냉혹한 현실 인식과 탁월한 유머 감각을 오가며 독창적 형식, 풍자적 에너지가 돋보이는 작품성을 선보였던 조지 손더스는 ‘그 누구와도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작가다. 표현 방식이 기묘하기는 하나, 결국 독자로 하여금 손더스의 소설을 통해 위로받는 심정을 자아낸다. 『12월 10일』은 이전의 작품집들보다 감정적으로 몰입하기 쉬운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울림의 강도와 깊이가 더하다.
먼저, 표제작인 「12월 10일」에서는 “애처로운 일자 앞머리에 아직 애송이 티를 벗지 못한 허여멀건 소년”이라는 외모 묘사만으로도 친구들에게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소년, 그리고 자신의 가족에게 고통과 분노와 수모의 짐을 지우지 않으려 공원에 가서 옷을 벗고 얼어 죽기로 결심한 중년의 말기 암 환자가 어느 추운 겨울날 우연히 마주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죽음’이라는 개념이 중심에 있어서 작품 분위기가 강렬하여 작품집 자체의 클로징에 상당한 여운을 남긴다.
「거미머리 탈출기(Escape from Spiderhead)」는 화자가 교도소 내 연구 시설에 갇힌 채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신약의 효과를 시험하기 위한 인간 실험쥐로 이용당하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약의 이름들은 온전히 손더스가 지어낸 것이다. 사고와 언변을 유창하게 해주는 말이술술(Verbaluce), 이름만으로도 그 효능을 짐작할 수 있는 꼿꼿이서(Vivistif), 그리고 우울폭포(Darkenfloxx). 우울폭포에 대해 손더스는 작품 속에서 “지금까지 느껴본 최악의 기분보다 열 배 더 나쁜 기분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 정도는 ‘우울폭포’를 맞으면 느낄 수 있는 나쁜 기분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라고 표현한다. 이 작품은 마음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분투와 자살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셈플리카걸 다이어리(The Semplica Girl Diaries)」는 탈고하기까지 12년이 넘게 걸렸다. 이 작품은 마흔 살에 접어든 한 가장의 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화자는 가족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며 그에 대해 어떻게든 시시한 변명을 해보려고 애쓴다. 제목의 ‘셈플리카걸’이란 뇌에 미세한 줄이 꿰여 높은 곳에 매달린 채 바람에 흰옷을 휘날리며 부자들의 잔디밭을 장식해주는 여성들로, 다양한 제3세계 국가들(몰도바, 소말리아, 라오스 등)에서 돈을 벌기 위해 미국으로 온 이주민들이다. 셈플리카걸을 통해, 즉 그들을 ‘구입’함으로써 가족의 지위를 높이고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화자의 소망이다. 손더스가 꿈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들이 몇 편 있는데, 이 단편도 그 중 하나이다. 가족을 위한 염원과 더불어 억압과 불평등과 전 세계 자본주의의 복잡한 파급 효과를 다루고 있다.
* * * * *
집을 올려다보니 슬펐다. 그러다 생각했다; 뭐가 슬퍼? 슬퍼하지 말자. 내가 슬퍼하면 모두가 슬퍼진다. …… 더 잘해야 한다! 더 잘해주자. 당장 지금부터 말이다. 애들은 금방 자랄 텐데, 낡은 차를 타고 퉁퉁 신경질만 부리는 사람으로 아빠를 기억한다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_본문 136쪽(「셈플리카걸 다이어리」 중에서
* * * * *
그밖의 수록작으로, 옆집에 사는 소녀가 유괴된 것을 목격하고 증인으로 나서면서 딜레마에 빠지는 소년의 이야기 「승리의 질주(Victory Lap)」, 어느 집 아들이 뒷마당에서 때마다 옷을 갈아입던 막대를 회상하는 이야기 「막대(Stick)」, 가난한 가족에게 질려버린 한 기혼 여성이 등장하는 「강아지(Puppy)」, ‘3월 실적 통계’에 관해 ‘토드 버니 부장’이 작성한 회람의 형식을 취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회람 속의 완곡한 표현법 속에 소름 끼치도록 음울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이야기 「권고(Exhortation)」, 매력적인 미소 뒤에 내밀한 독백을 감춘 채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싶어 하는 ‘앨 루스턴’의 이야기 「앨 루스턴(Al Roosten)」, 중동에서 생활하다가 재혼한 옛 부인 앞에 예기치 않게 나타난 한 남자의 이야기 「집(Home)」(브램스토커상Bram Stoker Award 최종후보작) 등이 있다.
조지 손더스를 가리켜 혹자는 “커트 보네거트의 드라이한 유머 감각, 그리고 심슨 가족의 발랄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작가”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토머스 핀천 같은 풍자 작가 계열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손더스 소설의 특징은 정작 ‘다른 어떤 소설들과도 닮지 않았다’는 것이다. 『12월 10일』을 읽은 할레드 호세이니(소설가, 『연을 쫓는 아이』 작가)가 “독자는 마치 소설이라는 것을 난생처음 접해보는 기분이 들 것이다.”라고 남긴 독후감에 국내 독자들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추천의 말
조지 손더스는 젊은 세대의 작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현대 미국소설에 유머 감각과 페이소스,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 스타일을 불어넣은, 상상력이 매우 풍부한 작가이다.
_2006년 맥아더펠로십 선정 심사위원평
조지 손더스의 이야기들은 예술적인 동시에 심오하다. ‘어둡게 재미있는’ 그 이야기들은 독자를 우리 시대의 가장 어려운 질문들의 가장자리까지 이끌고 가 그 이면과 그 너머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유쾌하고 모험적이며 연민을 느끼게 하는 그 이야기들은 앞으로도 절대적 가치를 잃지 않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_2014년 제1회 폴리오문학상 선정 심사위원평
독창적 글쓰기의 위업! 이 다방면에 걸친 조지 손더스의 단편들은 대단히 심각한 주제들을 마주하면서도 터무니없고 초현실적이며 음울하게 유머러스한 시선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독자는 마치 소설이라는 것을 난생처음 접해보는 기분이 들 것이다.
_할레드 호세이니(소설가, 『연을 쫓는 아이』 작가)
현재 우리의 자본 중심 문화가 지닌 부조리하고 비인간적인 요소들을 조지 손더스보다 더 예리하게 집어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중요한 점은, 손더스의 소설에서 냉혹한 엄격함이 크나큰 연민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그가 폭넓은 도덕적 통찰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가끔 간과하는데, 이는 손더스만큼 가혹하게 혹은 깊숙이 핵심을 찌르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_주노 디아스(소설가,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작가)
본능적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 상실과 불운, 권리 박탈 속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에 대해 조지 손더스보다 강렬하게 쓰는 작가는 없다. 손더스의 이야기 속 미국인들은 청구서를 내고 집세를 벌고 언제 잘릴지도 모를 일자리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그들의 꿈은 익사하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물살을 가르는 동안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_뉴욕타임스
영어권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 “최고 중 하나” 혹은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이 아닌, 말 그대로 ‘최고’이다.
_타임
조지 손더스의 이 놀랍고 꿈같은 이야기들은 이 세상을 보는 당신의 눈을 새롭게 깨울 것이다.
_피플
‘단편의 거장’ 조지 손더스가 이 작품으로 미국소설의 괘도를 바꾸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_월스트리트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