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이후 2년 만에 발표한 신작,
하루키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어둠의 저편》 발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작 《어둠의 저편》이 6월 7일(서점 배본 6월 10일)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신작 《어둠의 저편》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2002년 《해변의 카프카》 이후 2년 만에 발표한 장편 신작이며, 그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는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라 수십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고 전해졌습니다. 《어둠의 저편》은 하루키의 종전의 작품들과는 크게 다른 소설적 구조와 주제를 비롯하여, 두드러지게 참신한 작품 분위기와 표현 기법을 보여주고 있어, 하루키 문학의 새로운 전환을 알리는 획기적인 작품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 인간과 사회의 축도같이 펼쳐지는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
《어둠의 저편》은 대략 밤 12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백설공주 같은 미모의 언니와, 머리는 뛰어나지만 외모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동생이 중심이 되어, 인간과 사회의 축소판과 같이 펼쳐지는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난 독자들은 누구나 등장인물 중에 자신과 유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마치 등장인물들과 더불어 스릴과 감동을 안고 함께 밤을 지새운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줄거리 자체보다, 하루키 문학의 새로운 경지를 알리는 심오한 세계관과 인생관을 담고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젊은 남녀, 자매 형제, 부부, 샐러리맨에서부터, 암흑세계의 사람 등 갖가지 인간 군상이 등장하는 가운데, 폭력의 공포가 도사리고, 부조리가 휩쓸고, 정이 메말라가는 현대 사회에 과연 새날의 광명이 비칠 것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으며, 까닭 모를 폭력과 파괴가, 평온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과 이웃해 있고, 위기일발로 스쳐 지나가기도 하는 현실. 그처럼 이 세계의 숨겨진 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점도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 하루 동안의 이야기 대신 하룻밤의 이야기로 세계적 명작들에 도전
이 작품은 제임스 조이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그린 하루의 낮에 일어난 이야기 대신 하룻밤의 이야기로 그들 명작에 비견되는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1904년 6월 16일 아침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소설로,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작품의 시간성 설정에 있어 《어둠의 저편》과 유사하고,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역시 사회주의 사회의 비인간성과 모순을, 집단수용소에 죄 없이 갇혀 있는 데니소비치의 단 하루 동안의 생활을 섬세하게 묘사해 냄으로써, 생생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쥘르 로맹의《선의의 사람들》 가운데 “어느 아름다운 아침, 파리는 일을 하러 나간다” 같은 구절은, 《어둠의 저편》 첫머리 부분에 나오는 “(도시는) 무수한 혈관이 흠 잡을 데 없이 미끈한 몸의 구석구석까지 뻗어 피를 순환시키고, 묵은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갈아 넣고 있다”는 구절과, 도시를 하나의 개체로 본 공통적인 일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줄거리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과, 사람이 사는 인생의 여러 가지 모습의 총화總和, 또는 인생과 사회의 총체總體를 언어로 정착시켜, 실재實在의 핵심에 다가서려고 한 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독창적 영상 표현기법을 구사해서 그려낸 야심작
《어둠의 저편》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 중 하나는 바로 ‘영화 같은 소설’이라는 점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소설에서 독창적 영상 표현기법을 통해, 고도 자본주의 사회의 기묘한 일상과, 그 이면을 세련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그 같은 독특한 표현 기법으로 하루키는 인간의 삶과 사회의 실존적 의미, 그리고 그 가치를 깊이 있고 예리하게 파헤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어둠의 저편》의 중심을 이룬 스토리
집에 돌아가기 싫은 19세 소녀 마리는 심야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언니의 고등학교 때 남자친구인 다카하시를 만난다. 그리고 마리는 다카하시의 소개로 러브호텔 ‘알파빌’에서, 손님에게 맞아 쓰러져 있던 중국인 매춘부의 말을 통역해 주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알파빌에서 일하는 왕년의 레슬러, 매춘부, 중국인 조직, 한낱 밀이나 벌레의 이름으로 불리는 종업원들로 이어지는 기묘한 별세계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이들은 하룻밤 동안 어지러운 사람 사는 세상의 축도와 같은 사건을 자아내고,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의 미로를 드러낸다. 한편 언제부턴가 마리와 서로 이해할 수 없이 멀어져 버린 언니 에리는 최근 두 달 동안 계속 잠들어 있다. 에리는 현실적인 ‘이쪽 세계’와 현실을 넘어선 ‘저쪽 세계’를 넘나드는 등 범상치 않은 세계 속에 살고 있으며, 이상한 방에 갇혀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손을 뻗어주지는 않는다. 하나의 시점으로서의 ‘우리’는 그런 마리를 도와주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밤중에서 동이 트기까지 마리가 수많은 밤의 인간들을 겪는 동안, 세계는 은밀하게 그러나 확실히 뭔가 변한다. 동이 틀 때쯤 마리는 어릴 적 언니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체감을 느꼈던 순간을 기억해 내고, 잠들어 있는 언니에게 입맞춤한다.
● 《어둠의 저편》에 대한 평가
심야의 시각은 우리의 삶 그 자체처럼 기묘한 리얼리티를 품고 있다
소설 속 한밤중에서부터 아침까지의 그 하나하나의 장면과 장소는 언제나 그 배후에 또 다른 세계의 감촉을 진하게 채우고 있다. 일상적이고 흔한 풍경이 오싹할 만큼 가혹하고 폭력적인 어둠을 포함하며 어디에도 갈 수 없는 허무의 감촉 속에 이상한 밝음과 희망의 빛을 품고 있다. 이 거대 도시의 심야의 시각은 우리 생의 시간 그 자체인 것처럼 기묘한 리얼리티로 가득 차 있다.
― 도미오카 고이치로(富岡幸一郞·문학평론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스릴과 독자를 도발하는 시선의 강함과 차가움
읽어갈수록 숨 막힐 듯한 이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전적인 큰 변화를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치 빈틈없는 스타일을 완벽하게 추구하며,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과 더불어, 스릴과 감동을 안고 함께 밤을 지샌 듯한 체험을 하게 한다.
― 요시카와 히데오(吉川日出男·소설가)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적 숙명
《어둠의 저편》은 현대를 사는 어려움과 그 단면에 대해, 하나의 확실한 시선視線을 지닌다. 이 소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로운 방향(빛을 향한)으로 변화해 가는 확실한 이정표를 보여주었으며,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기분을 농밀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여실히 입증했다.
― 간노 마키마사(菅野暗正·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