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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 문학동네 | 2005년 06월 09일 리뷰 총점8.1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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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05년 06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34쪽 | 496g | 153*224*30mm
ISBN13 9788982819926
ISBN10 8982819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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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68년에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직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제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 일약 주목받는 작가가 된다. 박민규는 30편의 단편을 신춘문예에 지원했지만 예심을 통과했던 것은 「카스테라」뿐이었는데, 등단 후 예전에 신춘문예에 떨어진 작품들이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1968년에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직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제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 일약 주목받는 작가가 된다. 박민규는 30편의 단편을 신춘문예에 지원했지만 예심을 통과했던 것은 「카스테라」뿐이었는데, 등단 후 예전에 신춘문예에 떨어진 작품들이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어릴 때부터 학교 가기가 싫었다. 커서도 학교 가기가 싫었다. 커닝을 해 대학에 붙긴 했지만 여전히 학교 가기가 싫었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먹고 살기가 문학보다 백 배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회사 가기가 좋을 리 없었다. 해운회사, 광고회사, 잡지사 등 여러 직장을 전전했다.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불현듯,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 직장 생활을 접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꼴에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쉬엄쉬엄 밴드 연습도 하며, 밥 먹고 글 쓰고 놀며 나무늘보처럼 지내고 있다. 누가 물으면, 창작에 전념한다고 얘기한다. "말로는 뭘 못해"라고 모두를 방심시킨 후, 정말이지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는 '키치'를 지향하는 듯한 표지나 떠벌떠벌대는 작가의 문체에서 가벼운 유쾌함을 얻을 수 있지만, 곱씹어 보는 뒷맛은 꽤 씁쓸한 작품이다. "주변인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경쟁과 죽음을 부추기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로 이어진다.

그가 기억하는 1982년은 "37년 만에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고, 중·고생의 두발과 교복자율화가 확정됨은 물론, 경남 의령군 궁유지서의 우범곤 순경이 카빈과 수류탄을 들고 인근 4개 마을의 주민 56명을 사살, 세상에 충격을 준 한해였다. 또 건국 이후 최고경제사범이라는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거액어음사기사건과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이 일어난 것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고, 팔레스타인 난민학살이 자행되고, 소련의 브레즈네프가 사망하고, 미국의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가 발사되고, 끝으로 비운의 복서 김득구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벌어진 레이 '붐붐' 맨시니와의 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사망한 것도 바로 그해의 일이었다." 이런 시대에 '삼미슈퍼스타즈'가 1982년, 프로야구의 출범과 함께 탄생했다.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잡기 어려운 공은 포기하는' 만년 꼴찌 팀이었던 삼미슈퍼스타즈를 통해 80년대 우리 모두는 피해자였으며 또한 꼴찌였다는 말을 풀어낸다.

『지구영웅전설』에 대해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남진우씨는 “우리에게 미국은 무엇인가, 라는 매우 묵직한 주제를 만화라는 대단히 가벼운 양식을 차용해 천착한 작품이다. ”라고 평한다. 슈퍼맨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내’가 이끌어가는 만화 같은 이 소설은 세계 유일의 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을 비판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를 앞세운 경제 통제, 세계경찰을 자임하며 미국식 정의를 강요하는 독선 등이 그 비판의 대상이다.

『카스테라』는 2003년 여름부터 2005년 봄까지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글들을 모은 단편집으로 전생에 훌리건이 아니었을까 의심스러운 냉장고 이야기, 링고 스타와 함께 버스를 타고 떠나는 우주여행 등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이 넘실대는 단편 열 편이 실려있다. 이 책에서 소설가 이외수는 “대한민국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 하나를 지목하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박민규라는 작가의 출현을 지목하겠다.”라는 추천평을 남기기도 했다.

『누런 강 배 한 척』(<문학사상>, 2006년 6월)은 노년의 묵중하고 허허로운 시선을 잘 빚어낸 작품이다. 생의 주변을 정리하고 똑같은 생의 반복이 무서워 스스로 자살하려고 여행을 떠나는 화자의 심정이 고요한 묵상의 표현으로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박민규식 농담이 실존적 내면 풍경의 진지함으로 착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8년 12월부터 6개월간 인터넷 서점 YES24에 연재한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외모 경쟁에서 뒤떨어진 여성들, 나아가 늘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이 시대 모든 여성들을 위한 일종의 연서이다. 또한 이 소설은 인간을 이끌고 구속하는 그 ‘힘’에 대한 문제제기다. 부를 거머쥔 극소수의 인간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에 군림해 왔듯이, 미모를 지닌 극소수의 인간들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를 사로잡아온 역사, 결국 극소수가 절대다수를 지배하는 시스템 오류에 대한 지적이다. 그는 이 작품을 내놓으면서 “저는 늘 스펙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경쟁력 없이 살 수밖에 없는 대다수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가 남자들을 위한 소설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여자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얘기하기도 하였다.

말기 암 판정을 받은 40세 독신남의 귀향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 「근처」로 그는 2009년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심사위원들로부터 '작가 박민규라는 맥락에서 볼 때 의미 있는 변화의 표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한,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삶의 문제성을 근원적인 생명의 가치에 대한 파격적인 해석을 통해 새롭게 형상화하고 있는 단편 「아침의 문」은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죽음과 삶의 영역이 궁극적으로 생명의 탄생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귀결되는 과정은 매우 극적이며, 이것은 사소한 일상의 테두리에 얽혀 있는 소설의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작가적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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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

3박자를 고루 갖춘 작가의 첫 단편집
이경혁(http://blog.yes24.com/redder)
소설가 지망생이자 열렬한 문학도였던 나의 선배 한 사람이 글쓰기 문하생 과정이 얼마나 고된 것인가를 내게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이문열 밑에서 글쓰기를 배운다고 하자, 그럼 그 문하생이 제일 처음 시작하는 것은 이문열의 단편부터 장편까지의 소설들을 그대로 베껴쓰는 것이라고 했다. 워드로 따라치든 원고지에 그대로 베껴쓰든 원문의 마침표 하나, 따옴표 하나까지 따라 쓰다 보면 원작가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왜 거기서 쉼표가 나오는지, 왜 거기서 주인공이 탄식을 하는지, 어째서 그 순간이면 사고의 흐름이 그렇게 뒤집히는지가 당연하게 생각될 정도가 되어야 한 수업이 끝난다는 이야기.


글쟁이에게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표현을 구사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러나 100%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수만은 없었던 것은 글쟁이에게 필요한 것은 글쓰기 능력만이 아니라는 나의 생각 때문이었다. 작가란 자기가 머무는 세상을 자신만의 시각을 통해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사고로 받아들인 자료를 재구성하고 자신만의 문체로 새롭게 글을 구성해 뽑아내는 사람이고, 글쓰기에 관한 여러 기교나 호흡과 같은 것은 작가의 역량 중 1/3에 지나지 않는다. 시대와 사조에 따라 조금씩 그 비율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던 시대는 없었다.


박민규 소설이 찬사를 받고 또 재미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그가 그 3박자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유격수와 같은 소설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글들은 기상천외한 문체와 독자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을 노리는 위트로 긴장감 놓치지 않는 기교를 구사하면서도 기교에 매몰되지 않는다. 단순한 말장난의 연속만 가득한 책이었다면 그의 히트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언어기교가 생략된 영화로까지 제작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기교에 탄복하는 이들은 많지만, 그게 그가 가진 작가적 능력의 전부는 아니다.


넘쳐나는 다채로운 기교와 문학적 테크닉의 홍수 속에서도 그가 유달리 돋보일 수 있는 이유는 다름아닌 그의 시선과 사고 때문이다. 그는 그 나름의 세상을 보는 시각을 매우 확고히 정립하고 있으며, 그 시각으로 받아들인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독자들이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동일한 논리의 새로운 세계를 판타지 속에 구현한다. 그리고 그 판타지를 현실에서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공간에 세우고 발판을 던져 놓음으로써 자신의 소설을 완성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지녔다. 장편이었던 전작들에서 이미 보여주었던 그 놀라운 가능성들은 이번 단편집 "카스테라"에서 단편만이 가질 수 있는 함축성과 절제를 만나 제대로 빛을 발휘한다.


수록된 단편 전편을 통해 그는 자신이 바라본 세상을 '재미있게' 설명한다. 오리배를 타고 임노동자들이 나라와 나라를 오가는 속에서는 유동적 투기자본의 움직임과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의한 임노동자의 위기가 역설적으로 드러나고, '고시원'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이젠 하루살이 인생들의 숙소가 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호스티스, 실직자, 진짜 고시준비생 등을 바라보며 현대화의 그늘을 우울한 웃음으로 그려낸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코리안 스탠더즈'의 경우는 아마도 실제 그랬을성 싶은 80년대 학번들의 이야기를 다른 후일담 문학류와는 달리 외계인과 크롭서클 등을 연계시키면서 풀어가고, 마지막 장면에 외롭고도 웃긴 한 장면을 통해 세상의 심장을 뚫는 통렬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기발하지만 그 기발함이 일상의 궤를 벗어나지 않는 것은 그만큼의 깊이와 성찰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같은 농담이지만 유치한 게 있고 뼈있는 한방이 있듯이, 세상을 벗어나는 듯 하면서도 절대 세상을 놓지 않는 그의 소설들은 대개 뼈있는 개그다. 뼈대를 세우고 치는 개그는 지구가 사실 둥글지 않은 개복치 모양이란 황당한 소리를 해도 웃기고, 그러면서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한번 웃고 말 일회성 슬랩스틱이 아닌 상황과 구조 자체가 얼마나 우스운지를 보여주는 환상이 사람들로 하여금 작가 박민규를 '비범한' 소설가로 꼽는 비범한 케이스이다.


12개의 에피소드 중 가장 손꼽을만한 작품 '코리언 스탠더즈'에는 80년대 한참 민주화운동에 온몸을 던졌지만, 정치권에 나가지 않아 제 살길조차 막막해져 버린 어느 농민운동가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게다가 그 농민운동가 선배의 여자친구와 결혼해버린 남자이고, 심지어는 그 '빼앗음'을 상상하며 아내와 관계를 맺기도 하는 개인주의자이다. 그러면서도 선배의 후원회에 기부금을 내고, 농장이 어렵다는 소식에 직접 내려가 일을 돕는 과정은 읽는이에게 공감할만한 죄-속죄 메커니즘의 심리학적 과제를 던져준다. 농장에 UFO가 출현한다는 소식에 황당해하던 주인공이 마지막에 진짜 UFO가 논에 새겨놓은 거대한 KS마크를 보고 경악하는 장면은 마치 혹성탈출에서 탈출자들이 느꼈을 법한 공포와 충격을 산업사회의 그것에 그대로 옮겨온 느낌. 산업사회의 굴레 속에서 답답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UFO가 찍어준 거대한 낙인은 KS였다. 그 자체로 심판이며, 그 자체로 선언인 현실이 그렇게 환상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경악 그 자체.


중학교때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지만, 나는 아직도 문학의 사회성을 신봉한다. 억지로 사회를 반영한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사회로부터 감성과 이성을 충전받기 때문에 결국 그 내뱉어내는 지적, 감성적 산물도 사회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신봉한다. 그리고 그 내뱉음이 독자로서의 내게 이러한 찬사를 바칠 수 있도록 만든 작가 - 박민규, 이제 겨우 첫 단편집이 나온 그이기에 더욱 기대가 가고, 그렇기에 나는 그의 단편집을 또 한번 파고든다. 아마 그를 이해한다면 21세기 초엽의 팍팍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이 시대의 모든 이들은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제 6의 감각을 열고 시대를 다시한번 느끼는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그게 왜 즐거웁냐고? 인생은 그렇게 즐기는 거다. 작가가 이미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책 속으로

--- 본문 중에서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2003년 여름, 『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선보이며 한국 소설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소설가 박민규가 등단 이 년 만에 첫 작품집 『카스테라』를 선보인다. 2003년 여름부터 2005년 봄까지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 열 편이 실려 있는 작품집 『카스테라』는 그야말로 유쾌한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준다.

미 제국국주의를 만화적 상상력으로 희화하고 비판한 『지구영웅전설』, 프로가 되기를 종용하여 인간의 본래적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음모를 폭로하고, 자발적 비주류로 살아가는 즐거움을 설파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두 장편소설로 일찍이 한국 소설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준 박민규는 단편소설에서 그 세계관을 유지하되 독특한 상황과 인물, B급 영화의 상상력, 감각적인 문체 등 자신만의 스타일을 심화, 발전시키고 있다.

전생에 훌리건이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시끄러운 냉장고와 동거하는 자취생(「카스테라」), 링고 스타와 함께 버스를 타고 떠나는 우주여행(「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집안이 어려워 돈을 벌기 위해 지하철의 ‘푸시맨’이 된 고등학생(「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후 친구 집을 전전하다 이르게 된 쪽방 같은 갑을고시원(「갑을고시원 체류기」) 등에서 볼 수 있듯, 밑바닥 삶에 대한 애정, 자본주의 비판, 지구 밖으로 뻗어가는 파격적 상상력, 이를 아우르는 스타일리시한 문체와 유머는 박민규 소설의 큰 특징이다. 또한 대왕오징어, 거대한 개복치,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팝스타 링고 스타 등 어디서도 만나기 힘든 등장인물들은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과연 우리의 상상력은 어디까지가 온전히 우리의 것인가!?

대한민국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 하나를 지목하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박민규라는 작가의 출현을 지목하겠다. 이외수(소설가)

박민규에게서 뭔가를 빼앗아올 수 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가 창안하여 우리에게 덥석 안겨준, 그 놀랍도록 새로운 문장을 가져올 것이다. 김영하(소설가)

많은 사람들이, 많은 평론가와 작가, 독자들이 ‘그는 다르다’고 말한다. 물론 그는 다르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를 차별화시킨 그 독특한 상상력은 곧 우리의 것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의 소설이 상쾌하고, 통쾌하고, 유쾌한 것은, 그 상상력이 전혀 새로운 것, 그저 낯설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곧 평범한 우리들에게서 빌려간 것들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전혀 낯선 것, 전혀 새로운 것, 이질적인 것은 우리를 당황하게 하고, 뒷걸음치게 만들고, 저항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서슴지 않고’ ‘주저하지 않고’ 다가가게 만든다. 스스로를 ‘무규칙 이종 소설가’라 부르는 작가는, 외계인이 등장하듯 그 출현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그는, 우리를 경계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대신 책장을 펼치는 순간 무장해제시켜버린다.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책장을 덮은 이후이다. 맘껏 낄낄거리며, 양 손을 들어 항복 선언을 한 이후에야,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것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마냥 즐거울 수 있는 건, 작가인 그에게 빚진 게 없다는 느낌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작품을 읽는 내내 머리를 굴려가며 공감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느끼고 즐기면 된다. 그의 소설과, 박민규라는 작가와 한바탕 놀면 된다. 그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오히려 그에게 빌려주고, 우리는 그 대가로 그 이상의 이야기를 제공받는 것이다.(실제로 이 작품집의 대부분은 그가 빚진 이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한밤중에도 쉬지 않고 웅웅-거리는 냉장고 때문에 잠 못 이루며 무능한 아버지부터 미국까지를 냉장고에 ‘처’넣어버리고 싶은 사람이 한둘이겠으며, 길게는 보름씩 변비에 시달리며 누렇게 뜬 얼굴로 야쿠르트 아줌마의 ‘느닷없는’ 출현을 반기지 않은 사람이 또 어디 한둘이겠는가.
몸 하나 반듯이 누이기 어려운 좁은 고시원, 옆방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을까, 냄새가 피어오르지 않을까 숨죽이는 사람이 한둘이겠으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학업을 계속해나가는 고등학생은 또 어떤가. 유원지 저수지에 떠 있는 오리배를 보며 자전거를 타고 날아간 ET처럼 날아보고 싶었던 사람은 없었겠는가.
그의 상상력이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는, 지상의 것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또한 그의 소설의 매력인 것이다.

그는 중심을 파고드는 인퍼이터다

이제 세계는, 현실은 우리가 상상하고 점칠 수 있는 예전의 그것이 아니다. 얼굴 없는 아이가 태어나고, 사람의 ‘귀’가 자라는 쥐와 사람의 얼굴을 한 물고기가 나타나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고래들은 뭍으로 올라와 자살을 한다. 굶주림에 뼈마디마저 점점 얇아지는 검은 얼굴의 아이의 배는 터질 듯 부풀어오르고, 그런 아이들의 머리 위로는 총성이 멈추지 않는다. 불과 일이십 년 전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복제인간이 태어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멀리 보이는 산 능선 위로 비행접시가 날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의(그리고 우리의) 상상력 역시 비행접시와 함께 날아가고 있다. 자신의 경험은 글로 쓰지 않는다, 는 그는 독자들과 공유할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조금은 격렬해지고 싶어 문학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치열하고 가슴 뛰고 긴장되는 그런 것, 너무 하고 싶은 것, 보통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꿈……”

“사진으로 치면 노출의 문제인데, 노출이 적정해서 좋은 사진이 있는가 하면 그것이 부족해서 좋은 사진도 있고 오버해서 찍었을 때 좋은 사진을 얻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 건데, 모든 사진이 적정으로 찍는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정말이지 어떤 때는 과다할 때가 더 좋을 때도 있고 부족할 때가 더 좋을 때도 있지요. 이것저것 가리지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다보면 저절로 이런저런 것들이 나올 거라고 믿고 있어요.”

“제 개인적인 콤플렉스인데, 제 할아버지만 해도 이북 분이거든요. 친구분들이 모이시면 일본에 징용 갔던 일이며 만주에서 마적떼랑 어울렸던 일 등,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아버지 친구분들도 학도병으로 전쟁을 치르고 월남에도 갔다 오셨죠. 제 또래는 딱히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제 아들은 더하겠지요. 어느 날 문득 보니 대부분의 인간들이 너무나 마이크로해지고 소프트해진 거예요.”
--2003년 여름 문학동네작가상 수상 인터뷰 중에서

여유로워 보이고 자유로워 보이는 그이지만, 실제로 그는 잠시도 몸을 놀리지 않는 치열한 파이터다. 동작을 멈추고 딴생각을 하는 순간, 복서는 쓰러지고 만다. ‘무규칙 이종 소설가’인 그의 싸움은 정통 복싱이다. 변칙을 쓰지 않는 정직한 복서, 이야기로 승부하는 단단한 복서가, 바로 그인 것이다.
등단 후 많게는 한 계절에 네 편씩 작품을 발표해온 그이지만 한 번도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없고, 실망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없다. 이 부지런한 파이터가 격투를 벌이고 싶은 것은 다름아닌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소설과의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지구영웅전설』과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데뷔전을 치르고 이 년 전 링 위에 올라섰던 그는 이제 첫 작품집 『카스테라』로 그 한 팔을 쭉 뻗었다. 동시에 2005년 여름 『창작과비평』에 장편 『핑퐁』을 연재하기 시작하며 그는 다시 한 팔을 뻗었다.(한 팔만 내뻗은 채 쉴 수는 없지 않은가.)
그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이제 관중인 우리의 몫이다. 그 속에는 그를 응원하는 관중도 그렇지 않은 관중도 있겠지만, 다만 확실한 것은 그는 한시도 쉬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추천평

대한민국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 하나를 지목하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박민규라는 작가의 출현을 지목하겠다. 이외수(소설가)

박민규에게서 뭔가를 빼앗아올 수 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가 창안하여 우리에게 덥석 안겨준, 그 놀랍도록 새로운 문장을 가져올 것이다. 김영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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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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