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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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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 양장 ]
박성관 | 휴머니스트 | 2004년 11월 08일 리뷰 총점8.8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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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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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4년 11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766쪽 | 1,025g | 148*210*40mm
ISBN13 9788958620174
ISBN10 895862017x

관련분류

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67년 충남 예산 출생.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들을 위해 『종의 기원 : 쥐와 소나무와 돌의 혈통에 관한 이야기』를 지었다. 그리고 ‘『종의 기원』을 읽는다’, ‘다윈과의 산책’, ‘생명, 생물학, 여성’, ‘굴드 대 도킨스’ 등의 강의와 세미나를 열었다. 요즘은 갈릴레이에 빠져 들고 있는데, 상을 보아하니 당분간은 수학과 물리의 세계에서... 1967년 충남 예산 출생.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들을 위해 『종의 기원 : 쥐와 소나무와 돌의 혈통에 관한 이야기』를 지었다. 그리고 ‘『종의 기원』을 읽는다’, ‘다윈과의 산책’, ‘생명, 생물학, 여성’, ‘굴드 대 도킨스’ 등의 강의와 세미나를 열었다. 요즘은 갈릴레이에 빠져 들고 있는데, 상을 보아하니 당분간은 수학과 물리의 세계에서 노닐 것 같다. 옮긴 책으로는 『굿바이, 다윈?』, 『지식의 단련법』,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표상 공간의 근대』 등이 있다.
저자 스티븐 컨
1943년 LA 출생. 오하이오 주립대학 역사학 교수. 1970년 콜롬비아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0년대 이래로 박물학적인 지식을 동원하여 19세기 이후의 세계상을 정력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저명한 학자다. 철학, 문학,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어린이, 정신분석, 현상학, 육체와 섹슈얼리티, 시간과 공간, 사랑, 시선, 인과성, 살인 등을 연구해왔으며, 최근에는 ‘왜’라는 물음을 중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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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자료

역자 인터뷰
2004년 10월 25일 6시경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의 번역자 박성관 선생을 인터뷰했다. 3,000매 정도의 분량의 책을 번역하느라 4년이라는 시공간을 이 책에 담아낸 역자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정리―휴머니스트 인문편집장|선완규)

▶ 선생님, 정말 힘들었죠. 2001년부터 2004년 10월까지 이번 작품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4년 동안 옆에서 지켜본 저도 한편으론 안타까웠구요. 다른 한편으론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내, 선생님께, 그리고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화사 서술 방법을 창안한 소중한 책을 한 권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예, 분량도 그렇지만 글이 전반적으로 꼼꼼하고도 섬세해서 정말 오래 걸렸죠. 독자들이 읽기에 어려운 글은 아닌데 번역할 때는 대충 지나갈 수 있는 대목이 거의 없는, 그런 단점(?)을 가진 책이죠. 번역을 하는 도중 좀더 확실한 느낌과 확인을 위해서 언급되는 작품들을 계속 읽어야 했습니다. 옮긴이의 글에도 좀 써놓았지만 그래서 새로 세미나를 만들어서 이 책에 나오는 책들을 읽어나갔죠. 그러면서 번역도 좀 더 정확히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세기말과 세기초에 나온 고전들은 얼추 훑어볼 수 있었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문화사 책을 제대로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3년도 넘게 걸리고 말았네요.

▶ 책 전체의 원고량이 3,000매 가량 되는데요.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어디였고, 저자의 사유의 흔적이 가장 많이 드러난 장은 어디였습니까?

이 책은 영화, 기계, 소설, 교통, 전쟁 등 다양한 분야의 흥미로운 사실들이 끊임없이, 적당한 분량으로 서술되어 나간다는 것, 그게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10장 〈7월 위기의 시간성〉은 정말 압권이에요. 제1차 세계 대전으로 치닫기 직전의 유럽 풍경이 말 그대로 숨 가쁘게 펼쳐집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앞에서 서술한 시간과 공간 감각의 변화가 이 한 장에 집약되는데, 정말이지 스티븐 컨의 문화사가로서의 역량이 참 대단하더군요.

▶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보죠.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떤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1880년부터 1918년까지 무척이나 많은 것이 변했는데, 특히 시간 및 공간과 관련해서 그 변화는 혁명적이었습니다. 저자는 그런 변화를 과학기술 결정론이나 사변적인 해석에 의존하는 기존 문화사와 전혀 다른 방법으로 기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즉 문화적 현상들을 그저 늘어놓고 그 현상들끼리 부딪치게 한 거죠. 그 과정에서 기존의 구분이나 영역이 분쇄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그 자체가 새로운 변화를 웅변하게 한 겁니다. 이게 말은 쉽고도 근사한데 고도의 내공이 없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독자들께서 판단하실 일이자만, 어쨌든 이 책이 그 뒤의 문화사 연구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 걸 보면 꽤나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1880년부터 1918년까지라는 38년 간 유럽의 문화적 상황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놓은 책, 그 중에서도 시간과 공간에서의 혁명적인 변화를 포착해낸 책, 끝으로 문화사 서술의 새로운 전범을 창출해낸 책, 뭐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 세미나와 강독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점과 어려웠던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 과정을 좀 설명해주시면 안 될까요?

2001년에 강독 모임을 시작했어요. 한 3분의 1쯤 하다가 한 명, 두 명 떨어져나가다가 결국은 해체됐지요. 그리고는 2002년에 다시 모임을 구성해서 새로 시작했죠. 정말 줄기차게 했어요. 중간 중간 책에 나오는 음악도 듣고, 미래파를 비롯해서 필요한 경우는 그림도 보고 자료도 보면서 해나갔죠. 아무튼 공부는 무척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책이었어요. 그래도 책이 시종일관 흥미로웠고 좀 힘들만 하면 저자의 멋진 구절이 등장해서 우리 등을 떠밀어 주었죠. 강독이 끝나고는 〈38년간〉이라는 세미나를 또 만들었어요. 이 기간 동안에 나온 중요한 고전들을 다 읽어보자는 거였는데요, 옮긴이의 글에 실어놓은 참고도서들도 거의 그때 읽은 책들입니다. 이 책과 관련하여 총 40여 명 정도가 거쳐간 셈입니다. 많은 사람이 도움을 줬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들과 함께 이 책을 번역했다고 해야 맞겠죠.

▶ 이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 책을 이용하는 게 좋겠습니까?

이 시대의 문화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 처음부터 쭉 읽어가면 됩니다. 아니면 각 장의 소제목들을 보고 관심 있는 것들만 뽑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저자 또한 그런 방식으로 글을 썼을 거구요. 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책이 기술된 게 아니기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사전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는 거구요. 저자는 특정한 인물이나 저작이나 현상을 개별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각 장과 소제목에 따라 세세하게 나눠놓았습니다. 그런 식의 문화사 기술이 어떤 효과를 자아내는지 눈여겨보면서 읽어나가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반복하지 않으면서도 세 겹, 네 겹으로 중첩시키는 고수의 솜씨를 감상해보시죠.

▶ 이 책의 저자 스티븐 컨의 책 중 다른 책은 읽어보셨나요. 저자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 것 같습니까?

무엇보다도 박물학적인 지식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너무도 아는 게 많아서 처음엔 “이 사람, 이 모든 걸 다 읽었을 리는 없고, 아마도 다이제스트 지식이 아닐까?” 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언급하는 책이나 미술 사조 등을 좀 더 자세히 조사해보니 대부분 직접 읽은 것 같더라구요. 물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렇게 읽은 내용을 간결하면서도 개성 있게 기술하는 솜씨였어요. 독자들은 다양한 분야의 교양과 함께 나름대로의 시각도 얻을 수 있는 거죠. 《육체의 문화사》(의암출판)는 기왕에 번역되었으니 이 점을 확인해보실 수 있구요. 아직 번역은 안 되었지만 Eyes of Love라는 책이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남녀 관계에 관한 그림들과 문학 작품들만을 모아서 이야기하는 책인데요, 여기서 그는 대단히 도발적이고도 참신한 주장을 합니다. 흔히 이 시기는 여성에 대한 억압, 가부장적인 문화 등이 지적되잖아요. 스티븐 컨은 그 시기에 남성들이 남성 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또 그렇게 운영해나갔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렇다고 해서 당시의 세계가 남성 중심적으로 운영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나아가서 여성들은 나름의 공간들을 창출하고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 갔다고 주장합니다. 그걸 회화 작품, 그 중에서도 여성의 눈에서 찾아내려 한 것이 이 작품이죠. 페미니스트들에게 공격도 많이 당한 것 같더라구요.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여)성 문제와 관련해서 신선한 시각을 제공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2004년에 출간된 저작에서는 1830년에서 2000년까지를 총망라하고 있어요. 역시나 우리의 흥미를 끌지 않을 수 없는 책이죠.

▶ 이 책의 특징 중 하나가 “자료들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게 한다”라고 이야기하셨는데요. 이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문화사라는 걸 간단히 말하면 여러 가지 자료를 동원하여 한 시대의 문화적 특징을 일반화하는 것이죠. 그렇게 일반화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구요. 그런데 어떤 방법을 쓰든 자료란 통상적으로 저자의 주장의 근거를 대기 위해 동원되는 대상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서 자료들은 개별적으로 문화사에 동원됩니다.
이 책은 그런 문화사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먼저 저자는 당시에 등장한 여러 가지 문화 현상들을 죽 늘어놓은 다음, 그것들의 구조와 기능이 대단히 유사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그렇게 되면 그렇게 제시된 내용을 그 시대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이때 동원된 내용들이 아주 동떨어진 분야의 것이면 그만큼 일반화가 잘 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런 걸 저자는 개념적 거리가 멀다고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미술 사조로서의 입체파와 전쟁 테크놀로지인 위장술(카마플라주)은 개념적 거리가 무척이나 커 보입니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이 양자는 주체와 배경간의 경계를 부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렇게 하는 수법에 있어서 거의 동일한 문화현상이 됩니다. 이때 입체파와 위장술은 모두 기존의 주체와 배경이라는, 혹은 형상과 배경이라는 기존의 인식틀을 자꾸만 벗어났고 그러면서 서로의 유사성을 보여주었죠. 여기서 저자가 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양자를 같은 곳에 모은 거지요.
이때 자료들은 개별적으로가 아니라 집합적으로 참여하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부정적이고 소극적으로만 평가되어온 배경, 즉 공간이 적극적이고도 구성적인 기능을 갖게 된 시기임을 웅변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기존의 인식틀을 벗어나 새로운 사고를 촉구한 것은 모두 자료들끼리 한 짓이죠. 한 가지 놀라운 건, 저자가 나중에 알고 보니 입체파 화가 중 일부가 프랑스의 위장 부대에 고용되어 위장술을 발전시켰다는 겁니다. 저자의 이런 방법이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진 좋은 사례죠.

▶ 이 책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도 역자로서 독자들과 꼭 나누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박성관: 이 시대에는 시간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로 증식됩니다. 특히 사적인 시간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시간으로 불어납니다. 아울러 과거와 미래 사이에 낀 틈에 불과했던 현재는 대단히 두터워집니다. 세계 여러 곳의 시간을 포함하고, 나아가 가까운 과거와 가까운 미래까지 포함하게 된 거죠. 물론 여기에 전화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겠죠. 엄청난 격동기였지만 역시 과거의 일인지라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되는군요. 그렇다면 다른 한편 우리의 현재는 어떻습니까? 흔히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를 눈이 팽팽 돌 정도로 변화무쌍한 시기라고 합니다. 세계를 차분히 바라보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조건이라는 거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자가 지적하는 당시의 특징을 보다보면 지금의 시기와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시대의 진정 새로운 측면이 무엇인지도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을 통과한 독자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로부터 어느 정도의 거리를 확보할 수 있기를, 매일매일 근시안적인 대처에 급급하지 말고 넉넉한 인생의 비전을 그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는 어쩌면 훌륭한 문화사의 당연한 기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화사가 때때로 흥미와 교양을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요즘은 너무 심심풀이 땅콩으로만 소비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구요. 그런 점에서도 이 책은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 박성관 선생님! 그 동안의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담은 작품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사 리뷰

1. 시간과 공간!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 ― 1880~1918년까지, 38년 간의 모든 것

1880년부터 1914년까지의 서구 사회를 흔히 벨 에포크(belle epoque), 즉 좋았던 시절이라 부른다. 사회?문화?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화려했던 때라는 의미이다. 자본주의는 발전할 대로 발전하여 제국주의를 거쳐 제1차 세계 대전 직전까지 치달았고, 다양한 문화와 과학기술이 일상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좋았던 시절’이란 당대인들보다는 제1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 미증유의 고통을 겪은 사람들의 말일 것이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사람들은 “지금과 달리 그 좋았던 시절에는……했었는데”라며 회고했고, 그러다 보니 ‘원래부터 좋은 시절’이 따로 있었던 것처럼 되어버렸다.
어쨌든 1880~1918년까지는 서구의 유명 인물들이나 사건들과 작품들이 봄날 벚꽃처럼 다투어 피어났다. 그 시기에 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가, 또 이성의 정점에 와 있다고 스스로 믿었던 서구사회는 왜 제1차 세계 대전으로 빠져들었는가? 이런 질문을 품은 채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의 저자 스티븐 컨(Stephen Kern)은 벨 에포크와 제1차 세계 대전 앞에 마주서서 수많은 자료를 모으고 해석하고 정리했다.
컨은 1880년부터 1918년 1차 세계 대전까지 서양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이 창출되었음을 파악하고, 이 시기 과학 기술과 문화에 발생한 압도적인 변화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이 책에는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웰스, 거트루드 스타인, 프로이트, 조셉 콘래드, 아인슈타인, 피카소 등을 비롯하여 대중문화의 다양한 원천과 전통적 가치의 혁명 등이 모두 담겨 있다.

2. 문화사와 사회사를 쓰는 새로운 방법을 창안하다

지금까지의 문화사나 사회사의 서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하는 방법과 학문 분야나 예술 장르에 의거해 서술하는 방법을 따랐다. 스티븐 컨은 이 책의 집필 초기에 기존의 방식을 따라 서술해갔으나 오래지 않아 구성 방식과 관련하여 외면할 수 없는 딜레마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이는 기존 방식의 포기를 의미했다. 학문분과나 장르를 포기했을 때, 컨은 교육받아온 과정에서 읽었던, 그리고 이후 연구를 할 때나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줄 때 계속 사용했던 수많은 인상적인 문화사들뿐만 아니라, 도서관, 서점, 정기간행물, 대학 학과, 학위 과정, 전공분야 등 학문 세계 전체의 삶과 사유를 질서지어온 조직화 원리들로부터 이탈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집필 과정에서 그는 문화사를 서술하는 새로운 방법을 창안한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철학적 범주를 도입하고, 그것의 기본적인 소주제들에 따라 책 전체를 구성하는 것! 그 방법론은 어떤 것일까?

철학의 기본 범주인 시간과 공간은 포괄적이고 보편적이며 기본적인 범주이다. 특히 문화사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아주 적절한 틀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경험은 반드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생겨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범주는 광범위한 문화적 발전 양상들, 예를 들어 입체파, 동시적인 시(simultaneous poetry), 그리고 래그타임 음악(ragtime music : 당김음syncopation의 효과를 강조한 흑인음악 양식. 재즈 음악의 시초)은 물론이요, 증기선?마천루?기관총까지 모두 함께 담아낼 수 있는 포괄적인 틀을 제공해준다. 이렇게 분야가 각기 다른 사항들을 한데 모았을 때 야기될 수 있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각 장의 주제와 본질적으로 관련이 있는 자료들만 선택하였다(각 장의 주제는 시간의 성질, 과거, 현재, 미래, 속도, 공간의 성질, 형상form, 거리, 방향이다). 이 여덟 가지의 주제는 두 가지 경로를 거쳐 선정하게 되었다. 시간의 세 가지 양태(과거?현재?미래)는 철학에서 빌려온 것이다. 심지어 시간의 흐름을 불연속적인 부분들로 분할하면 시간의 유체적인(fluid) 성질이 왜곡된다고 주장한 베르그송조차 분석 과정에서는 이 용어들을 반복해서 사용했다.

과거 현재 미래는 인간의 모든 시간 경험을 자연스럽고도 포괄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라고 간주되었던 것이다. 이에 비해 공간에 관한 주제들을 선정하는 일은 까다로웠다. 그러던 차에 앨런 헨릭슨(Alan Henrikson)과 토론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화 중에 지도 제작자들은 공간을 네 가지 측면(외형(shape)?지역?거리?방향)에서 파악하여 그것을 평면도에 표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시간에 대한 범주들만큼이나 폭넓은 틀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외형’과 ‘지역’을 묶어 ‘형상(form)’이라고 하고, 간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공간의 성질’을 서론 격으로 붙였다. 이리하여 이 책의 범주들은 광범위한 인간행동을 포괄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도 (속도에 관해 고찰한 장을 빼고는) 각각의 영역들이 서로 겹치지 않는다. 속도를 별도로 처리한 이유는 이 주제가 19세기 말을 전후로 하나의 독립된 주제로서 광범위하게 토론되었다는 점, 그리고 속도와 관련된 사항들은 시간이나 공간 어느 한쪽에만 귀속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속도라는 주제를 넣으면 시간이라는 주제에서 공간이라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본문 21~29쪽.


화려하고 눈부신 책! 상상력, 설득력, 박학다식한 내용

1880년부터 1918년까지! 이 결정적인 38년은 현대 세계를 ‘결정적’으로 규정하였다. 이 책은 아이디어와 통찰, 증거와 사례들을 동원하여 그 시기의 생활과 정신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 이토록 풍부하고 광범위한 책을 요약하기란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다. 문학예술, 회화와 건축, 철학과 심리학, 물리학과 과학기술 등 지은이의 대상은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하다. 그는 프루스트에서 피카소까지, 아인슈타인에서 스트라빈스키까지 대단히 자연스럽게 이동해간다.

영화에 매료되었던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는 《율리시스(Ulysses)》에서 영화의 몽타주 기법을 언어를 통해서 구현해보려고 시도했다. 미래파(Futurists)는 현대 과학기술을 숭배했으며 선언문과 작품을 통해 찬양하였다. 시인들 중에는 전자통신이 안겨준 동시적인 경험에 화답하여 ‘동시적인(simultaneous)’ 시를 지은 사람들도 있었다.
폴 세잔(Paul Cezanne)이 미술의 공간처리 방식에 혁명을 일으킨 것은 그가 생트빅투아르 산(Mont Sainte-Victoire)의 영원한 형태에 대해, 또한 정물화에서 병과 사과의 배치에 대해 집중하고 있던 시기였다. 아인슈타인은 물론 인페로메터(inferometer)라는 새로운 기계의 실험 결과에서 시사를 받아 뉴턴에 도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성 이론은 대체로 물리학이 오랫동안 고투해온 이론적 문제들에 대한 하나의 수정 이론(revision)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과학기술에서 영감을 받은 발전과 그로부터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발전 사이에서 유사한 주제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서 하나의 문화적인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 혁명에는 인간의 본질적 경험 구조와 인간의 기본적 표현 형태가 모두 포괄되어 있었다.
……토마스 만(Thomas Mann)의 《마의 산(The Magic Mountain)》에 보면 주인공은 자신이 엑스레이로 사촌의 내부를 관찰할 때, 마치 무덤 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은 지각이 정신 내에서 발생한다는 데카르트의 견해에 이의를 제기하며 지각은 지각하는 자와 지각되는 것, 그 양자의 관계라고 주장했다. 입체파는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본 대상의 내부와 외부를 모두 단일한 캔버스 위에 펼쳐놓음으로써 미술의 전통적인 한계, 즉 공간적?시간적 제약을 뛰어넘었다. 비행기는 국경의 의미, 즉 사람들 간에 전통적으로 존재해온 지리적 장벽의 의미를 변화시켰다.
―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본문 28~29쪽.

자료들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게 하다

마침내 컨은 38년 간의 거의 모든 것을 그려내는 데 성공한다. 그 세세한 내용을 정리하기는 불가능헤 가깝다. 하지만 모든 것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두 가지 만큼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연구과정을 통해 그때까지의 저자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학자 스티븐 컨의 모습이다. 또 하나는 자료들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게 하는 저자의 방법에 대해서다. 그것은 엄밀한 이론 하에 다양한 자료들을 복속시키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자료들을 들이대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스스로 가장 본질적이라 믿는 큰 개념들 아래 다양한 자료들을 몰아넣음으로써 그 자료들이 이리저리 부딪치게 만든다. 그리하여 자료들이 서로 어깨를 밀치면서 기왕의 범주와 개념들을 자꾸만 벗어나게 한 것이다.


2001~2004년까지 4년 동안의 번역, 70권의 참고 도서와의 만남

이 책의 번역은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했다. 1993년 일본어판 번역본의 출간과정에서 그 어려움을 어느정도 감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이 책의 번역 과정에서 이 책의 일본어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즉시 주문하여 읽어보았다. ‘역자의 말’ 정도 되는 꼭지에서 무척 섬뜩하면서도 인상적인 문구를 발견했다. 처음 번역을 시작한 연구자가 번역 과정에서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느껴 번역을 중도에 포기했다는 내용과 그의 번역 성과를 이어받아 자신이 마무리를 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토해내는 역자의 후기가 절절하게 씌어져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책의 넓고 깊은 텍스트 바다를 항해하면서 두세 차례의 조난을 예상하기도 했다.
이 책의 번역자 박성관 선생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근 4년 동안 이 책과 관련된 세미나와 강독을 조직하고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70여 권의 책과 사귀었다. 그에게 새로운 친구가 된 책들은 〈옮긴이의 말〉 736~743쪽까지 잘 나와 있다. 이제 그 4년 동안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가 느꼈을 문화적 상황도 책의 출간과 함께 새로운 장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토록 재미있고 풍요로운 책이 이 땅의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충분히 이해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각 장에 소제목들을 붙여보았다. 그러니까 각 장의 제목 이외에는 모두 옮긴이가 붙인 것이다. 저자의 의도이기도 하지만 마지막 두 장을 제외하고는 꼭 순서를 지켜서 읽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 소제목들을 잘 활용하면 관심 있는 대목을 뽑아 읽을 수도 있고 사전처럼 써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원서에 들어 있는 9장의 도판 이외에는 모두 새로 넣은 것이다.
원서를 가지고 두 번의 강독을 시도했다. 첫 번째 강독은 도중 하차였지만 두 번째는 성원들이 수없이 교체되면서도 어쨌든 끝까지 갔다. 이 과정이 없었더라면 번역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독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했다. ‘38년 간’이라는 세미나를 만들어 이 책에 등장하는 중요 자료들을 친구들과 함께 읽어나갔다. 앞서 소개한 책들 중 상당수는 그들과 함께 읽었다. 함께해준 친구들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이 좋은 선물이 되기 바란다.
―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옮긴이의 말, 7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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