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여, 수업을 공개하라!
‘한 명의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고, 모든 아이들에게 배움을 보장한다.’ 이것은 수업을 바꾸면 학교가 바뀐다라는 책을 통해서 이미 학교 개혁과 교육 개혁을 주장한 사토 마나부 교수의 ‘배움의공동체’와 그의 교육철학을 따르고 실천하는 ‘한국배움의공동체연구회’의 정신이다. 교사의 배움에는 지난 5년 동안 사토 교수와 한국배움의공동체연구회가 한국에서 어떻게 학교를 바꾸고 교육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했는지, 어떻게 교류의 장을 만들고 아이들과 소통하며 자신들의 교육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애썼는지, 지난 5년 동안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10년 8월, 경기도 용인 흥덕고등학교 강당에서 450명의 교사들이 모여 개최한 제1회 세미나를 시작으로 해마다 열리고 있는 배움의공동체 전국 세미나는 올해로 5회째를 맞이했다. 이 책에는 그동안 이루어진 네 차례의 세미나에서 사토 마나부 교수가 기조 강연한 내용과 매회 수업을 공개한 교사들의 수업이 소개되어 있다.
사토 교수는 ‘일 년에 한 번도 자신의 수업을 동료 교사들 앞에서 공개하지 않는 교사는 공립학교 교사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만큼 교사는 수업으로 모든 것을 말하고 보여주어야 하며, 교사가 아이들의 몰입을 유도하는 수업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동료 교사들과 같이 연구하고, 수업을 함께 보면서 어디에서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는 아이들이 몰입해서 배움이 일어나게 하는 수업 디자인에서 수업 제안서, 활동지, 실제 수업 내용, 이에 대한 분석과 수업자의 성찰까지 교육과 수업에 대한 배움의공동체의 기본 철학과 실천이 담겨 있다.
배움의공동체 수업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21세기형 학교 개혁이기 때문에!
배움의공동체가 많은 교사들과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배움의공동체의 수업 개혁과 학교 개혁이 21세기형 개혁이기 때문이다. 현재 배움의공동체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개혁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21세기에도 아시아에 있는 초·중·고등학교는 그야말로 일제식·주입식 수업과 입시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19세기형 교육을 하는 곳이 대부분인데, 이와 달리, 배움의공동체의 21세기형 교육 개혁은 질과 평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프로그램형에서 프로젝트형으로 바꾸고, 지식을 이해하고 습득하고 축적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촉발시키는 데 관심을 갖는다. 질 높은 배움을 만들기 위해서는 협동적인 배움과 아울러 수업 내용의 질을 높여나가야 하기에 교사들은 가르치는 전문가에서 배우는 전문가로 바뀌고 있고, 학교를 아이들만 배우는 장소가 아니라 교사들도 함께 배우는 장소로 바꾸어나가고 있다. 배움의공동체가 21세기형 학교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이유는 한 명의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는 배움을 실현하게 하는 데 있다. 교사는 열심히 가르치지만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배움에서 멀어지기만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배우고 계속 배워나갈 수 있는 학교를 실현하는 것, 누구나 성장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 아무도 배제되지 않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곧 배움의공동체이다.
아이들에게 배움을 일으키는 비밀?
ㄷ자형 자리 배치와 모둠 학습!
배움의공동체 수업이 착실하게 진행되면서 아이들끼리 서로 배우는 모습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칠판이 있고, 교탁이 있고, 아이들이 일렬로 앉아서 친구의 등을 바라보며 하는 일제식·주입식 수업은 이제 옛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배움의공동체 학교에서는 ㄷ자로 자리를 배치하고, 4명 모둠을 중심으로 친구들끼리 서로 이야기하고 들으면서 배움을 일으키고 있다. 배움을 실현한다는 것, 배움을 성립시킨다는 것은 소외를 극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배우지 않는다는 것은 첫째, 배울 대상을 잃었기 때문이다. 텍스트는 있지만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배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서로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버리는 수업은 모두 배울 대상이 없어서이다. 사회과 수업인데 자료가 없고, 과학 수업인데 실험을 하지 않는, 그야말로 대상으로부터 소외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함께 배울 친구가 없고, 배움을 유지시켜주고 이끌어줄 교사가 없을 때 못하는 아이들, 안 되는 아이들은 혼자 있게 된다. 셋째, 배우기는 배우는데 의미가 전혀 전달되지 않을 때 아이들은 의미로부터 소외된다. 배움의 실천이란 이 모든 소외를 극복하는 일이다. 배움의공동체는 협동적으로 대상을 만나게 함으로써 배움의 대상을 회복하고, 함께 배울 친구를 찾고, 배우는 의미를 찾으면서 소외를 극복하게 하고 있다.
배움의공동체의 교육철학
① 공공성의 철학 : 교사가 교실 문을 열지 않는 학교는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우수한 교사라도 일 년에 한 번도 동료에게 자기 교실의 문을 열지 않는 교사는 공립학교 교사로서 인정할 수 없다. 그것은 교실과 아이들을 자신의 것으로 사유화하는 독선이기 때문이다. 교사에게는 용기를 가지고 교실 문을 열어서 동료와 연대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② 민주주의의 철학 : 학교에서는 한 명 한 명이 모두 주인공이다. 학교 개혁에서는 목소리가 큰 사람의 주장이 통하거나 그들이 이기는 것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발표를 잘하는 아이만 활약하는 교실은 민주주의적이라고 할 수 없다. 교사 하나하나, 학생 하나하나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③ 탁월성의 철학 : 가르치고 배우는 수준을 낮추어서는 안 된다. 교사와 학생이 늘 점프해서 최고의 것을 추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과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로...
교사들은 교육에 절망한 것이 아니다. 학교에 절망하고, 교장선생님에게 절망하고, 교육 행정에 절망하고, 사회에 절망한 것이다. 배움의공동체가 많은 교사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어떤 교사라도 한 명도 망가지지 않고 진정한 교사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2,000개 교, 중학교 1,000개 교, 고등학교 500여 개 교가 배움의 공동체 철학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공립학교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전국에 거점 학교가 200개 교 정도이다. 한국에서도 2010년 제1회 세미나를 시작으로 전국 각 지역의 학교와 교사들이 배움의공동체 철학을 도입하고 실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에서도 국가의 교육 정책으로 배움의공동체를 도입하는 속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