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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3년 12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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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473쪽 | 1,752g | 128*188*80m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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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쟁은 끝이 없다.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일본은 12월 1일 새벽 00:00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취업 활동이 시작이 되는데 일본이나 한국이나 어디든 취업난은 같은것 같다.
"면접이란 게 자신이 가진 카드를 하나하나 꺼내는 작업 같은 거지만, 어차피 어떤 카드든 뒤집어서 내는 거야.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 있지. 물론 거짓말이란 게 들키면 끝이지만."
취업활동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한가지는 물론 시험에서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거절 당하는 체험을 몇 번이나 되풀이한다는 것은 고통이다.
구라고 또 한 가지는 별로 대단치 않은 자신을 대단한 것처럼 계속 애기해야 하는 일이다.(본문 p.45중에서)
2. 일본 대학생들의 구직 전쟁의 자화상!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취업"이라는 현대 일본의 젊은이의 대부분이 난생 처음 진지하게 자신이 누구인지 묻고 추궁당하는 국면에 서게 되었다.
일본은 한국과는 달리 대학교 3학년 2학기가 되면 취업활동이 시작이 된다. 그래서 3학년 1학기까지 학점을 전부 따 놓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취업 활동을 시작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많다. 이런 배경으로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주인공 나인 다쿠토, 그의 룸메이트인 고타로, 유학을 마치고 온 미즈키, 스펙을 열심히 쌓는 리카, 이상을 쫓지만 현실주의자인 다카요시다. 주인공 타쿠토가 동경하는 미즈키만 "가정의 사정"을 안은 취직 활동이지만, 다른 3 명은 "자신의 사정"만으로 비교적 홀가분하다. 그것을 필요 이상으로 두각되는 것이 SNS란 존재이다. 이 트위터에서 서로의 일상을 깊이 읽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소설의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알지 못하지만 거의 끝나는 부분에서 반전이라면 반전이 일어난다.
3. 인간의 이중성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이야기 하지만 늘 인간의 속마음이 그대로 나타내는것은 아니다. 이 소설의 원제는 nanimono로 일본어로 누구(何者)’라는 의미이다. nugu는 오로지 익명으로 개설된 트위터 계정으로 표현되는데 속마음을 냉소적으로 사소한 것에도 서로를 견제하면서, 솔직하지 못한 이들에겐 조금씩 틈이 생긴다. 이들은 사이 좋게 격려를 하며 서로 돕는 동급생이지만 이는 단지 표면적이고 기호적인 차이를 과대 평가하고 상대를 가상의 적으로까지 생각한다. "나는 그 녀석과는 다르다" "나는 내 방식이있다"고. 그렇게 '나는 누구인가. 누군가가되고 싶은 것인가 "의 답을 찾아 몸부림 치는 것이다. 너무 적나라하게 읽혀지는 인물들의 내면이 무서울 정도다. 주인공 다쿠토가 ‘누구’라는 이름으로 비밀 트위터 계정을 운영해 온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독자들은 알게된다.
작가는 21세기를 살아가는 20대의 단면을 소름끼칠 만큼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 인물들의 약간의 행동이나 말로 표현되는 그들의 마음의 흔들림은 현실성이 있다. 트위터를 리얼한 교환의 사이에 끼워 넣은 구성도 나쁘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불만은 너무 그들의 세계가 재타적인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의 전개는 취업이라는 한 점으로 모아진다. 이런 부분들은 스토리전개까지 지루해지면서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연령대에 가까운 독자 이외에는 끝까지 통독 것이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 단언하고 싶다. 그것은 뭔지 임펙트가 부족한 드라마를 잔잔하다는 표현으로 선전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20 세 정도의 젊은이를 통해서 세계관이 관철되고 얼굴과 말있는 '성인'이 나오지 않는다. 단편 또는 중편하면 지금의 세태를 비추는 한 편으로 나름대로 어느 연대에도 영향을 줄 수있는 작품이되었다고 생각한다. 왜 취직 활동을 하고있는 사람은 무언가에 휩쓸려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까?.취업이라는 전쟁에 뛰어든 취업준비생들의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든것 같다.10년째 경제난에 허덕이는 일본 또한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요즘 일본소설을 많이 읽고 있다. 일본소설 특유의 가벼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기피한 적도 있었는데, 최근에 읽은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등은 꽤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명성이 자자한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도 읽어보기로 했다. 제131회 나오키상 수상작인데다 작가도 유명한 만큼 책에 대한 평이 극단적이었다. 유쾌하고 좋은 소설이라는 평도 많지만 가볍고 의미없다는 평도 꽤 많았다. 나는 과연 어떤 평을 내릴 수 있을까, 열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정신과 의사인 이라부는 보통의 의사들과는 사뭇 다르다. 덩치도 산만하고(덩치 큰 의사가 없으라는 법은 없지만)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앵앵거리는 목소리에, 정신과에 찾아온 환자들에게 무조건 비타민 주사부터 놓으려 하고, 매일 핫팬츠를 입고 비타민 주사를 놓고 나면 벤치에 벌러덩 누워버리는 간호사를 데리고 있는 아주 독특한 의사이다. 찾아오는 환자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지만 얼렁뚱땅 농담짓거리 속에서 의외로 환자의 환부를 정확히 꼬집어낸다. 신기하다. 이야기가 겉도는 것 같지만 정확하게 급소를 찾아가는 것이.
이라부가 만난 5명의 환자 이야기가 장편소설 속에서 마치 단편처럼 구성되어 있다.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이고, 무겁지 않아서 쉽게 읽어진다. 소리내어 '으하하' 웃는 건 조금 오바인 것 같지만 가만히 읽다가 '키득키득'거려지는 재미는 쏠쏠하다. 다섯편의 이야기 중 특히 표제작인 <공중그네>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베테랑 서커스단원이 언젠가부터 공중그네를 타다가 네트에 떨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캐쳐인 젊은 단원이 아무래도 자신을 밀어내는 것 같아 괘씸하다. 젊은 단원들에게 뭔가 어필하고 싶지만 가까이 다가서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노인네처럼 설교만 하게 되고 분위기는 더욱 어색해지고 만다. 이 모든 게 그 캐쳐 때문이다. 그는 주위의 권유로 정신과의사 이라부를 찾아가는데 무작정 주사부터 놓고는 서커스단이라는 소리를 듣고 아이처럼 좋아하며 서커스단 연습시간에 뛰어들어온다. 밝고 유쾌하고 긍정적인 이라부는 서커스단원들 틈에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스르르 녹아들어간다.
베테랑 공중그네 곡예사는 비디오로 촬영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문제는 캐쳐가 아닌 자신에게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는 급변해버린 서커스단 속에서 새롭게 들어오는 변화의 물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음에서부터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그래서 온전히 믿고 자신을 던져 맡겨야 하는 캐쳐에게서 멀어져버린 것이다.
내가 대학 새내기일 때, 많은 선배들에게 귀여움을 받았었다. 새내기는 무엇을 해도 이쁠 때이고, 뭘 하든 선배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을 한참 누리고 있다가, 내가 2학년이 되고 후배들을 받게 되었다. 20살 새내기는 너무나 이뻤다. 더이상 나와 내 동기들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밀려나게 되었다. 우리는 헌내기가 된 것이다. 이런 일이...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고 우스운 생각들이지만, 그 때의 그 감정들을 잊어버릴 수는 없다. 이 베테랑 곡예사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모두 자신을 주목하고, 믿고, 추켜세워주던 그 때만을 기억하고 있다가, 점점 더 젊은피들이 수혈되자 자신이 밀려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 것이다. 그 감정이 어떤 건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공중그네>는 가벼운 문체로 참 읽기 쉬웠다. 읽기 쉽다고 가치 없는 글은 아니다. 다섯편 모두에서 사소한 듯 보이지만 누구나 겪어보았을 일상 속의 소소한 감정들을 유쾌하게 그려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라이벌 선수가 스스로 다쳐주기를 바라는 마음,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하고 늘 잘 하는 것만 하는 심리, 꽉 짜여진 생활 속에서 일탈을 해보고 싶은 마음 등 나도 한번씩 다 겪었고, 또 언제 다시 그런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오를지 모르는 감정들을 유쾌하게, 무겁지 않게 그려내고 있었다.
왠지 문학은 깊이가 있어야 하고, 약간은 어려운 듯해서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왠지 있어보이는, 그래야만 '문학'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일 수 있다는 편견이 있지는 않나 반성해본다. 글을 읽고 나서 생각할 꺼리를 남겨야 좋은 글이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공중그네> 역시 참 좋은 소설이었다. 가벼운 일회성 읽을 거리가 아닐까 염려했었는데, 그정도로 폄하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작품들은 어떤 웃음과 어떤 생각할 꺼리를 남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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