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은 엔터테인먼트다!”
불황에도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도큐핸즈의 비밀
불황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 빙하기’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욕구와 니즈는 좀 더 다양해지고 적극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과시적 소비가 아닌 스스로 만족하고자 하는 자기만족형 가치 소비가 늘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먼저 불황을 맞은 일본의 도큐핸즈는 판매가 아닌 고객에 방점을 찍어야 함을 일찍이 간파하였다. 일본 소매업계 1위를 달리는 도큐핸즈는 흔히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말하는 버블경제 붕괴 이후 20년간의 장기 침체 속에서도 독특한 콘셉트와 경쟁력으로 성공을 거듭해왔다. 《세상에 팔 수 없는 것은 없다》는 장기 불황 속에서도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도큐핸즈만의 ‘장사의 비밀’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1976년에 창업한 도큐핸즈는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고객이 이용하고 있으며, 취급하는 아이템 수는 약 30만 점에 이른다. 고객의 생활에 뿌리내린 기초적인 상품부터 생활에 윤기를 주며 풍요롭게 해주는 상품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상품을 폭넓게 갖추고 있다.
앞으로 소매가 지향해야 할 것은 엔터테인먼트성의 획득임을 일찌감치 간파한 도큐핸즈는 30년 전부터 엔터테인먼트성을 제공하는 데 성공해 다시 찾고 싶어지는 소매점을 실현하고 있다. 또한 상품의 장점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스태프가 고객에게 정확한 어드바이스를 해주고 있어 고객으로부터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도큐핸즈는 38년간 어떻게 최고를 유지했는가?
이 책은 주거와 생활에 관련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점포 도큐핸즈를 통해, 작은 가게부터 대형 유통점까지 모든 소매점이 알고 있어야 할 장사에 성공하는 법 25가지를 소개한다. 그 안에는 매장의 독특한 콘셉트부터 직원들을 어떻게 선별하고 교육해야 하는지, 상품의 진열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세한 분야로 나누어 설명을 곁들였다.
도큐핸즈는 일반 소매점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백화점이나 잡화점, 홈센터 등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도큐핸즈라면 반드시 찾아준다’는 모토로 고객의 요구를 이뤄주는 매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말로는 항상 고객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상은 이익을 올리기 위해 효율에만 신경 쓰는 모든 소매점들이 배워야 할 가장 핵심적인 장사의 기술이 바로 여기에 있다.
베스트셀러만이 아니라 가능한 한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줌으로써 도큐핸즈에는 반드시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도큐핸즈 시부야 점은 오픈 당시 약 1,000여 종의 전구, 350색 이상의 자수용 실, 3,000개의 조각칼을 구비했다. 이것은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증명된 롱테일 법칙과도 일맥상통한다. 롱테일 법칙은 80%의 비핵심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으로, 아마존에서 1년에 몇 권밖에 팔리지 않는 ‘흥행성 없는 책’들의 판매량을 모두 합하면 ‘잘 팔리는 책’의 매상을 추월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도큐핸즈에게 배우는 물건이 팔리는 매장의 비밀
그런데 이렇게 많은 제품을 모두 진열하려면 매장도 꽤 넓어야 하고, 고객들 역시 어느 정도 전문적인 식견을 갖춰야 한다. 1,000종류의 전구 중에서 자신이 사고자 하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른다면 오히려 쇼핑에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바로 여기에 도큐핸즈의 성공 비밀이 숨어 있다.
1,000종류의 전구 중에 어떤 것을 고를까? 여기에는 일반 매장의 판매직원들과 차별화되는 도큐핸즈의 판매직원들에게 그 답이 있다. 보통 판매직원은 서비스 경험이 있는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도큐핸즈는 이 상식을 뛰어넘는다. 서비스보다 제품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졌느냐를 중요시 여겨, 판매하는 제품의 전문가, 즉 전직 목수나 전기기사, 제조사의 기술자들을 채용한 것이다. 이들이 고객조차 정확한 용도를 모르는 제품들, 혹은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 모르는 고객들을 위해 제품에 대한 설명은 물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한 컨설팅도 해준다.
그렇다면 최대 30만 종을 진열해 판매하는 넓은 매장은 어떻게 준비할까? 도큐핸즈는 매장의 넓이보다 진열의 효율성을 따진다. 백화점 등이 베스트셀러나 비싼 제품 위주로 진열한다면, 도큐핸즈는 더 많은 제품을 하나도 묻히지 않게 진열하는 방법을 항상 고민하는 것이다. 그 결과 좁은 공간에도 많은 제품을 진열하는 것이 가능하다.
장사에는 매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와다 겐지가 도큐핸즈에서 일하고 있을 때, 한번은 매번 와서 비누받침대를 보고 가는 손님이 있었다. 그 고객을 눈여겨본 저자가 접객할 기회가 생겼을 때 물었더니, 비누를 집고 놓기 편하면서 비누가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는 깊이의 비누받침대를 찾고 있다고 했다. 도큐핸즈라면 반드시 자신이 필요한 제품을 언젠가 갖춰줄 것이라는 기대로 계속 찾아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직접 다양한 브랜드의 비누받침대를 시험해봤다. 하지만 의외로 고객이 원하는 깊이의 받침대가 없었다. 또한 비누받침대가 깊이에 따라 사용감이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저자는 결국 거래처에 직접 주문제작을 해서 고객의 요구에 부응했다.
저자뿐 아니라, 도큐핸즈의 직원들은 이처럼 능동적으로 일한다. 거기에는 그만큼의 보상이 있기 때문인데, 직원을 평가할 때 얼마나 매출을 올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새롭고 참신한 제품 구색을 갖추느냐를 기준으로 한다. 이것은 현재 우리 기업과 소매업종들이 간과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매출 하나만 생각하다 보면 잘 팔리는 제품으로만 구색을 갖추게 되고, 직원들 역시 고객의 진정한 필요가 아닌 매출만을 생각해서 접객하게 된다. 그러면 결국에는 경쟁업체와 차별점이 사라지고 고객들의 만족도도 떨어지게 된다. 그 결과 제 살 깎아먹기 할인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즐거움을 주면 성공은 따라온다
무엇보다도 소매업에 필요한 것은, 고객이 필요해서 사러 온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다.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고객은 언제라도 지갑을 닫을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 물건이 꼭 필요하다면 사러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고객을 기다리기보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더 절약하고 더 알차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머리 아픈 쇼핑이 아닌 즐겁게 구경하고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쇼핑을 고객에게 선사해야 한다.
이케아에 가면 항상 꿈꿔오던 이상적인 방의 인테리어가 눈에 보인다. 아마존에 가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상품의 홍수 속에서 그것들을 사용하는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불황을 떨쳐내려면 이케아, 아마존, 그리고 도큐핸즈처럼 고객을 어떻게 즐겁게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친절한 설명과 정보 제공, 고객의 상상을 더욱 확장시켜주는 다양한 상품의 전개, 철마다 새롭게 들어오는 새로운 상품 등 계속되는 놀라움과 즐거움으로 고객을 맞이해야 한다. 이는 매우 쉽게 들리지만, 점포가 안정되고 수익이 늘어갈수록 놓치기 쉬운 부분들이기도 하다.
저자는 도큐핸즈의 38년을 돌아보면서 이 중요한 원칙을 마음에 새기고, 초심으로 모험하며, 끊임없이 고객의 마음을 흔들라고 조언한다. 그 외에 정답은 없다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