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선생과 함께 푸는 무지개의 수수께끼
손수 그린 삽화로 무지개에 더 가까이
실험 과학의 스테디셀러 『눈이 즐거운 물리』(사이언스북스, 2010년)의 괴짜 선생이 이번에는 무지개를 타고 돌아왔다. 김상협은 톡톡 튀는 기발한 실험들과 다양한 교구를 활용한 수업으로 유명하다. KBS 「현장다큐 선생님」, KBS 「신나라 과학나라」, SBS 「생활의 달인-수업의 달인」, SBS 「UCC 과학탐험대」 등 다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 흥미롭고 강렬한 수업 방식을 선보였다. ‘과학은 재밌어야 한다.’라는 신념으로 생수통 찌그러뜨리기, 액화 질소에 과자 넣어 먹기, 버스카드 분해해서 만들기 등 피부에 와닿는 실험으로 수업을 채워 학생들에게 괴짜 선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저자는 여러 권의 중·고등학교 과학 교과서를 집필했던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삽화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다. 하지만 삽화를 넣기 위해 삽화가에게 과학적 원리와 그 의도를 설명할 때마다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여러 차례 수정을 요청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직접 그리면 어떨까?’ 생각했고, 결국 만화 학원에 다니며 틈틈이 연습에 매진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이번 책에 모두 담겼다.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삽화는 저자가 직접 구상하고 그린 것이다. 독자들에게 더 쉽고 정확하게 내용을 전달하고자 열정을 불태운 결과다.
또 무지개를 좇으며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끊임없이 점검했다. 과학 글쓰기 과정에 등록하고, 만화가 과정을 수료하며, 대폭적인 수정에도 꿋꿋이 원고를 다듬었다. 그렇게 해서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하나뿐인 책이 되었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독특하고 스릴 넘치는 무지개 실험과 무지개에 관한 문화적, 과학적, 역사적 탐구를 통해 융합적 사고를 이끄는 풍부한 내용을 담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왜 하필 무지개인가요?”
“모든 사람은 각자 다른 무지개를 보고 있기 때문이죠.”
“왜 하필 무지개인가요?”
저자가 원고를 쓰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여러 번 받았던 질문이다. 이 책을 집어 든 독자들도, 쓱 바라본 누군가도 그런 생각을 할지 모른다. 어느 날, 비가 온 뒤 하늘에 나타나는 일곱 색깔 아치형 빛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무지개를 다 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무지개가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
저자가 전하는 무지개는 우리가 이전에 알고 있던 무지개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무지개 속 다양한 현상들, 무지개가 나타나는 원리와 빛의 성질, 우주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무지개까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무지개를 보여 준다. 충분한 설명과 친절한 삽화를 통해 그 원리와 작동 방식을 안내하면서, 아는 만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놀랍게도 이 무지개를 본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무지개가 한 사람에게만 보인다니. 사실은 모두 같은 무지개를 보는 것은 아니다. 각자가 보는 무지개는 모두 다르다. 서울에 무지개가 뜨면 무지개를 보는 서울 사람들의 수만큼 무지개가 있다. 각자 마음속에 상상의 무지개가 하나씩 있는 것처럼 현실의 무지개도 각자의 시야에 하나씩 존재한다. 그러니 신문에 실린 무지개는 오롯이 사진 기자만이 봤던 무지개이다. -72쪽에서
이 책에서 밝힌 무지개의 놀라운 특징 중 하나는 우리가 보는 모든 무지개는 ‘단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만약 하늘 위에 걸린 무지개를 10명의 사람들이 보고 있다면, 10개의 무지개가 존재하는 셈이다. 10명의 사람들이 각자 다른 고유의 존재이듯, 한 사람이 보고 있는 무지개는 오직 그 사람의 시야에만 존재하는 하나뿐인 무지개이기 때문이다. 즉, 무지개를 본다는 것은 각자 나만의 무지개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어서 책은 우리에게 빛을 보는 원리와 무지갯빛이 나타나는 원리를 차근차근 소개하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지개의 본질이 무엇인지, 무지개를 본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 밖에도 왜 우리는 무지개 너머에 도달할 수 없는지, 무지개가 우리를 따라오는 이유는 무엇인지, 쌍무지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무지개는 몇 개까지 만들어질 수 있는지 등등 무지개에 얽힌 수많은 궁금증과 수수께끼의 정답을 찾을 수 있다.
책을 준비하면서 저자 김상협은 진짜 무지개를 경험하기 위해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진짜 무지개를 만났다. 눈이 부시도록 밝게 빛나는 무지개를 보며 그 안에서 태양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다채로운 화려함에 매혹되었고, 무지개를 알아갈수록 태양의 에너지를 내뿜는 빛에 매력을 느꼈다. 무지개에 대해 파헤칠수록 무지개가 가진 성질, 그리고 눈으로 무지개를 본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과 놀라움을 체험했다.
‘무지개 책을 태양의 에너지만으로 완성해야겠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태양광 발전을 공부해 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컨트롤러와 배터리를 달아 태양의 에너지를 노트북과 아이패드에 쓸 수 있도록 알맞은 전압으로 모았다.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쬐는 21장의 삽화는 그날 낮 동안 처음 모아 놓은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그린 것이다. -279쪽에서
무지개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무지개 클라스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는 무지개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무지개에 얽힌 신화와 문화, 그리고 과학과 그 역사, 무지개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각종 실험까지 모두 담겼다. 1부인 「무지개에 담긴 이야기」에서는 각 문화권에서 무지개를 받아들이는 방식과 개념, 신화를 소개한다. 그리스, 이집트, 아메리카, 아프리카, 동아시아 등 각 문화권에서 무지개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이야기를 만들었고, 비슷하면서도 각자 다른 속성들을 부여했다. 이는 각 문화권의 어원과 신화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무지개를 보며 희망, 경이, 두려움을 느꼈고 현대에 온 지금도 사람들은 무지개 너머를 동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부 「무지개에 숨겨진 과학」에서는 무지개의 생성 원리에 대해 탐구한다. 운이 좋다면 쌍무지개를 볼 수도 있고, 실험실에서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다면 6개 이상의 고차 무지개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무지개 속에 나타나는 알렉산더의 어두운 띠, 과잉 무지개 등 신기한 현상들도 소개한다. 또한 진짜 무지개와 가짜 무지개를 구분하는 법, 달빛이 만든 무지개나 우주에서 만들어지는 무지개, 뒤집히고 반사되어 만들어지는 무지개 등 지금껏 알지 못한 놀라운 무지개의 세계로 인도한다.
3부는 「무지개의 비밀을 밝힌 과학자들」이다. 무지개의 비밀을 풀어내는 데 공헌을 한 과학자들은 모두 당대 최고의 과학자였다. 무지개가 생기는 원리로 가설을 세운 아리스토텔레스, 무지개를 만드는 빛의 각도를 밝혀낸 로저 베이컨, 그리고 최초로 굴절의 개념을 적용한 데카르트와 무지개색의 비밀을 푼 뉴턴 등이 등장한다. 이들이 무지개를 관찰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은 과학의 발전 과정과 자연스럽게 맞물려 돌아간다. 또 20세기 이후 실험 기술과 양자 역학이 발전하면서 무지개 연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4부 「무지개에 담긴 문화」에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무지개 사례를 살펴보고 그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과학이 밝힌 무지개의 모습과는 달리 무지개에는 다양한 문화적 의미와 사회적 맥락이 투영된다. 또 무지개를 예술로 승화시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자 역시 나름대로 의미를 떠올리는데, 태양의 영혼과 눈웃음에 비유하며 자연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5부 「진짜 무지개를 찾아서」는 실험을 소개한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실험들이다. 김상협 교사가 겪은 재밌는 에피소드와 실험 팁도 세심하게 배치했다. 또한 일상 생활 속에서 보는 무지갯빛이 실제 하늘에 뜬 무지개와 무엇이 다른지 구분하며 진짜 무지개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직접 실험을 따라 해 자신만의 무지개를 만들기를 추천한다.
“아름다운 무지개를 통해 내 마음을 울린 물리학 책!”
-이정모(국립 과천 과학관 관장)
이 책은 우리나라의 과학관 전시와 행정, 그리고 연구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과학 커뮤니케이터 활동으로 유명한 이정모 국립 과천 과학관 관장이 재직 중에 마지막으로 추천사를 쓴 책 가운데 하나다. 이정모 관장은 이 책을 평가하기를 “아름다운 무지개를 통해 내 마음을 울린 물리학 책!”이라고 한다.
그날 내가 무지개를 처음 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날 내가 처음 무지개를 좇아갔다는 겁니다. 여수동 초등학교 운동장. 초등학교 3학년인 내겐 정말 큰 곳이었죠. 그때 의아했습니다. 분명히 내가 다가섰는데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몇 년 전 성인이 된 내 딸과 함께 여수동 초등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이렇게 좁은 곳에서 무지개를 좇아갔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본 무지개는 정문에서 본관을 봤을 때 운동장 왼쪽 끝이었을까요, 오른쪽 끝이었을까요? 기억이 날 리가 없죠.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압니다. 오른쪽 끝이었습니다. 거의 50년이 지난 다음인데 어떻게 아냐고요? 김상협 선생님의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익숙한 것들에 대해 오히려 잘 모르고, 알아도 잘못 알고 있는 게 더 많습니다. 무지개가 대표적이죠. 강렬한 인상을 주지만 그 강한 인상 때문에 감탄하느라 생각할 틈을 가질 새도 없어지곤 하거든요. 몇 번의 경험으로 탐구하기 어려운 게 바로 무지개입니다. 김상협 선생님은 남들이 깊이 생각할 틈이 없는 무지개를 깊이 탐구한 사람들을 추적했습니다.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는 짧은 책입니다. 글만 있는 책으로 따지면 90쪽 정도에 불과할 정도죠. 그런데 담긴 내용은 방대합니다. 아마 다른 과학 저술가라면 책을 네 권으로 쓰고 싶었을 겁니다. 무지개에 얽힌 신화와 문화 그리고 무지개의 과학과 과학사로 말입니다. 무지개의 과학 편에는 무지개 관련 실험을 부록으로 담았겠죠. 이 모든 것이 단 한 권에 다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단출하지 않습니다. 깊고 넓습니다.
1부 「무지개에 담긴 이야기」에서는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문화권에서 무지개를 받아들인 문화와 신화가 소개됩니다. 무지개를 본 사람이라면 시대와 장소와 상관없이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되었더군요. 역시 모든 현생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같은 종인 게 분명합니다.
2부 「무지개에 숨겨진 과학」에서는 42도의 비밀을 알려 줍니다. 무지개와 무지개가 아닌 것을 구분시켜주고요. 자연스럽게 빛의 굴절과 반사 그리고 분산과 회절을 이해하게 됩니다. 저는 2부를 읽으면서 저자는 학교 선생님이 분명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성실한 교사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았거든요. 교양인으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요소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3부 「무지개의 비밀을 밝힌 과학자들」은 이 책의 백미입니다. 무지개 과학사에 해당하는 챕터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그로스테스트, 베이컨, 테오도리크, 케플러, 데카르트, 뉴턴, 토머스 영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은 어떻게 발전하는가를 보여 줍니다. 과학은 절대로 진리가 아니죠. 앞 사람의 어깨에 서서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을 뿐입니다.
4부 「무지개에 담긴 문화」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고 있는 문화 속의 무지개에 대한 의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그저 인상으로 받아들이고 잘못 사용하고 있는 예를 보여 줍니다. 그리고 무지개가 우리 문화 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광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무지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의 사람과 문화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라고 합니다.
1부에 무지개에 두려움을 품었던 한 소년은 4부에 남자로 등장해서 무지개를 정의합니다. “무지개가 지닌 색을 다시 모으면 온전히 햇빛이 된다. 무지개의 아치를 다시 되돌리면 그것 역시 햇빛이 된다. 무지개는 태양인 것이다.”(216쪽) “무지개는 태양의 다른 모습이다. …… 남자가 모두에게 하나의 모습이 아니듯이 태양의 온갖 다른 모습 중 하나는 무지개다. 무지개는 대기에 흩뿌려진 물방울 때문에 간간이 보이는 경이로움이다.”(218쪽)
5부 「진짜 무지개를 찾아서」는 일상 생활에서 보이는 무지갯빛 현상과 무지개를 구분하면서 우리가 직접 무지개를 만드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 줍니다. 교과서를 직접 만들어 본 교사만이 쓸 수 있는 챕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이것입니다. “각자가 보는 무지개는 모두 다르다. 서울에 무지개가 뜨면 무지개를 보는 서울 사람들의 수만큼 무지개가 있다. 각자 마음속에 상상의 무지개가 하나씩 있는 것처럼 현실의 무지개도 각자의 시야에 하나씩 존재한다.”(72쪽) 각자 마음에 품은 무지개가 하나씩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물리적으로 각자 다른 무지개를 본다는 뜻이죠. 어떻게 그런지는 책에 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같은 무지개를 보고 있어도 서로 다른 무지개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기의 무지개가 있는 셈이죠. 아름다운 무지개를 통해 내 마음을 울린 물리학 책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나누기를 바랍니다.
이정모 관장의 추천사에서도 드러나듯이, 태양의 에너지로 만든 이 책은 독자들에게도 자연의 경이로움과 과학의 아름다움을 전하게 될 것이다. 저자가 자신의 무지개를 찾고 온 힘을 다해 빛을 내어 책을 만들었던 것처럼, 그의 복사 에너지가 무지개를 탐구하고 동경하는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