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맨과 도어맨의 뒷거래에서 VIP 손님들의 낯 뜨거운 행각까지
맨해튼 10년 차 호텔리어 제이콥 톰스키가 털어놓는
우리가 몰랐던 럭셔리 호텔의 은밀한 뒷모습
사람들은 호텔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_ 10년차 호텔리어의 리얼한 내부 고발담
2012년 11월, 미국 방송가에 한 호텔리어가 ‘스타’로 떠올랐다. 제이콥 톰스키(Jacob Tomsky)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한 권의 에세이를 펴냄과 동시에, ABC 〈굿모닝 아메리카〉, 〈케이티 쿠릭 쇼〉, CNN 〈앤더슨 라이브〉 등에 출연해 ‘호텔업계가 당신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것들(What They Don't Want You To Know, Hotel Industry)’이라는 주제로 위트 있는 내부 고발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펴낸 책은 곧장 [뉴욕타임스] 논픽션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가 펴낸 첫 책이자 미국 호텔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신간 《저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호텔리어입니다(Heads in Beds)》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작가 제이콥 톰스키는 10년 차 베테랑 호텔리어이다. 뉴올리언스의 작은 호텔 대리 주차 요원으로 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그는 특유의 순발력과 성실함을 발휘해 ‘호텔의 심장부’로 불리는 프런트 데스크에 진출했고, 객실관리 지배인으로까지 승진했다. 벨맨과 도어맨, 룸메이드 등 그의 동료들은 언젠가 그가 최고의 영예인 ‘총지배인’에 오를 거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정숙하게만 보이는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상을 초월한 업계의 상술과 거짓된 서비스, 고객의 무리한 ‘갑질’과 추태 등에 환멸을 느끼고 그는 호텔을 박차고 나왔다(그 과정에서 영리하고 위트 넘치던 톰스키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직업병(?)을 얻었다).
일련의 해고 사태를 겪으며 쓰기로 결심했다는 제이콥 톰스키의 이 발칙한 고발서는 호텔의 추잡한 상술과 거짓말을 적나라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호텔업계에 몸담고 있는 수많은 동료들의 애환을 담았고, 손님들이 호텔에 가서 써먹으면 좋을 다양한 팁(룸 업그레이드를 받는 방법, 미니 냉장고의 음료를 무료로 마시는 방법 등)을 시종일관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소개한다. 자못 진지한 사건들도 특유의 위트와 시니컬한 화술에 버무려, 독자들을 ‘인간 욕망의 적나라한 축소판’인 호텔의 무대 뒤편으로 순식간에 데려다 놓는다.
철학을 전공한 그는 왜 호텔리어가 되었을까 _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처음부터 그가 이렇게 까칠한 캐릭터였던 것은 아니다. 제이콥 톰스키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그 알량한 ‘졸업장’ 하나 만으로는 그를 채용하겠다는 곳이 없었다(아무 데도 쓸모가 없는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그의 증오는 이때 시작됐다). 그가 학자금을 갚고, 백수 생활을 청산하게 된 것은 뉴올리언스에 오픈하게 된 한 럭셔리 호텔의 대리 주차 요원 자리에 응한 ‘우연한 사고’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넘도록 그는 손님의 체크인과 체크아웃 수속을 처리했고, 손님에게 음료수를 가져다줬고, 돌돌 말린 침대 시트에서 손님의 흰색 팬티를 따로 챙겨놓기도 했다. 때로는 손님의 룸서비스 음식을 맛보고(서비스 전은 물론이고, 안타깝게도 서비스 후에도), 객실 미니바에 든 초콜릿을 먹기도 하고, 손님의 농담에 웃어주고 돈을 받기도 했다. 한마디로 ‘호텔의 최전선’을 지켰던 것이다.
호텔은 톰스키 같은 이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땀과 인내와 ‘팁’으로 지탱된다. 당신이 호텔을 방문하는 순간, 당신의 차를 주차장으로 가져갈(팁을 원하는) 주차 요원과, 당신의 가방을 방까지 대신 들어다주고(역시 팁을 원하는) 여러 주문사항을 해결해 줄 벨맨과 도어맨, 체크인 수속을 밟으며 당신이 묵을 방을 선정하는(팁을 주면 훨씬 좋은 방으로 정해줄) 프런트 데스크 직원과 당신이 묵는 방에 미니 바와 비품을 채워줄(팁을 주면 친구들에게도 선물할 만큼 비품을 가져다 줄) 룸메이드, 그리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관리하는 각 부서의 지배인과 총지배인 등 다채로운 인력들이 화려한 호텔의 장막 뒤에서 ‘노동’을 한다. 톰스키는 이 세계에서 십여 년을 보내면서 알게 된 수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잘못 보낸’ 인생사에 대한 무모한 회고록를 쓰게 됐다.
“벨맨은 팁으로 집을 짓는다?”― 호텔리어가 절대 말해주지 않는 것들 & 써먹으면 좋을 팁들
미국 대륙에 철도가 개통되기 시작하면서,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지저분하고 열악한 여인숙 시설의 개선을 요구했다. 결국 1791년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에 최초로 ‘HOTEL’이라는 상호를 쓴 호텔이 등장했다. 그로부터 200여년이 지난 지금, 호텔은 상업주의의 첨병으로서 이 시대의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대표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공간을 지탱하는 이들의 삶까지 ‘럭셔리’한 것은 아니다. 여유로운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서 교묘한 ‘서비스’와 감정노동 격인 ‘미소’로 ‘팁’을 받는 수법이 나날이 정교하게 발전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호텔리어들 사이에선, 월급보다 팁으로 받는 수입이 더 큰 까닭에 서로의 수입이 얼마인지 정확히 모른다. 호텔도 직원과 호텔리어들 사이의 암묵적인 거래에 대해 캐묻지 않는다(단골손님을 확보하는 우수한 마케팅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벨맨은 팁으로 집세를 낸다, 집을 짓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이다. 여전히 일부 호텔 손님들은 ‘팁’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를 잘만 활용하면 고객도 정당하게 더 좋은 서비스를 요구하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톰스키의 솔직한 조언이다. 이 책 《저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호텔리어입니다》을 통해 숙박업에 관한 지식과 호텔로부터 최고의 서비스를 얻어내는 데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적어도 호텔 직원이 카메라 없는 뒤편 사무실로 당신 짐을 갖고 들어가 마구 짓밟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이런 것들이다.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밥 먹듯 하는 거짓말 중에 “모든 객실은 크기가 같습니다”가 있다. 당연히 ‘진실’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부분의 호텔 객실은 크기가 조금씩 다르고, 같은 등급의 객실이라고 해도 ‘좋은 방’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한밤중에 반복적으로 잘못 걸린 전화가 오는 방(객실 내선번호와 시내로 거는 단축 다이얼이 같은 경우)처럼 ‘최악’의 객실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객실 배정을 하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을 잘 골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체크인할 때 통화하지 말고, 무엇보다 그에게 팁을 주는 것)이 예약 시 더 비싼 객실 요금을 치르는 것보다 도움이 된다.
이밖에 당일 취소가 되지 않는 숙박 예약을 ‘무료’로 취소하는 방법에서, 더 좋은 등급의 객실로 업그레이드 받는 방법, 객실 내 미니 바의 음료를 ‘무료’로 마시는 방법, 체크아웃 시간을 연장하는 방법, 객실에서 본 영화 대금을 내지 않는 방법까지 소소한 팁들이 폭소만발 에피소드 곳곳에 숨겨져 있다.
모든 일이 일어나는 곳, 호텔이라는 이름의 욕망, 거짓말, 그리고 인생
제이콥 톰스키는 호텔을 ‘현대판 사창가’와 같다고 일갈한다. 호텔과 향락산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때로 호텔리어는 수많은 VIP 고객들이 콜걸을 부르거나, 젊고 예쁜 둘째 부인을 데리고 와도 언제나 ‘미소’지을 수밖에 없는, 알아도 모르는 척, 몰라도 아는 척하며 ‘팁’을 받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존재임에 씁쓸해 한다. 결코 낮지 않은 시급과 쏠쏠한 팁 때문에 ‘창녀처럼, 한번 호텔맨은 영원한 호텔맨’이라는 서글픈 진리도 몸소 깨닫게 된다.
이 에세이의 ‘반전’과도 같은 마지막 챕터는 마침내 분노를 폭발시킨 톰스키가 호텔로부터 해고 당한 이후, 다시 호텔로 돌아오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뉴올리언스 호텔 주차 요원에서 시작해 뉴욕 맨해튼 고급 호텔 객실 담당 지배인까지 승승장구했던 톰스키가 부당한 호텔 관리 회사의 횡포, 존재하지도 않는 ‘킹 베드가 두 개 있는 방’을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손님의 추태, 마약과 술에 취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해 호텔을 나오는 상황은 어딘지 모르게 현대인의 서글픈 자화상을 닮아 있다. 호텔 측의 부당 해고 과정이 노조에 의해 발각되어 억울함을 벗은 톰스키는 ‘분노 관리 집단 치료’를 받는 조건으로 프런트 데스크에 복귀했다.
언론사 추천평
특별히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럭셔리 호텔에 묵는 일이 약간은 무서울 수도 있다. 하지만 프런트 데스크의 이야기꾼, 제이콥 톰스키가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음탕하고 영리하고 장난기 넘치는 이 작가는 여러 해 동안 자신이 만난 호텔 손님과 동료의 우스운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_ 존 윌월(John Wilwol), 〈워싱턴포스트〉
이 책은 호텔업계의 추잡한 비밀을 알려주는 재미있는 안내서이다. 그러나 천박하지도, 편향적이지도 않다. 인물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력은 아마도 그가 모든 걸 지켜봤기 때문인 듯하다. 이제 그는 더 이상 호텔 종업원이 아니다. 그가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_ 자넷 매슬린(Janet Maslin), 〈뉴욕타임스〉
호텔에서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사람, 벌금 없이 당일에 객실 예약을 취소해야 하는 사람, 혹은 호텔 물에서 레몬 향의 가구용 광택제 냄새가 나는 이유가 궁금했던 사람들은 호텔 산업에 대한 이야기와 기억, 비밀을 모아놓은 톰스키의 이 회고록을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톰스키는 호텔업계의 내부 정보와 분노를 유발하는 뒷이야기, 충분한 외설을 털어 놓았다. 《키친 컨피덴셜》을 읽고 다시는 홍합을 시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이 책은 반짝이는 샴페인 잔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_〈슬레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