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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6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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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15.34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91164797097 |
8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우선 하고싶은 말은 이 작품이 예스24에서, 또 옮긴이의 해설에서 미스터리로 구분되나, 우리가 접하는 일상적인 본격,사회파적 미스터리와는 다른 결임을 이야기해둔다. 읽다가 나처럼 어엉? 하는 이들이 있을까봐. 기대하는 부분이 다르니까 그것을 알아두시란 이야기지 이 작품이 별로라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153회 나오키상 수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일본서점 대상의 영광을 빛내는 작품이다. 최근에 읽었던 나오키상 수상자인 아사다 지로의 [가스미초 이야기 (잊지못할, 아사다 지로의 가스미초 이야기)]의 다음인지라 나오키상이 어떤 부분을 원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아사다 지로의 작품에는 시대를 아우르는 가족 구성원 각각의 역사와 사랑, 죽음 그리고 주인공의 성장이 있었다. 그리고 꽤 문학적인 꺠달음이 있고. 거의 평행이론으로 두 작품이 흘러가는듯하다.
이 작풍에선 주인공 예치우성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가 어릴적인 1970년대에서 80년대까지, 아니 그의 할아버지가 만든 역사의 그늘이 몇십년뒤에도 흐르니, 일본의 만주지배에서 붙어 중일전쟁, 공산당, 국민당과의 싸움, 장제스의 대만 건국, 공산당이 아닌지 검열하는 것, 군대징병제, 학교진학과 군대의 시스템, 대만에서의 외성인 (중국에서 온)과 내성인 (대만에서 태어난 사람)간의 분쟁, 일본에의 동경 등 시대를 아울르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각각의 모습이 비춰진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말하자면, 중국에서 일본인의 첩자였던 왕커창과 가족들, 및 그 마을을 몰살시켜버린, 주인공의 할아버지 예준린에 대한 다른 방향에서 평가하는 시선들, 그리고 이런 할아버지에게 지극한 사랑을 받아온 주인공,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는 살해당하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소년이 성장하며 여러가지 일과 우정, 사랑을 겪으며 그 미스테리를 풀려는 의지를 계속 갖고있는 것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이렇게 간단하게 줄일 정도로 이들 인생의 무게는 가볍지않다. 저 위의 사람들의 이데올로기 전쟁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즉 동일한 사람이지만 국민당의 밥을 먹었느냐 공산당이 내준 옷을 입었느냐 등등의 사소한 것으로 삶과 죽음을 나누게 된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역사의 페이지에서는 지워지는, 아니 집단으로 죽던가 이름없이 죽고살던가 하는 것밖에 어떤 인생의 무게를 실게 하지 못하지만, 하나하나의 인생은 태어남, 자람, 사랑과 우정, 실패와 기쁨, 성취와 방황, 죄와 벌 등의 하나의 우주를 이룬다.
... 조바심과 초조함은 희망의 다른 얼굴이니까요....p.189
...운명의 사람을 만날떄에는 나쁜 일 조차 도움이 되지....p.219
사람의 얼굴에는 여러면이 있듯이 사람의 일에도 양면이 있다. 나쁜일이 언제까지나 나쁜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일이 언제까지나 좋은 일로 남는 것도 되지않는다. 그저 물고기처럼...물속에 살기에 눈물이 보이지않아요....하듯이.
....마음이란 떼쟁이라, 일단 떼를 부리기 시작하면 손 쓸 도리가 없다. 땅바닥에 덜렁 누워 발버둥을 치며 이게 갖고 싶다, 저게 갖고 싶다, 사줘, 사줘, 하며 울부짖는다......우리는 끝내 마음을 따르거나 아니면 단호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어느 쪽으로 가야 좋은지는 죽을 때까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단호하게 마음을 거절하다 보면 우리는 더는 우리가 아니게 되고,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되어 간다.....p.406
...할아버지든 원우원 삼촌이든 레이웨이든 사람이 죽을때마다 그 사람이 있던 세계가 사라진다. 나는 그들없이 살아야만 한다. 원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더 애매하고 차갑고 무관심을 숨기려하지않는 새로운 세계에 내 다리는 얼어붙는다. 따뜻한 외투가 하나씩 벗겨져 알몸이 드러나는 것만 같다. 내 마음은 온기를 원하는데, 그러나 내 영혼은 그렇지않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 영혼은 그들과 있음을 느낀다. 그들의 눈으로 매사를 보고 그들의 귀로 소리를 듣고 그들의 태도로 영원한 동경을 품는다.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오랜 세계로 잠겨간다. 내마음은 그렇게 위로받는다.....p. 474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읽었다. 그 정도로 재밌었다. 심지어 뭔가를 배운 기분도 들었다. 소설이지만, 실제 있었던 역사 내용이 그 토대를 이루고 오히려 역사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는 그 실상을 다루어서 단순한 허구적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 아니었다.
읽으면서 무언가를 배웠다는 나름의 보람도 느낄 수 있는 알맹이 있는 책이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이 기분.... <류>라는 대만 출신 히가시야마 아키라 작가의 걸작을 읽으며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왜 아키라 작가를 "지금 일본에서 가장 세계에 근접한 작가"라고 하는지 이해가 갔다.
실제 있었던 역사 내용을 토대로 치안과 질서가 불안정한 대만을 무대로 삼은 이 이야기에는 인생, 청춘, 가족의 해학과 비극을 생동감 넘치는 표현들과 힘찬 문장으로 가득 차있다.
민경욱 번역가의 뛰어난 번역 실력으로 막힘없이 계속 읽어나갈 수 있었고, 주옥같은 문장들로 넘쳐나서 기억하기 위해 따로 메모까지 해놓았다.
하기사야마 아키라는 대만 태생이지만, 아홉 살 때 일본으로 왔고 그때부터 후쿠오카 현에서 살았다. <류>라는 소설로 일본의 유명한 문학상인 나오키상을 2015년에 수상했지만, 더 알아보니까 이외에도 정말 많은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첫 페이지에 왕쉬안의 <물고기가 묻다>라는 시의 한 구절이 나온다.
"물고기가 말했습니다...... 나는 물속에서 살기에 당신에게는 내 눈물이 보이지 않아요."
당연히 나의 호기심은 폭발했다. 분명히 비극적인 내용이 담겨있을 것 같았다.
예치우성이라는 남자 주인공과 그의 가족 인생이야기이다. 1인칭 시점에서 예치우성은 옛 추억들을 다시 상기시키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p. 20) "세계 어디나 어른들이 흘리는 눈물에는 다분히 정치성이 있다. 그러나 그 시절의 대만 아이들에게 장제스는 신이나 마찬가지였다.......영화를 볼 수 있는 것도,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것도, 미국 껌을 씹을 수 있는 것도,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삼시 세끼 다 챙겨 먹을 수 있는 것도, 무엇이든 국민당 덕분이었다. 대륙 출신인 외지인도, 그들에게 박해받고 있는 토착인도 상관없었다."
내가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충분히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이다. 비록 내가 우리나라 독재정권시절이나 그보다도 더 먼 얘기인 한국 전쟁, 일본 식민지 시절을 직접겪어보지는 않았으나, 충분히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류>에서도 이 정도 선에서 역사 얘기를 하고, 그 속에서 수많은 고통을 겪었던 일반 사람들의 얘기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p. 25) "우리에게 대의 같은 건 없었단다. 같은 부대에 리우꾸이런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녀석은 자기 부모를 괴롭힌 공산당 일가를 모조리 죽이고 국민당에 들어왔어. 다들 비슷한 사연이었어. 이쪽과 싸워서 저쪽에 들어가거나 이쪽에서 밥을 먹여주니 이쪽 편이 되는거지. 공산당도 국민당도 하는 짓은 같아. 다른 마을에 마구 쳐들어가 돈과 먹을거리를 빼앗았지. 그렇게 백성들을 먹어치우며 같은 일을 되풀이했어. 전쟁이란 그런거야."
특히 제 6장 <아름다운 노래>에서 외성인, 대만 토착민, 일본인간의 복잡미묘한 관계에 대해 어렴풋이나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대만 내에서도 중국 본토에서 온 외성인인지 아니면 대만에서 태어난 토착민인지에 따라(그들의 사투리에서 구별가능하다) 계층이 나뉘어있다. 그리고 청일전쟁 후 일본에게 대만이 할양되었을 때 점령당한 그 수십년이라는 세월 동안 각기 일본인들과 삶이 중첩되면서, 대만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 또한 제각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각 등장인물의 스토리가 탄탄해서 그들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가 큰 울림이 있다. 또한 각 챕터들간의 연결이 매끄럽고 개연성이 있어서 모든 장면에 집중하게 된다.
등장인물과 각 장소를 뛰어난 필력으로 묘사해 내가 마치 그 등장인물과 함께 이곳저곳을 방문하는 것 같았다. 또 실제 인간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 생각 등을 각 등장인물에 투여해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괴롭히고 사람들을 이용하기만 할 줄 아는 못된 뚱보의 반전 러브스토리 같이 말이다.
역사 내용 말고도, 다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들이 많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질 때도 있었다. 대만 사람들, 특히 노인분들이 믿는 미신이 많구나...... 온갖 무당, 미신을 믿는 우리 할머니가 생각났다. 심지어 우리 부모님도 무당을 만나고 그 무당 말대로 일이 일어나서 소름끼쳤다고 하셨다.
(p. 99) "도깨비불 신은 말이야, 제대로 노력한 사람에게만 도움을 준단다. 언젠가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했다.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리 빌어도 소용없단다. 도깨비불 신이 해주는건 아주 작은 행운 같은 거니까."
소설의 배경은 주로 대만이지만, 마치 한국에서 온갖 미신을 믿고, 아침잠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의 "라떼는 말이야"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어서 새로우면서도 친숙했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 책의 제목에 대한 설명을 찾고 있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다시 돌이켜보니까 비로소 작가가 의도했던 바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었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바로 제목에 대한 해설을 제시하려고 했던 것 아니라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제목에 대한 여러 해석을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이 '흐를 류(유)流'에 대한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봤다:
흐르다 / 전하다, 번져 퍼지다 / 떠돌다, 방랑하다 / 바뀌다 / 거침없다 / 찾다, 구하다 / 흐름, 조류(시대 흐름의 경향이나 동향) / 갈래, 분파 / 사회 계층 / 물길
위에 제시된 의미들을 돋보이는 요소들이 소설 내용 중에 다수 포함되어 있다:
산둥의 피가 흐른다 / 할아버지 물 속에 잠겨 살인당함 / 중국과 대만 사이를 가로지르는 대만해협 / 린이욕이라는 대만 젊은이처럼 꿈에 그리던 중국 본토를 향해 대만해협의 빠른 조류에 맞서 용감히 헤엄치는 사람들 / 선원으로 일하면서 대만과 중국을 넘나드는 위우원 삼촌 / 첫사랑이 예치우성을 애절하게 키스하며 흘린 뜨거운 눈물 / 군혼부대에서 리에웨이가 쑥스러워하며 읊어준 왕슈엔의 시 한 구절........
이 책을 온갖 미디어에서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주로 홍보해서 할아버지를 살해한 자를 찾아내는 것이 이 소설의 주 목적인 줄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것은 이 이 살인마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이 책의 첫 페이지에 나온 리에웨이가 읊어준 왕슈엔의 시 한 대목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p. 320) "물고기가 말했다. 나는 물속에 살아서 당신은 내 눈물을 볼 수 없어요.......고등학교 때 내가 왜 그렇게 거칠었는지 알 것 같더라. 우리는 자기 고통에만 민감해서 다른 사람도 같은 고통을 안고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어."
누군가는 아키라 작가를 '독자를 혼돈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라고 평했다.
정말로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다양한 소리가 들렸고, 온갖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 피 냄새, 쉰 냄새, 빈랑즙 냄새, 향 냄새, 음식 냄새, 먼지 냄새.....
온갖 소리와 냄새가 진동하는 대만의 거리로 우리를 데려가는 이 작품은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과 사람, 공간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다시 미래를 이야기한다.
과거를 고스란히 받아들인 채 앞으로 나가며 성장하는 주인공 예치우성처럼, 우리도 과거에 붙잡힌 마음을, 억지로 떼어내려 하지 않고 끝까지 파고들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278 페이지에 나오듯이 우리 마음은 늘 과거 어딘가에 붙잡혀 있기 때문에 억지로 그걸 떼어내려 해봤자 좋을 게 없다.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 부분이 얼마나 깊이있는 대목인지 깨닫게 된다.
나는 이 대목을 우리가 모두 성장해나가고 더욱 안정적인 미래로 나아가려면 역사문제를 절대로 왜곡하거나 왜면해서는 안된다고 받아들였다. 비난만 하거나 누구를 책망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역사를 바라봐서도 안된다.
단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전보다 개선하기 위해, 더 나아지기 위해 이미 일어난 사실들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우리가 진심으로 지향하는 미래를 개척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p. 406) "마음이란 떼쟁이라, 일단 떼를 부리기 시작하면 손 쓸 도리가 없다. 땅바닥에 덜렁 누워 발버둥을 치며 이게 갖고 싶다, 저게 갖고 싶다, 사줘, 사줘, 하며 울부짖는다......우리는 끝내 마음을 따르거나 아니면 단호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어느 쪽으로 가야 좋은지는 죽을 때까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단호하게 마음을 거절하다 보면 우리는 더는 우리가 아니게 되고,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되어 간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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