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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10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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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412g | 140*210*15mm |
ISBN13 | 9791197455476 |
ISBN10 | 11974554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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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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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KBO 리그는 야구팬이라면 정말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한 최고의 시즌이었다. 시즌의 마지막날 즉, 최종전이 열린 10/30까지 우승 팀은 물론,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팀까지 모두 정해지지 않은 사상 초유의 역대급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KT와 삼성, LG의 순위는 30일 경기에서 결정이 났다. 시즌 최종전 하루 전날까지 1, 2, 3위가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하는 살얼음판을 걷는 와중에 만약 KT와 삼성 모두 시즌 최종전에서 승리하게 되면, KBO 역사상 두번째인 '타이브레이커' 경기를 통해 1위를 결정지어야 했다. 4~6위도 시즌 최종전인 10/30에 결정되었다. 두산은 29일 경기에서 KIA 타이거즈를 11-4로 격파하며 7년 연속 가을 무대를 밟는 것이 확정됐지만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했다. 두산이 30일 경기를 내주게 됐을 때 SSG가 승리하면 4~5위는 뒤바뀌게 되고, 두산도 4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30일 경기의 승리를 사수해야 했다.
SSG 랜더스는 시즌 최종전인 30일 경기를 잡아내면, 키움의 승·패 여부와 무관하게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SSG와 키움이 나란히 패할 경우에도 SSG는 가을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또한, 두산의 경기결과에 따라 운이 좋으면 SSG는 4위 자리도 노려볼 수 있었다. 야구팬이라면 시즌 최종전까지 순위 예측이 불가능한 혼돈의 상황이 마냥 즐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해 시즌 최종전까지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팀을 응원하는 팬이라면 마지막까지 가을야구를 위해서 경쟁하고 있는 팀과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 하나를 마음을 졸이며 지켜봐야 했을 것이다. 나 또한 SK 와이번스에서 SSG 랜더스로 재창단 이후에 최초로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랜더스 선수들을 끝까지 응원하며 지켜봤었다.
시즌 최종전에서 안타깝게 석패를 한 랜더스 선수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한 사람이 떠올랐다. 찬 바람이 부는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나의 ‘가을정권‘... 우리가 가을에 떠올릴 수 있었던 수 많은 추억들을 만들어주고, 왕조시절 우리에게 가을의 자부심을 안겨준 사람... 바로 천하무적 박정권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면서 승리를 가져오는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려 팬들을 열광하게 했던 선수... 야구에 만약이란 없다는 명언이 있긴 하지만 가을 야구의 문턱에서 안타깝게 좌절한 랜더스를 지켜보면서 '만약 박정권 그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뇌리를 스쳤다. 그러면서 패배의 진한 아쉬움과 한 시즌이 끝났다는 서운함을 달래며 잠시나마 그와의 옛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사실 또 다른 시작을 위해 그라운드를 떠나는 그를 보내는것이 못내 아쉬웠었다. 하지만 그가 선수생활을 정리하며 그의 삶을 담은 에세이를 출간했다는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듣고 너무나 놀랍고 반가웠다. 선수시절 동안 내게 너무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줬던 그였기에 그 고마움을 표현하기에 한 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그가 은퇴를 기념하며 쓴 에세이 <천하무적 박정권> 두 권을 주문했다. 한 권은 나를 위해, 또 한권은 내가 좋아하는 주변 지인에게 '선수 박정권'이 아닌 '인간 박정권'을 전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경험을 글로 써보라는 것이다. 글을 정리하다 보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은퇴가 아니라 그 어떤 일이라도 마음 정리가 되는 것을 확인한다." (p. 165)
솔직히 처음 책을 구매했을 때에는 팬심으로서 또 의리로서 내게 추억을 안겨준 그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구매한 것이었기에 책의 내용에 대한 궁금함과 기대치가 크진 않았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그가 자신의 선수시절을, 또 짧게나마 경험한 코치생활을 진솔하게 남긴 글을 보면서 좀 놀랐다. 더 나아가 그는 팬들에게 각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글을 써보는 것을 권하고 있었다. 졸필이지만 그의 권유도 있고, 또 짧게나마 그의 에세이에 대한 소회를 남기는 것이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동시에 그의 새로운 인생을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마음을 전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리뷰를 남긴다.
그 시작은 확실하지 않아도 돌이켜보면 야구는 항상 내 삶과 함께였다. 출범 당시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정열을, 온 국민에겐 건전한 여가선용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한국프로야구는 내 삶 속에서 '꿈'이었고, '정열'이었으며, '여가'였다. 어린 시절 야구는 내게 우정의 상징이었고, 학창시절에는 안식처이자 탈출구였다. 사회에 나가면서는 때로는 기쁨이었고, 때로는 위안이었다. 마치 "Always B with you (야구는 늘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라는 현재 한국프로야구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내 삶 속에는 언제나 야구가 있었다.
야구와 함께 한 그동안의 내 삶 속에서도 유난히 인상 깊었던 순간과 선수가 있다. 내가 10여년 동안 야구라는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며 행복한 순간을 경험하게 해주고, 일상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던 선수... 박정권은 내게 그런 선수였다. ‘박정권’ 하면 ‘가을’을 떠올릴 만큼 야구팬이라면 와이번스나 랜더스의 팬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가을만 되면 펄펄 날았던 박정권을 기억할 것이다. 박정권은 2009년, 2011년 플레이오프 MVP, 2010년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하고, 팀을 세 번이나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8년 정규시즌에는 부진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활약하며 우승을 이끈 그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가 선수시절에 '가을'이라는 수식어를 좋아하지만은 않았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것은 아마 꾸준한 인내와 노력, 그만의 인고의 시간들이 결정적인 한 순간의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것이 서운해서가 아니었을까? 그러한 결정적인 한 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그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땀과 눈물을 얼마나 흘렸을까? 선수 때는 ‘가을’이라는 수식어가 좋지만은 않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고, 팬 분들의 마음속에 ‘가을 정권’으로 기억될 수 있어 영광이라는 최근 인터뷰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인다.
"그동안 선수 생활 하면서 잘 버텨줘서 고맙고, 너는 무슨 일이든지 참고 인내할 줄 아는 성격이기 때문에 제2의 인생도 선수 생활 보다 더 빛나는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선수생활 16년 동안 고생 많았다." - 박정권의 인터뷰 중에서 -
은퇴 관련 인터뷰에서 박정권이 선수시절의 자신을 격려하고, 또 앞으로 지도자로서 살아갈 자신을 응원하는 모습은 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그다운 인터뷰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빛나는 한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남모르게 구슬땀을 흘리고 눈물을 삼켰던 그였을 것이다. 은퇴식 영상에서 “선수 생활을 표현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소나무 같던 선수”라고 답하는 그를 보면 마음이 찡했다. 원클럽맨으로 오롯이 한길을 묵묵히 걸어오면서 그는 꾸준히 한 우물을 파 파오며 인내하며 기다릴 줄 알았던 선수였다. 은퇴식 경기 특별 엔트리 참가를 정중하게 사양했다는 사실도 자신 보다는 팀과 후배들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지면서 그 다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자로서도 그 마음 그대로, 제2의 박정권들을 키워내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드디어 박정권의 시간이 다가온다. 나의 시공간이 열린다.
버티면 찾아온다. 반대로 포기하면 기회도 지나간다. 당신의 슬럼프는 날아가고, 결국 박정권에게 가을야구가 그러하듯 당신의 시간이 오길 바란다." (p. 80)
박정권은 우리에게 코로나 19 등 삶의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가치, 장점에 주목하라는 응원의 메시지도 남기고 있다. 그동안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당연하게 펼쳐지는 것인 줄만 알았던 평범한 일상이 정말 이토록 소중한 것이었음을 우리가 절절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많은 이들이 정신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힘든 나날들을 보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참고 견디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마스크와 백신접종이 필수가 되는 나날들을 보내면서 그동안 우리가 무심하게 흘려보낸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참고 인내하다 보면 한 순간에 터지는 결정적인 한방처럼 절망적인 순간들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박정권은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우리에게 건네고 있다.
선수시절에 이은 박정권의 두 번째 야구인생도 응원하며, 뜨거운 마음과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 박정권이 더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선수시절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어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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