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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강력추천 오늘의책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 2023 메디치상 외국문학상 수상작 ]
한강 | 문학동네 | 2021년 09월 09일 | 번역서 : We Do Not Part 리뷰 총점9.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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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394g | 138*201*20mm
ISBN13 9788954682152
ISBN10 895468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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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고통 속에서도 타오르는, 어떤 사랑에 대하여
[2024 노벨문학상 수상] 2023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이자 가장 최근작. 말해지지 않는 지난 시간들이 수십 년을 건너 한 외딴집에서 되살아난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지극한 사랑”이 불꽃처럼 뜨겁게 피어오른다. 작가의 바람처럼 이 작품은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2024.10.11.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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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저자 소개 (1명)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2007년 출간한 『채식주의자』는 올해 영미판 출간에 대한 호평 기사가 뉴욕타임스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인간의 폭력성과 존엄에 질문을 던지는 한강 작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해문학상 수상작 『소년이 온다』의 해외 번역 판권도 20개국에 팔리며 한국문학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2023년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4년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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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323

출판사 리뷰

추천평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강은 하게 만든다. ‘5월 광주’에 이어 ‘제주 4·3’에도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이 있었다고 믿게 된다.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가 있다. 공간적으로는 제주에서 경산에 이르고, 시간적으로는 반세기를 넘긴다.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다. 작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딸의 눈과 입을 통해 전해진다. 폭력은 육체의 절멸을 기도하지만 기억은 육체 없이 영원하다. 죽은 이를 살려낼 수는 없지만 죽음을 계속 살아 있게 할 수는 있다. 작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 곁의 소설가 ‘나’는 생사의 경계 혹은 그 너머에 도달하고서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만한 고통만이 진실에 이를 자격을 준다는 듯이, 고통에 도달하는 길은 고통뿐이라는 듯이. 재현의 윤리에 대한 가장 결연한 답변이 여기에 있다. 언젠가부터 그의 새 소설 앞에서는 숙연한 마음이 된다. 누구나 노력이라는 것을 하고 작가들도 물론 그렇다. 그러나 한강은 매번 사력을 다하고 있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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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9.6/ 10.0

AI가 리뷰를 요약했어요!AI리뷰 안내

한강의 소설은 인간의 고통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 경하와 인선은 제주도의 비극을 직접 겪지 않았지만, 그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느끼며 살아간다. 경하는 새 '아마'를 구하러 떠나고, 인선은 학살 증언 자료를 모으며 고통을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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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10점 | e******4 | 2025-10-07 | 신고

책띠지를 벗기면

어느 해안가가 책표지 전체에 담겨 있다

그런데 저 하늘색 벽 같은 건 뭘까

살아서는 넘어설 수 없는 무언가일까

저너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니면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미 <소년이 온다>에서

작가님의 문장력과 표현력에 압도당했으므로

믿고보는책이라고 충실한 신념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1부에서는 경하의 계속되는 악몽으로 시작하는데

경하는 삶에서 어떠한 희망이나 의지가 보이지않았다

곧 자살이라도 할 사람같이

저조한 에너지로 글이 시작된다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인선의 갑작스런 호출로 인해

인선의 사고를 알게 되고

인선이 키우던 새의 생존을 위해

본인의 삶도 포기하려던 사람이

폭설이 내리는 제주로 향하게 된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 새가

아직까지 살아있을지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서울에서 급작스럽게 제주에 간다는 것이...

새장 안에 새는 사람이 먹이를 주고 돌봐주지 않으면

횟대에서 아무렇지않게 버티다가도

돌연 죽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누군가를 지키기위해

기상악화와 먼거리에도 불구하고 가게 된다

어쩌면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살리는 일인지도...

모든 생명체는 중요하고 또 중요하지만

새 한마리를 살리기 위해 가게 되지만

2부에서 경하는

신비롭다고 해야할지 미스테리하다고 해야할지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서울 병원에 있어야 할 인선이

아무렇지않게 와서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 건너마을 사람들의

바로 그 제주 4.3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쩌면 인선의 잘려나간 손가락의 신경은

내 피붙이기에 아파도 버릴 수 없고

고통을 계속 참아가며 지켜내고싶은

어머니, 아버지, 건너마을 사람들은 아니었을까

뻐근한 사랑이 살갛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p. 311

제목처럼 <작별하지 않는다>는

어머니가 제주에서 시체조차 찾지 못한

인선의 외삼촌을

혹은 인선이 어머니를

작별하지 않았다는 그런 의미는 아니었을까

인선의 외삼촌이

어느 갱도에 총살로 쓰러져 뼈만 남았는지

아니면 극적으로 탈출해서 마을에서 옷을 빌려 입고

어디선가 살아있었을지

혹은 어디론가 떠내려간건지

인선의 외삼촌은

인선의 어머니 가슴 속에 여전히 존재하며

정신을 잃어갈 때도 함께였다

작별하지 않았다

10세 미만의 어린 아이들조차 멸절시키는 중에도

몸은 작별했지만

그들의 영혼은 작별하지 않았다

영원히 가슴 속에서 작별하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어디에선가

후환이 두려워서 조용히 살아있었을까를 생각하는데

이것은 상대성 이론의 현실판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성 이론은

아예 전혀 다른 세계에서 존재하며 있는 것이지만

우리는 사실 그 진실을 목격한 일이 없으니

현실판 상대성 이론은 아닐지......

개념과 맥락이 비슷해보였다

훌륭한 작품이고

한 번쯤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하지만

성냥개비에 불을 붙히며 의식을 잃어가는건지

뭔가 애매하고 흐릿하게 결말이 끝나서

책장을 덮어도 찜찜함이 남는다

그게 우리의 역사적 트라우마여서였을까

추리소설 장르였다면

범인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사건의 전말이 수면 위로 나타나고

떡밥들이 회수되고

결과가 보이게 깔끔하게 끝났을텐데

이 소설의 중심은 아직도 끝나지않은채

많은 사람들과 유족들의 가슴 속에 현재진행형이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래서 <작별하지 않는다>일 수도ㅠㅠ

<소년이 온다>의 전개속도보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전개속도는 느리다

때론 몽환적이고 의구심이 들며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이......

사건의 진행과 과정이 어찌되었던

그 발단의 시시비비를 떠나

모든 생명의 죽음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글을 빌어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8 댓글 6 접어보기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뻐근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k*****o | 2025-09-19 | 신고
뻐근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해석(解釋)하지 않는다. 아니,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어떤 식으로든 독자의 생각을 풀어 얘기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고쳐 써야겠다. 한강 작가가 쓴 <작별하지 않는다>의 두 주인공 ‘경하’와 ‘인선’은 오랜 친구 사이로 닮은 구석이 많다. 한 사람은 글을 쓰고, 다른 한 사람은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며 ‘이야기 전달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소설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경하는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와 단편소설 『작별』을 쓴 작가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쓴 소설들을 통해 왜 인간은 이토록 아름답고도 잔인한가에 대한 답을 찾아볼수록 삶의 결핍감과 부채감은 응어리처럼 가슴속에 쌓여간다. 인선은 역사라는 수레바퀴에 치이거나 깔린 사람들의 목소리를 영상으로 고이 담아내다 돌연 작가가 절필하듯 고향인 제주로 가서 목수(木手)로 활동한다. 
  어느 겨울날, 인선은 목공일을 하다 그만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겪는다. 누구에게나 ‘손(手)’은 소중하다. 작가와 목수에게 더더욱 없어서는 안 될 ‘손’의 연장(延長)이자 도구로서의 연장일 테다. 병원에서 수술 후 재활하던 인선이 자기 집에서 얼마간 반려조를 ‘손’봐달라고 경하에게 부탁한다. 언뜻 보면 집에 두고 온 새 한 마리가 그토록 중요한가 싶겠지만, 이 ‘새’야말로 경하와 인선, 나아가 그들과 독자를 연결해주는 전령으로서 기능한다.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에서 말을 잃어버린 여자와 보이지 않는 남자가 어두운 건물 안에 갇힌 ‘새’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장면이 떠오른다.
  하염없이 내리면서 쌓이는 ‘눈’ 때문에 경하가 인선이 아끼는 새를 구하러 가는 길은 여간 녹록하지 않다. 마치 소설 『흰』에 등장한 ‘눈’이 이 소설 전반에 내리는 것 같기도 하다. 경하는 “눈처럼 가볍고, 새처럼 가볍다”고 여겨지는 그들에게도 ‘무게’가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독자는 새와 눈의 역할 못지않게 ‘바람’의 영향력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 바람은 눈을 날리게 하고 새가 날 때 일어나는 존재이자 주변의 소리를 머금는 특성을 가진다. 즉 소리를 잘 들리지 않게 만드는 요인인 셈인데, 반대로 무언가를 귀 기울여 잘 들어야 한다고 속삭이거나 고함치는 것처럼 감각된다. 어쩌면 인선이 누워 있는 병실의 창문에서, 경하가 도착한 인선의 집 문 앞에서 두드리는 소리를 낸 것이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해몽(解夢)하지 않는다. ‘꿈속에서 문득 다른 꿈의 문을 열고 들어선 것 같은(233쪽)’ 생시 같은 꿈이 연속해서 펼쳐진다. 사건의 발단 역시 몇 해 동안 거듭되는 경하의 꿈에서 비롯한다. 인선에게 전해진 꿈, 그러니까 흰 눈이 내리는 가운데 수많은 무덤이 물에 잠겨가는 공간에서 어쩔 줄 모르는 경하의 모습은 서서히 현실로 구현된다. 갈피를 잡지 못해 고통스럽던 경하도 인선의 집에서 그 꿈의 실체를 조금씩 알아차린다. 여기서 꿈이란 무의식의 욕구와 억압된 감정을 드러내는 상징적 활동이라고 해석한 프로이트와 다른 결의 설정이 퍽 흥미롭게 다가온다.
  요즘에 소설, 웹툰,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매체의 소재로 사용되는 ‘평행우주’의 개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슈퍼 히어로 영화 속 대사처럼 “꿈은 또 다른 세계의 나를 만나(보)는 창문”을 여닫으며, 경하와 인선은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윗세대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과거의 크고 작은 선택과 행동이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기에 우리는 종종 만약에 그때 그랬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 혹은 후회를 하곤 한다. “인선의 손가락이 잘리지 않은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면(155쪽).” 경하 또한 이런 가정을 해보는 것이다.
  더불어 경하는 인선의 집으로 가는 길에 내리는 눈이 수십 년 전 학살의 현장 위로 내리던 비는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어떻게든 연결된 존재가 아닐까 하는 물음을 자신과 독자에게 던진다. 개인과 역사의 수난이 마치 이처럼 순환하여 거듭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더 늦기 전에 악순환을 멈추고 선순환을 이루기 위하여 개인과 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설령 악몽이더라도 깨어난 현실에서 어떤 마음가짐, 또는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꿈보다 해몽 같은, 조금 더 진실에 가까운 것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작별(作別)하지 않는다. 인선이 경하에게 묻는다. “작별인사만 하지 않는 건지, 정말 작별하지 않는 건지, 그게 아니라면 작별이 완성되지 않는 건지, 작별을 기한 없이 미루는 건지”를. 두 사람의 곁에서 숨죽여 지켜본 독자로서 생각건대, 작별은 서로가 ‘잘 있음’이 전제되어야 하는 헤어짐이 아닐까 싶다. 떠나거나 보내고 남은 이 모두가 무사히 지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작별이 아닌 이별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어떤 면에서 경하와 인선은 일종의 작별의식을 치룬 것인지도 모른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어느 시점을 계기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길을 걷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둘을 묶어준 ‘실’이 끊어지려 하는 그 순간을 한강 작가가 포착한 게 아닐까 싶다. 인하의 죽음으로 인해 당장은 (현)실이 끊어지는 듯 보이지만, 인선로부터 건네받은 ‘촛불’이 경하로 하여금 계속해서 어둠을 헤쳐나갈 수 있는 (구)실이 되어준 것이리라. 이 이야기가 단지 둘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선이 경하에게 일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엄마가 이곳에서 저 건너를 봤듯이, 아버지가 섬을 떠나 십수 년간 저 건너편을 지켜봤듯이 경하와 독자는 사건 너머 진실을 똑바로 응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매우 거북스럽거나 가슴이 뻐개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 멈추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어렵사리 다 읽고 나면 힘에 겨워 벅찬 기분을 어떻게 진정시키면 좋을지 모를 수도 있다. 읽고 들을수록 눈이나 새, 바람처럼 손에 잡히지 않지만, 그저 개인의 악몽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제주 4·3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봐서일 테다. 그래서 소설은 고요히 외친다. 이 미결의 얽히고설킴을 다 함께 차근차근 풀어나가자고. 이제 당신에게 ‘뻐근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을 건네니 받아 보시길 바란다. 
2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27 댓글 19 접어보기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작별하지 않는다
평점10점 | t*****j | 2025-04-17 | 신고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역사적 아픔과 슬픔을 담은 작품이기도 한 『작별하지 않는다』 


주인공 경하의 꿈 꾸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눈 내리는 벌판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 묘지인가 싶었다가 어느 틈에 차오르는 물. 이미 잠긴 무덤을 어쩔 수 없더라도 묻힌 뼈들을 옮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어쩔 줄 모른 채로 깨어버린 꿈. 학살에 대한 책을 냈을 무렵 그런 꿈을 꾸었던 것이라 생각하는 경하. 제주로 내려가 어머니를 돌보고 목공 일을 하는 친구 인선과 꾸었던 꿈을 토대로 영상 작업을 계획한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보내고 겨우 회복했지만 하려던 일은 하지 못했다. 


겨울의 어느 날, 인선은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손가락 절단 사고가 나고 경하에게 제주 집에 있는 새를 구해달라 부탁한다. 인선의 간절한 부탁에 거절하지 못한 경하는 서둘러 제주로 내려간다. 하지만 때마침 강풍에 폭설에 날씨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 와중에 고질적인 두통으로 힘들어하던 경하는 겨우 버스를 타고 인선의 마을로 향한다. 정류장에서 한참 떨어진 인선의 집으로 가던 경하는 폭설과 어둠에 갇혀버린다. 


이상하지 눈은, 하고 병실 창밖을 향해 중얼거렸을 때 인선이 떠올린 것도 그런 것들이었을까.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오지. 창 너머의 안 보이는 누군가에게 조용히 항의하는 듯 그녀는 내 얼굴을 보지 않고 물었다. 눈의 아름다움이란 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기라도 한 것처럼. 오래전 세밑의 밤에도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던 것같이. (p.94~95)

겨우겨우 인선의 집에 도착한 경하는 70여 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보게 된다. 

가족을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감옥에서 십오 년이나 보내야 했던 아버지, 부모와 동생을 잃고 오빠마저 생사를 알 수 없는 채로 언니와 둘이 남겨진 어머니.. 그 학살 사건 이후 오빠의 행적을 찾는 일에 수십 년을 쏟았던 인선의 어머니. 폭설로 고립된 집에서 떠오르는 그리움. 담담하게 그날의 사건을 기억하는 장면들. 어떻게 이렇게 고. 요. 하. 게- 작별하지 않을 수 없는 역사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치유와 화해를 묻는지.. 과거의 기록으로 남아 두기 전에 기억해야 할 제주 4.3 사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내와 체념, 슬픔과 불완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얼굴과 몸짓에서 그 감정들을 구별하는 건 어렵다고, 어쩌면 당사자도 그것들을 정확히 분리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105)

.

.



드디어 읽어 본 <작별하지 않는다> .. 눈 밟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바람 소리, 성냥에 불 붙이는 소리, 인선과 경화의 차분한 대화.. 정적인 듯했지만 섬세한 묘사 때문일까.. 문장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비극적이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제주 4.3' .. 정치적 갈등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킨 아픔에.. 마음이 먹먹하고 숙연해졌다. 가라앉은 묵직한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은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않는다 #한강 #문학동네 

1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15 댓글 13 접어보기
종이책 주간우수작 작별하지 않음으로써 작별할 수 있게 되는 우리
평점10점 | l*******3 | 2025-02-27 | 신고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최근에 읽어서 그런지 인물들의 혼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환상적 구성 방식에 익숙했던 것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접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이 사건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이후에 한반도에 닥친 제주 4.3사건을 중점으로 하고 있는데 근현대사 교과서 등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되짚어보는데에도 꽤 도움이 되었다. 제주도와 같은 섬의 고립된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같은 민족끼리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폭행과 살인을 일삼으며 더 나아가 그 사망자들을 처리하는 악랄함에 읽는 내내 치를 떨었다. 소설 초반에 한강 작가 본인이면서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인 우리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인 경하는 제주에 살던 친구 인선이의 부상 소식에 병원을 찾아가고 인선이의 잘린 손가락의 신경을 이어주기 위해 요양사가 3분마다 계속 바늘로 찌르는 고통스러운 장면을 보며 눈을 찌푸리게 된다. 이렇게 신체 훼손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은 <소년이 온다>를 통해서도 보여준 한강의 기법으로 고통을 직접 겪지 않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감정을 극대화시켜 공감을 자아내게 유도하게 만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인선이가 잘린 손가락을 포기하고 없이 사는 방법에 대해 의사와 논의했을 때 없어진 손가락에서 환상통을 겪게 되고 그것 또한 괴로운 일이니 다시 붙이는 게 더 낫다고 말하는 의사의 부분에서는 제주 4.3사건처럼 끔찍한 일을 겪은 제주도민들 그리고 그 이후 세대들이 경험하는 트라우마와 정신분열에 대해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경하야.  인선이 나를 불렀다.  내가 디딘 데만 딛고 와.
1부에서 인선이가 본인의 앵무새 아미가 곧 죽을 수도 있으니 얼른 제주도로 내려가 먹이를 챙겨달라는 황당무계할 수도 있는 부탁에 경하는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인선이가 사는 곳까지 가는 길이 휘몰아치는 눈으로 인해 고되어 추위와 어둠의 공포로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는 경하는 아미를 구하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 경하의 폭설과 함께하는 여정에서 우리가 회피해왔던 과거와 역사를 마주보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왜 인선이는 콕 집어서 경하가 가야한다고 고집했을까 고민해보면, 경하는 계속해서 악몽을 꾸고 있었기에 그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인선이와 프로젝트를 하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흐지부지되며 경하는 본인이 잘못 생각해왔다며 변명을 하게 되고 프로젝트 진행을 포기하기로 한다. 이런 경하는 즉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독자인 우리는 3분마다 손가락의 신경이 찔려 고통스러워하는 인선의 그 장면처럼 불편해할 수밖에 없는 상처투성이로 가득한 역사적 과거를 다시 마주보도록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또한 인선이가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생명체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 고양이 등이 아닌 새 특히 대화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앵무새였을까도 고민해보면 누군가에겐 하찮을 수 있는 존재 그렇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살아가는 이유를 주는 존재,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존재, 즉 역사적 사건으로 볼 때 제주도민들을 상징하는 것일수도 있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미가 죽어있음을 발견하고 아미를 묻어줘야겠다는 경하는 좀 더 궂은 날씨가 잠잠해지길 기다려도 될 법한데 굳이 그 추운 눈보라가 치는 밤에 상자에 꽁꽁 싸매 나무 아래에 봉분을 만들어준다. 이 점 역시 제주 4.3사건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한 끝맺음과 예의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닐까?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하얀 눈은 사실 굉장히 중요한 소재다. 소설 초반 경하가 어렸을 때 책에서 읽은 눈의 속성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나온다.
"하나의 눈송이가 태어나려면 극미세한 먼지나 재의 입자가 필요하다고 어린 시절 나는 읽었다. 구름은 물분자들로만 이뤄져 있지 않다고, 수증기를 타고 지상에서 올라온 먼지와 재의 입자들로 가득하다고 했다. 두 개의 물분자가 구름 속에서 결속해 눈의 첫 결정을 이룰 때, 그 먼지나 재의 입자가 눈송이의 핵이 된다. 분자식에 따라 여섯 개의 가지를 가진 결정은 낙하하며 만나는 다른 결정들과 계속해서 결속한다. 구름과 땅 사이의 거리가 무한하다면 눈송이의 크기도 무한해질 테지만, 낙하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수많은 결속으로 생겨난 가지들 사이의 텅 빈 공간 때문에 눈송이는 가볍다. 그 공간으로 소리를 빨아들여 가두어서 실제로 주변을 고요하게 만든다. 가지들이 무한한 방향으로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어떤 색도 지니지 않고 희게 보인다."
나는 이 문단이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제를 관통하는 부분이라고 보는데, 이 순환하는 물이 눈송이가 되기 위해 "결속"하는 형태, 즉 연대의 과정이 우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또 다시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그래서 한강이 말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이지 않을까. 역사적 아픔을 같이 느끼며 잊지 않기로, 또한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되기에 "작별하지 않"아야함을 상기시켜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문장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의 신중함은 두말 할 것도 없고. 한강 작품은 늘 여운이 오래 남는다.
돌아가자, 나는 말했다.  다음에 오자, 눈 그치고 다시.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인선이 말했다.  ……다음이 없을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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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역사의 재조명; 제주 4.3사건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1*******l | 2025-01-24 | 신고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깊은 슬픔과 아픔을 담은 작품으로,

 역사적 배경을 통해 상처와 치유,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작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한 개인의 고통이 아닌,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그려내며,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의 길을 찾아가는지를 조명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작별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떠나간 이들과 그 흔적이 우리 삶에 끊임없이 머물러 있는 여정을 뜻함을 알게 될 것이다.

소설을 쓰는 주인공 경하의 꿈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덤에 물이 차오르고, 무덤들이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지 못하면서 꿈에서 깬다. 이런 꿈을  꾸는건 자신이 쓰고 있는 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하.

경하는 사진작가 인선에게 자신의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며 영상 작업을 할 계획을 세우지만 돌연 영상 작업을 멈추겠다고 한다. 하지만 인선은 그 의견을 듣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해나가게 된다.

어느날 병원에 있는 인선에게 연락이 온다. 인선은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제주도 집에 홀로 남겨진 새, 아마가 물과 먹이 없이 보낸 며칠 때문에 죽을까 걱정을 하게 된다. 인선은 경하에게 지금 당장 제주도 집으로 가 새 먹이주기를 부탁한다.

 경하는 거절하지 못하고 제주로 향한다. 제주는 폭설로 인해 앞을 내다볼 수도, 한발짝 내딛기도 힘든 상황. 그런데다가 인선의 집은 정류장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다. 

정말 그 새가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지켜야 할 존재인지 스스로도 의문을 갖게된다.

무엇이 그녀를 폭설과 강풍이 몰아지는 위험한 순간에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는지... 왜 거절하지 못했는지... 인선은 왜 자신에게 그런 무리한 부탁을 했는지...

이런 눈에 인선은 익숙할까, 나는 문득 생각한다. 이런 눈보라가 그녀에게는 놀랍거나 특별한 일이 아닐까. 어디까지 구름이고 안개이고 눈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저 일렁이는 회백색 덩어리가. 자신이 태어나 자란 돌집이 저 거대한 덩어리 속에 분명한 좌표로 존재하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새 한 마리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p.71

이해할 수 없다. 아마는 나의 새가 아니다. 이런 고통을 느낄 만큼 사랑한 적도 없다.

p.152

새는 단순히 인선의 애완동물이 아니라, 그녀의 외로움과 상처를 대변하는 존재로, 그녀의 내면 깊은 곳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도에 도착할 무렵 입원 중인 인선에게 전화를 걸지만 다급한 조무사의 대답만 남은채, 인선의 행방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끊긴다. 인선이 끝내 완전한 회복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 의문이 남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상처와 회복이 결코 단순히 끝이 나는 과정이 아님을 암시하는 것 같다. 치유의 여정과 불확실성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지를 준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잔을 들고 작업대에 기대서며 인선이 활짝 웃었다. 그 미소가 가시지 않은 입술이 찻잔에 닿는 걸 보며 나는 생각했다. 저렇게 뜨거운 것을 혼이 마실 수 있나.

p.193,194

제주도 인선의 집에서 알게되는 인선의 가족사, 그리고 제주 4.3 사건의 전말.

나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대규모 학살과 찾지 못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찾아낸 그날의 기록들.

그 기록들을 모으며 더 아파했을 날들...

물론 추측할 수 있어, 그 사람이 외삼촌이었다면 어떻게든 이후에 섬으로 돌아왔을 거라고...... 하지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런 지옥에서 살아난 뒤에도 우리가 상상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p.291

개인의 상처와 고통뿐만 아니라, 집단이 함께 겪은 역사의 상흔을 다루며 진정한 치유와 화해의 의미를 묻는다.

 이 책은 개인과 사회가 공유하는 트라우마가 어떻게 서로의 삶에 깊숙이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진정으로 작별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만든다.

소설에서 인선의 가족사가 얽힌 제주 4.3 사건은 우리 사회의 집단적 아픔과도 맞닿아 있다. 인선이 떠안고 있는 상처는 그녀 개인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4.3 사건은 국가의 탄압 속에서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무참히 희생된 비극을 담고 있으며, 여전히 그 상처와 후유증은 한국 사회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인선과 경하가 함께 알아가는 이 사건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잃어버린 이들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 잊혀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이 원래 무엇이었는지 더이상 알 수 없게 되었어. 오랫동안 애써야 가까스로 기억할 수 있었어. 그때마다 물었어. 어디로 떠내려가고 있는지. 이제 내가 누군지.

p.317

작별은 단순히 과거와 단절하는 일이 아니라, 그와 함께 걸어가는 일임을 이 책은 시사한다. 인선의 삶 속에 남아 있는 고통과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고, 경하의 삶 속에도 그러한 흔적이 남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는 기억을 계속해서 짊어지고 가는 여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듯, 작별하지 않는다는 상처와 기억, 치유의 의미를 담아내며 우리의 삶 속에서 작별이란 단순히 어떤 관계의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함께 걸어가야 하는 무언가임을 가슴 깊이 새기게 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렇다. 불붙지 않았다. 한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

p.325


우리는 때때로 완전한 작별이 불가능한 상처와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숙명에 놓여있다. 이를 어떻게 담담히 받아들이고 그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 갈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먹먹함을 남기는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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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 또 다른 제주가 왔다
평점10점 | c********u | 2025-01-13 | 신고
사전에서 작별을 찾는다. 문득 이별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했다. 둘 다 헤어지지만 작별은 ‘인사’를 한다. 헤어질 수 없어서 인사를 하지 못하는 것인가. 작가 한강이 직면하는 제주 4·3의 시간을 함께 간다. 사건은 끝나도, 상흔이 지속되는 한 누가 작별할 수 있을까. 광주의 일에서도 장례를 치렀어도 다시 살아남은 장례가 시작되는 것처럼. 작가의 두 작품을 연달아 읽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광주의 기억이 그를 잠식하고 있음을 알게 되자 감정이 얼마간 일렁였다. 제주 바닷가, 사방에서 총알처럼 쏟아붓는 눈을 검은 나무들이 사람처럼 웅그리고 서서 죄다 받아내고 있는 모습이 그의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가슴 먹먹하게 만든다. 홀린 듯 그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춥다. 몸도 마음도. 나는 어쩌다 보니 올 초부터 수강생이 끊긴 교실을 지키고 있다. 사람의 온기가 끊긴 교실은 히터를 틀어도 난방이 잘되지 않는다. 상상 그 이상으로 춥다. 목을 감고 후리스를 껴입고 그 위에 빵빵하게 부푼 파카를 입어도 박음질 사이를 찬 공기가 파고든다. 여기에 그의 책은 더 많은 추위를 몰고 온다. 인선과 경하의 대화를 듣는 것일 뿐인데 왜 내가 눈 덮인 허허벌판에 서있는 착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바람이 센 곳이라 그렇대, 어미들이 이렇게 짧은 게. 바람 소리가 말끝을 끊어가버리니까."

73쪽_새_폭설

기억한다. 정말 제주도의 바람은 정말 억셌다. 출근길, 아파트 입구에서 고작 20m 남짓 떨어진 주차장에 세워진 차로 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발을 떼려 해도 금세 중심이 허물어져 넘어질 것 같았다. 급히 내려온 아내의 부축을 받고서야 주차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길가의 쓰레기통은 바람개비처럼 빠르게 돌고 있고 내 키보다 큰 물탱크가 종잇장처럼 바람에 실려 떠다녔다. 그 바람이 그들일지 모른다는 작가의 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몰랐다.

"이상하다, 살아 있는 것과 닿았던 감각은. 불에 데었던 것도,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닌데 살갗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전까지 내가 닿았던 어떤 생명체도 그들만큼 가볍지 않았다.

109쪽_새_새

이 감각적인 문장에서 가벼운 것들, 그러니까 눈이거나 새거나 혹은 더 이상 흘릴 것이 없을 만큼 쏟아져 버린 그 도시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약간의 피를 흘리거나 목이 말라도 생명이 위험해지는 새로 그렇게 다시 태어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완성되지 않은 것인지 기한 없이 미룬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그럴 마음이 용기가 없던 것인지 생각한다. 경하의 작별은 무엇이었을까.

192쪽_밤_작별하지 않는다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 옷가지 한 장 신발 한 짝도 없었어요. 총살했던 자리는 밤사이 썰물에 쓸려가서 핏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습니다. 이렇게 하려고 모래밭에서 죽였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226쪽_밤_바람

찌릿한 전율이 손가락 끝부터 천천히 머리끝까지 타고 올랐다. 몰라서 더 그랬을까? 제주에서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정도의 텍스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감각들이었다. 한데 단 4줄의 문장이 온몸의 세포를 흔들어 깨운 느낌이 들었다. 무서운 일이겠다,고 생각 하는 순간 그 아름답던 제주가 참혹한 곳으로 뒤바뀌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악랄하고 잔혹함만 남은 이들을 군과 경찰로 둔갑시켰을까. 그리고 광주를 쓸고 간 그들과 마찬가지로 잘 먹고 잘 살고 있을까. 후손들들은 자신이 학살자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 무섭지 않을까. 여전히 피학살자들의 유족들에게 이 끝나지 않는 고통이 학살자에게도 이어지는지,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220쪽_밤_바람

인선의 엄마가 고향을, 불타버렸던 집을 벗어나지 않았던 이유를, 평생 그러모았던 학살의 기록을 나는 감히 짐작조차 못한다. 그리고 그 기록이 향했던 경산의 코발트 광산 이야기는 처음 알았다. 그때 학살이 전국으로 번졌다는 걸 몰랐다. 나는 사실 타인에 대해 관심이 많지도 않지만 몸이 불편해진 이후 사회에서 얼마간 비켜난 자리에 있다 보니 무심한 감각들에 익숙해져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지지른다 해도 더 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316쪽_불꽃

개인적으로 <소년이 온다>는 일정 부분 내 경험이나 부모의 고향이 그곳 그 도시였어서 분노가 더 많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부들부들 떨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인선의 이야기에 더욱더 동요되고 말았다.

317쪽_불꽃

인간이 그토록 잔인해지는 이유가 뭔지, 왜 그래야 했는지 물을 수 없다는 게 짜증이 났다. 극심한 두려움에 내몰려 대항 한번 못하는 나약한 이웃들을 임산부 갓난쟁이 할 것 없이 절멸에 가까운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공포를 생각한다. 그리고 과연 국가와 학살자들은 피학살자들과 제대로 작별을 했을까? 그러지 않았다면 왜 그러지 않느냐고 우리는 계속 물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문득 바닷가에 살며 생선을 먹지 못하게 되는 일은 어떤 마음일까,를 생각한다. 그날 그 바다에 던져진 그들의 살을 뜯어 먹었을 그것들을 먹는다는 것이 끔찍하다는 노인의 말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지. 많이 먹먹했다.

10여 년 전쯤, 우연한 기회로 제주에서 3년을 살았었다. 조천에 친구가 있어 자주 갔었다. 그곳에 4·3 기념공원이 있었다. 가보지 않았던지, 갔지만 기억에 담지 않았던지 선명하진 않지만 기억과 전혀 다른 제주가 큰 파도처럼 쓸려와 읽는 내내 힘들었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으면 한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아프지만 그러해서 많이 공감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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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데일리북] 12월 독서모임 /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지음)
평점10점 | s**********r | 2024-12-31 | 신고
'소년이 온다' 작품과 이야기 전개가 이어지는 작품이라고 알게 된 후, 한강 작가의 두 번째 책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독서 모임에서 선정하고 읽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년이 온다' 소설이 빅뱅이 터지는 듯한 이야기 전개가 굉장히 신선하고 좋았다. 그런데, '작별하지 않는다' 를 읽으며 이 또한 다른 전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인 듯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하는데 경하는 한강 작가와 동일시 되는 느낌이었고, 경하의 친구 인선은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로,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산 자들의 대화인지 죽은 자들의 대화인지 그들을 합친 대화인지 알송달송 하였다. 아마도 읽은 이들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두는 것 같다.  1948년에 일어났던 제주 4.3 사건은 게엄 사태에서 일반 민간인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탄압하고 무참히 짓밟았던 참혹함이 7년 7개월이나 이어졌으나 희생자의 후손들은 연좌제로 공산당이라는 누명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가슴에 묻고 살았기에 1999년 12월 국회에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 될때까지 50여년이 흘렀으니 고증할 자료도 유족도 남지 않은 역사를 먹먹하지만 담대하게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고 그들을 떠나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처럼 책의 제목으로 다가왔다. '작별하지 않는다' 책 처음에 등장하는 경하는 한강 작가 자신을 투영하여 '소년이 온다'를 집필한 이후의 심정을 글에 담고 있는 듯 하다. 처음 시작부터 한강 작가와 작품 속 인물 경하가 오버랩 되면서 책이 심오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12쪽] 봉분 아래의 뼈들을 휩쓸어가기 위해 밀려들어오던 그 시퍼런 바다가, 학살당한 사람들과 그후의 시간에 대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때 처음 생각했따. 다만 개인적인 예언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물에 잠긴 무덤들과 침묵하는 묘비들로 이뤄진 그곳이, 앞으로 남겨질 내 삶을 당겨 말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바로 지금을.
[23~24쪽] 그리고 처음 그 검은 나무들의 꿈을 꾸고 일어나, 두 눈 위로 차가운 손바닥을 덮고 누워 있던 그 밤이 있다. 깨어난 뒤에도 어디에선가 계속되고 있을 것 같은 꿈들이 가끔 있는데, 그 꿈이 그랬다. 밥을 먹고 차를 끓여 마시고, 버스를 타고,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고, 여행 가방을 꾸리고, 지하철 역사의 끝없는 계단들을 딛고 올라가는 한편에서, 한 번도 가본적 없는 그 벌판에 눈이 내린다. 우듬지가 잘린 검은 나무들 위로 눈부신 육각형의 결정들이 맺혔다 부스러진다. 발등까지 물에 잠긴 내가 놀라 뒤돌아본다. 바다가, 거기 바다가 밀려들어 온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그 광경에 마음이 쓰여 그해 가을 생각했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 통나무들을 심을 수 있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수천 그루가 어렵다면 아흔아홉 그루-무한으로 열리는 숫자-를 심고, 뜻이 맞는 사람들 여남은 명과 힘을 합해 그 나무들의 몸에 먹을 입힐 수 있지 않을까. 깊은 방으로 지은 옷을 입히듯 정성스럽게, 영원히 잠이 부스러지지 않도록, 그 모든 일이 끝난 뒤, 바다 대신 흰 천 같은 눈이 하늘에서부터 밀려내려와 그들을 덮어 주길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 그 과정을 짧은 기록영화로 만들자고, 한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했떤 친구에게 나는 제안했다. 그녀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함께 실현하기로 약속했지만, 두 사람의 일저잉 꼭 맞는 때가 좀처럼 오지 않은 채 사 년이 흘러갔다. 
책은 총 3부로 되어 있다. 1부 새, 2부 밤, 3부 불꽃 이다.  1부 새에서는 유서를 남기며 삶을 마감하고자 했던 경하가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앵무새의 생명을 구하고자 도착한 제주 산간 마을인 인선의 집까지 폭설 속에서 역경을 헤치며 갈지 말지의 선택적 갈등과 여정을 너무 생생하게 그려 놓았는데, 내가 알던 눈은 깨끗하고 하얗고 아름답게만 생각되는 눈이였다면, 책에서 알게 된 눈에 대한 생각은 게엄이라는 역사 속에서 만나니 고요함 속에서  무게감이 크고 스산함 속에서 따뜻함과 웅장함이 공존하는 단어로 다가 왔다.  또한, 앵무새는 결국 구하지 못하였지만, 경하는 최선으로 정성을 다하여 새의 제의를 치루며 애도한다. 2부  밤에서는 경하 꿈에서 보았던 내용을 재현하고자 인선과 기획했던, 통나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며, 프로젝트의 이름은 '작별하지 않는다' 였는데, 인선의 가족이 제주 4.3 사건에서 겪은 시련과 고통에서도 가족애와 사랑, 희망 만큼은 잃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 찡한 감동을 준 인물이 인선의 엄마 정심이었다. 동생에게 빨리던 손가락의 감각을 잊지 못하고, 오빠의 생사를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는 마지막까지도 끈을 놓지 않고 찾았던 그 믿음처럼, 무참히 희생 당한 분들에 대한 넋을 위로하고 애도하며 '작별하지 않는' 방법은 그들을 절대 잊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한다. 
[251쪽] 당숙네에서 내준 옷으로 갈아입힌 동생이 앓는 소리 없이 숨만 쉬고 있는데, 바로 곁에 누워서 엄마는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대. 피를 많이 흘렸으니까 그걸 마셔야 동생이 살 거란 생각에. 얼마 전 앞니가 빠지고 새 이가 조금 돋은 자리에 꼭 맞게 집게손가락이 들어갔대. 그 속으로 피가 흘러들어가는 게 좋았대. 한순간 동생이 아기처럼 손가락을 빨았는데, 숨을 못 쉴 만큼 행복했대.
[291쪽] 
그 청년이 외삼촌이었을 확률이 0은 아니야. 인선이 속삭여 말했다. 지금 갱도에 있는 유해 삼천 구 중 어떤 것도 외삼촌일 수 있는 것처럼. 동의를 구하는 듯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추측할 수 있어, 그 사람이 외삼촌이었다면 어떻게든 이후에 섬으로 돌아왔을거라고.......하지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런 지옥에서 살아난 뒤에도 우리가 상상하는 서택을 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그때부터 엄마 안에 분열이 시작된 건지도 몰라. 두 개의 상태에 그날 밤의 오빠가 동시에 있게 된 뒤부터 갱도 속에 쌓인 수천 구의 몸들 중 하나. 동시에, 불 켜진 집들의 대문을 두드리는 청년. 그곳에서 옷을 얻은 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사람. 이건 얼른 태워버리십시오. 피투성이 수의를 마당에 남기고 암흑 속으로 달려 사라지는 사람.
3부 불꽃에서 경하와 인선은 통나무 프로젝트가 이루어져 나무들이 심어질 땅에 함께 촛불을 들고 간다. 그리고, 그   눈밭에 함께 나란히 누워 꺽인 마지막 성냥개비의 불꽃이 솟으며 이야기는 끝이 났다.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었다. 불 붙지 않았다. 한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
나는 아픈 역사를 응시하고 마주하여 이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이같은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문학 작품으로 아픈 역사를 마주할 수 있게 도와 주신 한강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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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주간우수작 깊어지는 고통, 마음에 깊이 박이는 여운 “작별하지 않는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a****x | 2024-11-02 | 신고

Q. 소설을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제주 4.3을 다루고 있다는 배경지식만 가지고 읽기 시작한 소설. 그러나 소설 초반에는 제주 4.3보다는 막 5.18에 관해 글을 쓰고 이를 책으로 엮어낸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되었고, 이는 곧 한강의 또 다른 작품인 <소년이 온다>를 떠올리게도 하였고 한편으로는 주인공 자체가 한강 작가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죠. 소설의 초반은 주인공의 고통에 초점을 두는듯 했지만, 그 고통은 주인공에게서 주인공 친구에게로 그리고 점차 서서히 제주 4.3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소년이 온다>만큼 역사적 상황에 직접 투영된듯한 소설은 아니었지만, 그 사실을 겪은 사람들의 증언과 고통은 여실히 독자에게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Q.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겨울서점에서 김겨울 작가가 이 책에 대해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의 정반합을 이룬 책인 것 같다, 라는 표현을 했었는데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이 두 소설에서 진득하게 읽고 느꼈던 부분들이 <작별하지 않는다> 곳곳에서 느껴졌기 때문이었죠. 역사적 소재에 대해 전체가 아닌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이야기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는 점은 마치 <소년이 온다>, 그리고 마치 꿈인듯 환상인듯 아련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채식주의자>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자신의 책 중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가장 처음 읽어보면 좋을 것이라 권하였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년이 온다> - <채식주의자> - <작별하지 않는다>의 순서대로 읽어본다면 그 내용이나 표현에 공감하기 더 용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은 후반부로 갈수록 그 고통의 수치가 커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설 초반 주인공의 정신적 괴로움도 힘들었지만, 이후 친구의 신체적 괴로움은 정말.. 소설을 읽는 내내 저도 같이 속으로 ‘윽..윽’대며 읽어갔거든요. 하지만 제주 4.3에 대한 증언을 들으면서는 친구의 그 고통조차도 머릿속에서 희미해졌을 정도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괴로움이 크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주 4.3에 대한 영상도 찾아보고 글도 새롭게 찾아보았습니다만, 그동안 저 혼자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제주 4.3은 정말 반의 반도 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도에 여러번 가보았음에도 왜 제주 4.3 평화 기념관 한 번 가볼 생각을 못했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마음 아픈 사건을 제대로 마주하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너무 무지했고, 알려하지 않았던 제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된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Q. 소설의 미래 독자에게

A. 여운이 깊었던 소설입니다. 처음에는 소설의 초반만 조금 읽고는 그저 짧은 생각으로 ‘재밌어요, 잘 읽혀요’하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책을 다 덮은 지금은 그저 그런 추천이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 나의 생각이 너무나도 짧았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그려진 장면 하나 하나 깊이 남아서 책을 덮은 이후에도 여운이 길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일독을 꼭 한 번 권해드리고픈 그런 소설입니다.

유리문 밖으로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육체가 깨어질 듯 연약해 보였다. 생명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 그때 실감했다. 저 살과 장기와 뼈와 목숨들이 얼마나 쉽게 부서지고 끊어져버릴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단 한 번의 선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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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주간우수작 역사적 상처를 서사적 미학으로 승화한 작품
평점10점 | e*******2 | 2024-10-20 | 신고
솔직히 소설의 중반부 까지는 이야기의 전개가 느리고, 서술의 흐름이 왔다 갔다 해서 다소 지루하고 읽기 어려웠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제주 희생자들의 아픔이 마치 내 가족의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와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었다. 만약 처음 기대했던 대로 4·3 희생자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줄거리를 따라 전개되었다면, 흥미롭기는 했겠지만 어딘가 뻔한 역사소설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한강 작가의 독특한 서술 방식과 문체 덕분에,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 서사를 넘어 진정한 문학적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중첩된 세계 속에서의 존재들 이 책은 독특한 서사 구조와 감각적 묘사를 통해 시간과 공간, 삶과 죽음이 중첩된 복잡한 상태로 전체 소설이 구성되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고, 서로 다른 장소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듯한 모호한 경계에 머물러 있다. 양자역학의 슈뢰딩거의 고양이 처럼, 관찰되기 전까지는 여러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가 관찰하는 순간 고양이의 생존 혹은 죽음 중 하나로 결정되는 것과 같다.
  • 인선은 손가락 절단 수술을 위해 서울의 한 병원에 있지만, 동시에 경하와 함께 제주의 집에서 가족의 비극적인 역사를 나누고 있다. 어쩌면 인선은 계속 제주에서 목공 일을 하고 있고, 경하가 서울에서 받은 문자로 제주까지 내려간 일이 환상이었을 수도 있다. "인선이 혼으로 찾아왔다면 나는 살아 있고, 인선이 살아 있다면 내가 혼으로 찾아온 것일 텐데. 이 뜨거움이 동시에 우리 몸속에 번질 수 있나"
  • 인선의 새 아마는 분명 경하가 제주 집에 도착한 후 나무 아래 묻어주었는데, 다음날 죽은 아마가 경하에게 다시 나타나 손바닥 위에 앉는다.  
  • 인선의 아버지는 제주에서 잡혀 대구형무소에 있다가 부산형무소로 이감되고 수많은 고문을 당한다. 아버지는 제주를 떠나있던 세월 동안 가족들과 살던 건천 건너편을 지켜봤다고 한다. "이제는 그게 이상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지 않아. 아버지가 십오 년 동안 형무소에도 있고 저 건너에도 있었던 것이"(인선)
소설 마지막 부분에 경하는 이렇게 말한다. "정말 누가 여기 함께 있나. 동시에 두 곳에 존재하는, 관측하려 하는 찰나에 한곳에 고정되는 빛처럼."   경하의 생각이 거기에 미치면 인선이도, 인선이 가족도, 제주의 희생자들도, 보도 연맹의 희생자들도... 바로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하도 생각해서 어떤 날엔 꼭 같이 있는 것 같았어" 라는 인선의 말처럼, 그들은 경하의 마음 속 깊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고통의 기억을 내피로 한 꿈과 환상   이 소설은 경하의 꿈 이야기로 시작된다. 수천 그루의 묘비 같은 검은 통나무들이 밀물에 갑자기 잠겨 버리자 위쪽에 남은 무덤들이라도 어떻게 옮겨야 할 것 같은데 혼자 어찌할 줄 몰라하는 무서운 꿈. 마지막 장면 역시 눈부신 환상 속 에 있는 듯 하다. 경하와 인선은 눈 속에 누워 눈벽을 사이에 두고 마지막 대화를 나눈다. 촛불이 점차 사그러들며 인선도 사라지고, 경하는 "네 손이 잡히지 않는다면, 넌 지금 너의 병상에서 눈을 뜬 거야. 다시 환부에 바늘이 꽂히는 곳에서. 피와 전류가 함께 흐르는 곳에서." 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장면이 마침내 꿈의 실체와 의미를 이해한 경하가 현실로 돌아갈 준비가 되었음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새와 눈, 생사의 경계 이 책에서는 '새'에 대한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새들은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공룡"이라는 표현에서, 이미 멸종된 존재인 공룡의 후손인 새는 죽었으나 살아있는 존재, 즉 죽음과 생명의 경계에 있는 존재로 소설 전반에 흐르는 ‘중첩’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새는 억울한 희생자를 상징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분명히 죽은 아마를 흰 무명실과 천으로 덮고, 상자에 꽁꽁 싸매어 묻었었는데 다음날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눈 앞에 나타난다.  "죽은 다음에도 배고픈 게 있어?" "죽은 다음에도 추운 게 있나" 라는 대사에서는 죽은 이들에 대한 애잔한 연민이 보였고, "새의 뼈들에는 타원형의 구멍들이 파리처럼 뚫려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가벼웠던 거야"라는 구절에서  '뼈들의 구멍'은 아마도 총알이 뼈에 박혀 주검이 된 억울한 희생자들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한없이 무력하고 나약했기에 '가볍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인선의 어머니와 손을 맞잡았을 때는 "내 두 손에 쥐여진 그의 손이 죽은 새처럼 작고 싸늘하다",  제주의 아픈 역사를 떠올릴 때는 "퍼덕이는 새가 목구멍을 비집고 올라오는 통증"으로 표현한다. "새가 있어. 손 끝을 건드리는 감각이 있다. 가느다란 맥박처럼 두드리는 게 있다. 끊어질 듯 말 듯 손가락 끝으로 흘러드는 전류가 있다" 작가의 감수성으로는 잊혀지지가 않는 것이다. 그 여린 생명들이 느껴지는 것이다. 새는 죽음과 고통, 억울한 희생자들의 상징으로 소설 곳곳에 등장한다. 특히 인선의 회고가 시작되는 순간 새가 살아 돌아온 것은, 잊혀져서도 안 되고 잊혀지지도 않는 이들이 "살갗에서 지워지지 않고"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눈'도 소설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선이 엄마를 떠올릴 때 눈이 흩날렸고, 인선이 서울로 가출해서 다쳤을 때, 제주의 엄마는 다섯 살 모습의 인선의 뺨에 눈송이가 내렸는데 눈이 녹지 않더라는 꿈을 꾼다.  엄마가 어렸을 때 이모와 둘만 운좋게 살아 남아, 학살 현장에서 외조부모와 남은 형제들의 시신을 찾아다녔을 때, "사람이 죽으면 몸이 차가워지고, 맨뺨에 눈이 쌓이고 피 어린 살얼음이 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인선에게 안 좋은 일이 닥쳤음을 예감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 눈은 "하늘에서 어떻게 이런 게 떨어지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아름다운 것인데, 한편 '폭설'과 '눈보라'는 '험난한 여정' '장애' '고난'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눈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결정도 사실은 지상에서 올라온 먼지와 재의 입자로 가득한 것"이라는 구절처럼, 눈은 깨끗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상처와 고통이 내재되어 있다. "바람과 해류도 순환하지 않나.오래 전 먼 곳에서 내렸던 눈송이들도 저 구름 속에서 다시 응결할 수 있지 않나. 다섯 살의 내가 K시에서 첫눈을 향해 손을 내밀고 서른 살의 내가 서울의 천변을 자전거로 달리며 소낙비에 젖었을 때, 칠십 년 전 이 섬의 학교 운동장에서 수백 명의 아이들과 여자들과 노인들의 얼굴이 눈에 덮여 알아볼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물방울들과 부스러지는 결정들과 피 어린 살얼음들이 같은 것이 아니었다는 법이, 금 내 몸에 떨어지는 눈이 그것들이 아니란 법이 없다"라고 경하가 말하듯, 또한 처럼 생과 사의 경계, 죽음과 삶의 혼재, 고통의 순환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다. "작별하지 않는다. "-기억과 연대의 서사 인선이 경하의 꿈을 영상으로 구현하기로 한 둘의 프로젝트 제목을 물었을 때, 경하는 "작별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한다. 인선은 작별이 완성되지 않는 것인지, 기한 없이 미루는 것인지 궁금해 한다. 제주 4.3 사건으로 약 3만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보도연맹에 가입했다가 6.25 전쟁 기점으로 학살되어 암매장 당한 사람들이 전국에 2-30만명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 규명이나 피해자들과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이 아직까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그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진실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작별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이것이 완료되어야 진정으로 과거와 화해하고 그들을 보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는 절대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을 완성할 수 없다로 들린다. 마무리 - 고통과 마주함으로써 치유되는 역사 인선은 손가락이 절단되어 통증을 느낄 때 갑자기 경하의 책(아마도 실제로는 광주 5.18을 담은 <소년이 온다>를 가리키는 것일 것이다)을 떠올린다 : "손가락 두 개가 잘린 게 이만큼 아픈데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인선이 입원해 있던 병원 로비에서 마주친 손과 발이 절단된 사진들. 실제보다 무섭게 기억하지 않기 위해 경하는 제대로 보는데, 제대로 볼수록 고통스러운 사진이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고통은 피하기 보다 마주해야 그 고통이 거기에서 끝난다. 인선의 의사는 "3분에 한 번씩 손가락이 봉합된 자리를 찔리는 통증이 당장에는 더 강할 수 있으나, 손가락을 포기할 경우 통증은 평생 계속될 거라고" 말했다. 경하는 제주 4.3의 고통의 심연으로 들어가기 위해 눈보라를 견디고, 생존자와 유족들의 증언과 역사적 기록들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때로는 인간이 저지른 폭력과 악이 너무나 끔찍하여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더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가 되기도 하지만, 이 고통을 직면하고 견뎌 내야만, 비로소 고통이 극복되고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진 채, 주인공 경하의 내면과 기억, 그리고 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잊고 있던 아픈 역사를 다시 돌아보고, 희생자들과 깊은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반추하는 것을 넘어, 그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강한 다짐으로 이어진다. 또한, 혼과 죽음, 그리고 산자의 현실이 몽환적으로 혼재된 문체 속에서 느껴지는 문학적 아름다움은 마치 한 편의 예술 영화를 보는 듯한 감동을 준다. 특히 소설 속에서 묘사된 제주의 집, 폭설과 강풍, 숲, 그리고 꿈 속 이야기들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남긴다. 이를 나중에 영화로 본다면, 내가 상상한 형상과 어떻게 비교될지 기대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작품이었다. "채식주의자"는 오래 전에 읽었을 때 뭔가 기괴했었다라는 느낌이 남아있고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소년이 온다"는 읽는 내내 같이 아팠고, 감동적으로 읽었었는데,  "작별하지 않는다"는 책장을 덮었을 때 뭔가 반짝이고 눈부신 아름다움이 부드럽게 내 앞에 흩뿌려지는 그런 묘한 느낌으로 여운이 길었다. 시적, 문학적 아름다움이라는게 이런 것이란 걸 제대로 보여준 작품 같다. 한강이 한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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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당신의 고통은 내게도 고통스럽다.
평점10점 | k********n | 2022-10-01 | 신고

그를 잘 알지 못하지만, 작가 한강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해 주는 최선의 말은 아마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는 불판 위에서 구워지는 고기를 보는 일도 힘겨울 때가 있어요.” 소설 『소년이 온다』를 발표한 후 어느 인터뷰에서 그녀가 한 말이다. 저 말이 단지 그녀가 채식주의자라는 사실만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극도로 민감한 감수성과 폭력에 대한 극한의 예민함이 작동하고 있어서, 나는 사람이 과연 저렇게까지 예민하고 섬세해질 수도 있구나를 생각하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엄격히 따지자면 놀랄 일이 아닐 것이다. 고기가 구워지는 모습에서조차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그런 소설을 쓸 수 있었겠나. 『작별하지 않는다』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그 비극을 직접 겪은 게 아니라 해도, 그는 마치 제 일처럼 힘겨워하고 있다.

우리의 주인공 ‘경하’는 친구 ‘인선’의 새를 구하러 제주도로 떠난다. 인선의 제주도 집에 홀로 남겨진 새 ‘아마’는 누군가 물을 주지 않으면 곧 죽을 것이다. 경하는 극심한 눈 폭풍을 뚫고 아마에게 가는 와중에 여러 번 죽을 위기에 처한다. 정말 그 새가 목숨을 걸면서까지 지켜야 할 존재인지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면서. “이해할 수 없다. 아마는 나의 새가 아니다. 이런 고통을 느낄 만큼 사랑한 적도 없다.”(152면) 그러나 우리는 경하에게 왜 아마를 구하러 가느냐고 묻지 않아도 이미 안다. 경하를 대신해 한강이 직접 대답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저는 불판 위에서 구워지는 고기를 보는 일도 힘겨울 때가 있어요.” 그렇다면 며칠째 물을 마시지 못해 조금씩 죽어가는 새를 상상하는 일이란, 그에게 또한 얼마나 큰 고통이었을까.

세상의 고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을 것이다. 나의 고통과 너의 고통. 이러한 이분법은 손쉽고 명확하다. 어떤 고통 앞에서 그것이 내 것이냐 타인의 것이냐를 따질 때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냉철한 판사가 된다. 만일 내 것이라면 그 고통은 과장되기 쉽겠고, 남의 것이라면 축소되거나 많은 경우 무시될 것이다. 요컨대 나의 고통은 타인의 고통을 간단히 압도한다. “바람이 몰아쳐 들어온다. 두통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내 마음은 차츰 마비되어, (…) 불안도, 구해야 할 새에 대한 생각도, 인선에 대한 마음까지도 통증이 예리하게 그어놓은 금 바깥으로 빠져나간다.”(122면) 새의 고통과 인선의 고통은 내가 직접 겪고 있는 맹렬한 추위와 두통 앞에 무력하다. 경하가 병원 로비에서 손/발가락이 절단된 사진을 바라보는 장면도 그렇다. 그 끔찍한 광경에서 “눈을 피하고 싶”(32면)었다거나 “정확히 보지 않는 편이 좋”(256면)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그가 타인의 고통이 자신의 고통을 넘어설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것만 해도, 고통은 언제나 충분하다. 타인의 고통까지 받아들일 공간이 우리 안에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한강의 소설은, 바로 이 질문에 대답하거나 혹은 반문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스스로의 고통만큼이나 타인의 고통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줄 아는 인물들이 여기 있다. 눈 폭풍 속으로 새를 구하러 가는 경하만 그런 것이 아니고 학살 증언 자료집과 관련 기록물을 수년간 모았던 인선의 어머니도, 그 기록물 속에 파묻혀 하루를 보내던 인선도, 그리고 학살당한 이들을 생각하며 가끔 멍하게 환상에 빠져 지냈던 그녀의 아버지도, 다들 절망적이고 뭔가에 실패한 삶을 살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적어도 그들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만드는 데에는 성공한 이들이다. 마치 그들이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의 고통은 내게도 고통스러워요. 그러니까 ‘제주 4 3’과 ‘보도 연맹 학살’ 사건은 그들의 고통이 아니라 우리의 고통이 되어야 한다고, 저 인물들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인간이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또한 대륙의 한 부분이라/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간다면/유럽 땅은 또 그만큼 작아질 것이며” 영국 성공회 신부 존 던이 썼다고 알려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한 대목이다. 사람이 죽으면 종을 울리던 관습에서 저 제목이 탄생했다. 이 시에서 존 던은 누가 죽었기에 종을 울리는가 궁금해하지 말라고 전한다. “어느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감소시키나니”라는 대목이 설명하듯, 누군가의 죽음은 곧 내 일부의 죽음이므로, 종은 바로 우리를 위해 울린다는 것. 이 유명한 시와 한강의 소설은 썩 닮아 있다. 나의 고통과 너의 고통이라는 순진한 분류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결국 살리지 못한 새를 보며 “새는 새였고, 나는 인간이었을 뿐일까?”(196면)라고 비정하게 묻는 일은 너와 나의 고통이 철저히 각자의 것에 불과하냐는 물음과 같다. 과연 그런가. 70년 전 그 섬에서,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겪었던 고통은 나의 것이 아닌가. 정말 그렇게 말해도 괜찮은 걸까.

작중 경하와 인선이 하려는 작업(아흔아홉 그루의 나무를 들에 심어 먹을 입히고 그 위에 눈이 쌓이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는 일)이 대답을 대신한다. 그들은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상업적 목적이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아니다. 그들은 고통받으려고 그 작업을 한다. 둘은 나무를 한 그루씩 심어 나갈 때마다, 거기에 먹을 칠해 나갈 때마다, 그리고 그 위에 눈이 한 송이씩 쌓일 때마다 고통받을 것이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억울하게 고문당했고 아무 이유 없이 총살당했는데, 도저히 그것과 무관한 삶을 살 수는 없다는 듯이, 마치 고통받는 것이 그들의 마땅한 의무인 듯이. 작품 2부에는 인물들의 입을 빌려 어떤 산속 바위에 대한 전설이 언급된다. 착한 일을 해서 혼자만 살아남게 된 여자가 있고 나머지 마을 사람들은 해일에 휩쓸려 죽는데, 이때 그녀에게는 산중턱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아야만 살 수 있다는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여자는 어김없이 뒤를 돌아봤고, 결국 그 자세 그대로 돌이 되어 버렸다는, 그런 전설.

이 전설은 타인의 고통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자유의 몸이 되어 살아가거나 뒤돌아본 채로 돌이 되거나. 그러고 보면 폭설이 내리는 밤의 숲속에서 눈 속에 둘이 함께 눕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이 소설의 결말은 뒤돌아본 대가로 돌이 되고 만 저 전설 속의 여자와 흡사하지 않은가. 경하와 인선은 망설임 없이 후자를 택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작중 경하가 말한다. “돌이 됐다고 했지, 죽었다는 건 아니잖아요?”(241면)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 상황이 오면 언제나 뒤를 돌아보겠다는 것이지, 돌이 되어 죽고 싶다는 게 아니다. 타인의 고통을 모른 척하고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이지 자신의 삶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그 아픔들을 영원히 안고 살아가겠다는 것이지 그 아픔 때문에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게 아닌 것이다.

신형철 평론가가 시인들의 책무란, “가장 먼저 울지는 못하더라도 가장 마지막까지 우는 일” (「천안함, J 선생님께」)이라 쓴 문장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까지 우는 자란 비극을 잊지 않거나 잊지 못하는 자다. 나의 고통 앞에 너의 고통이 잊혀지는 게 아니라, 너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만들어서 절대로 잊을 수 없게 하는 것. 그렇다면 뛰어난 작가란 오래 슬퍼하고 영원히 아파하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들이 약해서 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오랫동안 울 힘을 가진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이 무력하게 고통받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차라리 사력을 다해 고통받는다고 말해야 한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이 그렇고, 작가 한강이 그렇다. 그들은 얼마든지 더 울고 더 고통스러워할 준비가 되어 있다. 뒤돌아보다 돌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래야만 그 아픔들과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겠다는 것은 망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망각하지 않겠다는 것은 끊임없이 고통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 영원히 고통받으며 서 있겠다는 것은 처연한 체념이 아니라 결연한 의지다. 절단된 손가락의 봉합 수술을 받은 인선은 삼 분에 한 번씩 봉합된 자리에 바늘을 찔러 넣어야 한다. “중요한 건 피가 멈추지 않게 하는 거야. (…) 계속 피가 흐르고 통증을 느껴야 한대. 안 그러면 잘린 신경 위쪽이 죽어버린다고 했어.”(40면) 삼 분마다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는 인선의 처지가 왜 안쓰럽기보다는 감동적일까. 아마도 작가 한강의 모습이기도 할 그의 모습에서,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고통의 의무를 짊어진 자의 결연함을 본다. 무려 칠십 년이나 지난 일인가. 아니, 칠십 년 밖에 지나지 않은 일이다. 계속해서 통증을 느끼지 않으면 신경이 죽어 버린다는 저 말처럼, 우리가 제주도의 비극을 기억하며 계속 고통받지 않는다면 역사의 한 부분이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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