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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서] We Do Not Part 한강 작가『작별하지 않는다』영문판 (미국판)
Han Kang/ e. yaewon (TRN), Paige Aniyah Morris (TRN)
20,000원 (40% 할인)
[번역서] We Do Not Part 한강 작가『작별하지 않는다』영문판 (영국판)
Han Kang/ e. yaewon (TRN), Paige Aniyah Morris (TRN)
18,900원 (45% 할인)
| 발행일 | 2021년 09월 09일 |
|---|---|
| 쪽수, 무게, 크기 | 332쪽 | 394g | 138*201*20mm |
| ISBN13 | 9788954682152 |
| ISBN10 | 8954682154 |
빛과 실 + 소년이 온다 + 작별하지 않는다 + 채식주의자 세트
4권,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저 | 문학동네+문학과지성사+창비 | 2025년 04월 18일
57,420원 (1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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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책띠지를 벗기면
어느 해안가가 책표지 전체에 담겨 있다
그런데 저 하늘색 벽 같은 건 뭘까
살아서는 넘어설 수 없는 무언가일까
저너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니면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미 <소년이 온다>에서
작가님의 문장력과 표현력에 압도당했으므로
믿고보는책이라고 충실한 신념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1부에서는 경하의 계속되는 악몽으로 시작하는데
경하는 삶에서 어떠한 희망이나 의지가 보이지않았다
곧 자살이라도 할 사람같이
저조한 에너지로 글이 시작된다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인선의 갑작스런 호출로 인해
인선의 사고를 알게 되고
인선이 키우던 새의 생존을 위해
본인의 삶도 포기하려던 사람이
폭설이 내리는 제주로 향하게 된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 새가
아직까지 살아있을지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서울에서 급작스럽게 제주에 간다는 것이...
새장 안에 새는 사람이 먹이를 주고 돌봐주지 않으면
횟대에서 아무렇지않게 버티다가도
돌연 죽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누군가를 지키기위해
기상악화와 먼거리에도 불구하고 가게 된다
어쩌면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살리는 일인지도...
모든 생명체는 중요하고 또 중요하지만
새 한마리를 살리기 위해 가게 되지만
2부에서 경하는
신비롭다고 해야할지 미스테리하다고 해야할지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서울 병원에 있어야 할 인선이
아무렇지않게 와서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 건너마을 사람들의
바로 그 제주 4.3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쩌면 인선의 잘려나간 손가락의 신경은
내 피붙이기에 아파도 버릴 수 없고
고통을 계속 참아가며 지켜내고싶은
어머니, 아버지, 건너마을 사람들은 아니었을까
뻐근한 사랑이 살갛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p. 311
제목처럼 <작별하지 않는다>는
어머니가 제주에서 시체조차 찾지 못한
인선의 외삼촌을
혹은 인선이 어머니를
작별하지 않았다는 그런 의미는 아니었을까
인선의 외삼촌이
어느 갱도에 총살로 쓰러져 뼈만 남았는지
아니면 극적으로 탈출해서 마을에서 옷을 빌려 입고
어디선가 살아있었을지
혹은 어디론가 떠내려간건지
인선의 외삼촌은
인선의 어머니 가슴 속에 여전히 존재하며
정신을 잃어갈 때도 함께였다
작별하지 않았다
10세 미만의 어린 아이들조차 멸절시키는 중에도
몸은 작별했지만
그들의 영혼은 작별하지 않았다
영원히 가슴 속에서 작별하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어디에선가
후환이 두려워서 조용히 살아있었을까를 생각하는데
이것은 상대성 이론의 현실판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성 이론은
아예 전혀 다른 세계에서 존재하며 있는 것이지만
우리는 사실 그 진실을 목격한 일이 없으니
현실판 상대성 이론은 아닐지......
개념과 맥락이 비슷해보였다
훌륭한 작품이고
한 번쯤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하지만
성냥개비에 불을 붙히며 의식을 잃어가는건지
뭔가 애매하고 흐릿하게 결말이 끝나서
책장을 덮어도 찜찜함이 남는다
그게 우리의 역사적 트라우마여서였을까
추리소설 장르였다면
범인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사건의 전말이 수면 위로 나타나고
떡밥들이 회수되고
결과가 보이게 깔끔하게 끝났을텐데
이 소설의 중심은 아직도 끝나지않은채
많은 사람들과 유족들의 가슴 속에 현재진행형이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래서 <작별하지 않는다>일 수도ㅠㅠ
<소년이 온다>의 전개속도보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전개속도는 느리다
때론 몽환적이고 의구심이 들며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이......
사건의 진행과 과정이 어찌되었던
그 발단의 시시비비를 떠나
모든 생명의 죽음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글을 빌어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역사적 아픔과 슬픔을 담은 작품이기도 한 『작별하지 않는다』
주인공 경하의 꿈 꾸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눈 내리는 벌판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 묘지인가 싶었다가 어느 틈에 차오르는 물. 이미 잠긴 무덤을 어쩔 수 없더라도 묻힌 뼈들을 옮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어쩔 줄 모른 채로 깨어버린 꿈. 학살에 대한 책을 냈을 무렵 그런 꿈을 꾸었던 것이라 생각하는 경하. 제주로 내려가 어머니를 돌보고 목공 일을 하는 친구 인선과 꾸었던 꿈을 토대로 영상 작업을 계획한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보내고 겨우 회복했지만 하려던 일은 하지 못했다.
겨울의 어느 날, 인선은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손가락 절단 사고가 나고 경하에게 제주 집에 있는 새를 구해달라 부탁한다. 인선의 간절한 부탁에 거절하지 못한 경하는 서둘러 제주로 내려간다. 하지만 때마침 강풍에 폭설에 날씨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 와중에 고질적인 두통으로 힘들어하던 경하는 겨우 버스를 타고 인선의 마을로 향한다. 정류장에서 한참 떨어진 인선의 집으로 가던 경하는 폭설과 어둠에 갇혀버린다.
이상하지 눈은, 하고 병실 창밖을 향해 중얼거렸을 때 인선이 떠올린 것도 그런 것들이었을까.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오지. 창 너머의 안 보이는 누군가에게 조용히 항의하는 듯 그녀는 내 얼굴을 보지 않고 물었다. 눈의 아름다움이란 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기라도 한 것처럼. 오래전 세밑의 밤에도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던 것같이. (p.94~95)
겨우겨우 인선의 집에 도착한 경하는 70여 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보게 된다.
가족을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감옥에서 십오 년이나 보내야 했던 아버지, 부모와 동생을 잃고 오빠마저 생사를 알 수 없는 채로 언니와 둘이 남겨진 어머니.. 그 학살 사건 이후 오빠의 행적을 찾는 일에 수십 년을 쏟았던 인선의 어머니. 폭설로 고립된 집에서 떠오르는 그리움. 담담하게 그날의 사건을 기억하는 장면들. 어떻게 이렇게 고. 요. 하. 게- 작별하지 않을 수 없는 역사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치유와 화해를 묻는지.. 과거의 기록으로 남아 두기 전에 기억해야 할 제주 4.3 사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내와 체념, 슬픔과 불완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얼굴과 몸짓에서 그 감정들을 구별하는 건 어렵다고, 어쩌면 당사자도 그것들을 정확히 분리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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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읽어 본 <작별하지 않는다> .. 눈 밟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바람 소리, 성냥에 불 붙이는 소리, 인선과 경화의 차분한 대화.. 정적인 듯했지만 섬세한 묘사 때문일까.. 문장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비극적이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제주 4.3' .. 정치적 갈등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킨 아픔에.. 마음이 먹먹하고 숙연해졌다. 가라앉은 묵직한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은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않는다 #한강 #문학동네
1부에서 인선이가 본인의 앵무새 아미가 곧 죽을 수도 있으니 얼른 제주도로 내려가 먹이를 챙겨달라는 황당무계할 수도 있는 부탁에 경하는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인선이가 사는 곳까지 가는 길이 휘몰아치는 눈으로 인해 고되어 추위와 어둠의 공포로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는 경하는 아미를 구하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 경하의 폭설과 함께하는 여정에서 우리가 회피해왔던 과거와 역사를 마주보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왜 인선이는 콕 집어서 경하가 가야한다고 고집했을까 고민해보면, 경하는 계속해서 악몽을 꾸고 있었기에 그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인선이와 프로젝트를 하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흐지부지되며 경하는 본인이 잘못 생각해왔다며 변명을 하게 되고 프로젝트 진행을 포기하기로 한다. 이런 경하는 즉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독자인 우리는 3분마다 손가락의 신경이 찔려 고통스러워하는 인선의 그 장면처럼 불편해할 수밖에 없는 상처투성이로 가득한 역사적 과거를 다시 마주보도록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또한 인선이가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생명체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 고양이 등이 아닌 새 특히 대화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앵무새였을까도 고민해보면 누군가에겐 하찮을 수 있는 존재 그렇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살아가는 이유를 주는 존재,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존재, 즉 역사적 사건으로 볼 때 제주도민들을 상징하는 것일수도 있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미가 죽어있음을 발견하고 아미를 묻어줘야겠다는 경하는 좀 더 궂은 날씨가 잠잠해지길 기다려도 될 법한데 굳이 그 추운 눈보라가 치는 밤에 상자에 꽁꽁 싸매 나무 아래에 봉분을 만들어준다. 이 점 역시 제주 4.3사건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한 끝맺음과 예의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닐까?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하얀 눈은 사실 굉장히 중요한 소재다. 소설 초반 경하가 어렸을 때 책에서 읽은 눈의 속성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나온다.경하야. 인선이 나를 불렀다. 내가 디딘 데만 딛고 와.
나는 이 문단이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제를 관통하는 부분이라고 보는데, 이 순환하는 물이 눈송이가 되기 위해 "결속"하는 형태, 즉 연대의 과정이 우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또 다시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그래서 한강이 말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이지 않을까. 역사적 아픔을 같이 느끼며 잊지 않기로, 또한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되기에 "작별하지 않"아야함을 상기시켜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문장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의 신중함은 두말 할 것도 없고. 한강 작품은 늘 여운이 오래 남는다."하나의 눈송이가 태어나려면 극미세한 먼지나 재의 입자가 필요하다고 어린 시절 나는 읽었다. 구름은 물분자들로만 이뤄져 있지 않다고, 수증기를 타고 지상에서 올라온 먼지와 재의 입자들로 가득하다고 했다. 두 개의 물분자가 구름 속에서 결속해 눈의 첫 결정을 이룰 때, 그 먼지나 재의 입자가 눈송이의 핵이 된다. 분자식에 따라 여섯 개의 가지를 가진 결정은 낙하하며 만나는 다른 결정들과 계속해서 결속한다. 구름과 땅 사이의 거리가 무한하다면 눈송이의 크기도 무한해질 테지만, 낙하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수많은 결속으로 생겨난 가지들 사이의 텅 빈 공간 때문에 눈송이는 가볍다. 그 공간으로 소리를 빨아들여 가두어서 실제로 주변을 고요하게 만든다. 가지들이 무한한 방향으로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어떤 색도 지니지 않고 희게 보인다."
돌아가자, 나는 말했다. 다음에 오자, 눈 그치고 다시.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인선이 말했다. ……다음이 없을 수도 있잖아.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깊은 슬픔과 아픔을 담은 작품으로,
역사적 배경을 통해 상처와 치유,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작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한 개인의 고통이 아닌,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그려내며,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의 길을 찾아가는지를 조명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작별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떠나간 이들과 그 흔적이 우리 삶에 끊임없이 머물러 있는 여정을 뜻함을 알게 될 것이다.
소설을 쓰는 주인공 경하의 꿈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덤에 물이 차오르고, 무덤들이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지 못하면서 꿈에서 깬다. 이런 꿈을 꾸는건 자신이 쓰고 있는 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하.
경하는 사진작가 인선에게 자신의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며 영상 작업을 할 계획을 세우지만 돌연 영상 작업을 멈추겠다고 한다. 하지만 인선은 그 의견을 듣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해나가게 된다.
어느날 병원에 있는 인선에게 연락이 온다. 인선은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제주도 집에 홀로 남겨진 새, 아마가 물과 먹이 없이 보낸 며칠 때문에 죽을까 걱정을 하게 된다. 인선은 경하에게 지금 당장 제주도 집으로 가 새 먹이주기를 부탁한다.
경하는 거절하지 못하고 제주로 향한다. 제주는 폭설로 인해 앞을 내다볼 수도, 한발짝 내딛기도 힘든 상황. 그런데다가 인선의 집은 정류장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다.
정말 그 새가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지켜야 할 존재인지 스스로도 의문을 갖게된다.
무엇이 그녀를 폭설과 강풍이 몰아지는 위험한 순간에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는지... 왜 거절하지 못했는지... 인선은 왜 자신에게 그런 무리한 부탁을 했는지...
이런 눈에 인선은 익숙할까, 나는 문득 생각한다. 이런 눈보라가 그녀에게는 놀랍거나 특별한 일이 아닐까. 어디까지 구름이고 안개이고 눈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저 일렁이는 회백색 덩어리가. 자신이 태어나 자란 돌집이 저 거대한 덩어리 속에 분명한 좌표로 존재하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새 한 마리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p.71
이해할 수 없다. 아마는 나의 새가 아니다. 이런 고통을 느낄 만큼 사랑한 적도 없다.
p.152
새는 단순히 인선의 애완동물이 아니라, 그녀의 외로움과 상처를 대변하는 존재로, 그녀의 내면 깊은 곳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도에 도착할 무렵 입원 중인 인선에게 전화를 걸지만 다급한 조무사의 대답만 남은채, 인선의 행방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끊긴다. 인선이 끝내 완전한 회복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 의문이 남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상처와 회복이 결코 단순히 끝이 나는 과정이 아님을 암시하는 것 같다. 치유의 여정과 불확실성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지를 준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잔을 들고 작업대에 기대서며 인선이 활짝 웃었다. 그 미소가 가시지 않은 입술이 찻잔에 닿는 걸 보며 나는 생각했다. 저렇게 뜨거운 것을 혼이 마실 수 있나.
p.193,194
제주도 인선의 집에서 알게되는 인선의 가족사, 그리고 제주 4.3 사건의 전말.
나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대규모 학살과 찾지 못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찾아낸 그날의 기록들.
그 기록들을 모으며 더 아파했을 날들...
물론 추측할 수 있어, 그 사람이 외삼촌이었다면 어떻게든 이후에 섬으로 돌아왔을 거라고...... 하지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런 지옥에서 살아난 뒤에도 우리가 상상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p.291
개인의 상처와 고통뿐만 아니라, 집단이 함께 겪은 역사의 상흔을 다루며 진정한 치유와 화해의 의미를 묻는다.
이 책은 개인과 사회가 공유하는 트라우마가 어떻게 서로의 삶에 깊숙이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진정으로 작별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만든다.
소설에서 인선의 가족사가 얽힌 제주 4.3 사건은 우리 사회의 집단적 아픔과도 맞닿아 있다. 인선이 떠안고 있는 상처는 그녀 개인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4.3 사건은 국가의 탄압 속에서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무참히 희생된 비극을 담고 있으며, 여전히 그 상처와 후유증은 한국 사회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인선과 경하가 함께 알아가는 이 사건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잃어버린 이들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 잊혀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이 원래 무엇이었는지 더이상 알 수 없게 되었어. 오랫동안 애써야 가까스로 기억할 수 있었어. 그때마다 물었어. 어디로 떠내려가고 있는지. 이제 내가 누군지.
p.317
작별은 단순히 과거와 단절하는 일이 아니라, 그와 함께 걸어가는 일임을 이 책은 시사한다. 인선의 삶 속에 남아 있는 고통과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고, 경하의 삶 속에도 그러한 흔적이 남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는 기억을 계속해서 짊어지고 가는 여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듯, 작별하지 않는다는 상처와 기억, 치유의 의미를 담아내며 우리의 삶 속에서 작별이란 단순히 어떤 관계의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함께 걸어가야 하는 무언가임을 가슴 깊이 새기게 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렇다. 불붙지 않았다. 한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
p.325
우리는 때때로 완전한 작별이 불가능한 상처와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숙명에 놓여있다. 이를 어떻게 담담히 받아들이고 그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 갈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먹먹함을 남기는 그런 책!
아직 끝나지 않은 광주의 기억이 그를 잠식하고 있음을 알게 되자 감정이 얼마간 일렁였다. 제주 바닷가, 사방에서 총알처럼 쏟아붓는 눈을 검은 나무들이 사람처럼 웅그리고 서서 죄다 받아내고 있는 모습이 그의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가슴 먹먹하게 만든다. 홀린 듯 그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춥다. 몸도 마음도. 나는 어쩌다 보니 올 초부터 수강생이 끊긴 교실을 지키고 있다. 사람의 온기가 끊긴 교실은 히터를 틀어도 난방이 잘되지 않는다. 상상 그 이상으로 춥다. 목을 감고 후리스를 껴입고 그 위에 빵빵하게 부푼 파카를 입어도 박음질 사이를 찬 공기가 파고든다. 여기에 그의 책은 더 많은 추위를 몰고 온다. 인선과 경하의 대화를 듣는 것일 뿐인데 왜 내가 눈 덮인 허허벌판에 서있는 착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바람이 센 곳이라 그렇대, 어미들이 이렇게 짧은 게. 바람 소리가 말끝을 끊어가버리니까."
73쪽_새_폭설
기억한다. 정말 제주도의 바람은 정말 억셌다. 출근길, 아파트 입구에서 고작 20m 남짓 떨어진 주차장에 세워진 차로 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발을 떼려 해도 금세 중심이 허물어져 넘어질 것 같았다. 급히 내려온 아내의 부축을 받고서야 주차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길가의 쓰레기통은 바람개비처럼 빠르게 돌고 있고 내 키보다 큰 물탱크가 종잇장처럼 바람에 실려 떠다녔다. 그 바람이 그들일지 모른다는 작가의 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몰랐다.
"이상하다, 살아 있는 것과 닿았던 감각은. 불에 데었던 것도,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닌데 살갗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전까지 내가 닿았던 어떤 생명체도 그들만큼 가볍지 않았다.
109쪽_새_새
이 감각적인 문장에서 가벼운 것들, 그러니까 눈이거나 새거나 혹은 더 이상 흘릴 것이 없을 만큼 쏟아져 버린 그 도시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약간의 피를 흘리거나 목이 말라도 생명이 위험해지는 새로 그렇게 다시 태어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완성되지 않은 것인지 기한 없이 미룬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그럴 마음이 용기가 없던 것인지 생각한다. 경하의 작별은 무엇이었을까.

192쪽_밤_작별하지 않는다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 옷가지 한 장 신발 한 짝도 없었어요. 총살했던 자리는 밤사이 썰물에 쓸려가서 핏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습니다. 이렇게 하려고 모래밭에서 죽였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226쪽_밤_바람
찌릿한 전율이 손가락 끝부터 천천히 머리끝까지 타고 올랐다. 몰라서 더 그랬을까? 제주에서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정도의 텍스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감각들이었다. 한데 단 4줄의 문장이 온몸의 세포를 흔들어 깨운 느낌이 들었다. 무서운 일이겠다,고 생각 하는 순간 그 아름답던 제주가 참혹한 곳으로 뒤바뀌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악랄하고 잔혹함만 남은 이들을 군과 경찰로 둔갑시켰을까. 그리고 광주를 쓸고 간 그들과 마찬가지로 잘 먹고 잘 살고 있을까. 후손들들은 자신이 학살자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 무섭지 않을까. 여전히 피학살자들의 유족들에게 이 끝나지 않는 고통이 학살자에게도 이어지는지,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220쪽_밤_바람
인선의 엄마가 고향을, 불타버렸던 집을 벗어나지 않았던 이유를, 평생 그러모았던 학살의 기록을 나는 감히 짐작조차 못한다. 그리고 그 기록이 향했던 경산의 코발트 광산 이야기는 처음 알았다. 그때 학살이 전국으로 번졌다는 걸 몰랐다. 나는 사실 타인에 대해 관심이 많지도 않지만 몸이 불편해진 이후 사회에서 얼마간 비켜난 자리에 있다 보니 무심한 감각들에 익숙해져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지지른다 해도 더 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316쪽_불꽃
개인적으로 <소년이 온다>는 일정 부분 내 경험이나 부모의 고향이 그곳 그 도시였어서 분노가 더 많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부들부들 떨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인선의 이야기에 더욱더 동요되고 말았다.

317쪽_불꽃
인간이 그토록 잔인해지는 이유가 뭔지, 왜 그래야 했는지 물을 수 없다는 게 짜증이 났다. 극심한 두려움에 내몰려 대항 한번 못하는 나약한 이웃들을 임산부 갓난쟁이 할 것 없이 절멸에 가까운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공포를 생각한다. 그리고 과연 국가와 학살자들은 피학살자들과 제대로 작별을 했을까? 그러지 않았다면 왜 그러지 않느냐고 우리는 계속 물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문득 바닷가에 살며 생선을 먹지 못하게 되는 일은 어떤 마음일까,를 생각한다. 그날 그 바다에 던져진 그들의 살을 뜯어 먹었을 그것들을 먹는다는 것이 끔찍하다는 노인의 말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지. 많이 먹먹했다.
10여 년 전쯤, 우연한 기회로 제주에서 3년을 살았었다. 조천에 친구가 있어 자주 갔었다. 그곳에 4·3 기념공원이 있었다. 가보지 않았던지, 갔지만 기억에 담지 않았던지 선명하진 않지만 기억과 전혀 다른 제주가 큰 파도처럼 쓸려와 읽는 내내 힘들었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으면 한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아프지만 그러해서 많이 공감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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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봉분 아래의 뼈들을 휩쓸어가기 위해 밀려들어오던 그 시퍼런 바다가, 학살당한 사람들과 그후의 시간에 대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때 처음 생각했따. 다만 개인적인 예언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물에 잠긴 무덤들과 침묵하는 묘비들로 이뤄진 그곳이, 앞으로 남겨질 내 삶을 당겨 말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바로 지금을.
[23~24쪽] 그리고 처음 그 검은 나무들의 꿈을 꾸고 일어나, 두 눈 위로 차가운 손바닥을 덮고 누워 있던 그 밤이 있다. 깨어난 뒤에도 어디에선가 계속되고 있을 것 같은 꿈들이 가끔 있는데, 그 꿈이 그랬다. 밥을 먹고 차를 끓여 마시고, 버스를 타고,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고, 여행 가방을 꾸리고, 지하철 역사의 끝없는 계단들을 딛고 올라가는 한편에서, 한 번도 가본적 없는 그 벌판에 눈이 내린다. 우듬지가 잘린 검은 나무들 위로 눈부신 육각형의 결정들이 맺혔다 부스러진다. 발등까지 물에 잠긴 내가 놀라 뒤돌아본다. 바다가, 거기 바다가 밀려들어 온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그 광경에 마음이 쓰여 그해 가을 생각했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 통나무들을 심을 수 있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수천 그루가 어렵다면 아흔아홉 그루-무한으로 열리는 숫자-를 심고, 뜻이 맞는 사람들 여남은 명과 힘을 합해 그 나무들의 몸에 먹을 입힐 수 있지 않을까. 깊은 방으로 지은 옷을 입히듯 정성스럽게, 영원히 잠이 부스러지지 않도록, 그 모든 일이 끝난 뒤, 바다 대신 흰 천 같은 눈이 하늘에서부터 밀려내려와 그들을 덮어 주길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 그 과정을 짧은 기록영화로 만들자고, 한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했떤 친구에게 나는 제안했다. 그녀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함께 실현하기로 약속했지만, 두 사람의 일저잉 꼭 맞는 때가 좀처럼 오지 않은 채 사 년이 흘러갔다.책은 총 3부로 되어 있다. 1부 새, 2부 밤, 3부 불꽃 이다. 1부 새에서는 유서를 남기며 삶을 마감하고자 했던 경하가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앵무새의 생명을 구하고자 도착한 제주 산간 마을인 인선의 집까지 폭설 속에서 역경을 헤치며 갈지 말지의 선택적 갈등과 여정을 너무 생생하게 그려 놓았는데, 내가 알던 눈은 깨끗하고 하얗고 아름답게만 생각되는 눈이였다면, 책에서 알게 된 눈에 대한 생각은 게엄이라는 역사 속에서 만나니 고요함 속에서 무게감이 크고 스산함 속에서 따뜻함과 웅장함이 공존하는 단어로 다가 왔다. 또한, 앵무새는 결국 구하지 못하였지만, 경하는 최선으로 정성을 다하여 새의 제의를 치루며 애도한다. 2부 밤에서는 경하 꿈에서 보았던 내용을 재현하고자 인선과 기획했던, 통나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며, 프로젝트의 이름은 '작별하지 않는다' 였는데, 인선의 가족이 제주 4.3 사건에서 겪은 시련과 고통에서도 가족애와 사랑, 희망 만큼은 잃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 찡한 감동을 준 인물이 인선의 엄마 정심이었다. 동생에게 빨리던 손가락의 감각을 잊지 못하고, 오빠의 생사를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는 마지막까지도 끈을 놓지 않고 찾았던 그 믿음처럼, 무참히 희생 당한 분들에 대한 넋을 위로하고 애도하며 '작별하지 않는' 방법은 그들을 절대 잊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한다.
[251쪽] 당숙네에서 내준 옷으로 갈아입힌 동생이 앓는 소리 없이 숨만 쉬고 있는데, 바로 곁에 누워서 엄마는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대. 피를 많이 흘렸으니까 그걸 마셔야 동생이 살 거란 생각에. 얼마 전 앞니가 빠지고 새 이가 조금 돋은 자리에 꼭 맞게 집게손가락이 들어갔대. 그 속으로 피가 흘러들어가는 게 좋았대. 한순간 동생이 아기처럼 손가락을 빨았는데, 숨을 못 쉴 만큼 행복했대.
[291쪽]
그 청년이 외삼촌이었을 확률이 0은 아니야. 인선이 속삭여 말했다. 지금 갱도에 있는 유해 삼천 구 중 어떤 것도 외삼촌일 수 있는 것처럼. 동의를 구하는 듯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추측할 수 있어, 그 사람이 외삼촌이었다면 어떻게든 이후에 섬으로 돌아왔을거라고.......하지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런 지옥에서 살아난 뒤에도 우리가 상상하는 서택을 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그때부터 엄마 안에 분열이 시작된 건지도 몰라. 두 개의 상태에 그날 밤의 오빠가 동시에 있게 된 뒤부터 갱도 속에 쌓인 수천 구의 몸들 중 하나. 동시에, 불 켜진 집들의 대문을 두드리는 청년. 그곳에서 옷을 얻은 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사람. 이건 얼른 태워버리십시오. 피투성이 수의를 마당에 남기고 암흑 속으로 달려 사라지는 사람.3부 불꽃에서 경하와 인선은 통나무 프로젝트가 이루어져 나무들이 심어질 땅에 함께 촛불을 들고 간다. 그리고, 그 눈밭에 함께 나란히 누워 꺽인 마지막 성냥개비의 불꽃이 솟으며 이야기는 끝이 났다.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었다. 불 붙지 않았다. 한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나는 아픈 역사를 응시하고 마주하여 이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이같은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문학 작품으로 아픈 역사를 마주할 수 있게 도와 주신 한강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Q. 소설을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제주 4.3을 다루고 있다는 배경지식만 가지고 읽기 시작한 소설. 그러나 소설 초반에는 제주 4.3보다는 막 5.18에 관해 글을 쓰고 이를 책으로 엮어낸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되었고, 이는 곧 한강의 또 다른 작품인 <소년이 온다>를 떠올리게도 하였고 한편으로는 주인공 자체가 한강 작가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죠. 소설의 초반은 주인공의 고통에 초점을 두는듯 했지만, 그 고통은 주인공에게서 주인공 친구에게로 그리고 점차 서서히 제주 4.3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소년이 온다>만큼 역사적 상황에 직접 투영된듯한 소설은 아니었지만, 그 사실을 겪은 사람들의 증언과 고통은 여실히 독자에게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Q.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겨울서점에서 김겨울 작가가 이 책에 대해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의 정반합을 이룬 책인 것 같다, 라는 표현을 했었는데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이 두 소설에서 진득하게 읽고 느꼈던 부분들이 <작별하지 않는다> 곳곳에서 느껴졌기 때문이었죠. 역사적 소재에 대해 전체가 아닌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이야기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는 점은 마치 <소년이 온다>, 그리고 마치 꿈인듯 환상인듯 아련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채식주의자>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자신의 책 중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가장 처음 읽어보면 좋을 것이라 권하였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년이 온다> - <채식주의자> - <작별하지 않는다>의 순서대로 읽어본다면 그 내용이나 표현에 공감하기 더 용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은 후반부로 갈수록 그 고통의 수치가 커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설 초반 주인공의 정신적 괴로움도 힘들었지만, 이후 친구의 신체적 괴로움은 정말.. 소설을 읽는 내내 저도 같이 속으로 ‘윽..윽’대며 읽어갔거든요. 하지만 제주 4.3에 대한 증언을 들으면서는 친구의 그 고통조차도 머릿속에서 희미해졌을 정도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괴로움이 크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주 4.3에 대한 영상도 찾아보고 글도 새롭게 찾아보았습니다만, 그동안 저 혼자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제주 4.3은 정말 반의 반도 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도에 여러번 가보았음에도 왜 제주 4.3 평화 기념관 한 번 가볼 생각을 못했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마음 아픈 사건을 제대로 마주하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너무 무지했고, 알려하지 않았던 제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된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Q. 소설의 미래 독자에게
A. 여운이 깊었던 소설입니다. 처음에는 소설의 초반만 조금 읽고는 그저 짧은 생각으로 ‘재밌어요, 잘 읽혀요’하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책을 다 덮은 지금은 그저 그런 추천이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 나의 생각이 너무나도 짧았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그려진 장면 하나 하나 깊이 남아서 책을 덮은 이후에도 여운이 길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일독을 꼭 한 번 권해드리고픈 그런 소설입니다.
유리문 밖으로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육체가 깨어질 듯 연약해 보였다. 생명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 그때 실감했다. 저 살과 장기와 뼈와 목숨들이 얼마나 쉽게 부서지고 끊어져버릴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단 한 번의 선택으로.
그를 잘 알지 못하지만, 작가 한강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해 주는 최선의 말은 아마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는 불판 위에서 구워지는 고기를 보는 일도 힘겨울 때가 있어요.” 소설 『소년이 온다』를 발표한 후 어느 인터뷰에서 그녀가 한 말이다. 저 말이 단지 그녀가 채식주의자라는 사실만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극도로 민감한 감수성과 폭력에 대한 극한의 예민함이 작동하고 있어서, 나는 사람이 과연 저렇게까지 예민하고 섬세해질 수도 있구나를 생각하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엄격히 따지자면 놀랄 일이 아닐 것이다. 고기가 구워지는 모습에서조차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그런 소설을 쓸 수 있었겠나. 『작별하지 않는다』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그 비극을 직접 겪은 게 아니라 해도, 그는 마치 제 일처럼 힘겨워하고 있다.
우리의 주인공 ‘경하’는 친구 ‘인선’의 새를 구하러 제주도로 떠난다. 인선의 제주도 집에 홀로 남겨진 새 ‘아마’는 누군가 물을 주지 않으면 곧 죽을 것이다. 경하는 극심한 눈 폭풍을 뚫고 아마에게 가는 와중에 여러 번 죽을 위기에 처한다. 정말 그 새가 목숨을 걸면서까지 지켜야 할 존재인지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면서. “이해할 수 없다. 아마는 나의 새가 아니다. 이런 고통을 느낄 만큼 사랑한 적도 없다.”(152면) 그러나 우리는 경하에게 왜 아마를 구하러 가느냐고 묻지 않아도 이미 안다. 경하를 대신해 한강이 직접 대답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저는 불판 위에서 구워지는 고기를 보는 일도 힘겨울 때가 있어요.” 그렇다면 며칠째 물을 마시지 못해 조금씩 죽어가는 새를 상상하는 일이란, 그에게 또한 얼마나 큰 고통이었을까.
세상의 고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을 것이다. 나의 고통과 너의 고통. 이러한 이분법은 손쉽고 명확하다. 어떤 고통 앞에서 그것이 내 것이냐 타인의 것이냐를 따질 때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냉철한 판사가 된다. 만일 내 것이라면 그 고통은 과장되기 쉽겠고, 남의 것이라면 축소되거나 많은 경우 무시될 것이다. 요컨대 나의 고통은 타인의 고통을 간단히 압도한다. “바람이 몰아쳐 들어온다. 두통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내 마음은 차츰 마비되어, (…) 불안도, 구해야 할 새에 대한 생각도, 인선에 대한 마음까지도 통증이 예리하게 그어놓은 금 바깥으로 빠져나간다.”(122면) 새의 고통과 인선의 고통은 내가 직접 겪고 있는 맹렬한 추위와 두통 앞에 무력하다. 경하가 병원 로비에서 손/발가락이 절단된 사진을 바라보는 장면도 그렇다. 그 끔찍한 광경에서 “눈을 피하고 싶”(32면)었다거나 “정확히 보지 않는 편이 좋”(256면)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그가 타인의 고통이 자신의 고통을 넘어설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것만 해도, 고통은 언제나 충분하다. 타인의 고통까지 받아들일 공간이 우리 안에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한강의 소설은, 바로 이 질문에 대답하거나 혹은 반문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스스로의 고통만큼이나 타인의 고통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줄 아는 인물들이 여기 있다. 눈 폭풍 속으로 새를 구하러 가는 경하만 그런 것이 아니고 학살 증언 자료집과 관련 기록물을 수년간 모았던 인선의 어머니도, 그 기록물 속에 파묻혀 하루를 보내던 인선도, 그리고 학살당한 이들을 생각하며 가끔 멍하게 환상에 빠져 지냈던 그녀의 아버지도, 다들 절망적이고 뭔가에 실패한 삶을 살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적어도 그들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만드는 데에는 성공한 이들이다. 마치 그들이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의 고통은 내게도 고통스러워요. 그러니까 ‘제주 4 3’과 ‘보도 연맹 학살’ 사건은 그들의 고통이 아니라 우리의 고통이 되어야 한다고, 저 인물들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인간이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또한 대륙의 한 부분이라/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간다면/유럽 땅은 또 그만큼 작아질 것이며” 영국 성공회 신부 존 던이 썼다고 알려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한 대목이다. 사람이 죽으면 종을 울리던 관습에서 저 제목이 탄생했다. 이 시에서 존 던은 누가 죽었기에 종을 울리는가 궁금해하지 말라고 전한다. “어느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감소시키나니”라는 대목이 설명하듯, 누군가의 죽음은 곧 내 일부의 죽음이므로, 종은 바로 우리를 위해 울린다는 것. 이 유명한 시와 한강의 소설은 썩 닮아 있다. 나의 고통과 너의 고통이라는 순진한 분류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결국 살리지 못한 새를 보며 “새는 새였고, 나는 인간이었을 뿐일까?”(196면)라고 비정하게 묻는 일은 너와 나의 고통이 철저히 각자의 것에 불과하냐는 물음과 같다. 과연 그런가. 70년 전 그 섬에서,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겪었던 고통은 나의 것이 아닌가. 정말 그렇게 말해도 괜찮은 걸까.
작중 경하와 인선이 하려는 작업(아흔아홉 그루의 나무를 들에 심어 먹을 입히고 그 위에 눈이 쌓이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는 일)이 대답을 대신한다. 그들은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상업적 목적이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아니다. 그들은 고통받으려고 그 작업을 한다. 둘은 나무를 한 그루씩 심어 나갈 때마다, 거기에 먹을 칠해 나갈 때마다, 그리고 그 위에 눈이 한 송이씩 쌓일 때마다 고통받을 것이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억울하게 고문당했고 아무 이유 없이 총살당했는데, 도저히 그것과 무관한 삶을 살 수는 없다는 듯이, 마치 고통받는 것이 그들의 마땅한 의무인 듯이. 작품 2부에는 인물들의 입을 빌려 어떤 산속 바위에 대한 전설이 언급된다. 착한 일을 해서 혼자만 살아남게 된 여자가 있고 나머지 마을 사람들은 해일에 휩쓸려 죽는데, 이때 그녀에게는 산중턱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아야만 살 수 있다는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여자는 어김없이 뒤를 돌아봤고, 결국 그 자세 그대로 돌이 되어 버렸다는, 그런 전설.
이 전설은 타인의 고통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자유의 몸이 되어 살아가거나 뒤돌아본 채로 돌이 되거나. 그러고 보면 폭설이 내리는 밤의 숲속에서 눈 속에 둘이 함께 눕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이 소설의 결말은 뒤돌아본 대가로 돌이 되고 만 저 전설 속의 여자와 흡사하지 않은가. 경하와 인선은 망설임 없이 후자를 택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작중 경하가 말한다. “돌이 됐다고 했지, 죽었다는 건 아니잖아요?”(241면)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 상황이 오면 언제나 뒤를 돌아보겠다는 것이지, 돌이 되어 죽고 싶다는 게 아니다. 타인의 고통을 모른 척하고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이지 자신의 삶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그 아픔들을 영원히 안고 살아가겠다는 것이지 그 아픔 때문에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게 아닌 것이다.
신형철 평론가가 시인들의 책무란, “가장 먼저 울지는 못하더라도 가장 마지막까지 우는 일” (「천안함, J 선생님께」)이라 쓴 문장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까지 우는 자란 비극을 잊지 않거나 잊지 못하는 자다. 나의 고통 앞에 너의 고통이 잊혀지는 게 아니라, 너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만들어서 절대로 잊을 수 없게 하는 것. 그렇다면 뛰어난 작가란 오래 슬퍼하고 영원히 아파하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들이 약해서 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오랫동안 울 힘을 가진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이 무력하게 고통받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차라리 사력을 다해 고통받는다고 말해야 한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이 그렇고, 작가 한강이 그렇다. 그들은 얼마든지 더 울고 더 고통스러워할 준비가 되어 있다. 뒤돌아보다 돌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래야만 그 아픔들과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겠다는 것은 망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망각하지 않겠다는 것은 끊임없이 고통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 영원히 고통받으며 서 있겠다는 것은 처연한 체념이 아니라 결연한 의지다. 절단된 손가락의 봉합 수술을 받은 인선은 삼 분에 한 번씩 봉합된 자리에 바늘을 찔러 넣어야 한다. “중요한 건 피가 멈추지 않게 하는 거야. (…) 계속 피가 흐르고 통증을 느껴야 한대. 안 그러면 잘린 신경 위쪽이 죽어버린다고 했어.”(40면) 삼 분마다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는 인선의 처지가 왜 안쓰럽기보다는 감동적일까. 아마도 작가 한강의 모습이기도 할 그의 모습에서,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고통의 의무를 짊어진 자의 결연함을 본다. 무려 칠십 년이나 지난 일인가. 아니, 칠십 년 밖에 지나지 않은 일이다. 계속해서 통증을 느끼지 않으면 신경이 죽어 버린다는 저 말처럼, 우리가 제주도의 비극을 기억하며 계속 고통받지 않는다면 역사의 한 부분이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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