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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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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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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저 | 문학동네 | 2021년 07월 27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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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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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73.06MB 파일/용량 안내
글자 수/페이지 수 약 16.2만자, 약 5.3만 단어, A4 약 102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8895468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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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이 있다.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제5회, 제8회,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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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증조할머니, 할머니, 그리고 엄마를 거쳐 내게 도착한 이야기
그렇게 나에게로 삶이 전해지듯 지금의 나도 그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과거의 무수한 내가 모여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듯
지금의 나 또한 과거의 수많은 나를 만나러 갈 수 있을까

서른두 살의 ‘지연’은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희령’으로 떠난다. 희령 천문대의 연구원 채용공고를 본 건, 바람을 피운 남편과 이혼한 후 한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남편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는 지연은 도망치다시피 이사를 결심한다. 바닷가의 작은 도시인 희령은 열 살 때 할머니 집에 놀러가기 위해 방문했던 때를 빼면 가본 적이 없는 낯선 곳이다.
“‘나아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할 수가 없”는 시간을 보내며 희령에서의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주말, 지연은 집으로 돌아가는 언덕에서 한 할머니를 만난다. 지연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가끔 마주칠 때면 반가운 내색을 하던 분이었다. 오후의 햇살로 반짝이는 바다가 보이고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언덕 위에서 할머니는 뜻밖의 말을 꺼낸다.

“아가씨, 내 손녀랑 닮았어. 그애를 열 살 때 마지막으로 보고 못 봤어. 내 딸의 딸인데.”
할머니는 거기까지 말하고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손녀 이름이 지연이예요, 이지연. 딸 이름은 길미선.”
나는 할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할머니는 나와 우리 엄마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
우리는 언덕 위에 어색하게 서서 서로를 바라봤다. 할머니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는데, 나는 할머니가 처음부터 나를 알아봤다는 생각을 했다.
“할머니.”
내 말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이야.”

어떤 이유에선가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가 소원해진 탓에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나지 못했던 할머니는 그렇게 지연 앞에 나타난다. 지연은 할머니와의 재회에 어색해하고 어려워하면서도 “그런 감정들의 바닥에 깔린 엷디엷은 우애”를 신기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만남을 계기로 할머니의 집에 방문하게 된 지연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따듯한 분위기 속에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다가 사진 한 장을 건네받는다. 사진 속에는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두 여자가 미소 짓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은 놀랄 정도로 지연과 닮아 있다. 할머니는 그 여자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 사람이 바로 자신의 엄마라고. 그러면서 황해도 ‘삼천’에서 백정의 딸로 태어나 핍박받으며 살던 지연의 증조할머니가 어쩌다 양민의 자식인 증조할아버지와 만나게 되었는지, 어떤 삶을 살아내며 이곳 희령으로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밝은 밤』은 지연이 희령에서 새로운 생활을 이어나가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와 할머니에게 전해듣는 과거 시점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이 이야기 형식의 특별한 점은, 과거의 이야기가 할머니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풀려나오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에게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지연이 재구성한 것이라는 데 있다. 즉 193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증조할머니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현재의 자신에 이르기까지 백 년에 가까운 시간을 지연이 자신의 시점에서 꿰어나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게 『밝은 밤』은 두 이야기의 시간을 오가며 사진과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던 오래전 사람들을 구체적인 형상을 지닌 인물로 그려냄으로써 그들을 현재에 다시 살려낸다.

“사랑은 모욕이나 상처조차도 건드리지 못한 마음을 건드렸다.”
지금 나에게 이른 궤적을 거슬러올라가며 발견하는 사랑의 기원

“시간은 흘러가는 강물이 아니라 얼어붙은 강물”이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동시에 존재한다”고 여기는 전남편의 믿음과 달리, 지연의 재구성을 통해 되살아나는 이야기는 과거 또는 현재의 이야기로 고정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에 부드럽게 섞여든다. 백정의 딸로 태어나 누구에게도 환대받지 못하던 증조할머니가 ‘새비 아주머니’를 만나 처음으로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1930년대라는 시간을 벗어나 현재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연에게로 흘러들고, 팔순을 앞둔 할머니는 지연의 이야기를 통과하면서 주름이 깊게 패고 허리 굽히는 것을 어려워하는 나이든 노인이 아니라 “먹을 것을 투정하지도 않았고 젖니가 나는데도 보채지 않”는 순한 아기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난다. 그렇게 인물들은 현재의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수많은 ‘나’를 간직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는 ‘이야기’라는 점은, 소설이라는 형식에 대한 작가 최은영의 믿음과 애정을 확인시켜주는 듯하다. “네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니까, 새비 아저씨는 그만큼 더 사는 거잖아”라는 할머니의 말처럼 과거의 이야기는 증조할머니와 할머니, 엄마를 거쳐 지연에게 전해지며 계속 이어지고, 그렇게 여러 겹을 통과해 도착한 이야기는 현재 지연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일으킨다. 그러니 『밝은 밤』을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삶은 왜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최은영의 아름답고 진지한 대답이라고. 최은영은 소설이 지닌 고유의 힘을 깊이 신뢰하는 정공법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신중하게 내디디면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에게로 흘러가는 마음의 물길을 그려나간다. 책을 덮는 순간 완성되는 그 물길의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그 물길은, “그곳이 가시덤불”일지라도 아주 적은 사랑이 고여 있기만 한다면 그곳으로 흘러가리라는 것. 햇볕에 데워진 돌멩이를 만질 때 전해지는 온기처럼, 최은영이 발견해 우리에게 건넨 사랑은 이토록 따듯하고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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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최은영의 밝은 밤을 읽고 - 나 또한 누군가의 밤에 빛이 되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c* | 2022-10-24

지하철로 이동 중에 책 읽는 것을 즐겨하는 편이어서 "밝은 밤"을 읽을 때에도 다른 책들처럼 지하철에서 읽었다가 하마터면 사연 있는 사람처럼 비추어질 뻔했다. 책 속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의 삶을 들여다볼 때마다 참을 수 없는 화가 나 얼굴이 시뻘게지기도, 어떨 때는 울컥해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곤 하였으니 아마 왜 저러나 싶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완독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난만 가득 담긴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4대에 걸친 가족 내 여자들의 이야기가 고통에 버무려져 있긴 했지만, 다행히도 빛 같은 순간들이 있었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가 왜 책 제목을 "밝은 밤"이라고 지었는지 알 것 같았다.

 

1대인 증조할머니는 백정의 신분으로 일제 때 태어나 온갖 고생이란 고생을 다했고, 2대인 할머니는 사랑도 없는 사기결혼으로 인해 고통받았다. 3대인 엄마는 첫째 딸을 일찍이 세상에서 떠나보내야 했으며, 4대인 주인공 지연은 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이혼하고 그 이혼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부모를 마주해야 했다. 말 그대로 네 명 모두 어두컴컴한 밤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 제목이 ""이 아니라, "밝은 밤"이었을 수 있던 이유는 그래도 그들의 삶에 빛 같은 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데 증조모의 경우, 신분이 단지 백정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심지어 가장 가까워야 하는 증조부까지 증조모에게 살갑지 않았으니, 증조모의 삶은 한동안 달조차 떠있지 않은 시커먼 밤이었을 것이다.

심리학자 중, '해리 할로'라는 사람이 사랑의 본질을 알아보기 위해 '원숭이 애착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실험은 갓 태어난 원숭이를 엄마 원숭이로부터 분리한 뒤, 우유병이 있는 철사 모형의 엄마 원숭이 모형과 우유병은 없지만 따뜻한 천으로 만들어진 엄마 원숭이 모형이 있는 우리에 넣은 후 태어난 원숭이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심리학자들은 원숭이가 배가 고플 테니 우유병이 있는 철사 모형으로 만든 엄마 원숭이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결과는 달랐다. 새끼 원숭이는 우유병이 없음에도 천으로 만든 엄마 원숭이 모형에 집착하였다. 아기 원숭이는 천으로 만든 엄마 원숭이만을 계속 만지고, 그 모형에만 매달렸다. 이때 심리학자들이 깨달은 것은 사랑은 단지 배고픔을 해소해준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따뜻한 손길에서 생긴다는 것이었다.

증조부는 양민인 자신이 백정인 증조모와 결혼하여 증조모를 일본군인들로부터 구해낸 것이 증조모에게 세상에 없을 아주 대단한 자비와 사랑을 준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양민인 증조부가 백정인 증조모와 결혼했다고 해서, 증조부가 증조모에게 같이 살집 마련했다고 해서, 돈을 벌어다 줬다고 해서, 그것들이 증조모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포근한 눈빛이 된 것은 아니었으니 증조모의 삶은 절대로 밝은 밤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속에서 자신을 아껴주는 새비아주머니를 만난 뒤 증조모의 삶은 "밝은 밤"이 될 수 있었다. 새비아주머니는 증조모가 백정이던 아니던 신경 쓰지 않았다. 증조모라는 사람 자체를 아껴주었고, 사랑해주었다. 새비아주머니가 뭔가 엄청난 일을 해서 증조모에게 빛이 된 것이 아니다. 단지 증조모와 이야기를 나누고, 증조모가 한 밥을 맛있다고 해주고, 증조모를 보며 웃어주는 그런 행동, ,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새비아주머니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증조모의 삶을 밝은 밤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꼭 반딧불이 한 마리 한 마리가 모여 여러 마리가 되면 깜깜한 밤에도 밝은 빛을 내듯이 말이다. 나는 이에 대해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거의 20대 후반이 되어서 대학에 다시 입학하였다. 뭘 하고 싶은지 오랫동안 확신이 서지 않았고, 그랬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데 남들보다 늦게 걸렸다. 대학에 다시 들어갔을 때는 드디어 내가 하고 싶었다는 것을 찾았다는 것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열여덟 살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다행히 대학생활을 즐겁게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중 나와 항상 수업을 같이 듣는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도 이런저런 상황으로 인해 대학에 약간 늦게 들어와서 남들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나보다는 아직 훨씬 적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던 밝은 아이였다. 소설 속에 나오는 새비아주머니처럼 말이다. 이 아이는 나와 함께 밥도 같이 먹고 운동도 하고 공부도 같이 해주곤 하였다. 만약 대학에 들어갔는데 이 아이가 없었더라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아이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없었더라면, 아무리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고 해도 대학 생활하는 내내 힘들었을 것이다. 대학생활이 어두운 밤 같았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이 아이 덕분에 나이를 먹어서도 나름 즐거운 대학생활을 할 수 있었고,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생각보다 삶에 이렇게나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이처럼 새비아주머니의 행동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증조모에게는 꽤나 큰 빛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힘든 밤이 증조모 대에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이어서 2대인 할머니와, 3대인 엄마, 그리고 4대인 지연의 삶까지 어두움은 이어져갔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삶에 드리워진 어두움은 충분히 없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증조부가 자신의 가족에게 약간의 빛을 비쳐주었다면 말이다. 만약 증조부가 새비아주머니의 반딧불이 같은 행동을 하려고 마음먹었더라면, 그저 약간의 배려라도 했었더라면, 그저 자신의 부인과 딸을 조금이라도 귀히 여겼더라면, 적어도 어둠이 4대에 걸쳐 드리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증조모가 백정의 신분이었기에, 주위 사람들은 할머니를 보며 '백정의 딸'이라는 상처되는 말을 하였지만, 증조부는 '자신이 양민이니 너도 양민이다'라는 무심한 말만 할 뿐이었다. 무심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증조부는 할머니가 아들이 아니라 그런지 할머니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는 증조부의 사랑을 항상 갈구하였다. 다행히도 모든 사람이 할머니를 힘들게 한 것은 아니었다. 새비아주머니와 마찬가지로 새비아주머니 딸인 희자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같이 책도 읽고, 이야기도 하며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사랑 표현에는 서툴긴 하지만 그래도 명숙 할머니의 서툰 사랑까지 받으며 삶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쁨이 오래가지는 못하였다. 새비아주머니와 희자를 떠나 온 가족이 희령에 가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증조부의 중매로 떠밀리듯 남선과 결혼하게 되며, 할머니의 삶은 다시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남편인 남선은 증조부 같은 사람이었다. 자신이 꼭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정작 할머니에게 사랑을 주는 사내는 아니었다.

 

"그즈음 남선은 자주 친구들을 끌고 집에 들어와서 다 같이 담배를 피우며 대통령과 국회의원과 정당과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 격렬한 토론을 벌이곤 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덜 고통받고 더 잘 사는 세상을 꿈꾼다는 말을 하면서도 할머니의 발이 얼마나 부어 있는지, 가끔씩 배가 뭉칠 때마다 할머니가 얼마나 큰 두려움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말하면서 할머니가 벌어온 돈은 아무렇지 않게 앗아갔다. " -본문 중에서...

 

남선은 그저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지도 않으면서 목소리만 쩌렁쩌렁 큰사람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인 남선은 이미 결혼한 적이 있었으나, 그걸 속인 채 할머니와 결혼하였고, 남선이 남선의 원래 가족을 다시 만나자, 할머니에게는 진솔한 사과 한마디 없이 뒤도 안 돌아보고 할머니를 떠나버렸다. 심지어 증조부는 이 모든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를 남선에게 시집보낸 것이었다. 결국 할머니는 자신의 자식을 아비 없이 키울 수밖에 없었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사랑과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 일인데 할머니는 남편 없이 그 일을 해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결국 길남선도 나쁜 남자이지만 이 또한 증조부의 무심함으로 일어난 것이다. 만약 증조부가 할머니에게 약간의 애정이라도 있었으면, 할머니를 절대 길남선 같은 사람에게 시집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할머니의 삶이 그렇게까지 비참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증조부는 할머니에게 그만한 애정이 없었고, 결국 자식에 대한 충분한 애정 없는 증조부의 결정은 할머니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어둠 속에 갇히게 했다. 증조부의 생각 없는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엄청난 어둠을 몰고 오는 나비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삶이 어둠에 덮여있는 와중에도 할머니는 자신의 딸 미선이가 아버지인 남선을 미워하지 않길 바랬다. 그래서 할머니는 딸에게 거짓말을 했다.

 

"너희 아버지는 자기 가족이 전쟁통에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나에게 분명히 이야기했으니 나와의 결혼은 중혼이 아니라 재혼이었다.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가족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희 아버지는 우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너를 데려가길 원했지만 내가 요구해서 너는 나와 함께 살게 됐다.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부탁한 것도 나였다. 네가 혹여 아버지를 만나서 상처를 받게 될까 봐 두려웠다. 할머니의 말에 엄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국민학교 4학년 때의 일이었다." -본문 중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기에 종종 선의의 거짓말을 하곤 한다. 나 자신조차도 그럴 때가 있다. 하지만 선의의 거짓말도 결국엔 거짓말일 뿐이다. 자신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그 선의의 거짓말이 더 큰 비수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꽂혀버릴 때가 있다. 꼭 부메랑이 바람을 타고 돌아와 더 세게 강타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할머니는 자신의 딸을 너무 사랑하기에 그랬을 것이다. 할머니가 증조부에게 충분한 사랑받지 못한 것이 자신에게는 큰 상처였기에, 적어도 자기 딸은 자신이 아버지에게 느꼈던 그 얼음장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의 이러한 거짓말은 오해와 오해를 낳고, 결국 엄마 미선에게도, 할머니에게도 더 큰 아픔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거짓말 때문에 엄마 미선은 "행복하고 평범한" 가족을 만드는 것에 압박감을 느꼈고, 그 때문에 엄마는 할머니에게 결혼식 전에 모진 말을 했다. 자신을 그냥 아버지에게 보내지 그랬냐고. 그랬으면 다들 편했을 것이라고. 다행히 결혼식날 미선은 울면서 할머니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했고, 할머니는 그 말 한마디에 미선을 용서했다. 자식을 너무 사랑했던 부모이기에 가능한 용서였을 것이다.

 

그렇게 결혼식을 끝낸 후, 엄마 미선은 잘 사는 듯했지만, 이들의 삶에 불행이 닥쳐오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미선의 첫째 딸인 정연이가 죽었다. 딸의 죽음에 미선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할머니는 어쩔 줄 모르며 미선을 위로하려 했지만 오히려 그게 독이 되었다.

 

사람 명이 하늘에 달렸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냐고 했어. 미선이가 자꾸 자기 탓을 하니까,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는데……할머니는 그 말을 듣는 엄마의 표정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딸이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리란 걸, 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내밀고 있던 딸의 손을 자신이 내쳐버렸다는 것을. -본문 중에서...

 

할머니는 자신의 딸인 미선을 너무 아꼈기 때문에, 미선을 위해 한말이었지만, 미선은 자신의 사랑하는 자식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할머니를 용서 못한 것이다. 여기서 부모와 자식의 차이를 볼 수 있었다. 앞서 미선은 할머니에게 상처가 되는 말인 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하여 할머니 마음에 상처를 냈었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할머니는 미선을 용서하였다. 하지만, 할머니가 한 말은 미선에게 어떻게 해서든 위로가 되려고 했던 말인데 미선은 그것이 자신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랜 시간 동안 할머니를 용서하지 않았고, 할머니에게 찾아가지 조차 않았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는데, 할머니와 미선을 보며 많이 느낀 것 같다. 부모인 할머니는 미선을 너무 사랑하기에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웠지만, 자식인 미선이 부모인 할머니를 쉽게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 꼭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다행히도 지연으로 인해 할머니와 미선의 갈등, 그리고 지연과 엄마 미선의 갈등이 해소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할머니가 희령에 내려온 지연에게 담담하게 증조모와 본인 그리고 지연의 엄마의 얘기를 하자, 지연은 엄마가 지금까지 어떤 기분으로 살아왔는지 완벽히는 아니지만 적어도 전보다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지연은 자신이 이혼한 것에 대해 엄마가 자신의 편을 안 들어주는 것이 속상하고 마음 아팠지만, 결국 엄마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언니의 죽음에 대해 왜 자꾸 말하지 않으려 했는지, 왜 그렇게 행복하고 평범한 가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는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엄마 미선과 딸 지연이 한바탕 싸움을 하고 모진 말로 칼 같은 말로 서로를 겨누긴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봇물같이 터져 나온 그들의 진실된 속마음은 오랫동안 묵혀왔던 그들의 오해와 갈등을 풀기에 충분했고, 다시 서로를 사랑하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4대에 걸친 그들의 어두웠던 밤은 이제는 더 이상 어두운 밤이 아닌 "밝은 밤"이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당연히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서로가 서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에. 이제는 서로를 사랑하려면, 서로에게 빛이 되려면 서로에게 솔직한 마음을 꺼내보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기에. 그렇기에 지금까지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서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시간은 잊고,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은 아쉽지 않게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에게 솔직하면 될 테니. 그러면 어두운 밤에 여러 반딧불이가 빛을 내어 밝은 밤을 만드는 것처럼, 따뜻한 말 한마디, 포근한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그들의 삶에도 환한 빛이 깃들어질 테니.

 

이 소설에서 나온 4대에 걸친 가족 내 여자들을 보며 우리도 이렇게 서로에게 빛을 내는 반딧불이가 되면 조금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요즘에 접하는 정치뉴스던 연예뉴스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관대하지 못하다. 자신과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댓글에 할 말 못 할 말을 적어놓고, 자신보다 잘난 사람이 보이면 추악한 질투를 보이며 찍어내리기 바쁘고,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자신은 고고한 척 온갖 욕설을 다 적어놓는다. 그렇게 흉악한 말들은 결국 어떤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어떤 사람들의 마지막 잎새처럼 남아 있는 작은 희망까지 빼앗아가 버리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들 싸움닭이라도 된 것 서로에게 대립하기 바쁘다. 여자와 남자가 싸우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싸우고,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싸우고, 우파와 좌파가 싸우고,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기에 바쁘다. 그런 대립은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그저 불특정 다수를 더 고통 속으로 몰아낼 뿐이다. 소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해주는 건 뭔가 엄청나게 힘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굉장히 별것 아닌 것 같은 소소한 행동과 말들이 상대방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분란을 없앤다. 그래서 나는 다짐해본다. 별것 아닌 것 같은 행동을 해보기로. 그리고 부디 그 별것 아닌 것 같은 행동이 누군가의 밤에 빛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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