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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남궁인 | 문학동네 | 2021년 07월 12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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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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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07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34g | 120*205*16mm
ISBN13 9788954681025
ISBN10 89546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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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이슬아와 남궁인이 주고받은 편지들] 성별도 나이도 작가로서 걸어온 길도 너무나 다른 이슬아, 남궁인 두 작가가 주고받은 서간 에세이. 절교의 위기로 시작된 편지는 서로에게 펀치를 날리며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넘친다. 드넓은 오해의 바다에서 이해를 찾아 우정을 시작할 수 있을지. 지금껏 보지 못한 두 작가의 완벽한 조합. - 에세이 MD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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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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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일간 이슬아]를 발행하고 헤엄출판사를 운영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10대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 지은 책으로 에세이 『일간 이슬아 수필집』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심신 단련』,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 서평집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등이 있다. 글을 쓰고 만화를 그린다. 누드모델, 잡지사 기자, 글쓰기 교사 등으로 일했다. 2013년 데뷔 ...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일간 이슬아]를 발행하고 헤엄출판사를 운영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10대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 지은 책으로 에세이 『일간 이슬아 수필집』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심신 단련』,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 서평집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등이 있다.

글을 쓰고 만화를 그린다. 누드모델, 잡지사 기자, 글쓰기 교사 등으로 일했다. 2013년 데뷔 후 연재 노동자가 되었다. 여러 매체에 글과 만화를 기고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늘 어떤 플랫폼으로부터 청탁을 받아야만 독자를 만날 수 있었던 이슬아는 어느 날부터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연재를 시작했다. 2018년 2월 시작한 시리즈의 제목은 [일간 이슬아]. 하루에 한 편씩 이슬아가 쓴 글을 메일로 독자에게 직접 전송하는 독립 연재 프로젝트다. 그는 자신의 글을 읽어줄 구독자를 SNS로 모집했다. 한 달 치 구독료인 만 원을 내면 월화수목금요일 동안 매일 그의 수필이 독자의 메일함에 도착한다. 주말에는 연재를 쉰다. 한 달에 스무 편의 글이니 한 편에 오백 원인 셈이다. 학자금 대출 이천오백만 원을 갚아나가기 위해 기획한 이 셀프 연재는 3년째 진행 중이다. 어떠한 플랫폼도 거치지 않고 작가가 독자에게 글을 직거래하는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이슬아는 독립적으로 작가 생활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반년간 연재를 지속한 뒤 그 글들을 모은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같은 해 10월에 독립출판했다. 매일 달리기를 하고 물구나무를 선다. 애니멀호더에게 방치되어 사람을 두려워하게 된 개 ‘슬이’와 일대일 결연을 맺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취득, 현재 이대목동병원 임상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읽기와 쓰기를 좋아해 그 틈바구니 속에서도 무엇인가 계속 적어댔으며, 글로 전해지는 감정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믿는다.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 - 읽어본다』를 썼다. 『그는 가고 나는 남아서』, 『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 『내가 너의 첫문장...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취득, 현재 이대목동병원 임상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읽기와 쓰기를 좋아해 그 틈바구니 속에서도 무엇인가 계속 적어댔으며, 글로 전해지는 감정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믿는다.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 - 읽어본다』를 썼다. 『그는 가고 나는 남아서』, 『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나의 복숭아』 등의 책을 함께 썼고, 『an usual 언유주얼 (격월간)』 등의 앤솔러지에 종종 참여했다.

누군가의 안온한 하루는 곧 누군가의 지독한 하루이기도 하다. 매일 밤 응급실은 예기치 못한 불행을 겪은 사람들로 붐빈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그 불행을 하나도 피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 현장에서 숱한 하루를 버텨낸 의사의 목소리를 이 책에 담았다. 여기 담긴 기록은 매일의 비극을 똑똑히 목격하고 마치 참회하듯 써내려간 글들이다. 결국 예고 없이 닥치는 운명의 가혹함을 인간의 힘으로 이겨내지 못했을지라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독한 하루 앞에 지독하게 저항하는 인간의 간절함이 여기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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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문학동네에서 우리 시대 별처럼 빛나는 작가들의 왕복서간을 엮는 서간에세이 시리즈 ‘총총’을 시작한다. 그 신호탄을 쏘는 작가는 에세이스트 이슬아×남궁인이다.
흔히 서간에세이라 하면 신뢰와 호감으로 연결된 두 사람이 서로의 일상과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점점 가까워지는 구도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슬아, 남궁인 이 두 작가는 초장부터 절교 위기를 맞으며 편지를 시작한다. 큰 배에서 처음 만나 동료작가로 교류하던 그들 사이엔 드넓은 오해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이슬아 작가는 다정하고 훈훈한 인사말과 서로에 대한 격려와 예찬이 아닌, 대찬 ‘선빵’을 날리며 편지를 시작한다.

이 편지를 읽고 선생님이 저랑 절교할까봐 두렵습니다. 하지만 만약 답장을 주신다면 그때부터 우리는 더 좋은 우정의 세계에 진입할 것입니다. (…) 그럼 활시위를 당겨보세요. 과녁은 저입니다. 닷새 안에 답장이 없으면 절교하자는 뜻인 줄로 알겠습니다.
_이슬아, ‘멋지고 징그러운 남궁인 선생님께’ 중에서

이에 세간에서는 한때 힙합신을 달구었던 ‘컨트롤비트’ 디스전 사태가 문학계에서도 재현되는 것이냐는 농담마저 떠돌았다. 수신자인 남궁인 작가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독자들을 일제히 동공지진, 안구진탕 상태에 빠뜨리며, 서간에세이의 문법과 관습을 뒤집어엎은 이 편지는 과연 어디로 흘러갈까?
절교할 것인가, 반박할 것인가. 답장을 안 쓰면 쪼잔해지고, 답장을 쓰자니 궁색한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남궁인 작가는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까.
이 양단간의 갈림길에서 남궁인 작가가 정확히 닷새 만에 답장을 보내면서, 이 서간문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다. 이슬아 남궁인 작가의 이 파격적인 서간에세이는 2020년 연말부터 2021년 5월까지 문학동네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성별도, 나이도, 인생 궤적도, 작가로 데뷔한 루트도, 너무나 달라서 도리어 서로 할 말 없을 것 같은 이 두 사람은 어쩌다 편지를 쓰기 시작하고, 편지 상대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마음까지 들었다 놓았다 돌풍을 일으켰을까?
처음에 이 편지를 안구진탕 사태로 지켜보던 일부 독자들은 ‘둘이 사귀는 거 아니냐?’ 아니면 ‘대체 왜 이러는 거냐?’ 라는 물음표를 띄웠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둘이 대판 싸웠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그것은 사실일까?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오해가 있었고, 그들의 오해는 끝내 해소되었을까?
이것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두 남녀 에세이스트의 문장과 웃음의 배틀―
서로 겹치는 데라곤 티끌만큼도 없을 것 같았던 두 우주가 만나 스파크를 일으키고, 웃음과 눈물의 끝까지 달려가고, 놀리고, 사과하고, 반성하고, 위로했다가, 다시 호쾌하게 뒤통수를 치며 쉴새없이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내는 한바탕 문장의 장관이다.
관람 전 ‘사방으로 진동하는 안구’를 붙잡을 각오 정도는 해두시길 당부한다. 이 편지 곳곳에서 당신은 느닷없는 펀치를 얻어맞고 웃거나 울게 될 테니까.

작가님의 편지를 응급실에서 처음 읽었습니다. 가슴이 쿵쾅거렸고 호흡이 가빠왔습니다. 그 편지에는 “동공에 미동도 없으실 테지만”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제 눈동자는 흡사 월미도 디스코팡팡처럼 돌고 있었습니다. 의학용어로 안구진탕이라고 합니다. (…)
문득 남을 생각하다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서간문의 본질임을 직면합니다. 작가님은 적어도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입니다. 응급실에서 안구진탕에 시달리던 새벽 “나를 생각해주어 고맙습니다”라고 보낸 것은 그 까닭입니다.
_남궁인, ‘여러모로 징그러운 이슬아 작가님께’중에서


오해의 바다에서 이해를 구하다
너무도 다른 두 작가의 대결과 조우


두 작가가 있다. 아무런 간판도, 울타리도, ‘빽’도 없이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창작을 병행하다가 어느 날 독자들과 직거래 방식으로 글을 직접 판 패기의 여성 작가 이슬아. 그리고 명문의대를 졸업한 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되어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사고의 중심에 서서 의학이 들려주는 진실과 인간적인 슬픔과 분노가 버무려진 탁월한 글들을 발표해온 작가 남궁인.
두 사람은 요즈음 가장 각광받는 에세이스트들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누가 봐도 다른 점이 더 많다. 그런데 이들은 사실 오해는 이슬아와 남궁인 둘 사이뿐만 아니라, 사실 독자들과도 있었다는 듯 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표정과 문체를 드러내 보인다.
어른스럽고 세심하며 부지런하고 속 깊은 젊은이처럼 보이던 이슬아 작가는 이 서간에서는 주머니에 손 하나 찌르고 한쪽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린 채 할 말 다 하는 괴짜처럼 쓴다. 편지 속 이슬아는 짓궂다 못해 괴상할 만큼 호기로운 자세로 ‘잘나가는 의사 양반’에게 쩌렁쩌렁 불호령을 내리면서 독자들을 웃긴다.

남궁인 선생님과의 이인삼각은 대충 상상해봐도 너무 웃기는군요. 우리는 잘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키와 보폭이 차이 나는데다가 어깨동무를 하기에도 어색하고 허리에 팔을 두르기에도 어색한 사이니까요. 하지만 만약에라도 그런 순간이 온다면 제 안에서 뜨끈뜨끈한 승부욕이 발동할 게 분명합니다. (…) 주도권을 5:5로 나누면 아름답고 공평하겠지만 이인삼각은 그런 게임이 아닙니다. 서로 너무 배려하면 죽도 밥도 안 되죠. 둘 중 한 사람이 치고 나가야 합니다. 더 용감한 사람의 맹렬한 기세를 덜 용감한 사람이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 이인삼각의 필승 비결입니다. 우리 둘의 사회적 지위와 나이, 지정 성별, 체구, 연봉 등을 고려해봤을 때 선생님보다는 제가 치고 나가는 것이 밸런스가 맞습니다. 저의 기세를 그저 겸허히 따르십시오. 혹시나 진짜로 발목을 묶게 된다면 말입니다.
_이슬아, ‘간혹 스텝이 꼬이는 남궁인 선생님께’중에서

한편, 그간 책뿐만 아니라 뉴스와 시사 프로 등에서 긴급하고 진중한 사안으로 만나던 의사 남궁인은 이 서간문에서는 ‘남궁상’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별칭을 얻는다. 지금까지 아동학대, 코로나, 죽음 등 세계의 더없이 잔인하고 혹독한 것들에 맞서왔음에도, 그는 이슬아라는 적수 앞에서만은 의사가운을 곱게 벗어 한쪽에 개어놓은 뒤 공손하게 불호령을 듣는다. 어쩔 줄 몰라 하며 정성껏 사과하고, 궁상맞고 부끄러운 자신의 지난 시절과 흑역사를 자발적으로 고백하기도 한다. 어느 면으로나 사회에서는 꾸짖음이나 불호령 당할 일 한번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 번듯한 의사 작가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못남과 부족함을 인정하고 돌아보고 사과하는 장면은 낯설면서도 반갑다. 한 사람이 지위와 나이와 그 모든 관습과 고정관념을 던져버리고 가슴과 귀를 한껏 열어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을 낮추어 상대를 존귀하게 만들며, ‘우리’의 이야기를 다져나가는 것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 전복과 의외성이 역설적으로 둘의 완벽한 케미를 만들어낸다.

그는 구린 걸 구리다고 매우 능숙하게 말하는 사람입니다. 저라고 구린 게 구린지 모르는 사람은 아
니지만 늘 입 밖으로 내기에는 망설여졌습니다. 그러면서 혹여나 누군가 제 구림을 꾸짖을까봐 항상 전전긍긍하며 살았습니다. 저는 얼마나 저와 제 문장이 치열하게 구린지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의 글에선 나이 많은 남성이 쓴 문장의 구림이나 행실의 어색함을 신랄하게 꾸짖는 대목이 자주 나옵니다. 저는 그때마다 실소하면서도 혹시 그 대상이 내가 되지 않을까 두려웠습니다. 갑자기 호흡이 가빠집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앞에 선 저는 꼼짝없이 유죄 판결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슬아의 꾸짖음을 달게 받을 작정으로 서간문을 시작합니다. 글이란 내가 얼마나 구린지 본격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용기를 내 자모를 맞추고 문장을 만들어 자신을 변호하는 것입니다.
-남궁인, 프롤로그 중에서


삶과 죽음이 얽혀서 추는 탱고 같은 서간
슬며시 드러나는 맨얼굴과 새로운 표정들


에세이라는 장르를 주 전공으로 하는 것은 같지만, 이슬아와 남궁인의 글쓰기도 사실 거의 대척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바빠도 데이트는 챙기며’. 스스로 ‘몸도 마음도 창창한 느낌’이라 고백하는 이슬아는 명백히 ‘삶의 작가’이다. ‘벌어야 할 돈과 이뤄야 할 야망과 아직 모르는 쾌락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는’ 이 삶이 좋아서, 그는 매일매일 다시 태어나 〈일간 이슬아〉를 발행한다.
반면 남궁인은 출근하자마자 눈앞에 들이닥친 죽음을 막아내야만 하는, ‘죽음과 가까이 있는 작가’ ‘죽음을 기록하는 작가’이다. 수많은 생명들이 부질없이 죽어가기 직전에야, 혹은 죽어서 찾아오는 응급실에서 남궁인은 ‘제발 살아 있으면 안 되겠냐’고 발을 구르며 뛰어다닌다. 하지만 한 생명을 죽음에서 삶 쪽으로 끌어오는 일은 쉽지 않고, 그는 자주 실패하고 절망한다.

계속 이겨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대체로 패배하고 가끔 승리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다시 패배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래서 삶은 눈물나는 일입니다. _남궁인, ‘힘센 이슬아 작가님께’ 중에서

남궁인 작가는 ‘어떤 죽음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영영 행복하기 어려울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때는 분명 자신도 죽으려 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이에 ‘삶의 작가’는 매일 죽음들 가운데서 분투하는 작가에게 슬며시 이런 응원과 위로를 건넨다.

선생님은 분명 죽으려 한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때 진짜로 죽지는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이 편지를 쓰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저는 남궁인 선생님이 살아 있는 게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편지를 기다리고, 읽고선 따박따박 따지고, 그러다 사과하고, 하나의 글 안에서 여러 인격을 들키고, 놀리고, 조롱하고, 걱정하고, 선물하고, 소중한 이야기 중 하나를 꺼내놓고, 그에 따르는 슬픔도 덧붙이고, 금세 농담을 하고, 편지를 보내고, 또다시 답장을 기다립니다. 선생님이 살아 있어서요. (…) 선생님은 저보다 9년 먼저 태어났는데 가끔은 90년 넘게 산 것처럼 지쳐 있습니다. 너무 많은 고통과 죽음을 봐서 그런 것 같습니다. (…) 그 모든 선생님의 일부를 목격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저에게 선생님은 아주 복잡한 의사 겸 작가이고 가능성의 수호자입니다.
_이슬아, ‘간혹 스텝이 꼬이는 남궁인 선생님께’중에서

그리고 죽음을 막아내느라 지쳐 있던 작가도 잠시 삶의 온기와 빛 속에서 수줍게 미소 짓는다.

제가 정말 사랑하는, 돌도 지나지 않은 조카의 사진을 훔쳐봅니다. 사랑하는 남동생의 어린 딸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자주 보러 가지 못해 아직 삼촌을 보고 웁니다. 아이는 삼촌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조카를 안고 있는 사진 속 둘은 닮았지만 제 얼굴에는 어마어마한 세월의 더께가 덮여 있습니다. 가끔 옛날 사진을 뒤지다 발견하는 ‘당시에도 나이가 많이 들었던’ 전형적인 삼촌의 지치고 풍파에 시달린 얼굴입니다. 하지만 정수리에서 풍겨오는 아이의 냄새를 떠올리며, 한 팔에 안을 수 있는 작은 몸을 기억하며, 모든 것을 다 먹여주며 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미중년 남궁인의 시대는 그다지 꿈꾸지도 바라지도 않습니다. 지치고 평범하고 약간 지혜로운 삼촌이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살아 있어야겠습니다.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도록, 작은 아이가 커서 삼촌의 부끄러운 투쟁을 엿볼 수 있도록요.
_남궁인, ‘라떼를 엎어버리는 불호령의 왕 이슬아 작가님께’ 중에서

한편, 3월 8일 여성의 날에 쓴 편지에서 이슬아 작가는 자신은 여자이고 남궁인은 남자라는 부동의 사실 앞에서 두 사람이 편지로 할 수 있는 농담과 쓸 수 있는 단어들도 현격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그리고 남궁인은 남성으로서의 자신이 그에 대해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임을 겸허하게 수긍한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의 직접경험만으로는 영원히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에, 남궁인은 고통의 한복판에서 고통을 공부하는 연구자가 되었다.
남편에게 칼을 맞아 응급실로 왔음에도 남편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여성에게 비단 의료적인 처치만이 아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쓰는 의사 남궁인은, 영원히 알 수 없는 일들, 몰라도 ‘괜찮은’ 무수한 사건들 가운데서도 더 알기 위해, 살리기 위해, 다가가기 위해 애쓴다.
이 밖에도 데뷔작의 신선함과 충격을 넘어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퍼올려야만 하는 에세이스트의 난감한 운명과 그럼에도 갱신, ‘갱갱갱신’을 이어가기 위해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한 두 사람의 고민과 대화, ‘작가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 폐소공포증이 있는 이슬아 작가와 범불안장애를 갖고 있는 남궁인 작가의 비슷하고도 다른 이야기가 핑퐁처럼 오간다.
이 복닥거림 속에서 두 작가는 결국 새로운 우정을 결의하며 끝나야 자연스러울 터이지만, 이슬아의 마지막 편지에는 뼈가 있었고, 이 편지는 연재 당시 온라인상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첫 편지만큼이나 충격적인 이슬아 작가의 마지막 편지와 끝까지 용기를 내 ‘자모를 맞추고 문장을 만들어’ 두 사람의 묻힐 뻔한 기억을 복원해낸 남궁인 작가의 감동적인 답장은 이 책의 백미다.


멋지고 징그러운 남궁인 선생님께
‘닥침의 미덕’을 설파하는 불호령의 왕 이슬아 작가님께
…그리고 누군가의 오해이자 이해일 당신에게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여성과 남성은, 나이 차가 꽤 나는 두 사람은, 모범생과 이단아는, 흙수저와 금수저는, 문과와 이과는 서로 안 맞게 마련이라고. 말이 안 통하고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다고. 그래서 소통 불가능하며 진짜 친구는 될 수 없다고. 그러나 여기, 너무도 달라서 사람들이 서로 편지를 쓰는 것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두 작가가 있다. 두 작가는 세상이 손쉽게 구분해놓은 선과 경계를 폴짝 뛰어넘어 서로를 향해 말을 걸었다. 서로 격렬하게 맞짱 뜨다가도 나란히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한 권의 서간집을 만들어냈다.
친할 법한 사람들끼리 만나 예의 바른 웃음과 체면치레를 한 뒤 ‘뒷담화’하고 딴생각하는 표백된 관계가 아니라, 저 사람들 왜 친하게 지내지 싶은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거침없이 ‘앞담화’하고 경계 없이 대화하면서 몰랐던 것을 알아가고 듣고 배우는 것. 그것이 결국 이슬아 남궁인이 다다르고자 한 새로운 우정의 세계가 아닐까.
남궁인 작가는 이 서간집의 초판을 펴내면서 우리 모두가 실은 누군가의 오해이자 이해일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이슬아 작가 역시 잊을 수 없는 문장을 책에 새겼다.

“우리 사이엔 늘 오해가 있고 앞으로도 그럴 테죠. 서로를 모르니까요. 오해는 흔하고 이해는 희귀하니까요. 우리의 우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수시로 맞닥뜨리는 그 흔하고 넓은 오해의 바다에서 진주처럼 작고 반짝이는 이해를 찾아나서는 여정의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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