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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6년 10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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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5쪽 | 470g | 146*210*30mm |
ISBN13 | 9788954602280 |
ISBN10 | 89546022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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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이기호 소설을 읽는 그 순간, 시작부터 즐겁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때론 너무나 가벼운 주제인 듯 다루는 그의 능력은, 특이한 발상 특이한 구성으로
시작되고, 또 가볍게 끝나는 듯하지만, 많은 것을 담고 느끼고 생각해야 하는, 가볍지만 무게를 지닌 소설이다.
나쁜 소설 - 누군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 는 해설에서도 설명했든, 결국 소설을 읽는 '나' 가 소설속의 '나' 가 되어서, 소설을 이야기 하다 결국 소설을 만들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런 복잡한 구조를 그는 자세한 소설속 '나'의 묘사와 행동을 통하여 때론 우스꽝스럽고 코믹스럽게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의미를 한 층 생각해보면 복잡하기도 하고, 또 본질적인 '소설' 과 '작가' 와 '독자' 와 '서술'이라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가장 인상적인 소설이었던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 역시 소설의 '필연성' 이라는 특징에 반기를 드는 '우연성'을 주제로 하고 있다. 소설이란 필연적인 있을법한 이야기 라는 소설의 본질적인 의미를 뒤집고, 소설이 혹은 우리의 삶이 필연적이지 않음을 증명하는 이야기를, 주인공 '나'가 린치를 당하는 과정, 그리고 그 조서를 쓰는 육하원칙의 과정과, 계속 겹쳐지는 우연을 통해 '우연'이 존재함을 나타낸다.
그리고 결국 그의 가볍고 때론 우습게 느껴지는 '소설' 과 '소설가'는 수인 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소설가는 누구이며, 소설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연결된다. 나라가 없어진 상황. 모든 것이 없어진 상황 속에서 '소설가'의 존재와 위치는 어디인가? 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 또한 웃을 수 없는 혹은 실소가 나오는 상황속에서 본질적 혹은 그 뒤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가려 한다.
그의 소설은 그가 쓴 순간 완결된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가 쓰고 독자가 읽고 상상하고 생각함으로써, 독자들의 이런 작은 생각들이 작용할 때, 그의 소설도, 소설가 이기호라는 평가도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을 통해서, 그는 말하고 있다.
제발 상상좀 하고 살아라.
지금이라도 당장 뛰쳐나가 눈앞에 보이는 아무 땅이나 파보아라 지상에서부터 약 십오센티미터 정도만 파고 내려가면, 그곳에 당신이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당신이 상상치도 못했던 , 씨감자가 싹을 틔우고 있을 테니. 주변이 온통 시멘트 천지라고? 철물점에 가서 시멘트를 깨부수는 망치를 사라, 이 친구야. 시멘트 밑에 뭐가 있겠는가? 제발 상상 좀 하고 살아라.
이기호의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의 한 장면이며, 내가 헛헛한 웃음을 짓고 생생하게 기억하는 문장 중 한 단락이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 ‘I knew if I stay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에서 따온 제목에서부터 심상치가 않더니 그의 책속 이야기들은 아이러니와 웃음과 울음의 그 어디쯤인 경계 지을 수 없는 모호함을 담고 있다.
나는 항상 단편모음집을 읽고 나면 독후감을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로 항상 갈팡질팡하게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는 내 이럴 줄 알았지라며 혀를 끌끌 차며 슬그머니 스리슬적 넘어가게 되곤 한다. 한 권 속에 담긴 여러편의 이야기들을 정리 하는 것도 어렵고 귀찬고, 길이도 길어 질 듯도 하고 어느 편은 좋았고 어는 편은 벨로었고를 적는 것도 장편 한권을 읽고 독후감을 쓸 때 보다 책을 뒤적이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 또한 귀차님즘의 산 증인인 내겐 좀 말 그대로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헌데 이런 귀찮음을 무릅쓰고서라도 꼭 한번쯤 독후감을 써보고 싶다라는 의지를 불태워준 책이 이기호의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이다. 독후감을 쓰려고 결국 책을 다시 속독으로 휘릭휘릭 넘겨보기 까지 했느니 내가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긴 했구나 싶다.
화자를 당신으로 설정하여 누군가에게 소설을 읽어 주길 권하고 있는 <나쁜소설>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 줘야 할 것 같은 사명감에 불타던 주머니속에 달랑 이백원 뿐인 주인공은 자신의 주변에 자신이 글을 읽어주면 차분이 들어 줄 이 하나 없음을 알게 되고 결국 모텔방에서 엄마의 카드로 직업여성을 불러 들여 그녀에게 글을 읽어 주길 시도한다.
난 생 처음 접하는 류의 글이었고 마지막에서는 나도 모르게 히히히 거리면서 웃고있다가 문득 내가 글을 읽어 주면 끝까지 들어줄 사람이 내 옆에는 몇이나 있는가를 곱씹어 보게 만들기도 했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의 경계를 넘어 보라고 은근히 나를 부추기던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 흙>은 군인출신 아버지가 집 뒷마당에 파놓은 방공호에 갇힌 주인공이 굶주림에 지쳐 흙을 먹기 시작해 결국 맹인소녀에게 흙을 먹게 하는 실험을 감행하는 이야기이다. 맨 위에 써놓은 제발 상상 좀 하고 살아라. 라는 문장이 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조건 적인 타성에 젖어 ‘아니다’와 ‘안 된다’를 입에 달고 사는 나 혹은 지금의 현대인들에게 일갈하는 듯한 문장으로 보였고,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할 씨감자가 싹을 튀우는 세상에 대해 새삼 상상력을 동원하게 만들었으며 마지막 반전이 머릿속을 강타할 때는 오!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기까지 한다.
없는 자가 있는 자에게 빌붙어 먹으려다 오히려 역공세를 당하게 되는 <원주통신>은 ‘그럼 글치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라는 불변의 진리와 더불어 거짓말하고 살지 말자라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어릴 적 박경리 선생의 친척이라고 심한 구라를 치고 다니던 주인공이 그 거짓말로 인해 친구의 ‘토지’라는 룸살롱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거나하게 얻어먹은 것이 화근이 되어 친구의 룸살롱 '토지'의 영업허가를 위해 박경리 선생의 집을 양주 한 병을 달랑달랑 들고 찾아나서는 처량 맞은 주인공의 이야기다. 이기호의 상상력에 다시 한번 놀라게 만드는 글이었다. 그리고 이기호에의해 새롭게 탄생된 서희와 길상이를 보며 난 또 얼마나 웃엇는지 모른다.
두 가지 버전으로 된 <당신이 잠든 밤에>의 주인공들의 이름은 ‘시봉’과 ‘진만’. 그 둘은 가련한 거리의 밑바닥 생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아마 그들의 이름은 원래 좀더 격한 어떤 표현에서 왔을 것이다. 공갈자해단이 되어 차 앞에 뛰어 들기로 마음먹지만 결국 비만 쫄딱 맞고 어린 것들에게 집단 구타나 당하더니 쪽파 한 단 때문에 우유팩에 얻어맞고 결국 아프고 지친 몸을 이끌고 쓸쓸히 돌아서는 그들의 이야기는 나를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기묘한 표정을 자아내게 만든다. 마치 주성치의 시끌벅적한 영화 한편을 보고 난 후에 짓게 되는 아이러니로 가득 찬 웃음을 생각나게 한다고나 할까?
그리고 국기게양대 로망스에서 시봉은 공갈자해단이 아닌 국기를 훔치는 좀도둑으로 전업을 하고 어느날 작업(?)중 국기게양대와 사랑에 빠진 이들과 더불어 국기게양대에 대롱대롱 매달려 국기게양대와 입맞춤을 하게 되는 촌극을 벌이게 된다.
국기게양대에 매달려 사랑을 속삭이고 부옇게 밝아오는 여명을 바라보는 3명의 가련한 매달린 불안한 영혼들을 비추는 여명이 한없이 쓸쓸하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난 회사 본부동 앞의 국기게양대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소설가란 어떤 존재 인가에 대한 이기호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던 <수인>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불후의 명작을 위해 강원도 깡촌에 들어 앉아 소설을 집필하는 사이에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된다. 남한은 붕괴되었고 사람들은 여러 나라로 이민을 가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인터뷰어에게 증명해야만 한다. 소설가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를 증명해야 할 때 이기호는 어찌 해야 하는 가를 고민했던 듯 하다. 소설가는 어찌하여 소설가인가? 자신의 존재 증명을 위해 시멘트벽을 곡괭이질로 파나가는 그의 유일한 희망은 교보문고 구석진 곳에 아직 있을지 모르는 단 한권의 그의 책이다. 책을 위해 벌이는 소설가의 사투. 그리고 인터뷰어의 빈정거림은 이기호의 고민을 드러내주는 듯 하여 정말 인상적이었다.
또한 나는 왜 소설을 읽는 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소설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은 내가 변화하고 싶기 때문일것이다. 내가 가장 듣기 싫은 말 중에 하나가 바로 ‘너 답지 않게 왜 그러냐?’라는 표현이다. 마치 내가 어떤 고정 된 이미지인 양 ‘나 답다’라는 표현은 끈임 없이 변화하고 앞으로 가길 원하는 동적인 존재인 나를 마치 핀업걸 마냥 정지한 이미지로 치부해버리는 가장 폭력적인 말로 나를 상처 입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고 접하게 되는 사건, 사고, 각종 인물들이 나를 끈임 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행위가 나를 변화시킨다라고 생각하기에, 난 지금 소설을 읽으며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란 의문을 수인은 불러일으키며 나를 좀더 복잡한 사고 속에 가두어 버리기도 했다.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든 정말 무섭게 읽은 <할머니,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는 한국식 살풀이를 이기호식으로 풀어낸 단편이다. 6.25때 나와 닮은 조카를 아궁이에 숨긴 할머니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의 진실을 고모귀신들과의 접촉 혹은 빙의를 통해 찾는 이야기다. 대체로 이런 이야기에 동요되거나 무서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편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한밤중에 눈을 동그라게 뜨고 불을 훤히 밝히고 읽어질 정도였다. 이기호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은 어디까지인지 가늠 할 수 없을 정도다.
책의 제목인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는 이기호 본인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의심이 스믈거린다. 마치 그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자전적 고백이라고 느껴지는 절절한 사연들. 뭇매를 맏는 것으로 점철 된 유년시절의 이야기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글쓰기를 피해자 진술서를 쓰는 과정에서 배우게 된 이야기는 웃지 못할 그의 고백처럼 느껴진다.
글쓰는 거 외에는 자신을 표현할 길이 없어 보이는 그의 이야기에서 내가 아는 한 가지를 생각하면 다른 어떤 것도 볼 줄 모르는 누군가를 생각나게도 한다. 웃음과 찡그린 웃음 그 중간을 어정쩡 거리다 이상한 표정의 나를 발견하는 기분. 갈팡질팡하다 내 이런 표정을 짓고 말았지라는 고백을 자아내는 그의 글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성령충만기와 얼마 전에 출간 된 독고다이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진다. 독고다이는 또 친구에게 생일선물 겸 사달라고 졸라 볼까? 안나아~~~푸르나??
우선 이기호 소설의 매력은 『최순덕 성령충만기』 도 그렇고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도 그렇지만,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의 소설을 읽고 있을 때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작품이 쉽고 재미있게 잘 읽혀나가기 때문에 ‘그의 소설이 가볍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는 책 한 권의 무게 자체도 다른 책에 비해 가벼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소설집을 펴놓고 있으면 소설을 읽고 있다기 보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분명 비밀 이야기도 아니고 중요한 이야기도 아닌 가벼워 보이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귀 기울이게 된다. 집중하게 된다. 그게 그의 매력인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라는 인물을 넣어서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라는 주인공은 물론이요, 작가가 살았던 원주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읽는 독자는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작가의 실제 이야기를 듣는 듯 한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원주통신」에서 소설가 ‘박경리’와 친하다고 이야기하며 살았던 작가의 어린 ‘나’라 오해 할 수 있는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고,「할머니, 이젠 걱정 마세요」에서는 치매에 걸려 옛날 어린 조카를 돌볼 수 없던, 자신의 아픔을 기억하는 할머니께 위로를 해 주고 싶었던 작가의 대학생 시절의 ‘나’라 착각할 수 있는 주인공을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리고「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에서 소설가가 되어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의 지금의 ‘나’와 닮은 주인공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소설은 사실을 바탕으로 쓴 허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라는 주인공과 작가의 실제 이야기라 믿을 수 있는 원주라는 배경으로 이야기를 좀 더 가깝고 편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편안한 이야기 속에는 ‘나’가 하고 싶었던 그리고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 볶음흙」,「당신이 잠든 밤에」,「국기게양대 로망스」 역시 소설 자체만 보았을 때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같은 소설들이다. 하지만 이 소설들 역시 읽고 나면 그 여운을 생각하게 된다. 고정관념을 탈피할 수 있는 소재 즉 흙으로 볶음밥을 해먹는다는 것과 국기 게양대와 사랑에 빠져 사는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서민적인 우리 주변의 혹은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의 소설들에서는 나의 모습을, 나의 주변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반성을 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통해서가 아닌 그냥 사소한 이야기를 통해서, 그만의 시각으로 본 사회를 나만의 시각으로 또 다시 재창조해서 바라보게 되는 것이었다.
「나쁜 소설」「수인」그리고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는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것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들은 그가 나에게 던졌던 질문 ‘소설이 뭔지나 알고 있니?’에 대한 4년이 지난 다음에 준 해답 같은 것들이었다. ‘소설은 나쁜 것이다’, ‘노동이 없는 곳에선 소설도 아무 의미 없다’ 등 소설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고 소설을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해서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생각할 시간을 그리고 이미 작가가 된 사람들에게는 반성을 그리고 일반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소설의 세계를 이야기 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처럼 쉽게 눈으로만 읽고 넘어갈 것이 아닌 조금 더 많이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 그것이 이기호의 소설이고, 그것이 이기호의 매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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