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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1997년 07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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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30쪽 | 912g | 157*231*35mm |
ISBN13 | 9788935601950 |
ISBN10 | 8935601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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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주주의 1/알렉시스 드 토크빌/임효선, 박지동/한길사/1997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읽어보라고 꼽는 대표적인 고전입니다. 저도 이런 책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으나, 누가 쓴 것인지 왜 쓴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다만 책 제목을 보고 정치 제도에 관한 책인가 보다 하고 대충 때려 잡고만 있었죠. 그러던 중 리영희 씨의 책 속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을 읽고서야 비로서 미국에 대해서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구절을 읽고 드디어 결심을 했죠. 읽어보자.
알렉시스 토크빌이라는 이름에서는 별로 프랑스인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해서 저는 미국인이거나 아니면 영국인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저자는 프랑스 귀족출신이었습니다. 저자가 살았던 시기의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 테르미도르 반동, 나폴레옹의 쿠데타와 종신 통령 취임, 왕정복고, 통령제 부활, 파리 코뮌 등의 그야말로 어지로운 격류에 휩쓸려 있었는데(물론 그 뒤로는 세계 대전이라 더 정신 없는 시대긴 하지만) 이렇게 여러 정치 제도를 시험에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안정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된 반면, 저 대서양 지나 아메리카라고 하는 대륙에 뜬금없이 자리 잡은 민주주의라는 제도 - 고만고만한 사람들 어찌보면 어중이떠중이로 보이는 사람들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이끌어간다는 제도- 가 어찌하여 안정되게 새로운 국가에 안착하여 현재까지 별 큰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는 가에 대한 연구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귀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경험과 공부를 통해 인간 개개인 모두에게 부여된 자유와 평등이라는 개념에 신념을 갖게 되었으며 이것이 글을 쓰게 한 요인이 아닌가 합니다.
이 책은 두권으로 그중 1권은 미국의 민주주의 자체에 관한 것입니다. 많은 책에서 미국이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가 생기게 가장 큰 이유는 종교적 신념이 같은 이민자들이 이룩한 것이라 평등 개념이 처음부터 있어서 자연스럽게 주권 재민의 원칙이 발달했다고 하고, 미국이 초기부터 안정되게 번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풍부한 토지에서 공급되는 자연적 잇점과 유럽과는 달리 적국이 멀리 있음으로 인해 전쟁으로 인한 소모가 적었던 점 등등을 꼽는데 아마 이 책에서 그 내용을 추린 것이 아닌가 합니다.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처음 타운과 같은 작은 지방자치제에서부터 카운티, 주 정부 그리고 연방 정부로 성립되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각각에 관한 설명 역시 상세하여, 현재는 다소의 변화가 있긴 했지만 원류는 현재 정치제도에도 보존되고 있는 만큼 현재 미국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저자는 여러 부분에 있어서 미국의 민주주의와 왕정, 귀족정의 차이와 장단점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으며 일방적으로 민주주의가 좋다거나 귀족정이 나쁘거나 하다기 보다는 경우의 수를 최대한 펴 보임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이렇게 친절한 정치서적은 사실 처음입니다. ^^
저자는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행정권의 비효율성이나 입법부나 사법부가 행정부에 비해 힘이 큰 것, 연방정부의 취약점 등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민주주의 제도가 그 내부에 독재를 물리치고, 민의를 반영하는데 훌륭한 안전장치 또한 갖고 있음을 내보임으로써 큰 신뢰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처칠 말대로 하면 민주주의는 가장 좋아서 쓰는 제도가 아니고 가장 덜 나빠서 쓰는 제도 아니겠습니까.
제가 정말 놀랐던 것은 제 마지막 장인데, 여기에는 아메리카에 이주한 백인들로 인해 생활의 터전을 빼앗기게 된 인디언과 미국에 강제로 들어와서 노예로 살게 된 흑인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습니다. 인디언들은 백인 사회와 동화되기 힘든 문화적 이질성 때문에 일부 혼혈 종족을 제외하고는 많은 인디언들이 사라져 버리겠지만 비록 노예의 신분이라고 해도 같은 문화권에서 오랜 시간동안 동화되어 온 흑인들은 반드시 하나의 큰 세력을 형성할 것이며, 이것이 미국의 미래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논지의 글을 읽고는 진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200년도 전에 흑인들의 힘을 믿고 있었습니다. 하긴 저자는 인디언과 흑인에 대해서도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흑인들에 대한 영국계 어메리칸의 태도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이미 알제리라는 식민지를 두고 있던 나라의 귀족 출신이 이런 생각을 가지다니 역시 고전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놀랍다기 보다 무섭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은 마지막 결론 부분에 있었습니다. 저자는 오늘날 위대한 두 민족은 아메리카인과 러시아 인이라는 언급을 하는데, '그들의 출발점은 다르며 가는 길이 같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함께 지구 반쪽의 운명을 각각 지배하도록 하늘의 계시를 받은 듯 하다.' 하느님, 맙소사. 토크빌은 세계가 냉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걸 벌써 알고 있었던 걸까요. 가끔 현명한 지식인의 통찰로는 이런 것도 보이나 봅니다.
미국 칭찬만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행간을 읽어보면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과거의 미국 뿐 아니라 현재의 미국을 이해하는 데에도 필요한 저서가 아닌가 합니다. 번역이 아주 매끄럽진 않아서 몇몇 문장에 물음표를 달긴 했지만 전체적인 이해에는 무리가 없었으며 문장도 현학적이지 않은 평범한 서술형이라 비교적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굳이 미국의 민주주의가 아니라도 민주주의 자체의 이해를 위해서도 읽어볼 만한 서적이었습니다. 소란스럽고 정신없지만, 그래도 소중한 민주주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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