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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연원

이미란 소설집

[ 양장 ]
이미란 | 전남대학교출판문화원 | 2009년 09월 30일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12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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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45쪽 | 657g | 153*224*30mm
ISBN13 9788975987649
ISBN10 8975987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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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저자 : 이미란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 졸업했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광주일보와 1985년 서울신문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창작집 『꿈꾸는 노래』, 『네 손을 위한 소나타』, 『그림자 사랑』, 『너를 찾다』 등과 저서 『한국현대소설과 패러디』, 『소설창작 12강』이 있다. 1997년 광주문학상과 2009년 광주일보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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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꽃의 연원

땅그늘이 밀려들어 사위가 어둑신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후미진 곳에 차를 세우고 그녀와 단 둘이 어둠을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 달콤하면서도 위태롭다. 물리학과 건물과 제4강의동 사이의 산책로에는 등황색 꽃이 작은 등잔들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금목서 한 그루와 어린 여자애의 보조개 같은 하얀 꽃이 피어 있는 은목서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다. 바람을 타고 차창으로 들어오는 이 농밀한 향기는 그들이 퍼뜨리는 것이리라.
“조금 더 어두워질 때까지, 30분만 더 기다리죠.”
그녀는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시계만 본다. 나와 단 둘이 밀폐된 공간에 앉아 있는 시간이 그녀도 몹시 불편한 것이다. 트렁크에 실린 것은 무엇일까? 사이드 미러로 흘깃 본 것은 칠팔십 센티미터쯤 되는 상자였다. 영화에서 보면 기관총 같은 무기가 분해되어 있을 법한 상자다. 혹은 마약?
나는 불안해져서 그녀를 바라본다. 곧잘 빨개지는,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 웃으면 장난기가 사르르 어리는 눈, 머리만 양쪽으로 틀어 올린다면, 중국 무술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귀여운 처녀, 금방이라도 ‘양 소저(小姐)’하고 부르고 싶은 얼굴이다.
일이 년 내에 상해에 지사를 낼 계획이니까, 미리 가서 중국어나 배우고 있으라고 외삼촌이 떠미는 바람에 오게 된 톈안 대학이었다. 내 인생에 중국어가 끼어들 거라고는 일찍이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건만, 서른이 훌쩍 넘어 마흔 가까운 나이에 나는 톈안 대학 국제문화교류센터의 학생이 되어 중국어를 배우게 된 것이다.
그녀가 없었더라면, 나이 어린 서양애들 틈에서 겪게 되는 소외감을 극복하기 어려웠을지도 몰랐다. 스무 살 남짓한 다양한 국적의 젊은애들, 그러니까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거나, 대학 재학 중이거나 대학을 갓 졸업한 미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지의 아이들과 한 반이 되었는데, 그네들에게 왜 중국어를 배우느냐고 하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든가, 기회를 찾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그네들도 내게 왜 중국어를 배우느냐고 물었는데 나는 ‘비즈니스’라고 대답했다. 내가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였다.
한 마디를 물으면, ‘유 노우(you know), 유 노우’하면서 열 마디, 스무 마디로 말을 이어가는 아이들에 비해 단답형의 대답밖에 할 수 없는 데다가 관심사도 같지 않아서 나는 자연스럽게 화제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그러니까 단순한 의사 소통은 되는데, 틈만 나면 낄낄대는 아이들의 잡담에는 끼어들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다행히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대체로 이해할 수가 있었다. 처음 한 달 정도는 중국어의 사성 익히기에 맞춰 병음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단어 속에 있는 3성은 늘 4성처럼 들렸고, 때로는 1성도 4성처럼 들렸다. zh, ch, sh의 권설음과 z, c, s의 평설음도 구분이 되지 않았다. 한국어와 달리 어조와 강세가 있는 언어들을 모국어로 사용하기 때문인지, 젊음의 순발력 때문인지 금방 알아 듣고 제대로 소리 내는 아이들에 비해 나는 늘 귀가 미심쩍었고 입은 터덕였다. 돌아가면서 교재를 읽어야 할 때, 나는 선생들에게 지적을 받기가 일쑤였다. 특히 〈읽기와 쓰기〉 선생인 그녀는 발음이 부정확하면 몇 번씩 다시 읽게 했다.
“안녕하세요.”
나는 놀라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 중국어를 시작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두 시간 연이어 있는 그녀의 수업 중 잠깐 쉬는 시간이었다. 나이 든 남자가 아이들과 섞이지 못하고 혼자 애쓰는 게 안쓰러웠을까? 그녀는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캔 유 스피크 코리안?”
“뿌(不), 뿌,뿌.”
그녀는 얼굴이 빨개졌다.
“워 유 이거 차오셴주 펑요(我有一?朝?族朋友).”
‘차오셴주’라는 말을 내가 못 알아듣자 그녀는 ‘朝?族’이라고 써주었다. 그녀에게 조선족 친구가 있다는 말만 들었을 뿐인데도 나는 갑자기 그녀와 의사 소통이 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녀와 몇 마디 나눈 이후로 나는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갑자기 즐거워졌다. 더욱이 교재에 한자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서양애들에게는 납득되지 않는 형체였겠지만 나에게는 의미를 지닌 문자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역전되었다. 처음 나온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나를 아이들은 경이롭게 보게 되었으며, 어려운 연습 문제라도 나오면 으레 나를 쳐다보곤 했다.
일상이 여의치 않을 때는, 그냥 신학대학을 졸업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직이 되지 않아, 부모에게 용돈을 타 써야 했던 때, 회사를 두 번이나 그만 두어야 했을 때, 몇 년 동안 사귀던 여자와 헤어졌을 때는 내게 주어진 삶을 그만 탈탈 털어 버리고 싶은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신부가 된다는 말인가. 아무데서도 신이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 아버지가 원한다고 해서 신부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가 자꾸 시계를 들여다 보고 있으니, 나는 초조한 내색을 보일 수가 없다. 오후 다섯 시쯤 이곳에 차를 세웠으니, 한 시간쯤 지났을 것이다. 일주일을 내리 쉬는 국경절 휴가에 중추절까지 끼어 있어서, 교정은 텅 비어 있다. 평소에 여나믄 대의 차량이 주차해 있곤 하던 이곳 과학기술동 앞에도 달랑 내 차만 서 있을 뿐, 지나가는 사람조차 없다. 이런 한적한 시간에 어둠까지 기다려 물건을 내려 놓아야 한다니, 어쩐지 무슨 범죄에 연루되는 것 같기만 하다.
혹시 그녀가 나를 끌어 들이려고 의도적으로 내게 접근해 온 것은 아닐까? 의심이 스물스물 일어나기 시작하니 서호(西湖) 구경을 가기로 한 날, 안내를 해주기로 약속한 조선족 친구 대신 그녀가 나온 일부터 수상쩍게 생각되었다.
“그, 조선족 친구분은 바쁘신가요?”
항주에 있는 서호가 아름답다고 하는 말은 진작부터 들었으나, 아직 혼자서 여행을 할 만한 자신이 없어 생각해 낸 게 조선족 가이드였다. 그녀의 친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상해에서 대졸자의 평균 초임이 3천 위안에서 4천 위안쯤 한다니까, 하루 안내를 받고, 사례비로 5백 위안쯤 주면 넉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녀의 다리 역할로, 조선족 친구와 연락이 되고, 함께 서호에 가기로 한 토요일 여덟 시. 정작 약속 장소에 나타난 사람은 뜻밖에 그녀였다. 친구가 지아반(加班, 잔업) 때문에 올 수 없다면서, 얼굴이 빨개져서 자신이 대신 안내를 해 주겠노라고 했다. 마음 속으로는 얼마나 기뻤던지! 사실 함께 서호 구경을 가지 않겠느냐고 묻고 싶은 것을 몇 번이나 참았던 것이다.
항주에 도착했을 때는 오락가락하던 비가 서호에 이르러 유람선을 타려고 하니 제법 줄기가 굵어지고 있었다. 우산 아래로 그녀의 소맷자락이 젖는 걸 보자 땜방을 하고 있는 셈인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날씨가 맑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혼잣말을 들었는지 그녀는 맑은 날의 서호보다 안개 낀 날의 서호가 더 아름답고 안개 낀 날의 서호보다 비 오는 날의 서호가 더 아름답다고 이야기했다. 비 오는 날의 서호가 아름다운 것은 호수 속의 섬 소영주(小瀛洲)에 들어가 보고야 알았다. 섬 속에 또 호수가 있는 소영주에 비가 내리니까, 울창한 대나무 숲 밖의 호숫물과 연잎 무성한 섬 안의 호숫물이 교호하며 금방이라도 발을 적실 듯이 찰랑대는데, 가슴이 다 아릴 지경이었다. 그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 우산을 젖히고 “쩐스 하오메이(?是好美)!”라고 속삭였다.
쩐스 하오메이! 떨리는 듯한 그녀의 음성을 떠올리는 순간, 그녀를 의심하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럽게 생각되었다. 그날, 그녀와 공유하는 정서가 생겼다는 것을 얼마나 기뻐했던가. 상해에서 살면서, 이곳이 통제 사회라는 것을 깜박깜박 잊을 때가 있었다. 처음 왔을 때는, 건물 입구마다 엄숙하게 서 있는 제복 입은 사람들이며, 곳곳에서 눈에 띄는 공안(公安) 마크를 붙인 차량들 때문에 금방이라도 불심검문을 당할 것처럼 으스스했지만, 북적대는 외국인들과 길거리 음식의 활기, 중심가의 화려한 쇼핑몰과 각국의 할인매장들 속에서 살다 보니,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특별히 느껴지지 않았다. 더구나 중국어를 가르치는 젊은 강사들은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마치 그들이 영어권 문화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종류의 어휘에 대해서 무지하거나 ‘가톨릭’이라든지, ‘글루탐산나트륨(MGM)’ 같은, 민감한 반응을 보일 때는 중국이 민주주의(democracy)가 아니라는 학생의 말에 발끈하는, 아, 이곳이 중국이지 혹은 아, 이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이지 하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곤 했다. 그래서 무심코 이야기하다가도 지금 대화가 통하고 있는 건가 하고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일이 있었다.
그녀가 나를 이용하는 걸까? 아니다, 아니다, 아닐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이런 일에 나를 끌어들인??????, 이런 일을 나에게 부탁한 것은 나를 그만큼 신뢰해서일 것이다.
그녀와 급속히 가까워진 것은, 그러니까 그녀가 단순히 ‘보기 좋은 여자’에서 ‘보고 싶은 여자’로 내 감정이 발전하게 된 것은 서호에서였다.
“주말에는 보통 뭘 하세요?”
그녀가 물었었다. 나는 문득 그녀에게 중국인 미사에 참석했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월요일이면 선생들은 늘상 주말에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수업을 시작하곤 했는데, 내가 성당에 갔었다는 말에 반응을 보인 건 네 명의 중국어 선생 중 그녀가 처음이었다. 어디에 있는 성당인가? 충칭난루에 있는 성당이다, 그곳에서는 가끔 한국어 미사도 있다. 시자후이에도 아름다운 성당이 있는데 아는가? 말은 들었는데 아직 가보지는 못했다. 대략 이런 말들이 오간 적이 있었다. 그녀라면 종교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통하지 않을까 싶었다. 뻁교가 무엇인지를 아는 중국인들은 과연 종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충칭난루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은 외국인을 위한 영어 미사가 있는 곳인데, 상해 한인 천주교회의 본당 노릇을 하고 있었다. 한국인 신자가 워낙 많고, 한국인 신부도 파견 나와 있었으므로 한 달에 두 번씩 한국어 미사가 있었는데, 어떤 경우에는 푸동에 있는 진자샹 성당에서 따로 한국어 미사가 있기도 했다.
진쟈상 성당에서 미사가 있던 날, 택시를 타고 양가오루의 까르푸에서 내리면 된다는 말을 듣고 혼자서 그곳을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양가오루에 까르푸가 두 군데 있는 바람에 그만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다. 자오탕 짜이 나리(?堂在那里)?, 자오탕! 하면서 길을 묻고 물어 홍펑루라는 곳에서 한 성당을 발견하긴 했는데, 그곳에서는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들이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내가 더듬거리며 장황하게 설명을 하긴 했지만, 중국인들이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녀가 깜짝 놀랄 줄 알았다. 그동안 내가 만난 중국인 대다수는 교회 자체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덤덤했다. 머쓱해진 나는 사실은, 하면서 아버지의 강요로 신학대학에 입학하여 하마터면 신부가 될 뻔했다는 이야기를 공연히 덧붙였는데, 그녀가 문득 반응을 보였다.
“그럼, 라틴어도 아시겠네요?”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배운 지 십 년도 지난 라틴어가 기억날 리 만무했기 때문이었다.
“‘Per aspera ad astra’가 무슨 뜻일까요?”
나는 괜히 신학대학을 끄집어 내었다고 후회를 하며 얼굴을 붉혔다.
“알아봐 드릴 수 있습니다.”
저녁에라도 당장 신학대학 입학 동기인 신부 친구에게 전화해 보면 될 일이었다. 그것보다도 그녀가 어떻게 그 라틴어를 알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작은할아버지가 가톨릭 신자였어요.”
그녀보다도 내가 더 당황해서 주위를 살폈다.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선교의 자유조차 없는 곳이라, 신자임을 밝히는 것이 결코 이로울 리는 없는 사회였다.
“우리 작은할아버지는 신부님이셨는데요.”
나의 속삭임에 그녀는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나는 어쩐지, 그녀와 내가 운명적으로 엮어져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렇지 않다면, 비 오는 날의 이 아름다운 서호에서, 13억 인구 중의 한 명인 그녀와 어떻게 이런 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겠는가? 그녀의 작은할아버지가 가톨릭이었다면 그녀의 집안도 공산화 과정에서 종교 때문에 억압된 삶의 시대가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 또한 종교 때문에 고향을 버리고 월남(越南)한 사람이 아닌가.
서호에서 돌아오면서, 그녀의 친구를 위해 준비한 사례비를 그녀는 극구 사양했다. 사실 선생이기도 한 그녀에게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 어색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그녀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할 기회를 자연스레 얻게 된 것이 나로서는 즐거울 뿐이었다.
“아버지는 왜, 당신이 신부가 되기를 바라셨어요?”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녀가 안내한 텐안 대학 부근의 레스토랑은, 외관은 허름했는데 뜻밖에 제대로 된 스테이크를 내어 오더니, 디저트로 나오는 원두커피의 맛도 훌륭했다. 나는 커피의 이런 맛을 그녀도 꼭 알게 하고 싶어서,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녀에게 마셔 보라고 강권한 것이었다. 그녀와 만나면서 나는 그녀가 향수하지 못했던 자본주의의 달콤한 문화들을 맛보이고 싶어 안달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정서가 되었든, 감각이 되었든 내가 향유했던 것들을 통해 나를 알리고 싶고, 거기에 그녀를 끌어들여 그녀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점점 커지게 하고 싶은 욕심인 것 같았다.
“일종의 보상 심리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국의 역사와 종교와 인간을 아울러야 하는 복잡한 집안 이야기를 내 짧은 영어와 중국어로 이 젊은 중국 아가씨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그녀가 진지하게 물어 오니, 어떻게든 대답을 해내야 했다.

3백명이라니 그기 말이나 됩네까, 우리 본당 식구만도 3천명인데, 누기를 살리고 누기를 죽이란 말임까. 임 신부님도 마음 고새이 얼매나 심했겠슴까. 나는 삼촌 신부님 덕에 우선적으로 표를 받게 댔지만, 참 마음이 편치 않았슴다. 해성 학교 운동장에 모이라 했는데, 어디 3백명만 왔겠습네까, 한 천 명도 넘는 거 같았슴다. 3백명 줄에 서 있는 기 죄인 같습데다. 그때, 누가 내 옷소매를 슬그머니 잡아 당기길래, 보니까, 아, 작년 5월에 보위부원들에게 끌려갔던, 삼촌 신부님이 아니겠슴까, 나는 놀라 죽을 뻔했슴다. 돌아가신 거로 알고 있었슴다.
당연히 삼촌 신부님도 남쪽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슴다. 신부가 그 땅에 남아 있으문 바로 죽음이 아이겠슴까? 그런데 삼촌 신부님은 임 신부님이나 오 교장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말라는 겜다. 운동장에서 나는 통곡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삼촌 신부님의 마음을 알았슴다. 우리를 두고 어디를 가느냐고, 남은 신자들이 울부짖고 있는 게 아이겠슴까? 나도 가슴이 찢어지는데, 신부님은 오죽했겠슴까. 자신의 양떼를 버리고 차마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던 겜다.

아버지가 술이 취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술에 취하면 꼭 쏟아내는 이야기였다. 중공군의 개입 직전, LST를 타고 원산을 떠나 오면서, 덕원 수도원의 신부였던 작은할아버지와 헤어진 사연이었는데, 나는 아버지의 고향 사투리까지는 전할 수 없었지만, 그녀 역시 작은할아버지가 가톨릭 신자였다고 하니까, 그 정황만이라도 그녀가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과연 그녀가 알아 듣고는 있는 건지.
“진즈진쩌더 무런 부후이 파오치 쯔지더 양췬.”
“예?”
그녀의 중국어를 알아 듣기 어려워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착한 목자는 자신의 양떼를 버리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나는 순간, 바벨탑 이전에 인류는 한 언어였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진심으로 이야기하면 말은 저절로 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소통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흥분이 되어 아버지의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나는 부모를 일찍 잃어 삼촌 신부님이 학비를 대주어 해성 학교도 다녔지 않슴까. 어릴 때부터 삼촌 신부님처럼 신부가 되는 기 꿈이었댔슴다. 그런데 거기서 삼촌 신부님을 따라 남을 용기가 도저히 아이 나는 겜다. 나는 울면서 울면서 원산항으로 가서 LST를 탔댔슴다. 내가 가장 사랑하던 사람을 따라 남을 용기가 아이 났던 겜다.

아버지는 이 대목에 와서 꼭 눈물을 쏟았다. 아버지에게서 처음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숙연해지고, 감동을 받기도 하겠지만, 몇 번씩 듣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이 이야기가 아버지의 십팔 번 노래로 여겨지지 않나 하는 생각을 나는 하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그 노래에 대해 영원히 희석되지 않을 감정을 지니고 있을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이제 식상해져 아무런 감흥도 일지 않는 그런 노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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