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이란 말 그대로 감각기관인 눈을 통해서 사물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감각기관이 우리의 뇌와 연결되어 있어서 단순히 사물을 인지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눈으로 인지한 사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배경 지식과 뇌의 활동에 의해서 그것에 대한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최종적으로 보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감각기관과 뇌라는 것은 참으로 복합적이고 신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우리의 감각기관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시각 장애인 마이크 메이는 3세 때 불운의 사고로 인해서 시력을 잃게 된다. 하지만 그는 열성적인 어머니의 자녀 양육 방침과 가르침에 의해 일반적인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생활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한 불편함이 전혀 없이 자라게 된다. 그러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불굴의 의지를 지니게 된 그는 성인이 된 후에도 스키활강 챔피언, 발명가, 맹인 정보 분석가 등의 불가능에 계속 도전하는 삶을 살게 된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자식을 둔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던 그에게 어느 날 우연히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줄기세포 이식 수술에 대한 제의가 들어온다. 이제까지 보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없이 살아가던 그는 심사숙고한 끝에 수술을 받는다. 수술의 성공으로 그는 보게 되지만 정상인과 같은 시력의 회복은 난관에 부딪히고, 약에 의한 부작용과 거부 반응, 사업의 실패 등을 겪게 되지만 결국 그는 불굴의 의지력으로 이 모든 것을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로버트 커슨의 『기꺼이 길을 잃어라』는 그가 ≪에스콰이어≫지에 기고했던 시각장애인 마이크 메이에 대한 기사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시각 장애인 마이크가 줄기세포이식 수술을 통해 암흑의 세계에서 빛의 세계로 나아기는 과정을 통해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용기와 삶의 태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부족하지 않으면 그 부족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작장애인들에게 본다는 것이 , 청각장애인들에게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지체장애인들에게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상상을 한번 해보라. ‘내가 눈이 안 보인다면?’, ‘귀가 들리지 않는다면?’아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머릿속에 전혀 그려지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대단히 불편할 것이다.’ 라고만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그 모든 것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고 있는 마이크 메이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삶의 소중함과 인생에 대한 많은 반성을 하게 해주고 있다.

 이 책은 또한 ‘본다.’는 것에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성공적인 수술로 인해 시력을 되찾은 마이크가 움직이는 것과 색깔은 정확히 구분해내지만 사람의 얼굴이나 입체적인 삼차원 영상에 대해서는 전혀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은 ‘본다.’는 것이 단순히 감각기관의 작용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의 감각기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뇌와 연결되어 있어서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에 의해서 사물과 공간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이크는 3세 이전에 가지고 있던 이 경험과 배경지식이 뇌에서 다시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2차원적인 보는 것에 그치고 말게 된 것이다. 인간의 뇌라는 것은, 감각기관이라는 것은 정말 신비한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본다는 것은 얼마나 설레이고 신비한 경험일까? 우리에게는 그저 당연하고 평범한 보는 활동이 그들에게는 정말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도 좋을 만큼 값진 경험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신체적 장애를 극복한 훌륭한 여러 사람들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헬렌 켈러, 장애인 올림픽 메달리스트들, 세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등 많은 사람이 떠올랐지만 내 머리와 가슴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사람은 바로 스티비 원더였다. 그는 선천적인 시작 장애인으로 태어나 시각 대신 가지고 있는 탁월한 음악 감각으로 세계적인 가수로 성공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딸아이의 얼굴을 단 한순간만이라도 보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실패율이 높은 위험한 개안 수술을 받는다. 결국 수술은 실패하여 딸아이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차마 딸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할 수 없던 그는 행복의 눈물을 흘린다. 그에게 있어서 딸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단 한순간임에 불구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인 것이다. 우리에게는 정말 평범하고 당연한 것이 그에게는 너무나도 절실한 그 무엇이다.

 이제까지 나는 어떤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큰 좌절이나 실패의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러므로 미래에 내가 어떤 큰 실패를 겪게 된다면 엄청난 좌절감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내 의지가 그 실패를 극복해낼 수 있을지 짐작을 못하겠다. 하지만 나는 『기꺼이 길을 잃어라』의 마이크 메이와 스티비 원더 등의 삶의 모습을 통해 깨달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불굴의 의지력과 인간의 신비로운 삶의 모습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이겨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제2의 삶에 행복하게 도전 할 것임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