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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6년 04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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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54쪽 | 208g | 125*200*20mm |
ISBN13 | 9788936422622 |
ISBN10 | 8936422626 |
창비시선 500번 기념『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출간
2024년 03월 27일 ~ 2025년 04월 04일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며칠전, 남해 바다와 밤하늘을 닳도록 보고 왔었다. 한 낮의 푸른 바다와 해질녁의 파스텔 같던 하늘도 좋았지만 어둠에 묻혀 검은 바다를 부수고 있던 하얀 파도와 총총한 별이 더 좋았다. 그 파도와 별을 보며 중얼중얼 말도 많이 하고 왔었다. 그런 중얼거림이 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털어 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했었는데 시 한편 읽고 나서 그 행위 조차도 기꺼이 수긍할 수 없음이 가히 충격적이다. 김사인 시인도 이런 시 하나쯤은 옮겨적는 것만으로도 새로 시 한벌 지은 셈 쳐주실 수 없냐며 이성선의 시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을 빌리고 있다. 훌륭한 시가 많아서 이 시를 새로 지은 셈 쳐줄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저자의 억지(?)가 끝까지 이어졌음 하는 바람이였다. 저자가 옮겨적은 시에서 나의 행위가 들통났기 때문에 저자의 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음이라.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을 더럽히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나는 남해의 하늘과 별들을 더럽혀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김사인의 '덜덜 떨며 이 세상 버린 영혼입니다' 앞에서 나는 넘어지고 만다. 나는 발붙일 곳 없는 버려진 영혼이 되어 버렸다.
시집을 좋아하긴 하지만 시를 알고 읽는 것이 아니여서인지 마음에 와 닿는 시 한수 남기지 못할 때가 많다. 소설 읽듯 휘리릭 읽어버린 경우도 허다하고 분위기에 이끌려 읽은적도 많기에 시 앞에서 나는 움츠러들기 일쑤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문학처럼 시를 고르는 관점도, 이 시가 어떻더라는 느낌도 내게서 멀어져 있는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가끔은 시에 끌렸노라, 그래서 밤새워 읽었노라며 말하는 시집이 있다. 그런 시집을 보는 나의 기준은 처음 한 두편의 시를 읽고 나서 판단을 내리는게 전부다. 시가 내 안으로 안착에 성공했냐 아니냐를 보고 다음 시들을 읽어 나가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김사인의 시집은 내 마음으로의 안착에 단박에 성공한 시이다. 첫 시 '풍경의 깊이'의 첫 연은 이렇다. '바람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 보는 이 아무도 없다.' 3행의 시를 읽고 내 눈 앞에는 그런 광경이 펼쳐져 버렸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눈여겨 봐주는 풀 한포기 없이 나라는 사람이 서 있었다.
하지만 이렇듯 시작은 좋았어도 내가 이 시들을 다 이해했던 것은 아니다. 뒤로 갈수록 시의 의미부여는 물론 읽기만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시들이 허다했다. 결국 나는 분위기를 느끼는 것으로 시를 논한다는 생각에까지 미쳤지만 굳이 저자의 의도나 해설가의 해석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고 내게 처해진 환경에 따라 문학작품의 해석이 갈라지듯 시도 그렇게 읽으면 될 것이다. 내가 느꼈던 것과 저자나 해설가의 설명에 따라가다 무릎을 탁 치며 이런 뜻이 숨겨져 있었구나 라고 느껴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들의 언어를 보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다. 분명 우리가 아는 언어를 쓰고 있지만, 같음에도 다른 언어를 말하고 있다. 어디서 저런 언어들을 찾아내는지 그들의 위대해 보일 정도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가 낯설거나 생경한 것은 아니다. 우리도 알고 있는 것들을 마치 숙련된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조화를 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시인의 숙명은 무엇일까. 언어를 잘 쓰는 것,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는게 그들의 일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시인의 숙명에 정의란 없다. 그러나 김사인 시집의 해설을 해주었던 임우기님의 말을 들어보면 시인은 숙명적으로 우주 자연과의 교감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 그래서 시인은 우주 자연 속에서 새로운 시적 사유와 변신능력을 부여 받는다고 말하고 있다. 나의 모호한 생각을 똑부러지게 말해주고 있어 무릎을 탁치며 '그래 시인은 그런 것 같아'라고 인정하고 만다. 시는 특별한 일, 의미있는 일들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내가 시에게서 멀어지지 않는 것은 어쩌다 내게도 한번쯤은 스쳤을 생각들을 잘 나타내고 있기에 그런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시인의 개인적 경험, 시인의 의식속에 감추어진 함축적인 의미들을 드러내는 시가 분명 더 많다. 그러나 그런 시들을 읽으며 나는 위로를 받고 있었다. 숙명이기도 하고 고통이 되기도 하는 그들의 소산물들을 보며 그 안에서 나는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조용한 일>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것이다
그래서 나의 삶이 고요하다해도 무작정 서럽지만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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