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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04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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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0쪽 | 346g | 135*190*20mm |
ISBN13 | 9788959137848 |
ISBN10 | 89591378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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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사랑 이야기. 테오의 신간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테오의 글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그의 여리여리한 감성을 좋아한다고 해야겠다. 테오 작가의 책을 건네 받았던 그때부터 테오의 책은 내게 특별하다. 그의 책으로 인해 나는 소중한 인연을 선물 받았고 지금도 소중하기는 마찬가지다. 남자임에도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순하고 맑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 각인되어있었다. 전작이 워낙 의미 있는 책이기도 해서 그의 팬을 자처했고 기대가 컸던 것 같다. 바쁘게 지낸 나날 속에 뒤늦게 신간 소식을 접했고 책의 내용을 온전히 파악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사랑, 이별, 통증, 구원(치유), 이라는 주제는 좋다. 사랑과 이별, 이별 후의 후유증(통증), 아픔에 못 견뎌 하는 남자에게 건네는 이별 유예 기간 180일, 구원. 무슨 영화나 드라마 같은 전개다. 글만 감성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사랑조차도 영화처럼 감성적으로 하는구나 이 남자. 와 같은 생각을 시종일관했더랬다. 처음에는 그랬다. 도저히 집중이 잘되지 않아 건성으로 한 번 읽었고 시간이 흐른 후에 한 번 더 그의 책을 펼쳤다.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치유의 기록이라는 걸 인지하고 책장을 넘겨서인가. 그의 글을 눈에 담기가 무섭게 내 눈은 눈물을 글썽였다. 분명 한 번 읽었던 내용임에도 말이다. 이별을 예감하는 사랑은 슬프다. 그래서 차라리 눈을 감고 귀를 닫는다. 현실에서 도피한다. 망각 속의 사랑은 최소한 아프지는 않을 테니까. 사실 좋은 예감만 있을 수 없는 게 현실이고 사랑이 마냥 행복할 수도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사랑할 때는 사랑한 순간만 보는 것이다. 이별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사랑은 언제나 명치 끝이 아플 수밖에 없으니까. 첫사랑이 떠올랐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나는 서툴렀으며 사랑받는 걸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런 사랑이 끝났을 때는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다시 섞이지 못할 정도의 아픔이 따랐다. 우리는 다시 시작했다. 그때 나는 이별을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2년의 시간 동안 전하지 못한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고 사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런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는 아슬아슬 위태위태하게 보였나 보다. 위태로운 사랑, 이별을 대비하는 사랑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사랑의 완전체가 아닌 이별의 완전체를 향하는 모습일 게 뻔할 테니까. 이별이 왔을 때, 난 예전처럼 아프지도 않았고 홀가분했다. 다시는 만나지 않아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고 정말 그랬다. 타인의 사랑이야기를 들으며 눈물 흘리는 건 공감한다는 제스처도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다. 그의 모든 글과 그들의 행보에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공감하지 않은 것도 아닌, 살짝 어중간한 느낌이 따랐던 것은 사랑의 경험은 이렇듯 모두에게 일말의 감정 이입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이별을 예감한 900일의 사랑에 이의는 없다. 남의 사랑인데 타자가 논할 소지는 없는 부분이니까. 그러나 180일이라는 이별 유예기간에는 솔직히 반감부터 들었다. 얼마나 강심장을 가져야 이별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사랑을 정리하는 동안 함께한단 말인가. 그건 희망 고문 아닌가. 각자의 미래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기 위해 잠시 곁에 머물다 가는, 어차피 함께하지 않을 기정사실을 앞에 두고 말이다. 감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면 현실에서 실현하기 어렵겠지만 정말 예의 바른(?) 이별이구나 같은 생각을 잠시 잠깐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해라는 측면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공감이라는 측면에서는 절레절레가 된다. 사랑했고 이별했다면, 더이상 함께라는 의미가 없다면 그것으로 끝이 맞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해본다. 그게 각자를 위해 더 나은 방향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별 앞에 예의라는 건 감정이 끝났음에 솔직해지는 것, 그 정도가 각자를 위하는 가장 바른 모습이지 않을까. 사랑하지만 헤어진다-라는 이별 방식을 내가 순전히 이해할 수 없어서겠지만 말이다. 이별 뒤에 남는 건 혼자라는 지극히 뼈저린 현실이다. 다만 그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솔직한 마음(이별을 선택한)을 전해주는 게 적당히 예의 있는 이별이 아닐까, 내 생각은 그렇다. 사실 이별을 아프지 않게 한다는 자체가 조금 모순이지 않은가. 정말 사랑했는데 즐겁게 이별한다면 그거 또라이 아닌가. 사랑한 만큼 힘든 게 사실이라는 거. 그들의 사랑이 식어서 헤어진 게 아닌 어쩔 수 없는 이별이라고는 하지만, 그 어쩔 수 없는 이별이라는 게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어쩌면 지금 나는, 그들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이렇게 표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 어쩌면...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제목을 몇 번이고 곱씹었다. 사랑할 때만큼은 그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건 맞다.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하고 보니 순간에 충실하지 못해서 후회가 남고 아픔이 컸던 사랑도 분명 있었기에 이제는 나도 그런 주의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 하나, 사랑한 후도 중요하다는 거다. 나는 사랑은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흘러서 담은 건 운명이라면 사랑을 지켜가는 건 순전히 두 사람만의 노력, 이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도 그만큼의 노력이 분명 있어서다. 시간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잊히고 지워졌다 믿는 것이지. 오히려 흘러가는 대로 두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이별이 당도했더라. 지켜가려는 노력보다 방관한 이유가 클 테니 당연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왕이면 그 사랑이 예쁜 결말로 끝맺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저 감정이 흐르는 대로, 상대에게 가는 대로 이끌리는 게 사랑의 시초라면 사랑을 완성해가는 건 순전히 각자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운명에 이끌려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면 서로를 향한 자연스러운 애정 기류가 조금 더 오래 아니 어쩌면 평생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애(사랑)는 서로를 이해하는 배려와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따라야 견고해진다는 것, 그래서 사랑이 어려운 게 아니던가. 사랑이라는 게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다. 그렇게 쉽다면 세상의 모든 이별하는 연인, 깨어진 사랑은 존재하지 않아야 맞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도 그러하지 아니한가. 처음부터 어려운 사랑이라 못 박았고, 주변의 만류를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진 않았을까. 이루려는 노력을 아무리 해도 '이루어질 수 없다'라는 전제를 마음속에 품고 있으면 어떤 현실에 부닥쳐도 '헤어질 때가 와서 헤어진 거구나, 어차피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이었어' 라고 체념하고 합리화한다는 사실, 인간은 그런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랑 이야기는 대부분 콩닥콩닥 설레는 것처럼 이별 이야기는 언제나 애틋하고 슬프다. 내가 이별한 것도 아닌데 감정이입을 미친 듯이 한다는 게 문제다. 그가 울면 나도 울고, 그가 웃으면 나도 웃는 게 되는 상황, 우습지만 그랬다. 사랑이 항상 행복감으로 충만한 순간만 지속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 오히려 감정의 충돌로 마찰을 빚을 때가 허다하다는 것도. 그래도 그 사람이 생각나고 걱정되고 보고 싶다면 그 또한 사랑 아닌가. 깨어있는 시간 동안 시시때때로 나를 찾아오는 잔영이 사랑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그가 책 말미에 언급했던 참 많이도 사랑했던 상대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해서 하등 이상하게 보일 것도 없었다.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 많은 사랑을 쏟아부어도, 그렇게 잊을 수도 있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무뎌진 것인지,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순간을 떠올리려 해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이상하게 여겼던 적이 많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사랑의 기억을 너무 쉽게 잊는 건 아닌지 아니, 아파한 만큼 아파해서 홀가분해졌기에 기억나지 않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책을 읽어가면서 조금 걱정했는데 괜찮다니 다행이다. 테오 작가 말이다. 책 속의 사랑과 이별이 이미 3년 전이라는 것도... 다행이랄 건 없지만 은근 반전이었다는 말도 하고 싶다. 왜인지는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읽는 독자들은 공감할 수도 있고. 세상에는 여러 형태의 사랑이 있고 모습도 제각각이다. 의아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형태의 사랑이라도 내 사랑이 아닌 그들의 사랑이니까, 라는 마음이면 크게 문제 될 것도 없다. 하지만 그와 같은 이별 방식을 택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 사랑이 끝나는 순간, 이별은 이미 나에게 왔다. 사랑이 진행될 때, 훗날을 떠올리면 그때에도 그 사람이 옆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게 사랑의 지금과 그 '後'의 중요성이다. 그의 사랑 이야기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나는 그의 여행서가 좋다. 아마도 오롯이 공감하기 힘들었기 때문인 듯하다. 또한 이 책은 독자보다 사랑했던 그 상대에게만 맞춰진 책 같다. 그러니까 지극히 사적이고, 그가 그녀에게 전하는 선물을 내가 열어본 기분이랄까. 그래서 모두의 공감을 끌어내기는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생각한다. 다음에는 예쁜 사랑의 진행형 혹은 예전의 여행서 같은 책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다.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언덕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므로 사랑이 시작됩니다. 사랑해야 언덕을 넘고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거기 기다리고 있을 두 사람의 미래와 만날 수 있으니까. 손잡고 언덕을 넘는 것입니다. 사랑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데도 언덕을 넘지 못하는 연인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슬픈 사랑. 두려움이 지나쳐 걸음을 떼지 못하는 사랑. 언덕 아래에서 길을 돌려 다른 골목으로 향하는 사랑.
(중략)
현명한 연인들은 언덕을 피하지 않습니다.
오르는 일이 힘들고 두려워도 그 길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당신 손을 잡고 언덕을 오릅니다. -25~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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