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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돌·물·피·돈·불·발·꿈으로 풀어낸 독특한 시선의 인문 기행

윤혜준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01월 07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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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568g | 152*210*30mm
ISBN13 9791187147671
ISBN10 1187147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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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윤혜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쓴 이 책은 돌·물·피·돈·불·발·꿈이라는 7가지 테마로 유럽 도시의 역사를 소개한다. 유럽 도시의 영광스러운 순간만이 아니라 어두운 역사를 조명하며 고대 아테네부터 21세기 밀라노 두오모 성당까지 장구한 유럽 역사를 바라본다. - 손민규 역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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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저자 소개 (1명)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프랑스어 부전공) 졸업 후,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문과를 거쳐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기준 전공분야는 19세기 영국소설이지만, 근래에는 주로 18세기 영국지성사와 비교문학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서구 근대문명에 대한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탐구를 시도하며 문학과 함께 역...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프랑스어 부전공) 졸업 후,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문과를 거쳐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기준 전공분야는 19세기 영국소설이지만, 근래에는 주로 18세기 영국지성사와 비교문학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서구 근대문명에 대한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탐구를 시도하며 문학과 함께 역사와 철학을, 그리고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함께 공부해온 내력과 결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해외에서 출간한 The Rhetoric of Tenses in Adam Smith’s “The Wealth of Nations”(2017), Metropolis and Experience: Defoe, Dickens, Joyce(2012)가 있다. 최근에는 The Edinburgh History of the British and Irish Press, vol. 1: Beginnings and Consolidation 1640-1800(2023)에 공저자로 참여하였다. 국내에서 출간된 저서들로는 『바로크와 ‘나’의 탄생: 햄릿과 친구들』(2013),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2021),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2022) 등이 있다. 역서로는 『사중주 네 편: T. S. 엘리엇의 장시와 한 편의 희곡』(2019),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존 니컬슨』(2016), 『로빈슨 크루소』(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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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186

출판사 리뷰

올해의 책 추천평 (2개)

매년 진행되는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고객님들이 직접 작성해주신 추천평입니다.
2022
유럽도시에 대해 여러 가지 주제로 엮어 얘기 해 주는데 재밌게 잘 읽었어요. 주제, 주제마다 너무 길지 않아서 읽기 좋았고요ㅎㅎ
r*****e | 2022.10.30
2021
올해 읽은 책 중에 제일 흥미로움
m****l | 2021.10.28

회원리뷰 (2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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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지금은 마음껏 꿈꾸어야 할 시간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s********e | 2021-01-25 | 신고

유구한 역사를 품고 갖가지 이야기 속에 살아있는 유럽 도시들, 수십 번 수백 번을 다녀본다 한들 결코 온전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최대한 깊고 넓게 이 도시들을 알아보려는 시도는 유익하고 즐겁다. 직접 실행하지 못한다면 책으로 해도 된다. 여러모로 잘 만들어진 책『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를 읽으며, 꽉 막힌 하늘길을 뚫어가며 유럽 인문 기행의 마스터 플랜을 짜보는 기쁨을 맛보았다. 기원전 5세기부터 2020년 4월까지,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광대한 스펙트럼을 따라 유럽 전역에서 펼쳐지는 이 시간 및 공간 여행은 황홀 그 자체이다. '돌-물-피-돈-불-발-꿈'의 7개 코드로 시공간을 아우르며 여러 도시를 하나의 포맷으로 묶는다. 동시에, 한 도시를 여러 개의 코드로 해독하며 새로운 여러 모습을 발견한다. 장소, 인물, 역사, 예술을 총망라하여 방대한 스케일로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사이, 흥미로운 여행을 한 차례 이루었다. 또 하나의 직접 나서는 여행을 그 어느 때보다 더 확신하게 되었다.

 


 

 

 

제1의 코드 <돌>은 로마의 판테온으로 시작된다. 내가 간직하고 있는 판테온의 모습 중 '돌'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은 밤의 판테온이다. 짙은 오렌지빛 가로등 곁에서 웅장하게 빛나던 판테온은 다른 세상에서 들여온 돌로 만든 작은 성과 같았다. 이 책처럼 낮의 판테온이라면 '화강암 돌기둥 현관'을 통해 내부로 들어설 때 천장에서 쏟아지던 햇빛을 잊을 수 없다. 빛줄기를 따라 하늘로 둥글게 뚫린 천장을 올려다보면 내부 전체를 수놓은 돌들이 눈에 들어온다. 벽을 따라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면 라파엘로의 무덤이다. 안타깝게도 로렌체토의 <바위 위의 성모>는 기억이 잘 안 난다. 라벤더와 발음이 비슷하여 늘 보라색이 연상되는 도시 라벤나. 피렌체 출신인 단테의 묘소가 있는 곳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드라마틱한 얘기가 남아 있는 '돌'이 있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부부가 '산비탈레 성당'의 벽을 장식하고 있다. 세속적인 여배우가 경건한 기독교인으로 변신한 후, 황후의 자리에 올랐다는 영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계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 대학 이외에 볼로냐에서는 '나란히 기울어져' 있는 '두에 토리 Due Torri (두 탑)'을 찾아야 한다. 높은 데다가 기울어지기까지 했으니 나는 올라갈 엄두를 내지 않겠지만, 두에 토리 중 '아시넬리' 탑을 500여 개의 계단을 통해 꼭대기까지 오른다면 볼로냐 구도시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한다. 시에나에서는 대성당을 찾아야 하고 바닥을 살펴보아야 한다. 하얀 대리석에 홈을 만들고 거기에 채색 돌조각을 삽입해 모자이크 그림을 그려놓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닥', 이런 예술품을 밟고 다닐 수 있을까. 눈을 들어서는 피렌체의 깃대를 찾는다. 피렌체 및 스페인과 얽힌 복잡한 역사가 만들어낸 이 깃대의 범상치 않은 내력을 기억해둔다. 런던에도 '돌'의 사연이 남은 명소가 있다. 고흐와 마네의 명화로 유명한 서머싯 하우스. 옛 부호의 저택을 미술관으로 바꾸어 놓은 줄로만 알았는데 헨리 8세에서 시작된 종교개혁의 어두운 그림자가 깔린 곳이다. 2년 전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을 찾았을 때도 박식한 가이드가 아니었더라면 이곳의 암울한 역사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지중해가 아련하게 내려다보이는 낭만적 장소가 아니라 스페인 펠리페 5세의 탄압의 흔적이 서린 곳이다.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에서 시작된 바르셀로나의 구구한 운명, 요새에서 공원으로 변모한 '스위터델러(카스니야어로는 '사우타데아')에 얽힌 사연에 귀 기울여본다. 2019년 TV 화면에서 활활 타오르던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분명 돌로 지었을 텐데 어디서 저런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건지 안타까웠다. 현대에 와서는 파리의 랜드마크이지만 12세기부터 숱한 역사의 굴곡 아래 파괴와 남용의 치욕을 겪었다. 파리코뮌 이후 창고처럼 방치되어 있다가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덕택에 복원작업이 급불살을 탔다, 여기까지만 알고 있었다. 이 책은 더 깊이 들어가 몽마르트르와 생드니, 이를 기리는 생드니 성당을 노트르담의 기원으로 이어준다.

 


 

 

 

<물>의 시작은 아테네이다. 아테네가 민주주의의 발상지라는 통념을 깨뜨린다. 알고 보면 소크라테스에게 사약을 받고 억울하게 죽은 것도 직접민주주의 때문이었다. 강력한 해군력을 무기 삼아에 게 해의 다른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아테네, 사실은 착취자의 역사를 만들어나갔고 피레아스 항구를 차별의 현장으로 삼았다. <물>에서 만나는 피렌체의 주인공은 단테이다. 정치적 다툼에 휘말려 추방당한 후 죽을 때까지 피렌체에 돌아오지 못했지만, 항상 자신이 세례를 받은 '산조반니 세례당'으로 돌아갈 것을 꿈꾸었다 (내가 세례 받은 그곳에 나는 시인으로 돌아가 월계관을 쓰리라!). 당연히 피렌체의 아르노 강도 <물>에 등장한다. 다만 낭만적인 물이 아니라 홍수 피해를 일으킨 흑역사를 줄줄이 담고 있다. 아르노 강의 습격으로 산타크로체 성당의 치마부에 <십자가상>은 무참히 무너졌었는데, 10년의 노력 끝에 '일부' 복원된 모습으로 다시 관람객을 맞는다. (13세기 명작의 망가진 모습은 전쟁과 파괴, 소외와 단절로 얼룩진 20세기의 수난을 증언한다. 또한 위로한다)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가 베네치아에서 생겨났다니 금시초문이다. 온 도시가 물로 가득한 베네치아에서는 당시 일반적이던 프레스코화를 그리지 못했고, 무역에 나섰던 갤리선의 돛으로 쓰이는 캔버스를 뜯어 그림을 그렸다. 베네치아에 가면 꼭 가고 싶은 아카데미아 미술관! 세 점의 작품을 찾아봐야 한다. 일단 이 미술관의 마스코트인 다빈치의 스케치 <인체 비례도>를 보고, 젠틸레 벨리니의 캔버스 명작 <산마르코 광장의 행렬>과 <산로렌초 다리의 십자가 기적>도 찾아야 한다. 물에 대한 좋은 기억이라면 당연히 로마의 분수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은 트레비 분수보다 나보나 광장의 '네 강의 분수 (콰트로 피우미 Quattro Fiumi)'를 조명한다. 특이하게도 직사각형을 띠고 있는 나보나 광장이 마차 경기장으로 출발했다는 이야기, 로마 전 지역에 수로를 끌어들이는 과정, 그리고 물만 나올 게 아니라 보기에도 좋아야 한다는 기치 아래 당시 최고의 조각가 '베르니니'에게 분수를 맡긴 이야기 등. 물로 신화적 전설을 덧댄 로마는 21세기에도 건재하다. 독일에서 뮌헨 다음으로 가보고 싶은 도시는 프랑크푸르트. 맥주를 잘 못 마시는 나로서는 이곳이 사과와인 (압펠바인Apfelwein'의 유구한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이 반갑다. 부유한 시민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와인산업이 발달했지만, 기후변화로 포도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포도밭 주인들과 와인 장수들의 합작품인 사과와인이 개발되었다. 어떤 맛, 어떤 향기일까. 누런 거품부터 배를 부르게 하는 맥주보다는 더 달콤 쌉싸름하지 않을까. 프라하도 블타바강이 있어 <물>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중세 분위기를 간직한 카를교, 오렌지빛이 도는 붉은 지붕들,동화나라를 연상케하는 프라하성을 배경으로 유유히 흐르는 블타바강, 어느 방향에서 조망하든 기품이 넘친다. 카를교 바로 옆 블타바 강변에 자리한 '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박물관'에서 교향시 <블타바>(사실 독일어인 '몰다우'강으로 알고 있다)를 들으며 프라하의 낭만에 취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독일문화와 체코 문화가 복잡하게 얽혀 있던 프라하의 역사를 안다면 <블타바>와 프라하는 거의 무관하다. 장엄하면서도 섬세한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블타바>는 프라하나 블타바강을 찬양하는 음악이 아니라, 체코적인 정신을 유지하려 애썼던 한 민족주의 작곡가의 애환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피>에 대해서는 상반된 두 도시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민주주의의 산실이라지만 사실은 차별이 난무했던 아테네였지만, 피를 직접 언급하는 일은 삼갔다. 연극의 도시 아테네는 기원전 5세기에도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 비극 경연을 벌이고 있었다. 비극이므로 누군가가 죽기 마련인데, 피 흘리며 쓰러지는 장면을 무대에서 재현하기보다는 처참한 일은 무대 밖에서 벌어진 것으로 처리했다. 반면, 로마는 피를물의 대용으로 적극 활용했다. 잘 발달된 수로를 통해 로마로 풍족한 물이 공급되고 있었지만, 서민용 빌라에 해당하는 '인술라 insula'에는 상수도 시설이 전무했다. 물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관대하게 허용된 것이 있었으니 바로 '피'를 풍족하게 경험할 수 있는 콜로세움의 쇼였다. 입장료와 음식까지 무료로 제공받으며 종일 피 흘리는 광경을 구경하며 환호했다. 이외에도 현재 여행 명소로 이름난 유럽 곳곳에는 피의 역사가 포함되어 있다. 혁명의 이름으로 왕과 왕후를 비롯한 수천 명이 피를 흘렸던 파리 <콩코르드 광장>, 사람들에게 고기를 먹이기 위해 1천 년 가까이 동물들의로 물들었던 런던 <스미스필드 축산시장>, 프라하에 살면서 독일어로 글을 썼던 카프카의 경계인적인 삶을 바라볼 수 있는 프라하의 <유대인 묘지>, 주변 외세와의 충돌과 체제 내 갈등으로 빚어진 혁명으로 많은 시민들이 피를 흘렸던 부다페스트의 <벰 광장>, 십자가에서 피 흘리며 죽어가는 예수를 조각으로 형상화한 세 작품을 볼 수 있는 피렌체의 세 성당(산타크로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산스피리토) 등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유럽 도시에 <돈>이 빠질 리 없다. 집의 파사드에 온갖 금박을 입힐 정도라면 얼마나 부유했을까. 항해술과 해군을 토대로 동방무역을 장악하던 15세기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곳 귀족들은 상인들과 무역 사업을 벌여 막대한 부를 축적함과 동시에 정치에 참여하는 특권을 누렸다. 그러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했으며 뇌물과 사치, 부패와 권한 남용을 금하는 법 아래에 놓여 있었다. 이들에게 허용된 사치가 단 하나 있었으니 바로 화려한 저택을 건축할 수 있었다. 대운하 한복판에 자리 잡은 '황금 저택' 즉 '카도르'는 현재 금박은 사라졌지만 정교한 대리석 장식만으로도 그 화려함을 짐작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피렌체에는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 부를 일구는데 일가견이 있었지만 예술과 문화를 적극 지원하여 르네상스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코시모 데 메디치가 살고 있던 피렌체에는 '천사 같은 수사' 프라 안젤리코가 있었는데, '돈'의 측면에 있어서 극과 극이라 할만한 두 사람은 '산마르코 수도원'을 통해 연결된다. 뛰어난 화가이기도 한 안젤리코는 수도원 벽에 프레스코화 <수태고지>(성스러운 내용도 감동적이지만, 독특한 원근법을 실현하여 르네상스에 시동을 걸었다는 찬사를 받는 그림이다)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수도사들의 방마다 벽화를 그려주며 아낌없이 헌신했다. 이 모든 비용을 지원한 코시모를 위한 방도 있었는데, 안젤리코는 '영혼이 빈곤한' 코시모를 위해 더욱 정성 들인 벽화를 그려주었다. 관광명소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있을 로마의 '성베드로 대성당'이 면죄부를 팔아 건축기금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불편하다. 반면에 시에나에서 출발한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라는 은행이 고리대금업과 맞서는 '긍휼'의 은행업을 시작했다는 이야기에서 다시 평정심을 찾게 된다. 안트베르펜보다 암스테르담이 더 '뜬' 이유도 돈 때문이었는데, 종요 개혁을 비롯한 국제정세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도시 또는 국가가 승자가 된다는 진리를 되새겨준다. 암스테르담의 발 빠른 시장은 화가들과 화풍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길드를 중심으로 하는 시장논리에 따라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화가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산업혁명의 발생지답게 런던의 '돈'은 감옥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했다. 서더크에 남아 있는 '감옥' 박물관은 수감자마저 돈의 원리에 따라 다루어졌던 곳이다. 채무자를 빚을 갚을 때까지 감옥에 가둬두고 그 운영은 개인 사업자가에게 맡겼던 18-19세기 런던의 잔재이다. 영리가 목적이다 보니 채무자 사이에도 경제력에 따라 급이 나누어졌고 감옥 간에도 경제력에 따라 질적 차이가 있었다.

 


 

 

 

<불>은 프라하의 종교적 대립의 상징적 장소인 '스타레 메스토 광장'에서 시작된다. 프라하의 구시가지의 상징인 이 광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첫인상은 '혼란스러움'이었다.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광장을 빙 둘러싸고 있어 무질서하게 느껴졌다. 어디에 눈길을 줘야 할지 난감해하던 순간, 광장 중앙의 검은색 물체가 기묘하게 다가온다. 돌무덤 같기도 한 평평한 받침대 위에 메말라 보이는 자태의 한 남자, 바로 프라하의 영웅 '얀 후스'의 조각상이다. 후스는 타락한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열정 때문에 로마의 교황과 교회 권력자들에게 이단으로 몰려 화형을 당했다. 이에 그의 추종자들과 군중들은 거센 반란세력을 이뤄 프라하의 수도원과 교회들을 불태우면서 중세 프라하의 자취를 거의 지워버렸다. 후스 추종세력 안에서도 급진파와 온건파가 대립하는 등 일명 '후스전쟁'은 종교개혁 및 30년 전쟁과 맞물리며 거의 200년에 걸쳐 프라하를 흔들어 놓았다. 후스의 조각상은 바른 종교적 삶을 권고하면서도 엇길로 나간 종교의 폐해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프라하. 이번에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가 초연되었다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스타보브스케 극장'이다. 대본으로나 음악으로나 색다른 면모를 가진 <돈 조반니>는 (주요 인물들이 모두 베이스 바리톤이고 2막으로 구성됨) 역시 다양한 인종과 문화로 특이한 분위기를 가진 프라하에서 열광적 인기를 누렸다. 극장에서 가까운 거리에는 <돈 조반니>에서 참회를 촉구하는 기사장 동상을 재현해놓았다. 극장은 곱고 밝은 색이지만, 얼굴없이 앉아 있는 이 조각상은 검은 천을 뒤덮어 쓴 채 여전히 경건한 삶을 촉구한다. 다시 피렌체로 돌아와 시뇨리아 광장에 도달한다. 나에게는 영화 <전망 좋은 방>에서 로맨스가 엮어지는 장소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이 광장은 '사보나놀라'라는 수사가 화형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한때 메디치 가문을 추방시키고 피렌체를 정화시키는 데에 사활을 걸었던 수사인데 교황청의 타락에 맞서면서 궁지에 몰려 비극적 죽음을 당했다. 세속주의에 맞서 허영을 불태우라고 외치다가 자신이 먼저 불길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니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다. 같은 장소 피렌체이지만 한편에는 음식과 관련된 매력적인 불의 이야기도 있다. 피렌체 여행자라면 누구나 티본스테이크를 찾는다. 정식 이름은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bistecca alla fiorentina'로 키아니나 송아지 고기와 참나무나 올리브 나무 숯을 이용한 불이 핵심이다. 탄생 배경과 요리방법을 읽는 사이 군침을 삼키면서 이 요리의 명소 '산로렌초' 동네의 중앙 시장을 기억해둔다. 한편, 소 위장 중 양으로 만든 '트리파trippa'라는 '토종' 토스카나 음식은 처음 들어본다. 약한 불에서 야채와 같이 삶아 내는 요리로서 고기보다 재료의 배합이 관건이라 한다. 제맛을 보려면 피렌체에서 한 시간 기차를 타고 아레초에 가야 하지만, 피렌체에서도 제법 만족스러운 아레초식 트리파를 맛볼 수 있다. 볼 것 많고 할 것 많을 피렌체에서 멋진 요리를 두 품목이나 즐길 수 있다니 도대체 피렌체의 단점은 무엇일까. 버지니아 울프의 흔적을 쫓아 오가던 런던의 블룸스버리, 석탄재를 재활용한 벽돌로 지은 건물들이 남아 있는 역사적 장소라는 사실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산업 혁명에 힘입어 급속한 발전 가도를 달리던 런던은 석탄재 역시 '보이지 않는 손'의 시장 원리에 따라 효율적으로 처리했다. 석탄재를 섞어 값싸고 품질도 향상된 벽돌을 만들어 늘어나는 주택 수요도 맞추고 고질적인 석탄 쓰레기 문제도 해결한 것이다. 모네의 <생라자르역>이 있기 전에 마네도 뿌연 연기가 가득한 <철도>라는 그림을 그렸었다. 19세기 프랑스에 불어닥친 부자 열풍에 따라 철도사업이 돈 되는 분야로 부상하면서 파리 외곽으로 이어지는 철도를 위한 기차역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하지만, 생라자르 역은 원래 수도원이 있던 자리로서 프랑스 혁명의 비극적 행태가 자행된 곳이었다. 마네의 시대에 이미 이 비극적 역사는 부를 쫓는 행렬에 묻혔고, 오늘날도 파리에 대한 핑크빛 로망의 한 부분으로 각인되어 있다. 미술의 도시로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드레스덴. 베를린 및 뮌헨과 프라하를 이어가는 여정의 한 부분으로 간직해왔는데 '성모교회'에 얽힌 전쟁의 비극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런던에 화염 폭탄을 퍼부었던 히틀러의 독일은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성공하면서부터는 폭격을 당할 차례가 되었다. 공업지대와 인접해있는 드레스덴도 집중포화 공격을 당했고 '성모교회' 역시 이 포화를 피하지 못했다. 폭격당한 모습으로 공산주의 동독 시대를 견뎌오다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에야 복원되었다. 놀랍게도, 새로 복원할 돔에 얹을 황금 십자가를 '영국의 시민들과 왕실'의 후원금으로 제작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기막힌 아이러니가 하나 더. 제작과 설치를 영국 회사가 맡았으며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의 아버지는 드레스덴 폭격 당시 폭격기 조종사였다. 돌고 도는 인생사이자 흥과 쇠가 반복되는 역사 아닌가.

 



 

 

<발>은 여행의 가장 믿는 구석이다. 편안한 관광보다 생고생을 자처하는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도 나의 발을 적극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기심과 긴장감을 안고 골목골목을 걸어 다닐 때야말로 여행의 최고의 순간들이 열린다. 발로 속속들이 찾아다닌 장소 중 바르셀로나의 '바리 고틱'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발>도 '바르셀로나 = 안토니오 가우디'라는 공식보다 '바리 고틱 (고딕 동네)'를 우선시한다. 고딕이라면 하늘 높이 뾰족하게 치솟기 마련이지만 바리 고틱의 고딕 건물들은 '옆으로 퍼진 수평적 느낌'을 주며 '늘씬함보다는 다부짐이, 시원함보다는 푸근함'이 느껴진다. 대표적 건물은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으로서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의 교회였다(몬주익에서 돌을 어깨에 이고 나르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성당 대문에 장식해 넣었다). 검은 밤하늘로 희끄무레하게 솟아 있던 '바르셀로나 대성당'도 넉넉하고 듬직한 바르셀로나 특유의 고딕 양식이다. 19세기 산업주의 물결에서 살아남았기에 바르셀로나만의 아름다운 중세 가톨릭 분위기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파리에서는 무조건 '퐁뇌프'를 걸어 보아야 한다. 다리 한편에 우뚝 서 있는 앙리 4세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는다. 파리의 처참했던 종교분쟁의 주인공이면서 왕위에 앉기 위해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인물이다. 또한, 파리 최고의 산책로이자 뷰포인트인 '퐁 뇌프'를 선사한 왕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파리가 퐁뇌프라면 런던은 웨스트민스터 다리이다. 런던 시티와 웨스트민스터로 나누어져 있던 옛 런던 이야기와 연결된다. 런던 거리를 배회하며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기괴한 애정행각을 일삼았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문필가 제임스 보즈웰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빅벤 아래로 줄지어 행군하듯 몰려들던 장면이 떠올랐다. 빅벤이 보수공사이지만 바로 옆의 런던 아이와 바로 뒤편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덕분에 웨스트민스터 다리는 영원히 런던의 심장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사실, 나폴리는 내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라는 명성보다는 지저분하고 무질서하며 소매치기가 득실한 동네라는 소문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사진 한 장, '위'와 '아래'로 나누어진 특이한 분위기(위는 상류 사회, 아래는 가난한 변두리),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로 이어지는 다양한 지배의 역사를 알아가면서 이 도시에 대해 '가고 싶다'라는 의견을 갖게 된다. 얼마나 고급스러운 동네인지 위쪽의 보메로 지역도 다녀보겠지만, 길바닥의 오물과 인파로 출렁인다는 아래의 '제수 누오보 광장'이 더 궁금하다. 이곳의 성당은 '별 장식 없는 검은 돌 벽', 길바닥의 돌들도 검게 얼룩진 상태, 그리고 원조 '나폴리 피자'의 본거지( 이탈리아 왕비의 이름을 본뜬 마르게리타 피자가 나폴리 피자의 원조라 한다. 얇은 도우에 흥건히 녹아있는 모짜렐라와 토마토소스, 그 위 띄워놓은 바질 잎 몇 장).... 푸니콜라레에 의지하지 않고 발로 위와 아래를 걸어 다녀보고 싶다. 마드리드에 갈까 말까. 고민이 필요 없는 이유는 바로 '프라도 미술관'일 것이다. 주로 그림 위주로 전시되어 있고 '길게 뻗어 있는 갤러리 복도를 느긋하게 걸으며 마음껏 명화를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한 줄 평으로 충분히 기대된다. 가장 인기 있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감상하고 더 여유를 챙겨 미술관 곁에 있는 '부엔레티로 Buen Retiro'공원을 산책하면 된다. 가까이에 있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면서 감격에 전율하기 전, 자연이 주는 푸르름으로 감각을 가라앉혀둘 필요가 있다. 로마의 소나무는 특이하게 생겼다. 평평한 텐트를 올려놓은 듯한 모습에 활엽수처럼 보였다. 이탈리아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의 < 로마의 소나무>를 들으면서 '소나무 사이사이에서 날아다니는 작은 새들' '햇살이 소나무 그늘과 숨바꼭질하듯 짧은 음들의 상쾌한 조화' '달빛의 조명을 받는 소나무들의 자태'를 그려보며, 곳곳에 소나무가 즐비하던 로마를 추억한다. 이 교향시의 절정인 4악장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들'에서는 로마 군대의 행진 장면이 연상된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도록!' 유럽을 장악했던 군대의 힘찬 발걸음은 로마 제국의 여러 유적지에도 남아 있다. 로마가 누렸던 과거의 영광은 음악으로 유적으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국의 브라이튼과 프랑스의 니스,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힌트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니스의 해변가의 명칭에 들어있다. '프롬나드 데 장글레'...지중해를 끼고 있는 프랑스 땅 니스에 '영국인의 산책로'가 뻗어 있는 이유인즉, 바닷물의 효능을 믿으며 햇빛을 사랑했던 영국의 상류층 사람들이 대거 니스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이 멋진 길을 닦은 사람들은 물론 이들이 아니다. 얼어 죽을 위험을 피해 따뜻한 니스로 내려온 유럽의 빈민들과 이들을 돕고자 했던 영국인 교회의 합작품이다. 2016년의 끔찍한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 산책로는 누구나 걸어보고 싶어 하는 영원한 명소로 남아있다.

 


 

 

여행의 또 다른 이름은 <꿈> 아닐까. '꿈'의 연장선이 여행이고 여행은 또 다른 꿈을 낳는다. 피렌체를 강렬하게 꿈꾸었던 사람 중에는 단테가 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추방당했지만 고향 피렌체로 돌아올 날을 꿈꾸며 영원한 스테디셀러 『신곡』을 써나갔다. 『신곡』의 연옥편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장소로 나오는 '산미니아토 알 몬테'가 단테의 꿈의 장소이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계속 걸어 돌계단을 거쳐 이 성당으로 오르는 과정을 몸소 실행하며 나의 '꿈'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세상을 사는 날 동안 가장 마지막 꿈은 무엇일까? 바티칸의 시스티나 경당에서 찾아본다. 미켈란젤로는 천장 프레스코화 <천지 장조>를 그린 지 20년 후, 자신도 60세에 접어든 시점에서 <최후의 심판>을 그려놓았다. 종교개혁의 선봉에 섰던 마르틴 루터, 메디치 가문 출신으로 최고의 화려한 삶을 희구했던 교황 레오 10세 및 클레멘스 7세, 그리고 삶의 마지막에 이르러 죽음을 의식하며 이 그림을 그렸던 미켈란젤로 그리고 이 그림을 바라보는 모든 시대의 개개인... 누구든 마지막으로 갖게 될 꿈은 바로 '심판의 날에 저의 죄를 묻지 마소서'아닐까. 오스트리아 빈에서 단 한 곳의 카페만 갈 수 있다면 큰 고민 없이 '카페 자허'를 선택할 것이다. 자허 토르테의 매혹적인 풍미를 즐기며 지척의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을 중심으로 이 동네에 그윽하게 번져있는 예술의 정취에 젖어볼 수 있다. 그러나, 카페 자허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호텔 자허'가 베토벤의 꿈의 장소였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이 자리가 바로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이 초연되었던 '케른트너토어 극장'이 있었던 곳이다. 완전히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도 평생의 꿈을 모아 이 곡을 썼다. 비록 자신에게는 들리지 않았지만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 받았을 때의 그 환희란 분명 자신의 평생 지켜온 꿈에 대한 결실이었을 것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인기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본거지 맨체스터. 짧은 역사를 극복하고 영국 내 유수의 도시 대열에 서고자 했던 도시 전체의 꿈을 실은 '맨체스터 시청사'로도 유명하다. 한편, 19세기 산업혁명의 병폐에 물든 이 도시에서 노동 계급의 투쟁과 혁명을 꿈꾼 자가 있었으니 엥겔스. 아버지가 소유한 이곳의 면직 공장에서 계급 타파를 이룰 사회주의를 꿈꾸었지만, 공장을 물려받아 가만히 앉아 챙기는 수익금 덕택에 험악한 노동 현장에 들어설 필요가 없었다. 고급 와인을 즐기며 공산주의 꿈을 피력한 저서를 썼을 뿐이고, 정식 수입이 없이 동일한 혁명을 꿈꾸던 친구 마르크스에게 한없이 고마운 존재였다. 햇빛이 잘 들고 조망도 좋으며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아파트를 향한 꿈은 오늘날 대한민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세기 초 르 코르뷔지에가 설파했던 꿈이기도 했다. 그는 '하나같이 똑같은 모양으로 60층짜리 직사각형 건물들을' 지으려는 그의 꿈에 '이웃 설계안 Plan Vois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파리에서는 거부당했지만 소련 정부의 대환영을 받았고, 마르세유에서 '유니테 다비시타시옹'으로 실현되었다. 내가 사는 이 아파트도 결국은 르 코르뷔지에의 꿈의 산물인데, 그 당시 시민들은 이 아파트를 '정신이 돈 자의 집 La Maison ju fada'라 비난했다. 유럽 도시들은 구도심의 철거와 재건을 규제하여 이 '정신 나간 집' 아파트를 배격해왔지만, 내가 사는 나라는 이것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조금씩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사는 나라일지도. 여행에 관한 나의 원대한 꿈중의 하나는 버지니아 울프의 명저 『델러웨이 부인』의 주인공 클리리사 델러웨이의 길을 따라나서보는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부근에서 출발, 세인트 제임스 공원과 피카딜리 서커스를 거쳐 북쪽 본드가에 있는 꽃집으로 가는 여정이다. 런던에 가로등이 생기고 여성의 참정권이 수립되고 여성들이 편한 복식을 입기 시작하면서 도시는 여성에게도 서슴없이 걷고 싶는 장소가 되었다. 거의 백 년 전 여성들이 '발'의 꿈을 성취해 놓았기에 오늘의 내가 낭만적인 런던 산책을 꿈꿀 수 있는 것이다.

 


 

 

 

2021년 1월 말 현재 나의 제1번 꿈은 유럽여행이다. 이 책은 상당히 절실하게 읽히는데 그 어느 인문기행 또는 예술여행 책과는 달리, 여행을 꿈꿀 수 없는 시기에 내 손에 들려졌기 때문이다. 시간과 돈을 비롯한 제반 여건이 갖추어진다 하더라도 실행 여부를 전혀 장담할 수 없는 유럽 여행, 꿈꾸는 것이 이토록 괴롭고 슬픈 경우는 처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피렌체, 베니스, 로마, 나폴리, 시에나, 라벤나, 볼로냐 등 세상의 진귀한 보석을 가득 지니고 있는 이탈리아 땅이 새삼 부러워진다. 매년 올 줄 알고 마음 편하게 나다녔던 런던과 파리의 구석구석이 그리워 마음이 아려오고 좀 더 자세하게 볼 걸이라는 후회도 막심하다. 늦은 밤 은은한 가로등 불빛 아래 아른거리는 중세의 흔적을 쫓아 여러 번 순례했던 바르셀로나 바리 고틱, 붉은 지붕과 옅은 잉크 빛 물살이 황홀한 여흥을 돋우어내던 프라하의 블타바 강변, 매서운 골목바람을 피해 급히 걸으면서도 집과 집 사이를 돌아 흐르던 물길에 매혹되었던 암스테르담, 상점마다 모차르트의 얼굴이 나붙어 있고 클래식 음악이 일상처럼 들려오던 빈. 여행할 그때는 몰랐던 도시마다의 아름다움이 이 책을 통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언제든지'가 아니고 '언제일까'를 막막히 기다려야 하는 이런 시간이 올 줄도 모르고 여행을 너무 쉽게 대했던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이 여행하기에 적합하도록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이 간절한 꿈, 이 책의 마지막인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을 향해 외쳐본다.

 


 

 

 

밀라노는 코로나-19의 피해가 극심한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에 속한다. '밀라노 대역병'이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로 이곳을 황폐화시켰던 17세기 흑사병에 견줄만한 비극이다. 이미 한차례 경험했기에 지금의 역경에도 밀라노는 꿈을 노래한다. 모두 텅 비어 있는 이 도시의 여전히 인적이 끊긴 두오모 대성당.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의 2020년 4월 12일 공연은 끔찍한 전염병에 떨고 있는 밀라노와 전 세계를 향해 여전히 꿈꿀 수 있어야 한다고 다독인다. '희망을 위한 음악', 이 시기에 이보다 더 절실히 와닿는 제목은 없다. 보첼리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전해져 오는 <아베 마리아>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들으며 지구 반대편은커녕 내 집 문밖으로 나서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한 이 두려움의 시간들을 응시해본다. 공포와 무기력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다 해도 우리는 노래하며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도록 정해져 있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골몰하며 살아가던 코로나 이전의 나날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안에는 절망이 있지만 자그마한 기쁨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여전히 행복을 추구하며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서 일곱 가지 코드로 안내하는 도시들도 매 마찬가지이다.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도 부흥을 내다보았고 한창 잘나갈 때에도 쇠퇴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여행도 그렇다. 하지 못할 때와 할 수 있을 때는 시간의 간격과 기다림의 강도는 다르더라도 반복된다. 지금처럼 여행이 불가능할 때는 과거의 여행을 소환하고 타인의 여행을 들여다보며 앞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면 된다. 그러므로, 무참한 가운데에서도 감히 꿈꿀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도시들이 한결같이 말해주는 요점이며, 현재 여행을 기다리는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강령이기도 하다.

 

** 이 글은 예스 24 리뷰어 클럽의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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