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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끄는 짐승들

동물해방과 장애해방

수나우라 테일러 저/이마즈 유리 | 오월의봄 | 2020년 11월 20일 | 원서 : Beasts of Burden: Animal and Disability Liberation 리뷰 총점9.8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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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540g | 140*210*25mm
ISBN13 9791190422529
ISBN10 119042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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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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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장애운동가, 동물운동가 겸 작가. 인간의 동물 이용과 착취 전체에 반대하는 비건 동물 착취 철폐론자로 살고 있다. 이 운동들에 대한 열정을 동력 삼아 활발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선천성 관절굽음증을 가지고 태어났고, 조지아주 애선스에서 홈스쿨링을 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미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뉴욕대학교 사회문화분석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테일러가 제작한... 장애운동가, 동물운동가 겸 작가. 인간의 동물 이용과 착취 전체에 반대하는 비건 동물 착취 철폐론자로 살고 있다. 이 운동들에 대한 열정을 동력 삼아 활발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선천성 관절굽음증을 가지고 태어났고, 조지아주 애선스에서 홈스쿨링을 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미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뉴욕대학교 사회문화분석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테일러가 제작한 미술 작품은 CUE 예술재단, 스미스 소니언 예술협회, 버클리 미술 박물관을 비롯하여 미국 곳곳에 전시되었다. 또한 조앤 미첼 재단 예술 기금·문화와 동물 기금의 지원을 받았고, 장애와 예술 두 분야를 아우르는 국제 조직 VSA에서 주관하는 신인 장애예술가 발굴 프로그램 입선작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책을 출간하기 전에는 주로 《먼슬리 리뷰》, 《예스 매거진》, 《아메리칸 쿼털리》, 《퀴 파를레》 등의 잡지에 글을 발표했다. 지금도 여러 잡지와 웹진 등에 글을 쓴다. 함께 쓴 책으로 『에코페미니즘: 다른 동물들 및 지구와의 페미니즘적 교차』(2014), 『점거하라!: 점령된 미국의 정경』(2011) 등이 있고,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와 가진 대담이 다큐멘터리 〈음미된 삶〉(2008, 애스트라 테일러)의 한 장면으로 삽입되었다. 『짐을 끄는 짐승들』은 수나우라 테일러의 첫 번째 단독 저작으로, 2018년 아메리칸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히토츠바시대학 언어사회연구과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한국으로 건너와 살면서 ‘동물’이라는 주제와 만났다. 현재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에서 다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 책 『짐을 끄는 짐승들』의 일본어판을 번역 출간했다. 이 외에도 『철학자와 하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고병권, 2014)을 일본어로 옮겼다. 히토츠바시대학 언어사회연구과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한국으로 건너와 살면서 ‘동물’이라는 주제와 만났다. 현재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에서 다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 책 『짐을 끄는 짐승들』의 일본어판을 번역 출간했다. 이 외에도 『철학자와 하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고병권, 2014)을 일본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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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16

출판사 리뷰

오랫동안 짐짝 취급된 존재들이,
서로의 수레를 끌어주며
해방을 위해 함께 나아가는 곳,
그곳에 새로운 세계가 있다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을 잇는
아름답고도 촘촘한 사유의 다리


“동물을 둘러싼 억압과 장애를 둘러싼 억압이 서로 얽혀 있다면, 해방의 길 역시 그렇지 않을까?” 작가, 예술가이자 장애운동가, 동물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해온 수나우라 테일러의 첫 단독 저작이 국내에 소개된다. 테일러는 선천성 관절굽음증이라는 장애를 가진 장애인 당사자로서 이어온 날카로운 통찰을 자기 자신의 몸을 넘어 비인간 동물들이 겪는 억압과 폭력으로 확장해 큰 주목을 받았고, 리베카 솔닛, 앨리슨 케이퍼, 캐럴 J. 애덤스 등 여러 페미니스트 작가들과 장애학자들로부터 ‘인간의 조건은 물론 동물이라는 범주에 대해 전적으로 새롭게 탐구하는 책’이라는 극찬을 이끌어냈다. 한국어판을 위해 특별 수록한 홍은전의 추천 글은 이 책을 읽어야 할 또 다른 이유이다. 인권 및 동물권 기록 활동가로서 이 사회가 효율성을 이유로 손쉽게 배제해온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온 홍은전은 특유의 섬세한 언어로 수나우라 테일러의 전복적인 세계관을 써내려간다.
이 책은 비장애중심주의에 대한 강력한 비판에서 출발하는 한편, 그 비판의 ‘인간 편향성’을 넘어선다. 비장애중심주의는 장애가 없는 ‘비장애 신체(성)abled-bodiedness’을 정상’과 ‘표준’의 몸으로 제시하며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다른 몸들을 배제하고 억압한다. 비장애중심주의에 대한 기존 비판이 억압받는 이 몸들을 ‘인간의 몸’으로 상정했다면, 테일러는 여기에 ‘동물/짐승의 몸’을 추가함으로써 전례 없는 교차성의 사유를 보여준다. 현실의 장애운동과 동물운동이 오랫동안 불화해왔음을 고려할 때 이런 시도는 무척이나 값지다. 동물과의 비교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한 긴긴 역사를 가진 장애인들에게 ‘동물’이란 하나의 낙인이었으며, 일부 동물운동은 ‘지적장애인처럼 이성을 결여한 이들에게 권리가 있다면 동물이 권리를 갖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장애인의 삶을 폄하해왔던 것이다.
테일러는 동물이 겪는 억압과 장애인이 겪는 억압을 교차적으로 사유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이 반목하게 된 이 두 운동을 다시 잇고자 한다. 비장애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 종차별주의가 공모하는 폭력을 인지하면서도 서로 다른 두 존재의 고유성과 독특성을 놓치지 말자는 것, 이것이 바로 《짐을 끄는 짐승들》의 제안이다.

동물 그리고 장애인: 억압이 연결되는 순간

“마돈나의 〈트루 블루〉가 크게 흘러나오고 있다. 아이들은 깡충깡충 뛰고, 빙글빙글 돌고, 방 안을 가로지르며 뛰어다닌다. 나는 잔뜩 흥분해 있다. 춤추고 싶어. 그러나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며 꿈틀꿈틀 앞으로 나서려고 할 때마다 주저앉고 만다. 처음 한두 번은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 번째로 바닥에 넘어졌을 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나는 미친 듯 춤추고 있는 주변 아이들을 쳐다본다. 그리고 떠오른 생각, ‘아, 이게 바로 장애구나’.”
태어날 때부터 관절굽음증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수나우라 테일러에게 몸이란 언제나 질문과 탐구의 대상이었다. 테일러는 자신의 몸이 미군이 무단 폐기한 여러 독성물질이 상호작용해 만들어낸 혼합물이라고 말한다. 어머니가 그를 가졌을 때 독성물질에 오염된 수돗물을 모르고 마셨고, 그 영향으로 그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장애가 있는 몸을 비정상화하고, 장애를 순전히 극복의 대상으로 상정하는 비장애중심주의가 자신을 둘러싼 환경 곳곳에 깔려 있었던 탓에, 사는 내내 자신의 몸이 똑바르지 않으며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해야 했다고 테일러는 털어놓는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깨달음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찾아왔다. 몸에 대한 깨달음이 굳이 깨달을 필요도 없이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이었다면, 동물에 대한 깨달음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그를 강타했다. 그리고 몸에 대한 깨달음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되었다. ‘닭을 실은 트럭’이 안겨준 충격에서 비롯된 그 깨달음은 ‘고기’라는 음식에 대한 자각으로 이어진다. 어떻게 동물들이 사과나 샌드위치 혹은 생일 케이크와 같은 범주로 묶일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우리는 자기 고유의 삶의 경험과 욕망, 정서를 지닌 살아 있는 존재를 한 덩어리의 고기나 한 컵의 우유와 무관한 별개의 대상으로 보게 되는가?
이후 테일러는 어릴 때 본 트럭 안에 실린 수십 마리의 닭들을 그리면서 동물을 이용하는 산업과 공장식 축산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배운다. 그리고 비로소 어릴 때 자신이 본 트럭 안의 닭들이 사실상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깨달음은 비장애중심주의가 장애인들을 비롯해 훨씬 많은 존재들을 포괄한다는 통찰로 그를 이끈다. 테일러는 ‘자립’ ‘생산성’ ‘효율성’ ‘정상성’ ‘자연스러움’ 등의 의미를 규정하고 측정하는 비장애중심주의가 우리와 함께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비인간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심장하게 새긴다.
물론 동물과 장애인이 똑같은 방식으로 비장애중심주의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동물들은 적어도 그들의 동물성을 치료하기 위해 의학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병리화되지 않으며(장애는 언제나 의학이 개입해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상정된다), 장애인들은 (비록 자주 대상화되기는 하지만) 명백히 고기나 물건으로 가공되지 않는다. 이처럼 동물과 장애인은 분명 매우 다른 방식으로 소외와 지배를 경험한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방식은 다를지라도 비장애중심주의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존재들의 가치를 깎아내린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것은 “비인간 동물과 장애인의 삶과 경험 모두를 덜 가치 있고 폐기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며, 그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억압들”을 만들어낸다.

동물은 어떻게 불구가 되는가?: 동물 산업과 공장식 축산 농장의 거대 폭력

이처럼 비장애중심주의가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면, 동물은 장애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즉 장애라는 범주가 사회적 구축물이라면, 동물이 장애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테일러는 인간에게 고유하며, 인간 문화 안에서 유효한 ‘장애’라는 말의 의미를 비인간 동물의 삶과도 관계 짓는다. 그는 인간의 고의에 의해 ‘장애’를 갖게 되는 동물 산업 내부의 동물들에게 주목한다.
인간이 먹고 입고 쓰기 위해 사육하고 이익을 뽑아내는 ‘가축화된 동물들’에게 장애란 거의 태생이자 필연이다. 오직 인간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이 동물들에게 장애는 너무나 흔하다. 신체적 극한에 이를 때까지 품종 개변을 당해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갖는 것도 모자라, 평생의 삶을 자기 분뇨를 뒤집어쓴 채 비좁은 우리에서 보낸다. 몸이 버티지 못할 정도로 많은 젖을 생산하도록 품종개변된 젖소, 자신의 거대한 가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만큼 살찌워진 상태로 태어나는 닭과 칠면조를 떠올려보라.
동물들은 사육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장애와 손상에 노출된다. 닭, 칠면조, 오리 등 조류 동물들은 마취 없이 부리 절단을 당하고, 소와 염소는 (우유 생산을 위해) ‘임신-출산-착유’라는 끝없는 순환을 강요당한다. 죽음의 순간은 또 어떠한가. 미국의 대형 육가공 업체에서 근무한 노동자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일주일에 대략 7만 5000마리, 즉 4초당 한 마리꼴로 돼지가 도살된다. “절뚝이는 돼지를 다룰 때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돼지가 슈트에 들어가기 전에 파이프로 죽을 때까지 패는 거야. 이걸 ‘파이프질’이라고 하지.”
동물들에 대한 이런 폭력과 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공장식 축산이라는 거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동물이라는 존재를 철저히 인간의 욕망을 위한 수단으로 동원한다. 이 시스템 안에서 동물들은 인간과 대등한 존재가 아니라, 오로지 인간이 먹을 고기(식육)와 인간이 먹을 우유, 인간이 먹을 달걀, 인간이 입을 옷 등을 무한 공급하기 위해 존재하는 물건으로 취급된다. 따라서 인간이 필요로 하는 재화의 생산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는 즉각 제거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일례로 피로, 탈수, 품종 개변으로 인한 약한 뼈, 출산 후 합병증 때문에 “서지 못하는 동물들downed animals”은 인간 때문에 장애를 입게 되었음에도 이들을 섭취하게 될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도살되거나 안락사된다. 이때 안락사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인도적인 죽음’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 인간은 “관통형 가축 총 한 발이나 총격” 혹은 “동물을 곧바로 무의식 상태로 만들고, 죽음에 이를 때까지 완전한 무의식 상태를 유지시키는 화학적 방법” 따위를 안락사라고 말한다.
감염이 발생했을 때도 동물들은 집단 사살된다. 감염이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치명적이지 않은 경우는 물론이고(구제역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감염되지 않은 개체 역시 모조리 살처분된다. 공장식 축산 농장의 구조상 감염이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윤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난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동물들은 인간의 이익을 위해 태어나고 살다가, 또다시 인간의 이익을 위해 죽는다.
테일러는 이윤과 효율이라는 기준으로 손쉽게 내쳐지고 살해당하는 동물들에게서 장애인의 모습을 본다. 그는 동물을 둘러싼 억압과 장애인을 둘러싼 억압이 하나의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더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동물산업 곳곳에 장애를 가진 몸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또한 동물의 몸이 오늘날 미국에서 장애를 가진 몸과 마음이 억압당하는 방식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동물을 둘러싼 억압과 장애를 둘러싼 억압이 서로 얽혀 있다면, 해방의 길 역시 그렇지 않을까?”

누구를 위한 동물윤리인가?: 동물윤리 불구화하기

그 억압의 뿌리를 파헤치기 위해 테일러는 기존의 동물윤리를 점검하고 분석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폭력적인 동물 산업을 떠받치는 것은 인간이 지닌 ‘동물윤리’ 그 자체일지 모른다. 공장식 축산 농장과 동물산업의 폭력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그에 맞서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운동가들조차 동물을 ‘목소리 없는 존재’ 취급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목소리 없는 자들을 위한 목소리”라는 구호를 내세운다. 이 구호가 의미하는 바는 명징하다. “자신을 변호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자들에게 목소리를 선사”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호는 동물을 말을 하지 못하고(목소리가 없고), 힘없고, 약한 존재로 시사하는 동시에, 목소리를 가진 돕는 쪽(인간)과 목소리 없는 도움받는 쪽(동물)의 메워지지 않는 간극을 암시한다. 동물의 고통에 이입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동물을 더욱더 타자화한다.
테일러는 인도의 정치운동가 아룬다티 로이의 말을 빌려 이렇게 비판한다. “‘목소리 없는 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침묵을 강요받았거나, 듣지 않으려 하기에 들리지 않게 된 자들이 있을 뿐이다.” 동물들은 자신이 무엇을 선호하는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낸다. 학대당하며 소리 지를 때, 막대기, 전기봉, 전기충격기를 피해 도망칠 때…… 이것이 의사표현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간혹 자신이 갇힌 우리에서 탈출해 먼 곳으로 도망치는 동물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다. 2011년 자신에게 임박한 도살을 예감하고 농장을 탈출한 젖소 이본, 더 오래 전인 1968년 헨리 도어리 동물원을 몇 번씩이나 탈출해서 관리소장을 당황케 한 오랑우탄 푸 만추는 동물 역시 자유를 갈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수년간 서커스 업계에서 일한 코끼리 재닛은 서커스 직원들을 공격하고, 자신을 학대하는 데 쓰이는 날카로운 금속 갈고리 불훅bull-hook을 벽에 세게 내리침으로써 “동물들을 목소리 없는 존재로 보는 낡은 질서”에 균열을 냈다.
테일러가 더욱더 경계하는 것은 동물 옹호 운동 내부에 깊게 뿌리내린 비장애중심주의다. 비장애중심주의는 동물 옹호 운동에서 “더 지독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중 가장 거센 비판을 몰고온 것은 단연 피터 싱어의 ‘극한의 경우를 예시로 하는 논증’이었다. 싱어는 비인간 동물이 인간과 같은 도덕적 지위와 권리를 가져야 하는 근거로 인간 유아나 치매 환자,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 지적장애인 등 추론 역량(이성, 언어, 자기의식)을 거의 갖지 못한다고 상정되는 ‘극한의 경우’에 속하는 이들을 제시한다.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것과 직결되는 이런 능력을 결여한 인간의 도덕적 지위를 인정한다면, 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가진 비인간 동물들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테일러가 보기에 싱어의 이런 논증은 상당히 문제적이다. 그는 한 존재(동물)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다른 존재(장애인)의 삶을 완전히 짓밟는다. 서로 다른 존재들 사이에 위계 서열을 전제하고, 그중 더 가치 있는 존재를 판별하는 척도로 이성을 제시한다. 그가 인격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제시하는 역량들은 매우 주관적인 데다 인간중심주의적?비장애중심주의적?종차별주의적인 틀에 박혀 있다. ‘극한의 경우’라는 단일 범주 또한 모순투성이다. 개개인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서 ‘지적장애인 일반’ ‘유아 일반’ ‘치매 환자 일반’에 대해 논하는 것도 모자라 어떻게 지적장애인, 유아, 치매 환자, 혼수 상태에 빠진 사람 등 서로 명백히 다른 이들을 하나의 동일한 범주로 묶을 수 있을까?(이는 싱어가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모든 조건이 같다면”이라는 구절에서도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싱어의 논증은 무수히 많은 장애인들의 삶, 그리고 그들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다종다양한 차이를 지운 진공 상태의 이론에 불과하다.
이성은 (동물과 인간을 막론하고) 어떤 존재의 가치를 판별하는 척도로서 막강한 힘을 행사해왔다. 동물실험 연구소로 팔려가 고의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13년을 케이지에 갇혀 지낸 침팬지 부이의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대중들이 그토록 부이의 해방을 촉구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중들이 부이에게 보낸 연민과 공감이 그의 언어 능력(수어) 때문은 아니었을까? 부이처럼 수어를 할 줄 모르는 다른 침팬지들은 왜 그런 뜨거운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을까?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위계의 철학을 기준 삼아 서로 다른 삶들의 가치를 대립시키는 일에 맞서는 것이다. 위계 서열에 따라 동물의 삶과 인간(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의 삶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일이 잘못된 이분법임을 이해할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있다.

‘자연스러움’의 신화에 관하여: 동물복지와 인도주의적 고기 운동의 모순

싱어의 논리는 동물복지론과 인도주의적 고기 운동에까지 가닿는다. 동물복지론자들은 공장식 축산 농장이 아닌, 지역에 있는 소규모의 ‘좋은 농장’에서 길러진 동물을 먹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인도적으로 기른” 고기를 선택함으로써 “환경 악화와 동물의 고통이라는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른바 ‘의식 있는’ 소비자들은 실제로 “지역” “목초를 먹인” “인도적으로 기른” “방목 축산” 따위의 어구들에 열렬히 호응한다.
인도주의적 고기 운동의 중심에는 “자연nature”이라는 개념이 있다. 하지만 테일러에 따르면 자연은 “동물 착취 및 상품화를 정당화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가장 흔하고 강력한 수사학적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운동을 신봉하는 이들은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고 상품화하는 것, 동물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정치적인 것이나 착취로 그리지 않고 그저 “세상의 이치”로 그린다. ‘동물들이 다른 동물을 먹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니, 인간이 동물을 먹는 것 또한 그렇다’는 논리다.
이들은 정작 자연 개념을 둘러싼 복잡한 맥락들, 즉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역사적으로 변화해왔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그 이해는 문화적 차이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 지금껏 인간은 인간의 가치 체계와 권력 구조 안에서 자연을 바라보고 해석해왔고, 따라서 자연에 대한 우리의 해석은 인간의 문화, 편견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것이 인간의 동물 지배라는 유서 깊은 역사적 패러다임의 실체이자,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자연’의 실체이다. 인도주의적 고기 운동은 자신들의 윤리적 신념을 강화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자연의 이미지에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그들이 지지하는 소규모 농장의 생산 공정은 사실상 공장식 축산 농장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거주 환경을 비롯해 몇 가지 세세한 부분이 다르긴 하지만, 지역 기반의 소규모 농가 역시 동물의 삶과 재생산 체계를 심각하게 착취하는 서사를 공유한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착취를 두고 ‘자연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까?

비거니즘을 불구화하는 비거니즘을 위하여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현실에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베지테리언 혹은 비거니즘으로 보인다. 실제로 테일러 자신도 수 년째 비건의 삶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비거니즘에 대한 테일러의 관점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는 ‘비거니즘’이라는 정치적 선택에 동반되는 복잡하고 미묘한 삶의 층위들을 세심하게 고려한다. 비거니즘이 라이프 스타일이나 소비자주의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거니즘은 종종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의 식생활 혹은 소비품 선택으로 간주된다. 구매력에 기초한 개인의 건강 및 체형 관리 방식, 이것이 오늘날의 비거니즘을 정의하고 규정한다. 테일러는 이처럼 비거니즘을 음식물과 소비품 선택으로 환원하는 것에 반대하며 새로운 비거니즘 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가 상상하는 비거니즘은 동물의 상품화와 도살을 정당화하는 비장애중심주의에 반대하는 급진적 입장이자, “동물을 위한 정의가 장애인을 위한 정의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 정치적인 입장”이다. 비거니즘의 이런 정의justice는 “먹고 입고 쓰는 것을 통한” 신체적 실천으로 구현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비거니즘을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 이를테면 신선한 야채나 과일 같은 건강한 음식물보다 값싸고 구하기 쉬운 패스트푸드에 의존해야만 하는 조건에 처한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비거니즘의 기존 모델이 구매력을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비거니즘 실천에서 배제했다면, 새로운 비거니즘은 “정치적으로 비건임에도 비건 음식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이를테면 테일러 자신처럼 홀로 식사를 준비하기 어려운 이들이나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장애 운동 단체 DIIAAR의 활동가 도나 스프링처럼 심각한 건강 문제로 비건 식사를 하는 일이 극히 어려운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이런 사람들의 실천을 포괄할 때 비거니즘은 비로소 비건이 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이 “단지 개인적인 층위가 아니라 구조적인 층위, 즉 사회적이고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것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그것은 인간중심주의와 종차별주의, 그리고 동물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방식이 비거니즘 외에도 무수히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 존재하는 모순과 직면하면서도 동물이 겪는 착취와 고통에 눈감지 않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서로 다른 동물들의 의존을 꿈꾸며

인간인 우리가 동물들이 겪는 불의를 무심코 지나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 나아가 그들의 억압이 근본적으로 우리의 억압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다른 무엇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바로 동물이기 때문이다. 지루할 정도로 당연한 이 사실을 우리는 끊임없이 잊고 또 잊는다.
테일러는 자기 자신의 몸 형상에서 동물을 느낀다. 이 느낌은 일종의 교감으로,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동물과 비교당했을 때 느끼는 수치심과는 거리가 멀다. 동물성을 인식한다는 것은 그에게 “내 몸이나 다른 비규범적이고 상처 입기 쉬운 몸들이 자신의 주변 세계를 움직이고, 보고, 경험하는 방식으로 존엄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비유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바로 동물이다. ‘자신이 바로 동물’이라는 그 감각을 테일러는 자신의 동물화된 부위와 움직임을 통해 느낀다. 얼굴과 입을 사용해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는 그는 입과 이빨을 이용해 훌륭한 보금자리를 만드는 반려견 베일리의 움직임을 온몸으로 이해한다. 자신과 베일리가 유사한 몸짓을 공유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동물화가 일정한 역할을 해온 프릭의 오랜 유산을 긍정하는 일부 프릭 공연가들의 의식과도 통하는 지점이 있다. 우리 자신의 동물성을 자각한다면 반려 동물은 물론 가축화된 동물들과 우리의 관계도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들과 우리를 서로 다르지만 대등한 존재, 즉 동물로 인식한다면 어떨까?
마찬가지로 우리가 ‘의존’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을 취한다면 어떨까? 테일러의 말대로, 동물이 인간의 돌봄에 의존하는 것을 꼭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가축화된 동물들의 의존과 장애인의 의존을 그토록 불편하게 여기는 건, 의존이 전에 없던 ‘친밀성’을 요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존재는 실제로 ‘끔찍이 친밀한 방식으로’ 타자에게 의존한다. 의존이 품위의 상실과 관련된다는 생각은 의존 그 자체가 아니라 “의존에 응답하는 우리의 방식”에서 비롯된다.
“가축화된 동물들의 의존을 장애해방이라는 틀로 바라본다면, 동물 착취 문제를 푸는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고, 가축화된 동물과 우리의 관계에도 제3의 길을 열 수 있을지 모른다. 가축화된 동물들이 우리 삶과 세계에 기여하는 방식에 (더 이상) 도살을 포함하지 않도록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을 것이며, 공동의 의존, 공동의 취약성, 공동의 생존 욕구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자신의 삶과 감정 그리고 자신이 받고 있는 돌봄에 대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짐과 짐승이 서로를 끌고 해방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제안하는 이 책의 모든 장이 좋았다. 이 치열한 책을 네 번 읽었다.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내가 기쁘게 이 글쓰기에 응한 이유는 필사적으로 읽기 위해서였다. 동물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동료들과 인권을 위해 싸우는 동료들 모두에게 간절하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홍은전 (인권/동물권 기록 활동가, 『그냥, 사람』 저자)

“폭풍을 불러오는 고요한 말이라는 게 이런 걸까.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건네는 이야기에 두려움과 매혹을 함께 느꼈다. 옳은 이야기 앞에서 이토록 주저했던 적은 없다. 내 안에 자리 잡은 온갖 기득권 이념들이 스크럼을 짜고 저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안의 자연, 정상, 표준, 가치를 무너뜨리는 이 책의 무서운 진리에 고개를 끄덕이는 만큼 배움을 얻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나는 목소리 없는 자란 없으며 다만 귀를 기울이지 않는 자들, 듣지 않으려는 자들이 있다는 걸 배웠고, 자립이란 환상이며 우리는 서로를 돌보고 서로에게 잘 의존하며 살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 이 책은 장애해방과 동물해방이 함께하는 길을 모색하는 시도이지만,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길이 우리 사회가 소위 표준적인 인간형을 상정함으로써 차별해온 모든 존재들, 불구이고 의존적이고 무능력하다고 비난해온 존재들의 연대이기도 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절실하고 소중한 길에 요청되는 윤리는 하나다. 우리가 기대고 우리에게 기대는 타자들의 목소리와 몸짓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것.”
-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북클럽 『자본』 시리즈 저자)

“수나우라 테일러가 매우 훌륭한 책을 써냈다. 이 책은 장애와 동물을 둘러싼 통념에 개입하면서도 우리 자신을 새롭게 상상해보도록 촉발하고 있다. 테일러의 대단히 독창적이고 눈부신 서사는 나의 상상력을 뒤바꿔놓았다.”
- 캐럴 J. 애덤스 (페미니스트 연구자, 『육식의 성정치』 저자)

“수나우라 테일러는 당신이 가진 범주들을 뒤흔들고 당신이 사는 세계를 뒤집어놓을 것이다. 또한 잔혹한 체제 아래 있는 당신의 신체에 대해, 인간과 비인간 타자의 신체에 대해 당신이 아직 모르는 많은 매혹적이고 중요한 것들을 말해준다. 이 책은 인간의 조건에 관한 놀랍고 흥미롭고 유쾌하며 전적으로 새로운 탐구로서 대단히 중요하며, 일레인 스캐리의 『고통받는 몸』,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과 나란히 놓일 만하다.
- 리베카 솔닛·작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저자)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이전의 나와 완전히 다른 동물이 되었다.”
- 앨리슨 케이퍼 (장애학자, 『페미니스트, 퀴어, 크립Feminist, Queer, Crip』 저자)

“드디어, 마침내, 피터 싱어가 입힌 손상을 되돌리려는 이가 나타났다. 『짐을 끄는 짐승들』은 용감하고 뛰어난 책이다.”
- 마이클 베루베 (문화비평가, 『익히 아는 삶Life as We Know It』 저자)

“『짐을 끄는 짐승들』은 판도를 뒤집을 획기적 전환점이다.”
- 마크 베코프 (동물행동학자, 『우리의 심장을 다시 야생으로Rewilding Our Hearts』 저자)

“심오하고 경이로운 책이다. 정상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자연스러운 것이란 무엇인가? 생명의 가치를 어떻게 매길 것인가? 또한 차이와 다양성 속에서 빛나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 모두가 함께 번영하는 세계를 어떻게 상상할 것인가? 수나우라 테일러는 이런 물음들을 재고해보자고 호소한다.”
- 클레어 진 킴 (정치이론가, 『위험한 횡단Dangerous Crossings』 저자)

“때로는 가슴 아프고 때로는 유머스러운 개인사와 날카롭고 열정적인 글쓰기가 강력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 로리 그루엔 (철학자, 『뒤엉킨 공감Entangled Empathy』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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