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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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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탐방기

케이틀린 도티 저/임희근 | 반비 | 2020년 10월 31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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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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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14g | 135*210*14mm
ISBN13 9791190403269
ISBN10 1190403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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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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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장의사로 일하고 있다. 어릴 적 쇼핑몰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어린아이의 추락사를 목격한 후 죽음이라는 주제에 사로잡혔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중세사를 전공하며, 죽음을 둘러싼 역사와 문화에 대해 공부했다. 졸업 후 샌프란시스코의 한 화장터 업체에서 하루에 수십 구씩 시체를 태워가며 현대 장례 문화의 최전방에서 일했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미국의 획일화된 장례 문화에 문제를 제기하며 새로운 장례...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장의사로 일하고 있다. 어릴 적 쇼핑몰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어린아이의 추락사를 목격한 후 죽음이라는 주제에 사로잡혔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중세사를 전공하며, 죽음을 둘러싼 역사와 문화에 대해 공부했다. 졸업 후 샌프란시스코의 한 화장터 업체에서 하루에 수십 구씩 시체를 태워가며 현대 장례 문화의 최전방에서 일했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미국의 획일화된 장례 문화에 문제를 제기하며 새로운 장례 문화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죽음을 부정하는 문화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할 수 있도록 책과 강연, 유튜브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 를 통해 죽음에 대한 담론을 친숙하게 풀어놓는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죽음 의례를 탐방한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근간) 등을 썼다. 현재 죽음에 대한 대안적인 문화를 탐구하는 장례업 전문가, 연구자, 예술가들의 집단인 '좋은 죽음 교단'을 운영하고 있다.
호는 정연靖淵, 불명佛名은 ‘소나’이다.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 프랑스 파리3대학교에서 불문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 여러 출판사에서 해외 도서 기획과 저작권 분야를 맡아 일했으며 출판 기획·번역 네트워크 ‘사이에’를 만들어 해외 도서 번역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티베트 지혜의 서』 『모든 순간 껴안기』 『티베트 스님의 노 프라블럼』 『달라이 라마, 나는 미소를 전합니다』 『정신의 진보를 위하여... 호는 정연靖淵, 불명佛名은 ‘소나’이다.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 프랑스 파리3대학교에서 불문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 여러 출판사에서 해외 도서 기획과 저작권 분야를 맡아 일했으며 출판 기획·번역 네트워크 ‘사이에’를 만들어 해외 도서 번역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티베트 지혜의 서』 『모든 순간 껴안기』 『티베트 스님의 노 프라블럼』 『달라이 라마, 나는 미소를 전합니다』 『정신의 진보를 위하여』 『분노하라』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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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백만 구독자가 사랑한 유튜버 케이틀린 도티의
좋은 죽음을 찾아 떠난 세계 여행


“어떻게 떠나고 싶은가. 어떻게 썩고 싶은가. 어떻게 순환하고 싶은가.
낯설고도 가까운 질문들을 이 책과 함께 시작한다.”
─ 이슬아 (작가)

“‘나의 시체문화유산답사기’ 혹은 ‘무삭제판 론리 플래닛’이랄까.
바야흐로 ‘죽음’ 저술 분야의 가장 뜨거운 작가와 함께 떠나는 세계 여행이다.”
─ 김완 (죽음 현장 특수청소부, 작가)

“이 낯설고 당혹스러우며 무질서한 죽음의 풍경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넌지시 속삭이는 것 같다.
세상에 결코 단일한 애도의 방식은 없으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풍요로울 수 있다고.”
─ 김초엽 (소설가)

장례 문화, 이것이 최선인가요?
세계 곳곳의 죽음 의례에서 대안을 찾다

괴짜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답사기’


삶의 방식은 모두 다른데, 죽음의 방식은 왜 같아야 할까? 종교가 있든 없든, 고인이 어떤 정치적 지향을 가졌든 간에 한국의 장례식은 하나같이 비슷한 모양새다. 3일 동안 남성은 상주가 되어 양복을 입고 빈소에서 문상객을 맞이하며, 여성은 한복을 입고 홀을 분주히 오가며 음식을 접대한다. 과연 지금의 장례 문화가 최선일까? 매장이나 화장 외에 시신을 처리하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우리에게 시체는, 죽음은 어떤 의미인 걸까?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는 죽음을 둘러싼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 케이틀린 도티는 20대에 화장터에 취직해 여성 장의사로 일한 경험을 담은 전작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으로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전작에서 그는 상업화, 기업화된 장례 문화와 죽음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지 않는 관행이 고인을 추모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런 관행을 넘어서기 위해 그는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유튜브 채널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를 개설해 백만 명이 넘는 구독자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죽음 교단’이라는 단체를 설립해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적인 죽음 의례를 연구했다.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는 그간의 노력이 담긴 ‘시체 시리즈’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전작에서 죽음을 직면하는 과정을 다루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좋은 죽음을 위한 구체적인 참조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케이틀린 도티는 세계 곳곳의 죽음 의례 현장으로 떠난다. 인도네시아의 마네네 의식, 볼리비아의 냐티타, 멕시코의 망자의 날 축제, 일본의 고쓰아게, 미국의 야외 화장과 자연장까지 그가 직접 목격한 지구촌 곳곳의 죽음 의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특유의 블랙유머를 구사하며, 독자를 다시 한 번 이 기이하고도 친근하며 애틋한 시체들의 세계로 초대한다. 긴 여정을 마치고 자신의 장의사로 돌아온 저자는 말한다. 당신이 속한 문화권의 의례는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우리에게는 더 나은 죽음을 상상하고 선택할 권한이 있다고.

전화기 너머 호스피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간호사 말로는, 조세핀이 10분 전 숨을 거두었는데, 시신을 만져보면 아직도 따뜻하다는 것이었다. 간호사는 죽은 여인의 침대 맡에 앉아 조세핀의 딸과 언쟁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 딸이 우리 장의사에 전화를 걸기로 한 것은, 어머니가 마지막 숨을 거두자마자 누군가가 와서 영안실로 시신을 냉큼 가져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딸은 어머니의 시신을 집에 두고 곁에 있고 싶어 했다. “그렇게 해도 되나요?” “물론 그래도 되지요.” 내가 대답했다. “시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고인의 따님이에요. 호스피스나 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니고요. 장의사는 더더욱 아니지요.”(10~11p)

미국에서는 20세기 초부터 죽음이 커다란 비즈니스가 되었다. 옛날에 장례를 치르던 방식, 그러니까 가족과 공동체가 이런 일을 전담해왔다는 것을 시민들이 단 한 세기 만에 까맣게 잊어버린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지금이 19세기였다면 조세핀의 딸이 자기 어머니의 시신을 다루는 것에 대해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놀랄 만큼 짧은 시간 안에, 미국의 장의업은 지구상 다른 어떤 나라의 장의업보다 더 값비싸고 더 산업적이며 더 관료적으로 변했다. 우리가 가장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면, 그건 슬픔에 잠긴 유가족을 고인으로부터 떨어뜨려놓는 일일 것이다.(12p)

물론 벨리즈의 대도시에는 미국식 사업 모델을 채택해, 가족들에게 값비싼 마호가니 관이나 대리석 묘비 같은 것을 사게 하는 장의사들도 있다. 이와 똑같은 ‘현대화’의 물결이 벨리즈에 있는 병원에도 들이닥쳤는데, 이런 병원에서는 가족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부검이 이뤄지기도 했다. 루치아노의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부검을 거부했다. “그래서 우리는 할머니 시신을 병원에서 훔쳐 냈답니다.” 그들은 할머니 시신을 병원에서 훔쳤다. 시트 한 장에 둘둘 말아 시체를 빼낸 것이다. “병원이 우리한테 뭘 어쩌겠어요?” 루치아노가 물었다.(15p)

내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루치아노가 할머니의 죽음 과정 하나하나에 얼마나 함께했는가 하는 점이다. 할머니 시신을 병원에서 탈취하던 것부터 가족들이 럼주를 마시고 밤새 할머니가 좋아하던 란체라를 연주하던 것이며, 몇 년 후 살뜰히 할머니 무덤을 돌보는 것까지.(21p)

루치아노는 자기가 죽으면 그저 구멍이나 하나 파서, 무덤 벽에는 나뭇잎을 늘어뜨리고 동물 가죽을 수의 삼아 그 속에 묻히기를 원한다. 그는 동물 가죽 수의를 직접 디자인할 계획이다. 그는 자기가 ‘항상’ 친구들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서로 묻곤 한다. “야, 넌 죽은 다음에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루치아노는 물었다. “당신 나라에서는 그런 얘기를 나누지 않나요?”(15~16p)

내가 일하면서 부딪히는 주요한 질문 중 하나는, 어째서 내가 속한 문화에서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도 꺼리는가 하는 것이다. 왜 우리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그들이 죽으면 시신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그런 대화를 거부하는 것일까?(16p)

다른 문화에서 죽음을 어떻게 다루는지 직접 관찰할 수만 있다면, 죽음을 ‘맞이’하거나 이해하는 단 하나의 정해진 길이란 없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지난 몇 년간 호주,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멕시코, 볼리비아, 일본, 그리고 미국 전역을 돌며 죽음 의례가 어떻게 실행되는지를 관찰했다. 내가 찾아간 장소에는 어디나 극적이고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다. 내가 발견한 것이 우리 공동체가 장례의 의미와 전통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회복은 장의사로서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의 딸로서 그리고 친구로서는 더욱더 중요하다.(16p)

이 책에 나오는 의례 중 많은 것들이 독자가 속한 문화권의 의례와 매우 다를 것이다. 그 차이에서 아름다움을 보았으면 한다. 당신도 어쩌면 죽음에 대해 진정한 두려움과 근심을 느끼는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여기에 있다. 이제 만나려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당신도 죽음을 마주하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23p)


인도네시아 마네네 의식부터 미국의 자연장까지
문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시체를 응시하다


케이틀린 도티는 낯선 죽음 의례를 결코 혐오하거나 대상화하지 않는다. 무조건 예찬하는 것도 사절이다. 그는 다른 문화권의 의례를 존중하며 겸손한 태도로 장례식에 임한다. 또한 현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외부인으로서 허용 가능한 선까지 적극적으로 의례에 참여한다. 그리고 그것이 지난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들여다본다. 죽음 의례는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며, 시대와 갈등하고 타협하며 변화해온 역사적 산물임을 전한다.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가 모호한 곳으로 인도네시아, 볼리비아, 멕시코를 꼽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타라토라자에서는 미라화한 시신을 가족들이 몇 년간 돌본다. 멕시코에서 망자의 날 축제가 벌어지는 11월 1은 죽은 자가 산 자의 세상으로 넘어오는 날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축제 형식을 빌려, 죽음을 삶의 일부로 가져온다. 죽음을 두고 함께 울고 웃는 공동체의 풍경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볼리비아의 소원을 들어주는 두개골인 냐티타는 산 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주술적 존재다. 저자는 이 냐티타와 가톨릭교의 대립에 주목한다. 이 냐티타는 삶과 죽음을 축복하는 권한을 독점하려는 남성 사제로부터 여성과 민중이 그 권한을 가져오려는 시도로 본다. 평등한 죽음 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은 기술과 만나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다. 미국에서 시신을 퇴비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도시 죽음 프로젝트를 이끄는 이들이 여성인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더해 미국의 친환경적인 시신 처리 방식으로 야외 화장과 자연장을 소개한다.
화장 후 유족들이 뼈를 추려 모으는 고쓰아게 전통을 이어나가는 한편, 화장터에 최신 기술을 도입하고 시신 호텔 ‘라스텔’을 만드는 등 죽음 의례를 다방면으로 발전시켜나가는 일본의 사례도 흥미진진하다. 이 외에도 티베트에서 독수리가 시신을 먹게끔 하는 하늘장, 고인의 두개골을 기리는 이탈리아의 폰타넬레 묘지 등 세계 곳곳의 죽음 문화가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로라는 몇 년 동안 크레스톤에 살았고, 그날 아침 장작더미 근처에 그 도시의 주민이 다 온 것 같았다. 로라의 아들 제이슨이 첫마디를 꺼냈다. 그의 시선은 줄곧 타오르는 불꽃을 향해 있었다. “엄마, 사랑해주셔서 고마워요.” 그는 갈라지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 걱정은 말고, 훨훨 날아서 이제는 자유로워지세요.”(37p)

토라자에서는 죽음과 장례 사이의 기간에 시신을 집에 둔다. 여기까지는 그리 놀라운 얘기가 아니지만, 문제는 그 기간이 몇 달에서 몇 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족들은 그동안 시신을 미라로 만들며, 시신에게 음식을 갖다주고 옷을 갈아입히고 말을 걸고 보살핀다.(60~61p)

폴은 토라자에서는 죽음을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넘을 수 없는 ‘견고한 경계’가 아니라 넘나들 수 있는 경계로 본다고 했다. 그들의 애니미즘 체계에 따르면, 자연계의 인간적인 측면과 비인간적인 측면, 그러니까 짐승, 산, 심지어 망자들 사이에도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할아버지 시신에 대고 말을 거는 것은 영혼과 연결되는 방법이었다.(61p)

멕시코의 시인 옥타비오 파스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뉴욕, 파리, 런던 같은 서양 도시 시민들은 ‘죽음’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만 해도 “입술이 부르틀 만큼 부정을 타는” 반면에 “멕시코인은 자주 죽음을 넘나들고, 놀리고 어루만지며, 죽음과 함께 잠들고 재미로 그걸 갖고 논다. 죽음은 그가 좋아하는 장난감 중 하나이며 그의 가장 오래가는 사랑이다.” 이 말은 멕시코 사람들이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들이 죽음과 맺는 관계는 힘들여 겨우 얻은 것이다. 그 관계는 수 세기 동안 혹독한 시절을 보낸 뒤에야 드러났다. “멕시코는 자랑스럽고 강력한 제국이 되기보다는, 외세와 독립한 수탈자들에게 괴롭힘당하고 침략받고 점령당하고 훼손되고 뺏김을 당한 적이 더 많은 나라이다.”라고 클라우디오 롬니츠는 설명한다. 20세기, 서구 세계에서 억압과 죽음에 대한 부정이 정점을 찍었을 때, 멕시코에서는 “죽음에 대한 명랑한 친근함이 국가 정체성의 초석이 되었다.”(85~86p)

망자를 위한 정교한 제단과 해골과 두개골 이미지를 흔히 볼 수 있는 곳에서 세라는 캘리포니아에서 찾을 수 없었던 대면과 평화를 찾았다. “멕시코에 있으니, 내 슬픔을 내려놓을 곳이 여기라는 게 느껴졌어요. 그건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이었어요. 이곳에서는 나 때문에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았어요. 나는 숨 쉴 수 있었어요.”(89p)

매년 11월 1일 밤이면 산 자와 죽은 자를 나누는 경계가 옅어지고 희미해져서, 정령들이 그 경계를 넘어오는 것이 허용된다. 미초아칸 지방의 소도시 산타 페 델라 라구나의, 조약돌로 이뤄진 길 위에는 할머니들이 망자의 빵과 신선한 과일을 들고 집집마다 분주하게 다니며, 그해에 식구 중 누군가 죽은 사람이 있는 이웃들을 찾아간다.(92p)

죽은 사람을 퇴비로 만들자는 생각이 처음 떠오른 것은 카트리나가 건축학 석사 논문을 쓰고 있던 때였다. 카트리나는 “도시에서 죽은 자가 쉴 만한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었다. 앞으로 그녀의 고객이 될 사람들은 생전에는 콘크리트 밀림 속에서 편하게 사는 것에 만족하지만 죽어서는 ‘살이 흙이 되는’ 자연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현대 대도시의 시민들이라고 생각했다. 카트리나가 쓴 논문은 ‘도시 죽음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유가족은 경사로를 통해 건물의 중심부로 고인을 운구해올 수 있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콘트리트로 지어진 2층 반 높이 건물의 꼭대기에 도착하면 시신은 탄소가 풍부한 혼합물 속에 뉘어진다. 이 혼합물은 4~6주 사이에 시신을(뼈와 모든 것을) 흙으로 만든다.(112~113p)

20세기 초반에 시신 돌봄이 하나의 산업이 되었을 때, 죽은 사람을 누가 맡아 돌볼 것인가에 대해 커다란 지각변동이 있었다. 시신 돌보는 일이 여자들이 하던 본능적이고 원시적인 일에서 보수를 두둑이 받는 남자들이 하는 ‘직업’이자 ‘기술’, 심지어 ‘과학’으로까지 바뀐 것이다. 신체적?감정적인 더러움을 포함해 시신에 대한 모든 것은 여자들 손에서 남자들 손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깨끗하고 청결해진 시신은 관에 담겨 결코 우리 손에 닿지 않을 저 높은 곳에 안치되었다. 아마 재구성 같은 과정은 우리 여자들이 시신을 다시 돌려받으려는 시도일 것이다.(135p)

일본 제2의 도시 요코하마에는 ‘라스텔’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라스트’와 ‘호텔’의 합성어로 당신이 머물게 될 마지막 호텔(왜냐하면 당신은 이미 죽었으니까)을 의미한다. 즉 라스텔은 시신을 위한 호텔이다. “이것이 ‘생활형’ 가족 장례입니다.” 그가 문을 열었더니 일본의 보통 콘도가 나왔다. “돌아가신 분들이 여기 묵지요. 산 사람도 여기서 시체와 함께 밤을 보낼 수 있습니다.” 모든 대도시에 라스텔 같은 장소가 있다면 어떨까. 나는 문득 궁금했다. 경직되고 의식적인 규범에서 벗어나, 가족이 그저 고인과 함께, 격식 차린 참관에 필요한 퍼포먼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있을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집처럼 안전하고 편안한, 그런 곳.(171~175p)

가톨릭교회 입장에서는 도냐 아나와 도냐 엘리 같은 여자들이 위협일 수밖에 없다. 마법과 믿음, 냐티타 덕분에 이들은 중재자 없이도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힘과의 직접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남성 사제의 중재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그들은 죽음과 편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이용해, 신성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가톨릭교의 남성 지도자의 손에서 뺏어왔다. 폴이 말했듯 두개골은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위한 기술”이다. 사랑이든, 가족 문제이든, 학교 문제이든, 냐티타는 그 어떤 문제도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지 않는다. 냐티타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한 존재인 것이다.(190~206p)

조슈아트리 묘지의 자연장 구역은 2010년에 개장했다. 자연장 구역은 주변의 광활한 사막에 비하면 매우 작지만, 현대의 매장 정책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좀 더 여실히 조명해준다. 옛날에는 세상 어디든 매장지가 될 수 있었다. 그때는 시체를 농장이나 목장, 혹은 지역 성당 뜰을 비롯해 정말로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묻었다. 아직도 어떤 주는 사유지에 시체를 매장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는 그렇지 않으므로, 우리는 매장할 시신을 사막의 작은 땅뙈기까지 가축처럼 몰고 가야만 하는 것이다.(211p)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죽음은 무엇인가

미국의 장례 문화는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저자 케이틀린 도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신 명의의 장의사에서 1000달러(113만 원) 이내로 자연장을 해주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장이란, 화장한 후에 유해를 땅에 묻는 것이 아니라 시신에 어떤 처리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땅에 묻는 것을 말한다. 2019년 워싱턴주에서는 시신을 퇴비화하는 방식이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도시 죽음 프로젝트를 이끈 카트리나 스페이드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한국에서도 코로나를 기점으로 장례식 풍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조문은 소규모로 진행되며, 성묘도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3일 내내 한산한 빈소를 지키기보다는 가족끼리 모여서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 가족장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부장적인 장례 문화에서 벗어나 평등한 추모 공간을 만들려면, 시신을 자연에 이로운 방식으로 처리하려면, 고인을 사랑했던 이들이 함께 충분히 애도하며 사회적으로 소외된 구성원까지도 포용하는 죽음 의례를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시대의 변화에 발 맞춰 보다 나은 죽음에 대한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는 이를 일깨우는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내가 여행했던 모든 곳에서 나는 이런 ‘죽음을 위한 공간’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을 보았고, 주변의 지지를 받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느꼈다. 일본의 루리덴 납골당에서는 연청색과 자주색으로 빛나는 불상 영역이 나를 지지해주었다. 멕시코의 묘지에서는 수만 개의 깜박이는 호박색 촛불이 밝히는 쇠 울타리가 나를 떠받쳐주었다. 콜로라도주의 불타는 장작에서는 높이 치솟는 불길에도 조문객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멋진 대나무 울타리 속에서 힘을 받았다. 이런 곳 하나하나에는 마법이 깃들어 있었다. 그건 슬픔이었다. 상상할 수도 없는 슬픔 말이다. 하지만 그 슬픔 속에는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었다. 이런 곳에서 우리는 절망을 똑바로 마주하고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네가 보여. 저 멀리서 날 기다리고 있구나. 너를 강하게 느낄 수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날 무너뜨리게 하지 않을 거야.”(226p)

서양 문화에서 슬픔에 잠긴 사람은 어디서 지지와 위로를 받는가?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성당, 절 같은 종교적인 공간에서 위로와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종교가 없는 이들 입장에서 일생에서 가장 취약한 시기는 넘기 힘든 장애물로부터 도전장을 받았을 때이다.(226p)

내 어머니는 최근 70세가 되셨다. 어느 날 오후, 나는 연습 삼아 미라가 된 어머니의 시체를 인도네시아의 타나토라자 사람들이 하듯이 무덤에서 꺼내는 상상을 해보았다. 상상 속에서 나는 어머니의 유해를 끌어안고 일으켜세운 뒤, 죽은 지 수년이 지난 어머니의 눈을 바라본다. 이런 생각을 해도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이제 내가 이런 식으로 과업을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의례에서 위로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228p)

나는 안다. 내가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 마음이 편안할 거라는 사실을. 그것은 바로 내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지지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례란 쥐 죽은 듯 고요한 야밤에 몰래 묘지에 슬쩍 들어가서 미라가 된 시체를 엿보는 것이 아니다. 의례란 내가 사랑하던 누군가를, 그로 인한 나의 슬픔을 환한 대낮에 꺼내놓는 것이다. 이웃과 가족이 함께, 공동체가 곁에서 지지해주는 가운데 어머니를 향해 인사하는 것이다. 햇빛은 모든 것을 소독해준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 대가가 무엇이든 간에, 죽음을 둘러싼 우리의 두려움, 수치심, 슬픔을 소독할 수 있도록 햇빛 속으로 끌고 나오는 어려운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229p)

무덤을 흙으로 메우는 데는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자연장 방식이 아닌 다른 묘지 같으면 매장 과정에서 녹음을 파괴해, 대칭적인 자연 풍경 한가운데 삭막한 무덤의 윤곽을 뚜렷이 남길 터였다. 이리하여 셰퍼드 여사는 끝없는 사막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바로 이게 내가 원하는 죽음이었다. 깨끗이 사라지는 것. 운이 좋다면 나는 셰퍼드 여사처럼 땅에 삼켜져 사라질 것이다.(215p)

화장을 하자니 불을 피울 나무가 부족하고, 매장을 하자니 땅이 얼어붙은 데다 바위가 너무 많은 티베트 산중에서는 수천 년 동안 천장을 해왔다. 불교 라마들이 시체를 위해 독경을 하고 나서, 그를 ‘로갸빠’라는 시체 부수는 사람에게 건네준다. 로갸뺘는 시신의 옷을 벗겨 살을 잘게 썰고 피부를 톱질하여 힘줄과 근육을 끊어낸다. 신호가 주어지고 매를 거두고 나면, 한쪽에 대기하던 독수리들이 격렬하게 날아서 땅으로 내려와 시체를 파먹기 시작한다. 시체를 이렇게 처리하는 건 굉장히 고결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죽은 몸을 다시 자연에 되돌려줌으로써 또 다른 쓸모가 있게 만드니 말이다.(219~220p)

나는 인생의 30년을 짐승의 살을 먹으며 보냈다. 그런데 내가 죽고 나서 그 짐승들이 반대로 나를 먹는 것은 왜 안 된다는 말인가? 나도 하나의 짐승 아닌가?(221p)

추천평

‘나의 시체 문화유산 답사기’ 혹은 ‘무삭제판 론리 플래닛’이랄까. 바야흐로 ‘죽음’ 저술 분야의 가장 뜨거운 작가와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이다. 걸출한 장례업자 케이틀린 도티와 함께 돌아볼 행선지에는 온갖 형태의 죽음과 경이로운 사연이 즐비하다. 단언컨대 그녀는 우리가 일생을 걸쳐 한사코 다가서길 꺼리는, 죽음이라는 활화산의 최상단으로 이끄는 안내자 중에서 가장 보폭이 넓고 에두르지 않는 인물이다. 다행히 초행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행간의 모퉁이마다 인류학적인 재미를, ‘죽음 제의’라는 쇼의 이면까지 깊숙이 들여다본 자만이 발견할 수 있는 시적인 감동을 마련했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다면 함께 이 죽음의 순례에 나서자. 지혜와 용기의 뼛조각을 주워 올릴지니. 죽음의 여행지에서는 모든 하루가 뜨겁고 눈물겹다.
- 김완 (죽음 현장 특수청소부, 『죽은 자의 집 청소』)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는 세계 곳곳의 죽음 문화를 탐구하는 기이한 여행기다. 케이틀린 도티는 시신들이 썩어 퇴비가 되는 현장으로, 미라와 수년간 동거하는 사람들의 곁으로, 두개골을 수집하는 여자들의 집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 낯설고 당혹스러우며 무질서한 죽음의 풍경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넌지시 속삭이는 것 같다. 세상에 결코 단일한 애도의 방식은 없으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풍요로울 수 있다고. 겁에 질려 죽음을 회피하는 대신 똑바로 절망과 슬픔을 마주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도티의 제안에, 우리의 죽음 문화를 떠올려본다. 우리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죽음 위에 쌓아 올린 규율은 충분히 죽음을 애도하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 기여하고 있을까.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온 시선이 다시 이곳을 향하는 순간이다.
- 김초엽 (소설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 책은 왜 슬프거나 끔찍하지 않은가. 죽음에 관한 책인데, 정확히는 시체에 대한 이야기인데 말이다. 어째서 흥미롭고 우스꽝스러우며 감동적일 수 있을까. 죽음을 양지로 끌고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수치심과 슬픔을 햇빛에 소독하려 시도하는 책이다. 현대의 장례 절차에서 시신은 재빨리 치워지기 마련이다. 남은 사람은 미처 상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사랑하는 육체와 멀어진다. 죽음을 둘러싼 산업과 전문가들의 손에 시신이 넘어가고 그 이후의 일들은 음지의 영역이자 미지의 영역으로 남는다. 이 책은 그러한 단절을 안타까워한다. 우리가 죽음에 자주 드나들고 죽음을 어루만지며, 친근하고 명랑하게 죽음을 곁에 둘수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의 다양한 장례 절차를 자세히 소개하는
것은 그래서다. 죽음을 똑바로 배우기 위해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사람들이 이 책에 있다. 그들이 시신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아주 다양한 이별의 방식을 알게 된다. 수많은 사후 처리 사례를 통해 오히려 생이 무엇인지를 다시 상기한다. 장례 절차란 결국 생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과정이니까. 케이틀린 도티의 문장에서 나는 삶과 죽음의 이음새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연결하려는 정성을 본다. 그리고 유한한 내 몸을 실감한다. 내 몸은 한계가 명확한 물질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몸도 마찬가지다. 삶은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죽음들의 총합이다.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곰곰이 바라본다. 시체 또한 사랑했던 사람을 담았던 아름다운 그릇임을 잊지 않는다. 그리하여 죽음을 회피하지도 않고 죽음에 사로잡히지도 않도록 돕는다. 어떻게 떠나고 싶은가. 어떻게 썩고 싶은가. 어떻게 순환하고 싶은가. 낯설고도 가까운 질문들을 이 책과 함께 시작한다.
- 이슬아 (작가, 『일간 이슬아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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