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인생도 미분이 될까요』는 수학 교사이자 수학 문제 해결 과정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저자가 ‘삶과 통하는 수학 이야기’를 친근한 편지글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아주 작은 ‘점’과 같은 내가 ‘무한’한 세상으로 나아갈 때, 그 성장의 길목에서 나눌 수 있는 수학 이야기를 담았다. 공집합에서 무한까지, 확률에서 미적분까지, 수학의 다양한 주제 속에는 목적지 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삶을 사색하게 해주는 값진 이야기들이 풍부하다. 반복되는 문제 풀이에 지쳐 수학의 가치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한 청소년과 일반인들에게 이 책은 아주 특별한 수학 교양서이자 에세이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 수학의 이미지는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것이지요.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복잡한 수식의 행간을 들여다보면, 놀랍게도 수학이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내 삶과 연결해 생각해보면 수학은 무한한 상상력이 될 수 있고 인생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나를 변화시키는 용기와 힘을 주기도 하며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도록 자극해주기도 하지요. 수학이 줄 수 있는 이런 지혜의 메시지들이 오가는 수학 교실을 상상해봅니다.” -프롤로그에서
점에서 무한까지, 수학이 삶의 이야기가 될 때
수학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다
반은섭 저자는 긴 시간 수학교육을 전공했다.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해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학교육 연구는 순수 수학 연구와는 다르게 중고등학교에서 교수자가 어떻게 수학을 잘 가르치고, 학습자가 잘 배울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분야다. 저자는 수학교육 중에서도 수학문제해결론을 10여 년간 연구해왔으며, 특히 문제 해결 단계에서 심리학적인 추론 과정을 분석해 연결 모델(Connection Model)을 개발했다. 문제해결은 고도의 심리적인 작용이 필요한 정보처리 과정으로, 인지심리학의 연구와 상당부분 겹친다. 그는 “수학적 문제 해결에서 시각적 표상을 통한 유추의 역할”, “삼차방정식의 기하학적 해결을 위한 수학적 지식의 연결 과정 분석” 등 수학문제해결론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인생도 미분이 될까요』는 수학교육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중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쳐온 저자가 ‘수학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책이다. 수, 기하, 대수, 확률, 함수, 미분, 적분 등 수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수학 개념과 담론에 삶의 얼굴을 입히는 따스한 시도를 만나볼 수 있다.
“2와 5를 각각 여덟 번씩 곱하면 1억이 됩니다. 어떤 자연수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아주 작은 소수(素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은 수도 여러 개를 모아 곱하면 아주 큰 수가 됩니다. 작은 것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죠. 타인이 있어야 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소수를 다루는 수업 시간에 반은섭 교사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나’와 나를 이루는 ‘타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에게 수학은 삶을 사색하는 도구다. 제곱근, 로그, 삼각함수, 미적분 문제를 완벽하게 푸는 것이 모두에게 중요할까? 그 전에 삶을 대하는 태도와 지혜를 수학에서 배울 수는 없을까?
세상에는 수학 문제를 완벽하게 푸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관찰, 상상력, 감성, 용기, 회복력 등, 인생이라는 여행길에 나설 때 우리에게 힘이 되는 삶의 기술을 ‘수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이성과 직관, 유한과 무한, 경험과 반성, 비움과 채움, 만남과 연결 등, 복잡한 수식 너머에는 삶에 영감과 힘을 불어넣어줄 지혜의 메시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수학 문제 풀이를 지도하다 보면 본인이 무슨 문제를 푸는지도 모른 채, 복잡한 수식을 늘어놓아 시험지만 새카맣게 변하는 경우를 봅니다. 심지어 이곳저곳에 중구난방으로 풀게 되고, 빈 공간이 없어 결국 책상을 종이 삼아 문제를 풀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이 혹시 있으신가요?
가능한 한 깔끔하게 풀이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씩 문제 풀이를 멈추고 생각의 과정을 뒤돌아봐야 합니다. 문제 해결과 관계없는 수식들만이 차고 넘쳐흐르고 있지는 않나요? 저 멀리서 외롭게 본질이 나를 찾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인디언들처럼 뒤를 돌아보면서 본질을 더듬고 찾아야 합니다. 인생은 단 한 번의 추억 여행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여행 중에 우리의 소중한 추억을 뒤돌아보고 잠시 쉬어가는 일, 심플한 삶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입니다.” (_본문 82~83쪽에서)
수학 교사·교육학 박사가 적도에서 보낸 수학 편지
“수학, 방식을 달리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반은섭 저자는 현재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 중고등부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조금 멀리서 한국과 한국의 수학교육을 바라보면서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결과보다는 학습의 과정을 강조하고 실패를 허용하는 싱가포르의 교실 문화”다.
저자는 말한다. 모든 이가 수학을 잘할 필요는 없지만, 수학이 전하는 지혜의 말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수학을 잘하지 못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수학에 지쳐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수학을 어려워했던 사람들이 수학에 대한 오해를 거두고 수학을 주제로 따뜻하고 감성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을 기대해본다. 잠시,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찬찬히 삶을 사색하는 독자들의 여정에 수학이 뜻밖의 다정한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